'채식'에 해당되는 글 7건

  1. 마늘쫑, 꽈리고추 (6) 2008/04/23
  2. 소비 2008/03/05
  3. 제주 - 물드리네 (8) 2007/12/03
  4. 채식김장하는날 (17) 2007/11/20
  5. 탕수두부 (14) 2007/08/28
  6. 07/08/14 낙서 (7) 2007/08/16
  7. 채식 갈등 -1 (9) 2006/01/15
간만에 요리 포스팅.
요즘에 사무실에 도시락을 싸가느라 주말마다 시간이 나면 반찬을 한다.
지난 일요일에는 전날 행동때문에 지쳐서 늦잠을 자고 일어나 이불빨래를 하고 청소 좀 하고 장봐서 반찬을 3개만들었다.

근데 다 비슷비슷한 간장 요리..-_-;



마늘쫑 간장 조림? 이름이 뭔지 모름.
엄마가 자주 해주던 반찬이었는데, 그냥 추측으로 대략 만들었다. 사무실에서 반찬 만들때도 몇번 해봐서 어렵지는 않았다.

마늘쫑 1단 1500원
먹기좋게 잘라 기름두르고 볶다가 간장 적당히 넣고 조청이나 설탕 적당히 넣고 볶다가 맛이 좀 들면 깨뿌리고 끝. 마늘쫑 한단이면 조금 큰 반찬통 2개정도 나온다. 조금 크다는게 얼마큼이야..-_-;



친구가 오이무침과 된장찌개를 끓이고,
내가 꽈리고추찜이랑 꽈리고추 간장볶음? 을 했다.

꽈리고추 한봉에 2000원 (양에 비해 초큼 비싸다는) 삼분의 1은 찜을 하고 삼분의 1은 볶음을했다. 찜은 첨 해보는건데 살림이 포스팅한거 보고 필받아서 했는데 성공적인거 같다. 볶음은 멸치랑 볶는 거시기에서 멸치만 빼고 역시  처음해본건데  그맛이 안난다. 덜볶은거 같기도하고.. 그럭저럭 먹을만.

이럭저럭해서 이날 저녁 밥상



옛날에 채식하기 전에 독립했으면 맨날 라면 먹었을껄? 친구랑 키득대면서 밥맛나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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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23 15:20 2008/04/23 15:20

소비

from 너에게독백 2008/03/05 11:40
채식을 하면서 무엇을 소비하고 있는가 그리고 그것들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서 점점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내가 소비하는것중에 넘치는 것은 무엇인지, 이것을 소비하는게 맞는지 생각해보게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무엇을 소비하고 소비하지 않을것인가를 결정하는것은 중요한 문제인거 같다..

채식을 계속할 것이다. 육식은 많은 낭비이자 넘침이고 곧 쓰레기이며 폭력이다.
에너지를 낼수 있는 최소한을 소비한다.
웬만하면 근처에서 생산된 것을 먹는다.
직접 생산해서 먹을수 있도록 노력한다. (올해는 텃밭농사를 지어야지)
기름을 되도록 적게 쓰는 먹거리를 먹는다.
조리 시간이 긴 요리는 피한다.
남기지 않는다.(집에 지렁이를 키우고 있다. 같이 사는 친구가 가져온것)
단순히 맛을 위해 첨가할 뿐인 음식을 줄인다.
많이 먹지 않는다. (이게 참 못하고 있는건데...;;;)
옷도 만들어 입고 하면 좋을거 같지만 지금 그건 좀 무리고.
지금도 옷은 꽤 많은 편이라 더이상 사지 않으려고 한다. 근데 사고 싶다;;;
꼭 재봉틀 배워서 만들어 쓰고싶다, 리폼도 해보고.
자전거를 다시 타야겠다. 교통비가 정말 많이 든다.
술도 더 줄이고, 술안먹고도 잘 노는 방법을 찾자. 술집에 안가도 찻집에 안가도 재미있게.
연기도 어떻게 좀...

금욕적인거 같나? 별로 그렇지도 않다. 그리고 정말 원할때는 먹거나 하면 되는거니까. 내가 원하는것을 잘 보면 된다. 자기가 하고 싶어서 하는거면, 다른것들이 보이게 되는거 같다.

자립할 수 있도록.


아. 직접할수 있는 것들을 배워가는것도 중요하고, 또 그런것들을 할줄 아는 사람들을 발견하고 계속 만나고 상호적으로 도울수 있도록 하는것도 중요하다.
집짓는 사람, 전기를 다루는 사람, 가구를 만드는 사람, 기계를 설계 혹은 원리를 아는 사람, 옷을 짓는 사람, 음악을 만드는 사람, 농사를 짓는 사람, 요리를 하는 사람... 등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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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05 11:40 2008/03/05 11:40

제주 - 물드리네

from 너에게독백 2007/12/03 15:45
11월 26일부터 12월 2일까지 제주도 여행기

1. 비행기와 자전거
2. 공항에서 신창리까지
3. 물드리네
4. 고산에서 우도까지
5. 우도에서 제주시, 그리고 서울


물드리네로 가는길, 차안에서 보니 밝을때 보면 참 이쁠거 같은데 어두울때 와 아쉽다.  도착하니 컴컴한데 마당에서 세사람이 일을 하고 있었다. 개집을 짓는다한다. 여자 둘과 남자아이 하나가 망치질을 하고 있다. 너무 어두우니 이만 접자면서 우리를 불러 자 이것 좀 옮겨달라 바로 일에 투입이다. 안녕하세요 한마디 하고 통성명도 안했는데. 흐흐.  뭐 일이랄것은 없고 쓰던 나무들을 한 곳에 모아 비올것을 대비해서 비닐을 씌우는것을 도왔다. 그리고 집에들어서니 집이 참 소담하다. 갈색 빛 커튼, 보자기, 방석이 자연스럽게 앉아 있고 통나무로된 탁자 겸 식탁 그리고 안쪽에는 난로까지. 좋구나..  두리번 거리고 있어도 말거는이 하나 없고 각자일에 바쁘시다. 약간 어색하니 앉아 있으려니 자인이라는 분이 말을 걸어오신다. 자인씨는 이 집에 사는 분은 아니고 친구분이신데 일이 많아 도우러 왔다고 하시며 이것저것 물으신다. 밥먹으면서 이야기를 하니 그곳에는 총 세명이 함께 공동체를 이루고 있었다. 까무잡잡하고 장난기 어리게 생긴 소년같은 미선과  안경 위로 눈을 치뜨는게 너무 귀여운 선자 그리고 미선의 아들 복숭아 같은 얼굴을 가진 소년 하린. 

저녁밥상이 차려지고 이완과 나는 당황했다. 정성스럽게 하나하나 까서 올린 꼬막들이 한접시에 갈치 무조림이 올라와있는게 아닌가. 이건 분명 우리를 위한 특별 요리인거 같은데.  마주앉아 눈짓을 주고 받다가 나는 그냥 웃으며 조용히 피해 먹었다. 그런데 한분이 갈치조림 많이 있으니 좀 먹으란다. 당황하고 이를 어쩌나 하는데 이완이 대뜸 말을 한다.

"저희가 채식을 해서요 , 저희가 반찬을 가지고 온게 있는데.."
 뭐 결론은 아주 심플했지.
" 아 그래요?  그럼 진작 말을하지 편안히 먹어요." 
" 역시 평소에 먹던대로 먹어야돼~"
이완과 내가 싸온 반찬을 꺼내니 한상이다. 콩장, 채식 김치, 무말랭이, 김, 깻잎..

난 왜  그 순간 긴장했을까, 그냥 자연스럽게 말하면 되는것을. 내가 참 언제나 갈등 상황을 회피하는구는 하는 생각도 들고, 아니 늘쌍 갈등이 생길지도 모른다고 긴장하고 사는구나 싶기도했다. 아무튼 그 순간의 즐거운 전화는 나에게 충격이었다.  왜 채식을 하는지에 대해서도 호의적으로 듣고 싶어하고 아들 하린에게 들려주고 싶어하며, 채식을 하는 사람을 만나 반갑다는 소리까지. 우리가 싸온 반찬도 참 맛있게 나누어 먹고 하니 참 좋았다.

이 집서는 우리를 묵어가게 해줄 요랑으로 저녁에 받아들였다는것을 알았다. 우리는 오기전에 연락했을때 하루 묵어가는 것은 어렵겠다고 하셔서 S의 어머니 집에 묵어가겠다 이미 약속을 해버렸는데 말이다. 알고보니 이 분들은  자신들도 우리를 본적도 없는 사람인데 전화통화만으로 재워주겠다고 하는것은 어려웠고 낮에 오면 같이 보고 하는거 봐서 이쁘면 재워주자 하고 계셨단다. 그렇지, 듣고보니 그것도 그렇다. 그래서 이날은 S의 어머니와 약속이 있으니 가서 자고 , 다음날 와서 일을 돕겠다 했다. 어차피 여유있게 다니기로한거 오늘 잠깐 이렇게 스치고 가서 뭐 하나 싶기도 하고 일도 재미있지 않을까 싶고.

모두의 경이로운 눈빛을 받으며 남 한그릇 먹을때 밥을 3그릇이나 해치우고, S의 어머니께 드릴 천연염색한 손수건을 사서 다시 그집으로 향했다.

S의 어머니는 정말 다감하신 분이라 우리를 너무 걱정하고 계셨던거다. 밥먹기 전부더 사이사이 계속 전화가 왔고 날이 어두운데 자전거를 타고 온다니 어디냐.. 낙천리에요 했더니 거기가 얼마나 멀고 어두운데 거기 있느냐 차를 가지고 데리러 오시겠다 하시는것을 극구 만류하고 갔더니 면사무소 앞에 차를 타오 나오셔서 기다리고 계시다. 아이구.. 죄송해라. 어머니 차를 타고 1-2분 들어가니 집이다. 어머니가 참 귀여우시다. 말투랑 표정을 여기에 어떻게 설명하랴. 혼자 살아 집안 꼴이 말이 아니라며 걱정하시고, 반찬이 없다 걱정하신다. 뭐 우리는 아뇨 아뇨 괜찮습니다하는데도.. 너무 잘해주셨는데 , 다음날 새벽에 일을 나가셔서 간다 인사도 못하고 나와서 정말 죄송했다.

첫날 묵은집

그날 밤 수첩에 쓴 메모에 이리 적혀있다.
모든게 원래 그러기로 했다는듯이 굴러간다. 걱정은 필요없다. Don't  Panic!
천천히 떠돌고 싶다. 웅크리지 않고 , 지레 걱정하지 않고. 


그렇게 긴 하루가 가고 둘째날.

느즈막히 일어나 어머니가 꺼내놓고 가신 반찬과 밥을 챙겨먹고 고구마를 싸들고 물드리네로 향했다. 짐이 없어서인지 (짐은 물드리네에 전날 두고 왔다) 자전거는 어제보다 훨씬 편했다. 밤에 지나올때는 볼 수 없었던 풍경들을 지나친다. 어제와는 다르게 바람이 거세다. 밭들, 갈대들, 자전거를 지나치면 푸드득 날아오르는 겁많은 꿩들, 가다 길을 잘 못들어 쉬는 김에 몰래 귤도 따먹고 , 파랗고 녹색인 그라데이션이 너무 예뻐서 잠시 서서 보니 브로콜리의 밭. 이렇게 저렇게 헤매면서 도착하니 11시가 다되었다. 밝은날 집을 보니 너무 좋다. 마당에는 배추, 나무 옆에 흰둥이, 뒷편에는 연못까지.



물드리네

물드리네 마당

연목

뒤켠에 있는 연못



이 앞에서 술먹으면 참 좋겠다


미선씨는 없고 선자씨 혼자 작년 감물 들였던 천에 쪽물을 다시 들이고 있다. 안에가서 몸좀 녹이고, 일할 마음이 들면 일을 시작하라며 안에 들여보내서, 우리는 들어와 연잎차를 먹었다. 난로가에서 그러고 있는데 이내 자인씨가 오셨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내가 어깨를 두드리니 자신이 전문가라 하시면 봐주시겠단다. 엎드리라더니 수건까지 가져오서셔 머리를 감싸서 뭔가 본격적으로 하신다. 전문가의 손길. 손끝이 여물다고 해야하나. 아프긴했지만 시원했다. 뭐 디스크 걸리기 쉬운 체형이라는 이야기를 하다가 몸에대해서 이야기했는데, 몸 을 돌보는것과 삶을 돌보는 것 그리고  다른 삶을 위해 활동하는것이 그래 맞다 이렇게 이어지지라고 새삼 다시 깨달았다. 이런거 너무 좋다. 몰랐던거 아니지만 어디선가 우연히 만난 사람들와 이야기하다가 이렇게 맞아떨어져 나가는거.



고구마 감자 구워먹은 난로.  이 집 겨울난방은 이 애 하나로 다 된다고.
위에 있는 돌은 잘때 하나씩 들고 들어가서 배에 올려 놓고 잔다. 완전 따듯. 해달이 된거 같기도하고.




나가서 일을 시작했다. 우리가 한 일은. 상상치도 못했고 생전 처음하는 일이었다. 이런일을 하게 될 줄이야.. 여름에 감물 들인 천을 말릴때 날아가지 말라고 송곳을 꼽아 두는데, 그 송곳을 내년에 다시 쓰기 위해 씻어두는게 일이었다. 그렇게 많은 송곳도 처음본다. 녹슬고 감물이 굳어진 송곳을 닦는데 , 그래도 금새 끝날줄 알았다. 완전 단순 노동이었는데.. 음 두시까지 하고 나니가 10분의 1이나 했나? 걱정이 엄습해온다.
밭에서 딴 배추랑 여러가지 채소들과 함께 밥을 먹고 또 한참 난로 앞에서 수다를 떨다가 다시 일을 시작했다. 날도 추운데 일은 도무지 끝날 기미가 안보인다. 5시쯤 들어가서 고구마를 먹고 아침에 미선씨가 나갔다가 외상값 대신 받아온 국수를 끓여 먹었다. 미선과 선자씨가 국수를 하도 좋아하는것을 본 한 친구가 백석의 국수라는 시를 국수먹을때 꼭 소리내어 읽어달라했다며 국수를 먹고나서는 시낭송회도 했다. 백석의 시는 역시 멋지다. 그리고 나서 내가 집에서 싸온 고구마를 또 난로에 구웠먹었는데.. 괴산 호박고구마가 여기서도 인기가 엄청 좋았다. 이왕 시작한거 끝은 봐야지 싶어 밥먹고 또 일에 들어갔다.




아 단순노동을 계속 하려니 점점 정신은 혼미해지고, 손마디 마디가 뻐근하다. 낮에는 밖에서 하다 밤부터는 작업실에서 했는데 문닫고 있으려니 세상이랑 괴리된거 같고ㅡ 무슨 새우잡이 배에 타고 있는거 같았다. 크 . 그러다 나가서 연기를 피워올리며 하늘을 보니 이야. 점점 날이 개서 하늘이 아주 맑다. 별이 총총총 . 감동적이다. 거의 밤 11시가 되어서 끌려 들어왔는데, 결국  한시간분량을 남기고  들어왔다.



이때부터 막걸리를 조금씩 먹으며 이것 저것 이야기를 했다. 귀농에 대한 이야기, 공동체의 배타성, 감시에 대한 이야기,비혼에대한이야기..  비혼이라는 말만 있고 아직 내용이 풍성하지 못하다. 비혼 공동체가 어떤 것이 되어야 하는가. 아플때도 죽을때도 그곳에서 있을수 있어야 한다는 고민, 때문에 보험에 대해서도 현실적으로 어떻게 해야하는가 등을 이야기 해보고 있다는 고민들을 들었다.

난 피곤에 못이겨 혼자 먼저 일어나 잠자리에 들었는데.
씻을까 말까 하니 "이녘 몸냥하시오" 한다. 당신 마음대로 하라는 뜻인데 몸냥이라는 말이 참 이쁘다는 이야기를 했다. 몸이라고 써놨지만 아래아 붙여서 마음이라는 의미고 몸이라고 발음되는...
몸하고 싶은대로가 마음가는대로고 마음가는대로가 몸가는대로.. 참으로 이쁘고 재미나고 편한 사람들과의 하루였다. 이런 인연들이 각각  잘 살다가 다시 잘 만나고 이어지고 하면 참 좋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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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03 15:45 2007/12/03 15:45

채식김장하는날

from 너에게독백 2007/11/20 00:29
주말동안 추석때 함께 했던 친구들과 채식 김장을 담갔다.  공*이 살고 있는 광명에 있는 자연학교에서 1박 2일 동안 일곱 여자가 모여 또 먹고 마시고 놀고 만들고 나눴다. 7가지 아름다움. 별별남. 또 한번의 평화로운 여행이었다.

원래 토요일 아침에 유*의 텃밭에 모여 무를 뽑고, 배추를 뽑아 가기로 했는데 늦게 일어나서 나는 밭에는 못가고 광명에 있는 재래시장에서 같이 모여서 장보는것 부터 시작했다. 밭에서 수확한 배추가 조금이라서 배추를 열포기더 사고, 쪽파 양파 대파도 사고 만두만들어 먹을 당면, 두부를 사서 공*의 공간으로 갔다.

짐을 풀고, 점심으로 떡볶이를 해먹고 차를 나누어 마시고는 배추 절이기에 들어갔다. 밖에서 일할거라고 엄마가 내복챙겨 입고 가라할때 흘려들었는데, 춥다. 다행히 못이기고 겨울 등산바지를 챙겨와서 견딜수 있었다. 그리고 현명한 우리들은 보온을 위해 막걸리를 한사발씩 돌렸다. 길*이 능숙하게 배추를 숭텅숭턱 네등분을 내주면 내가 꼬다리를 자르고  유*랑  공*이랑  이*가 배추를 절였다. 배추를 절이고 나니 한시간이 가고, 안에 들어와서 무를 다듬고, 양념 준비를 했다. 대파, 양파, 다시마를 끓여 채수를 준비하고, 사과, 배 , 양파를 갈아서 준비했다.  유*의 밭에서 수확한 배추는 농약같은걸 치지 않아서 벌레 먹은 잎이 많아 망사 배추가 되었고, 무는 작지만 달고 맛있었다. 배추 속으로 넣을 무는 채를 썰고 남은것은 석박지를 만들려고 뭉텅뭉텅 썰어두었다. 수다떨면서 이렇게 저렇게 일하고 있으려니까 참 뭔가 아련한 기분이 드는게 이렇게 모여살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진심으로 들었다. 모여사는것에 대해서는 은근히 두려움이 있었는데 , 이렇게 여자들끼리 부엌에 모여서 조근조근 하니 있자니 기분이 묘한게 뭔가 예전에 어디에선가 이렇게 살아 본거 같은 기분이었다.






김장만 하기로 한게 아니라, 채식만두도 만들어먹고 두부도 만들고 천연염색도 하기로해서 김장준비를 하면서 이것저것 분주하게 움직였다.  밀가루 반죽을 해서 만두 피를 만들고 - 천연염색에 쓸 치자가 있어서 반죽에 치자물도 들였다 - 두부, 신김치, 파, 양파,당면으로 만두 소를 만들었다. 상에 둘러앉아 만두를 만드는데 다들 어찌나 창의적인지, 서로 새로운 디자인의 만두를 만드느라 정신없었다. 인디언만두, 열린만두, 얼굴있는 만두, 가방만두, 리본만두, 부메랑 만두....






만두는 만드는 족족 쪄서 먹었다. 신김치가 부족해서 조금 싱거웠지만 너무 너무 맛있고 행복했다. 이게 얼마만의 만두인가! 거의 2년만에 김치만두를 처음 먹는거라니~~ 아흐흑. 사실 안식월 계획에 집에서 혼자 만두 빚어 먹는것도 있을정도 였다. 한시부터 주욱 막걸리에 만두에 고구마에 떡볶이 무에 인절미에 끊임없이 먹어대고 만들어댔다. 그렇게 많아 보이던 만두반죽도 , 소도 일곱이 모여 주물럭대니 금방 만들고 금방먹었다.  조금도 쉬지않고 뭘 하고 싶은지, 벌써 고추가루를 불려 석박지로 만들 무에 양념을 하고 , 무채에 양념을 했다. 음 우리집에서 김장할때는 배추에 속넣기전에 무에 양념했던거 같은데.. 크크 역시 나중에 물이 너무 생기더라. (고추가루도 너무 많이 넣었는지 조금많이 빨갰다 크 . 그래도 먹음직!)




그리고 잠시 앉아 쉬면서 세미나 이야기를 했던가. 여행이야기를 했던가. 지리산에는 언제가냐 중국에가자 제주도에 가자 진안에 가자 뭐 이런 소리를 하다가 정해진건 하나도 없이 고구마 줄기캐듯 가지만 뻗어 나가더니 세미나 이야기를 좀 해보자 하다.. 나는 잠이 들었더랬다. 그러다가 결국 세미나는 멀어지고 갑자가 천연염색에 돌입. 나도  부비적 일어나서 함께했다.

 준비한 소목과 치자를 물에 끓여놓았다 약간 식힌물을 가져다 놓으니 물이 너무 예뻐서 연신 감탄을 하는 친구들. 물론 나도. 뜨듯한 붉은 물 노오란물에 손을 담그고 조물조물 대며 색이 어떨까 하고 생각하고 떠드는 너희들, 어찌나 이쁘던지. 물들인 천으로 뭘할까 생각하는것도 재미있고, 천마다 색을 받아들이는 것도 다르고, 누구손이 닿았느냐에 따라도 다른거 같아 신기했다. 매염제로는 소금을 쓰기로 해서, 염색물에 조물조물하다가 소금물에 헹궜다가 다시 염색물로 가져갔다하기를 원하는 색이 나올때까지 반복했다. (사실 원하는 색이 나오기를 바라는건 아닌거 같고 하고 싶은 만큼 하는거 였던거 같다)



위에 그림이 소목물이다. 새빨간 물이었는데, 실상 천에 들인 색은 다홍빛이 나거나 진분홍 같았다.
어느정도 한뒤에 천을 실에 꿰어 천장에 널었다. 햇볕에 말리면 안되고 줄에 널어걸면 자국이 생긴다고 실에 꿰어 넌다고 했다. 색색 천을 널어놓으니 더 예쁘더라 , 뭐가 될지 모르겠지만 .. 빨리 말랐으면 하고 몇번씩 만져 봤다.







나는 천으로 별로 하고 싶은게 없어서 조금 짜른 천을 중간중간 묶어서 치자물을 들였다. 마지막에 소목물에도 반정도 담가 보고. 그래서 맨 오른쪽 같이 되었는데, 결국에는 대안생리대 주머니로 쓰라고 괴상하게 꿰매서 이*에게 선물로 주었다. 크

아, 그리고 중간에 생*이 도토리 가루를 가져와서 묵을 만들어서 식혀놓고 있었는데, 이 반짝반짝한것들이 11월에 내 생일이 있었고 곧 유*의 생일이라면서 묵케잌을 만들어서 파티를 열어주었다. 채식하고 처음 먹는 케잌. 듣도보도 못한 묵케잌.



자연학교 뒷편에 있는 정자 같은 곳에 올라가서 야밤의 파티를 열었다.
추워서 덜덜 떨면서도 , 생일맞은 사람들은 조금 있다가 오라면서 열심열심 세팅을 하더니 이런 작품을 만들었다.




이야. 초코케익같아. 묵위에 국화꽃잎과 인절미에 붙어있던 흑임자 가루로 데코레이션. 그리고 밀랍초를 꽃았다. 흐흐 "왜 태어났니~" 노래를 "잘 태어났다" 라고 불러주니, 정말 죽기에 좋은날이구나 싶은 생각이 절로 든다. 장난스런 생*은 결국 내얼굴에 묵을 찍어 발라 묵사발을 냈다. 히히. 결국 저도 당했지.

그렇게 막걸리를 한잔돌려먹고 묵을 먹고 다시 내려와서 절여뒀던 배추를 씻었다. 어찌나 바람이 불고 춥던지, 야밤에 그러고 있으니까 동네 할머니들이 지나시면서 어이구 이밤에 김장을 해요 하시며 한마디씩 하고 가신다. 그래도 사람이 많아서 금새 일을 하고 들어와서 슬쩍 뒷정리를 하고 모여앉아 막걸리를 마셨다. 막걸리야 뭐 일시작부터 계속 달고 있었고, 세미나 이야기도 조금 들추다가 역시 딴길로 새서, 연애이야기, 독립이야기, 귀농이야기등을 하다가 이내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두부도 해야 하고, 김치도 마무리 해야 겠기에.

아침에 내가 제일 늦게 일어났다. 늦게 일어났다해도 8시 반이었는데, 그새 다들 일어나서 부엌에서 복닥거리고들 있다. 이미 밤새 불려놓았던 콩을 반쯤 갈아 놓고 두부 만들기를 하고 있더라. 그사이 어제 무에서 자른 무청을 삶아 뒀던걸로 국을 끓여서 아침밥을 준비한 친구도 있고. 아침을 먹고, 한쪽에서는 두부를 만들고 한쪽에서는 배추에 속을 채웠다.



두부는 무간수두부로 만들기로했는데, 불린콩을 갈아 베보자기에 넣고 짜서 고운 가루만 모은다. 나머지는 비지로 쓰고, 그렇게 모은 것들을 콩불릴때 쓴 물을 넣고 끓였다 (이거 맞나. 나는 배추속넣느라 슬쩍슬쩍만봐서리.. 크) 이때 기름을 넣는다. 끓일때는 바닥에 눌지 않도록 주걱으로 계속 저어주고.. 그러다가 어느 순간 거품이 화악 끓어올라 넘칠거 같은 상태가 되면 불을 끄고 식초와  소금을 붓고 뚜껑을 덮어 놓으면 엉긴다. 콩 500 그람에  기름 , 식초, 소금 2숟갈씩.


두부가 엉기길 기다리면서 모여앉아 어제 염색한 천을 가지고 바느질을 하기시작했다. 별로 하고 싶지 않은 사람은 누워서 자기도하고 그냥 구경하기도하고 떠들기도하고.햇볕이 들어오고 조용하고 참 평화로운 시간이었다.




중간에 두부를 확인하러 나가봤더니 , 잘 엉겨 있었다. 이상태에서 퍼먹으면 순두부. 한국자씩 떠서 먹었는데 따끈한게 맛있더라. 소금이 많이 들어가서 조금 짭짤하긴했지만. 이 상태에서 틀에 베보자기 같은걸 놓고 이걸 부어서 물이 빠지길 기다리면 두부가 되더라. 이 위에서는 무거운것으로 눌러주고.. 우리는 물을 떠서 위에 올려 놓았었다.




자, 한참 지나니 한쪽은 예쁘게 두부가 되었다. 그래서 12월 생일을 맞을 생*과 길*의 케익을 두부로 만들어주기로 했다. 아래 사진에서 동그란 백설기 같은게 두부(베보자기가 너무 촘촘해서 콩이 잘 안짜지길래 고운체에 걸렀더니 아무래도 우툴두툴 거칠거칠한 투박하니 멋진 두부가 되었다.) 완성작이고,  접시에는 김치속, 국그릇에 순두부, 컵에는 막걸리..




친구들이 다 모이길 기다리면서 이*과 유*이 과일을 깎아 올려 데코레이션을 했다. 달기지 같아. 우리들은 어떻게 이렇게 아이디어가 넘치지?캬캬




그 , 그래서 다 모여서 케잌을 하려는 찰나 _ 부엌에서 쿵 쏴아~~하는 소리가 난다. 모두들 깜짝 놀랐다가 서로의 얼굴을 보더니 우악 두부!하며 뛰쳐나간다. 쏴아.. 파도소리.. 나는 뭐 뛰어나가나 걸어나가나 물바다겠거니 하면서 어슬렁 나갔다. 역시 두부 굳힌다고 올려놓은 물 한동이가 자빠졌다. 부엌은 물난리.
우리는 끊임없이 뭘해야 하는 팔자인가 보다. 하면서 이역시 즐겁게 치웠다. 덕분에 부엌은 대청소.




열심 열심 치우고, 케익을 하고 두부와 비지찌개와 함께 점심을 먹고, 한참 바느질을 하고 막걸리를 마시며 놀다가 저녁에 다되어서야 아쉽게 서울로 올라왔다.

커다란 여행가방에 김치통을 우겨넣고, 손에는 비지와 두부 우거지 만두를 싸들고 ..
여행을 다녀오는 기분으로 , 또 새로 떠나는 기분으로 돌아왔다.
인연들이 참, 고맙고 신기하다.

이 주 뒤에는 진안에 가기로 했는데,  벌써 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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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20 00:29 2007/11/20 00:29

탕수두부

from 보라색부엌 2007/08/28 13:58
일요일날 사무실에 가서 탕수두부를 해먹었다. 엠티때 해먹을까 했으나 시간도 없고, 배에 더이상 공간이 없어서 , 남겨온 재료들로.. 언제나 그렇듯 아래 재료로 꼭해야 하는것은 아니다. 목이버섯이니 표고버섯이니 하는것도 넣더라. 내가 가진건 저거 밖에 없으니까.

# 재료 (2인분?)
청피망 반개, 홍피망 반개, 양파 반개, 사과 4/1개,당근 1/3, 오이 1/3, 두부 1모(작은 두부라, 새송이 버섯을 좀 썰어서 함께 준비했음), 소금, 후추
물2컵, 설탕이나 요리당 3큰술, 식초 3큰술,간장 2큰술, 녹말물(감자전분2큰술:물2큰술) 

#조리방법
1. 물에 요리당, 식초를 넣고 맛을 본후 (적당하게 달고 새콤한지. 나는 아마 3큰술씩 넣었다고 생각됨, 나중에 더 넣기도 했음), 간장을 넣으면서 색깔과 간을 맞춘다.
2. 간이 맞으면 녹말물을 조금씩 넣으면서 저어준다. 껄쭉해 질때까지.
3. 깍둑썰기를 해놓은 피망 양파 와 반달썰기를 해놓은 오이 당근 사과를 소스에 넣는다.
4. 살짝끓이다가 불을 끄고 야채가 저절로 익도록 둔다.
5. 두부를 깍둑썰고, 두부가 부족하면 새송이를 양감있게 대충 썰어서 후라이팬에 굽는다.
원래 튀기는 요리지만, 기름처리도 어렵고 별로 튀기지 않아도 맛있지 않을까 싶어서 구웠다.
구울때 소금간을 하고 후추를 조금 뿌려준다.
6. 접시에 두부와 버섯을 담아내고  소스를 끼얹는다.

총 조리시간은  25분정도 였던듯.





맛 :
소스가 조금 덜 달고 덜 껄죽했던거 같다.
그런대로 상큼하고 싱거운것이 밥대신으로 괜찮았음.
술생각이 나더군.

다른 이야기

튀기지 않은것은 참 잘한거 같다.
튀김 요리는 기름을 버릴때 오염이 많이 일어나고, 일단 버릴 기름이 많이 생긴다는 점에서 낭비인것 같다. 어떤 방법의 조리법을 선택하는것도 어떤 기준이 필요한거 같은데, 오늘 순두부 찌개에 고추기름을 꼭 만들어서 넣어야 하냐, 그냥 고추가루 넣어도 되는데 낭비아니냐라고 했더니 그럼 모든 재료를 따로먹지 그러냐는 소리를 들었다. 어차피 배속에 들어가면 다 똑같다면서.참. 상대가 이런식으로 나오면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핵심은 그 맛을 위해서 우리가 무엇을 잊어버리고 망가뜨리고 있는지를 이야기 하고 싶었던건데. 어떤 것을 만드는 과정에는 여러가지가 고려된다. 요리에서는 분명 맛이나 영양이 최고로 고려된다. 그렇지만 그게 맞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않을까? 맛있는것을 추구하는것은 나쁘지 않지만, 우리는 무엇을 맛있다고 생각하는가는 다시 따져볼 필요가 있다. 사회적으로 맛있다고 인정되는 맛은 무엇일까? 그 맛을 내기 위해서 우리는 어떤 공정을 거처 그 요리를 만들어내고 있을까? 이런것을 생각해야 한다는 생각이 요즘에 많이 든다. 이를테면 얼마나 긴시간 열을 사용하고 , 얼마나 많은 부분을 버리고 오염시키는지, 그 재료를 얻기 위해서 어떤 폭력을 저지르고, 누군가에게서 그것을 착취하는지 생각해보고 다른 방법을 찾을수 있다면 찾는 쪽이 좋다. 구조가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거대담론을 이야기하는것도 중요하지만 왜 이런 고민은  '어차피'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안되는것으로 쉽게 미뤄버리고 심지어 웃어 넘기는걸까?

맛있는게 좋으니까?



요즘 좀 잠자코 있었는데, 이제 다시 사무실 식탁에서 사람들을 불편하게 할거다. 그렇다고 상처주거나 비난하겠다는건 아니야. 그러지 않고 잘 하기. 그래도 말할때는 당당하게 할말 하기.








*기름을 덜쓰면 설거지가 편하고, 세제나 물을 덜쓰게 된다
*날로 먹을수 있는건 날로먹자
*어려우면 조리시간이 짧은것으로 하자
*싱겁게 먹자(설탕의 대안을 찾아봐야지)
*그릇을 적게 쓰는 요리를하거나 밥을먹을때 그릇을 적게 꺼내자
*이 속에서 쾌락을 찾자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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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28 13:58 2007/08/28 13:58

07/08/14 낙서

from 그림독백 2007/08/16 13:20

8월 14일 사회운동포럼 (http://smf.or.kr) 도움닫기 워크샵 "페미니즘의 거울에 비춰본 사회운동"에 참여하러 갔다가 낙서.

 

클릭하면 큰그림.


 

티셔츠 만들기 , 언제 하지?

필통은 언제 만들고 ! 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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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16 13:20 2007/08/16 13:20

채식 갈등 -1

from 보라색부엌 2006/01/15 00:19

채식에 관심이 생긴것은 몇년쯤 된것 같지만.
아직 이해 혹은 납득 되지 않는 점이 많은것 같다. 그래서 언젠가는 시작하겠다고 막연히 생각만 할뿐 계속 망설여 온 것이다. 


평상시 내 상차림은 사실 원래도 거의 채식하는 사람의 상차림이랑 비슷하다. 고기 싫어해서 일부러 만들어서 먹는일이 없고, 생선도 별로 좋아하지 않고 계란은 혐오수준이었고(지금은 참고 먹기도함), 우유도 별로 좋아 하지 않으니까. .물론 나는 채식을 한게 아니라 편식을 한것이라서 주위사람들한테 욕도 많이 먹었고, 스스로도 부끄럽다고 생각해왔다. 육질이 보이는 고기는 안먹지만 스팸같은것은 맛있게 먹고, 소시지도 먹고 피자도 먹는다. 우유는 안먹지만 치즈는 정말 좋아하고,계란은 안먹지만 빵이나 스파게티-까보나라 같은것을 잘 먹는다. 그래도 평상시에 채식과 다름없는 식단을 선호하기 때문에 채식하는게 별로 어려운일이 아닌것 처럼 생각되서 마음만 먹으면 고기 금단 현상 같은 것은 적어도 없이 할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반찬을 마련하는 문제나 사람들과 함께 밥을 먹을때의 문제만 잘 해결할수 있다면..

 

그런데 마침 목요일 오늘까지 2박3일동안 참석한 제4회인권활동가대회에서 채식에 관한 수다를 떨 기회가 생겼었다. 몇몇가지 주제로 나누어서 방을 나누고 참여자들이 주제를 선택해서 모이는 수다방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그중 '작은 행성을 위한 식사'라는 수다방에 참여해서 몇몇 관심을 가진 사람들과 채식에 대한 오해/ 편견/ 혹은 반론/ 그리고 의문들/ 경험담등을 형식없이 둘러 앉아서 이야기 해봤다.

수많은 경험담과 의문들이 자연스럽게 오고 갔고 시종일관 끄덕이면서 들었지만 끝으로갈수록 정리되지 않는 기분이 들었다. 채식을 하는 여러가지 이유중에서 자본주의적 대량생산으로 인한 환경파괴/제3세계노동력 착취등의 사회/정치적인 문제에 대한 저항에 한방법이라는데 동의하기 때문에 나도 시작하고 싶다고 계속 생각해 온것인데.. 그래도 그럼 시작하자! 하고 명쾌한 기분이 들지 않는것이 왜그런지.. 그게 풀리지 않았다.

그러다가 그 갸우뚱하고 고민하던 일군의 무리가 뒷풀이 자리에서 뭉쳐서 같이 1달만 해보자고 제안을 해왔다. 일단 시작해보면 뭐가 문제인지, 할 수 있을지 알 수 있지 않겠냐, 그리고 혼자 하는것 보다 같이 하는것이 더 재미있고 도움이 되지 않겠냐는 이유에서 였다. 이야기 하는 동안은 설레면서-새로이 알게된 사람들과 일을 꾸민다는점에서- 난 당장 할 수 있다고 했다. 뭔가 풀리지 않는 것은 시작해보면 실체가 드러나겠지 싶은 마음으로..

술먹은 탓에 제공하는 식사는 일단 거르게되었으니..(급식메뉴는 주반찬이 늘상 고기반찬이다-_-) 오늘부터 시작을 해봐?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매점에 가서 두유랑 과자 에이스를 하나 사들고 나와서 배를 채웠다.일단 표시된 성분만으로 봤을때는 일단 문제는 없어보였다. 그리고 차를 타고 올라와 서울역에 내렸는데. 오랜만에 서울역에 내렸더니 던킨도너츠가 보였다. 사실 던킨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크림치즈"는 좋아한다. 크림치즈를 발라먹는 베이글.. 베이글은 빵이니까 문제 없겠다 싶어서 일단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자세히 보니 각 도너츠 마다 성분이 표시되어있는데, 계란 버터가 기본으로 들어간다.. 유제품은 일단먹기로 하고 (-_-) 베이글 성분 표시를 보니. 쇼트닝이라는게 있다. 자세히 보니 "쇼트닝(돼지)"라고 되어있다. 돼지?? 돼지기름을 이야기 하나보다. 웁스. 여지껏 먹었던 베이글이 돼지기름으로 만든거였단 말인가?

 

여기서 부터 갈등이 시작되었다.


크림치즈를 발라 먹고 싶은데. 베이글이 아니면 발라먹을 대안이 안보이고, 그리고 맛도 없어 보였다. 한참을 도너츠 앞에서 서성이다가 결국 베이글을 사서 먹었다. 쇼트닝이라는걸 만들기 위해서 돼지를 키운것은 아니니까 먹어도 되지 않을까? 하는 합리화를 하면서 말이다. 그치만 역시 상쾌하게 먹을 수 있을리 없었다.

 

나는 먹는 내내 생각해야했다.

 

'돼지기름 냄새가 나는것 같기도하군..

기분 탓 이야. 그리고 그런 냄새가 어때서? 여태까지 먹었으면서..

아아 크림치즈는 역시 맛있다.
그런데 이런 말초적인 기쁨을 포기할 수 있을까?

맛있는 것을 먹고 싶다는 욕구가 자본주의적인 욕망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채식...취향같아 보이는게 마음에 걸린다. 나한테 그런 마음이 있는건가? 

취향인 줄 알았는데 저항이다?

저항의 한 방법이 되려면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할까?

자본주의적 생산 방식에 의해서 나온 고기가 아니라면, 그러니까 옛날처럼 뒤뜰에서 키우면 고기를 먹어도 될까? 어쩌다 사냥을 해서 잡은 고기라면?

최소한의 오염과 피해를 주는 방식이라면 육식은 정당화 되겠지?

지금도 양을 몰고 다니는 유목민들이 있잖아?

그런데. 그럼 누구나 고기를 먹을 수는 없지 않을까?

지금도 물론 그렇기는 하지만. 이를테면 먹을 것을 필요에 따라서 배분하는 사회라면 고기를 먹고싶어 하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누구나 맛있다고 생각하는것을 먹을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대량생산 방식은 정당화 될까?

아마도 고기를 꼭 누구나 공평하게 먹어야 하는데 그 방식이 어떤 식으로든 폭력과 불평등을 낳는다면 그런 생산 방식자체를 막아야 할까?

혹은 누구도 육식을 하지 않도록 해야 할까???

모든 사람들이 채식을 하면 굶는 사람이 줄어들까? 이론적으로는 그렇지.

아 애초에 나는 정말 정치적 목적으로 채식이 하고 싶었던걸까? 편식에 대한 핑계를 만들고 싶었던걸까?'

머리가 점점 복작복작 거린다. 쓰고보니 말도 안 되는 것 같은  시비들을 스스로 걸면서 계속 말꼬리잡기식으로 생각을 하다보니, 베이글이 콧구멍으로 들어갔는지 입으로 들어갔는지..

 

자료를 찾아보기도 해야 할것 같고 직접 해보면서 결론을 내리는게 좋겠다는 잠정적 결론을 내렸다. 쇼트닝 한번 먹었다고 아 몰라 몰라~이제터는 아무거나 그냥 먹어버릴래!라고 할수는 없었다. 왠지 마음이..

 

(앗 지금 깨달았는 데,이미 아침에 천하장사 소시지도 사서 먹었네..!)

 

(어제)저녁은 집에서 먹었다. 삶은 양배추+쌈장, 치즈를 비빈 밥, 김치, 김, 밥 이렇게해서. 원래 장조림이 놓여 있었는데 어차피 나는 안먹는 반찬이었기때문에 별 갈등은 없었다. 저녁은 별 노력 없이 넘어가게 된것 같다. 밥먹고 간식으로 집에 있던 호두와 귤을 먹었다. 그렇지만 끝내 떡국과 장조림을 권하는 엄마에게 나 채식하려고 생각 중이라는 말은 못했다.

 

다음날 아침 밥상에는 동태전이랑 북어국 김치 김 장조림이 있었다. 생선을 즐겨 먹지는 않지만 동태전과 북어국은 평소에는 먹는데. 두개다 먹지 않았다. 집에서 먹는것은 남겨도 다시 다른 사람이 먹을수 있으니까 괜찮다고 생각한다. 역시 치즈 비빈 밥과 김치랑 김만 먹었다. 점심은 어쩌다 거르게 되었고 3-4시쯤에 과자 다이제랑 초코바를 사다가 먹었다. 이건 굶는거지 채식이 아니잖아라는 생각을 슬슬 하게 되었다. 배는 많이 고프지 않았지만 왠지 즐겁지 않았다.

 

저녁 역시 과자를 먹었더니 별 생각이없었고, 퇴근하기 전에 생맥주를 마셨다. 단백질 공급을 위해 안주로 두부김치를 시켰는데...아뿔사 참치가 섞여있었다. 뭐 생선을 먹는 채식도 있긴하지만 애초의 내가 계획한 원칙에는 위배된다. 그래도 먹었다. 남기는 것 보다는 나으니까.(결국 차시간에 늦어서 다 못먹었다;;)


그래서 뭐 매일 내 식단을 적을수는 없고..이쯤해서 결론을 내자.

 

-이틀간에 글을 쓰면서. 먹으면서의 잠정 결론-

 

채식을 제대로 못하고 있기는 하지만 내가 무엇을 먹고 무엇을 소비하고 있는가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볼수 있었다. (용사는 깨달음을 얻었다. 띠링~)

 

채식을 하려면 여러가지 준비가 필요하겠다.

거의 밖에서 사먹는 음식에는 뭐가 들어있는지 모르고, 언제나 고기 한점쯤은 들어가 있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나는 매끼니를 해먹을 수는 없는 형편이고. 그리고 집에서는 채식을 하더라도 엄마가 해주는 밥을 얻어먹는 입장에서는 반창투정이 되기 십상이니 평소처럼 암말 않고 잘 먹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우선 스스로 먹을 거리를 적극적으로 마련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과자만 먹다가 영양실조 걸릴게 분명하다. 그런데 나는 음식을 하는 훈련이 되어있지 못하다.  채식을 내일부터 해야지 마음먹는다고 해서 쉽게 되는것이 아니다. 조사도 필요하고 귀차니즘을 이겨낼 정신적/이론적 무장-_-도 필요할 것 같다. 자 .. 길을 떠나기전에 필요한 아이템들을 주우러 가보자.. 아무래도 실행은 좀 더 두고 봐야겠다.

 

그리고 또 하나, 채식하는 사람을 대할때 혹은 내가 채식이라는 것을 생각할때 느껴지는 불편함 거슬림. 이게 꼭 내가 뭐라고 하면 너는 왜 그렇게 예민하니? 따지니?라고 되묻던 사람들의 그 거슬림과 같은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더 고민해보고 싶다.
불편하고 거슬린다는 이유로 귀찮아하고 무시해버리면 안될것 같아서.

그리고 채식에 관란 수다를 떨던날.
<매트릭스>가 또 생각났다.
<매트릭스>에서 배신때리고 매트릭스로 돌아가는 "사이퍼"는 맛없는 죽대신 허구의 맛난 스테이크를 원했다. 나는 이장면에서 "사이퍼"의 마음에 상당히 공감했었다.

 

내일은 뭘먹나.



 

관련글: 채식주의 수다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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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1/15 00:19 2006/01/15 0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