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싸다가 옛 편지를 모아둔 상자들을 오랜만에 열어봤다.초등학교때 부터 받은 편지들을 신발 상자에 모아뒀는데, 두상자나 된다. 뭐를 그렇게 써서 주고 받았는지. 하나하나 까서 읽어보니 역시 가관이다. 수험표도 발견해서 중학교때 얼굴 고등학교때 얼굴을 봤는데. 와우. 나 중학교때 좀 이쁘더라. 뽀얗고 똘망하니.... 근데 고3때부텀 약먹은애 같다. 눈은 풀려가지고 입주위에는 뭐먹은 자국에다가 아, 주접.
수많은 편지에 공통된 문장들이 꼭 나온다. 이를테면 "공부열심히해 / 나 죽었어 공부하나도 안했는데 / 우리 우정 영원히 변치 말자 / 나는 네가 너무 좋아 " 이런 문장들에 아무튼 공부안되고 공부열심히하고 어쩌고하는 내용들이다. 그리고 중간에는 " 아 너무 횡설수설이다. 미안 " 뭐 이런 말이 꼭 들어가고. 재미있다. 내 편지도 어디서 이렇게 모여 있으려나? 상상만해도 얼굴 화큰거린다.
이제는 연락이 끊어진 친구들이 거의 모두. 편지 보냈던 친구들 중 딱 하나 연락하고 있구나. 심지어 얼굴 기억안나는 녀석도 여럿이다.몇몇 편지는 역시나 내가 좋아하고 동경했던 이들의 것인만큼 여전히나 유별나고, 감동적이다. 보고 싶다. 뭐하고 있으려나?
명문들을 뽑아봤다. 웃다가 눈물난다.
"글쎄 내 짝이 전학 왔는데 하루라도 잘난척을 안하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애야. 첫날은 자기 아빠가 사장님이래나?...(중략)넷째로 자기차가 그랫죠래나?가 아니라 그랜저래나? 아이고 차에 카폰도 있데나? 정말 잘난애야. 개네 집에 가니까 게네 엄만 더하드라야! 게네집에 가니까 나보고 공부잘하니?그러드라 어우 역겨워 아무튼 방학해서 그꼴안봐다행이다. (중략)
p.s 이편지지는 원래 향수편지지다. 자스민향이래. 돈아까우니까 열심히 맡아. 외숙모 파마 하러 갈때 놀러갈께. 성적좀 가르쳐줘. 저번쓴 니 편지보다 글자수가 많을꺼야 골치아파서 못세겠으니까 세어봐 저번보낸 네편지 글자수는 410자정도 되더라. "
-초6 이**
그랫죠래나?에서 감탄.
어우 역겨워에서, 쾌감.
성적좀 가르쳐줘에서 비애.
410자에서 폭소.
글씨체도 호쾌하다.
"야, 근데 우리가 이렇게 서로 시를 주고 받으니깐 정말 60.70년대 문학소녀같다. 디게 재밌다. '이장희'가 정말 27살에 죽었니? 정말 나의 예민한 감수성은 그에 시에 이끌려서... 정말 난 요절한 사람을 좋아하나봐. 맘에 드는 사람을 보면다 젊은 나이에 미처서 죽더라. 나두 그렇게 되면 어떻하지"
-중3 이** (위의 어린이와 동일인물)
귀여워 죽겠어!
내가 아마 '봄은 고양이로다'를 적어 보냈나보다.
"지금 남의 나라가 전쟁을 하든 굶어 죽든간에 우리는 나는 잘먹고 잘살면 만사 O.K인가? 그냥 난 나대로 살면 되나? 우리가 전쟁한다고 그 나라가 도와주는것도 아닌데 나는 나대로 살면 되지 않을까? 그렇다고 그런거 신경쓴다고 되는일 하나없고 ......그냥 그렇게 살면 되는걸까?
'인류'라는 것, '인류애'내지는 '박애'라는거. 그것도 정신이 날조한 공상에 지나지 않는가? 오직 개인, '나'라는 자신만이 삶의 척도일까?"
-고1 이**(위의 어린이들과 다른 인물)
오 이런 편지도 썼었단 말인가. 새삼 놀랍다. 내 편지들은 뭐라고 쓰여져있을까.
(뭐 안봐도 뻔하다. 다 버려졌기를...오)
산 비둘기
--장콕토
두마리의 산비둘기가
상냥한 마음으로
사랑을 하였습니다.
그 나머지는
차마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중학교때 특별히 친하지 않았던 친구한테 받은 편지 중 봉투에 쓰여져 있던 시,
장콕토? 라고 하며 새삼 보니 재미있는데? 크크 편지내용도 담백하니 좋아서 너무 귀엽고 끄덕댔다는.
뭐 자기는 국교시절 친구들이 미웠는데, 나를 비롯 우리반 친구들로 인해 착한 친구가 있다는걸 알겠되었다는 내용이다.
"난 너무 감격스러워. 내 자신이 이런걸 깨달을 수 있단 사실이 ."
그러게, 너무 감격 스러웠겠다.
수많은 편지에 공통된 문장들이 꼭 나온다. 이를테면 "공부열심히해 / 나 죽었어 공부하나도 안했는데 / 우리 우정 영원히 변치 말자 / 나는 네가 너무 좋아 " 이런 문장들에 아무튼 공부안되고 공부열심히하고 어쩌고하는 내용들이다. 그리고 중간에는 " 아 너무 횡설수설이다. 미안 " 뭐 이런 말이 꼭 들어가고. 재미있다. 내 편지도 어디서 이렇게 모여 있으려나? 상상만해도 얼굴 화큰거린다.
이제는 연락이 끊어진 친구들이 거의 모두. 편지 보냈던 친구들 중 딱 하나 연락하고 있구나. 심지어 얼굴 기억안나는 녀석도 여럿이다.몇몇 편지는 역시나 내가 좋아하고 동경했던 이들의 것인만큼 여전히나 유별나고, 감동적이다. 보고 싶다. 뭐하고 있으려나?
명문들을 뽑아봤다. 웃다가 눈물난다.
"글쎄 내 짝이 전학 왔는데 하루라도 잘난척을 안하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애야. 첫날은 자기 아빠가 사장님이래나?...(중략)넷째로 자기차가 그랫죠래나?가 아니라 그랜저래나? 아이고 차에 카폰도 있데나? 정말 잘난애야. 개네 집에 가니까 게네 엄만 더하드라야! 게네집에 가니까 나보고 공부잘하니?그러드라 어우 역겨워 아무튼 방학해서 그꼴안봐다행이다. (중략)
p.s 이편지지는 원래 향수편지지다. 자스민향이래. 돈아까우니까 열심히 맡아. 외숙모 파마 하러 갈때 놀러갈께. 성적좀 가르쳐줘. 저번쓴 니 편지보다 글자수가 많을꺼야 골치아파서 못세겠으니까 세어봐 저번보낸 네편지 글자수는 410자정도 되더라. "
-초6 이**
그랫죠래나?에서 감탄.
어우 역겨워에서, 쾌감.
성적좀 가르쳐줘에서 비애.
410자에서 폭소.
글씨체도 호쾌하다.
"야, 근데 우리가 이렇게 서로 시를 주고 받으니깐 정말 60.70년대 문학소녀같다. 디게 재밌다. '이장희'가 정말 27살에 죽었니? 정말 나의 예민한 감수성은 그에 시에 이끌려서... 정말 난 요절한 사람을 좋아하나봐. 맘에 드는 사람을 보면다 젊은 나이에 미처서 죽더라. 나두 그렇게 되면 어떻하지"
-중3 이** (위의 어린이와 동일인물)
귀여워 죽겠어!
내가 아마 '봄은 고양이로다'를 적어 보냈나보다.
"지금 남의 나라가 전쟁을 하든 굶어 죽든간에 우리는 나는 잘먹고 잘살면 만사 O.K인가? 그냥 난 나대로 살면 되나? 우리가 전쟁한다고 그 나라가 도와주는것도 아닌데 나는 나대로 살면 되지 않을까? 그렇다고 그런거 신경쓴다고 되는일 하나없고 ......그냥 그렇게 살면 되는걸까?
'인류'라는 것, '인류애'내지는 '박애'라는거. 그것도 정신이 날조한 공상에 지나지 않는가? 오직 개인, '나'라는 자신만이 삶의 척도일까?"
-고1 이**(위의 어린이들과 다른 인물)
오 이런 편지도 썼었단 말인가. 새삼 놀랍다. 내 편지들은 뭐라고 쓰여져있을까.
(뭐 안봐도 뻔하다. 다 버려졌기를...오)
산 비둘기
--장콕토
두마리의 산비둘기가
상냥한 마음으로
사랑을 하였습니다.
그 나머지는
차마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중학교때 특별히 친하지 않았던 친구한테 받은 편지 중 봉투에 쓰여져 있던 시,
장콕토? 라고 하며 새삼 보니 재미있는데? 크크 편지내용도 담백하니 좋아서 너무 귀엽고 끄덕댔다는.
뭐 자기는 국교시절 친구들이 미웠는데, 나를 비롯 우리반 친구들로 인해 착한 친구가 있다는걸 알겠되었다는 내용이다.
"난 너무 감격스러워. 내 자신이 이런걸 깨달을 수 있단 사실이 ."
그러게, 너무 감격 스러웠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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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으로 빛나는 그랫죠~♬
수묵화 그리기 하던 무렵엔 애들이랑 이상한 난초를 열나 그리고 그 옆에 누누누구 보시오 어쩌고 하는 고답적 문체 흉내의 편지를 주고 받던 생각이 나는구나. 우하하 근데, 짐 안싸고 참 느그지시오. 축하하오- 크 -ㅅ-) 집들이에 불러주시면 열 일 제끼고 한 달음에 가리다.
아...편지라..
초등학교 이후로 한번도 써보지 않은..편지...=_=;
410자ㅜㅜㅜㅜㅜㅜㅜ 진짜 폭소 ㅋㅋㅋㅋㅋㅋㅋ
거한/ 응? 그랑죠?
디디/ 하하 난초.. 집들이는 곧 하긴할텐데 당신 언제가?
여울바람/ 저는 고등학교때 엄청 열심히 주고 받았던듯. 별내용도 없는데..
뎡야/ 그쵸그쵸. 그 친구 대학교때 어떻게 같은 학교가게 되서 한번 길에서 마주쳤는데 그 이후 연락두절. -_-;; 왜그랬지?
그랫조. 캬캬캬캬캬캬
우리 우정 영원히 변치 말자
-> 친구한테 버림받은 마법사가 어린이들에게 이것을 주입시키는 것 같아요. 왜 다들 이 말은 꼭 할까요?(나 포함)
염둥이/ 세상에 안변하는거 없단거를 예감하고 있었기 때문아닐까요? 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