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해당되는 글 4건

  1. 편지 (8) 2008/01/20
  2. 아, 사랑 (14) 2007/12/26
  3. 사랑-아토포스 (6) 2007/12/12
  4. 사랑해야 하는 딸들 (11) 2005/01/03

편지

from 너에게독백 2008/01/20 01:00
짐싸다가 옛 편지를 모아둔 상자들을 오랜만에 열어봤다.초등학교때 부터 받은 편지들을 신발 상자에 모아뒀는데, 두상자나 된다. 뭐를 그렇게 써서 주고 받았는지. 하나하나 까서 읽어보니 역시 가관이다.  수험표도 발견해서 중학교때 얼굴 고등학교때 얼굴을 봤는데. 와우. 나 중학교때 좀 이쁘더라. 뽀얗고 똘망하니.... 근데 고3때부텀 약먹은애 같다. 눈은 풀려가지고 입주위에는 뭐먹은 자국에다가 아, 주접.

수많은 편지에 공통된 문장들이 꼭 나온다. 이를테면 "공부열심히해  / 나 죽었어 공부하나도 안했는데 / 우리 우정 영원히 변치 말자 / 나는 네가 너무 좋아 " 이런 문장들에 아무튼 공부안되고 공부열심히하고 어쩌고하는 내용들이다. 그리고 중간에는 " 아 너무 횡설수설이다. 미안 " 뭐 이런 말이 꼭 들어가고. 재미있다. 내 편지도 어디서 이렇게 모여 있으려나? 상상만해도 얼굴 화큰거린다.

 
이제는 연락이 끊어진 친구들이 거의 모두. 편지 보냈던 친구들 중 딱 하나 연락하고 있구나. 심지어 얼굴 기억안나는 녀석도 여럿이다.몇몇 편지는 역시나 내가 좋아하고 동경했던 이들의 것인만큼 여전히나 유별나고, 감동적이다. 보고 싶다. 뭐하고 있으려나?

명문들을 뽑아봤다. 웃다가 눈물난다.

"글쎄 내 짝이 전학 왔는데 하루라도 잘난척을 안하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애야. 첫날은 자기 아빠가 사장님이래나?...(중략)넷째로 자기차가 그랫죠래나?가 아니라 그랜저래나? 아이고 차에 카폰도 있데나? 정말 잘난애야. 개네 집에 가니까 게네 엄만 더하드라야! 게네집에 가니까 나보고 공부잘하니?그러드라 어우 역겨워 아무튼 방학해서 그꼴안봐다행이다. (중략)

p.s 이편지지는 원래 향수편지지다. 자스민향이래. 돈아까우니까 열심히 맡아. 외숙모 파마 하러 갈때 놀러갈께. 성적좀 가르쳐줘. 저번쓴 니 편지보다 글자수가 많을꺼야 골치아파서 못세겠으니까 세어봐 저번보낸 네편지 글자수는 410자정도 되더라. "
-초6 이**


그랫죠래나?에서 감탄.
어우 역겨워에서, 쾌감.
성적좀 가르쳐줘에서 비애.
410자에서 폭소.
글씨체도 호쾌하다.


"야, 근데 우리가 이렇게 서로 시를 주고 받으니깐 정말 60.70년대 문학소녀같다. 디게 재밌다. '이장희'가 정말 27살에 죽었니? 정말 나의 예민한 감수성은 그에 시에 이끌려서... 정말 난 요절한 사람을 좋아하나봐. 맘에 드는 사람을 보면다 젊은 나이에 미처서 죽더라. 나두 그렇게 되면 어떻하지"
-중3 이** (위의 어린이와 동일인물)

귀여워 죽겠어!
내가 아마 '봄은 고양이로다'를 적어 보냈나보다.


"지금 남의 나라가 전쟁을 하든 굶어 죽든간에 우리는 나는 잘먹고 잘살면 만사 O.K인가? 그냥 난 나대로 살면 되나? 우리가 전쟁한다고 그 나라가 도와주는것도 아닌데 나는 나대로 살면 되지 않을까? 그렇다고 그런거 신경쓴다고 되는일 하나없고 ......그냥 그렇게 살면 되는걸까?
'인류'라는 것, '인류애'내지는 '박애'라는거. 그것도 정신이 날조한 공상에 지나지 않는가? 오직 개인, '나'라는 자신만이 삶의 척도일까?"
-고1 이**(위의 어린이들과 다른 인물)

오 이런 편지도 썼었단 말인가. 새삼 놀랍다. 내 편지들은 뭐라고 쓰여져있을까.
(뭐 안봐도 뻔하다. 다 버려졌기를...오)



산 비둘기
--장콕토

두마리의 산비둘기가
상냥한 마음으로
사랑을 하였습니다.

그 나머지는
차마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중학교때 특별히 친하지 않았던 친구한테 받은 편지 중 봉투에 쓰여져 있던 시,
장콕토? 라고 하며 새삼 보니 재미있는데? 크크 편지내용도 담백하니 좋아서 너무 귀엽고 끄덕댔다는.
뭐 자기는 국교시절 친구들이 미웠는데, 나를 비롯 우리반 친구들로 인해 착한 친구가 있다는걸 알겠되었다는 내용이다.

"난 너무 감격스러워. 내 자신이 이런걸 깨달을 수 있단 사실이 ."


그러게, 너무 감격 스러웠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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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20 01:00 2008/01/20 01:00

아, 사랑

from 너에게독백 2007/12/26 01:11
응 그래.
나도 사랑해.

당신과 당신들과 당신과
헤어지고
돌아오는 버스안에서.
그런 말을 속으로 했다.
말하니까 더 크게 번저나간다.


아, 이런 사랑도 있구나,
사랑이라는것은 이런거구나.
올 한 해 계속 배운다.


미움 가득한 마음을
눈녹듯 순간으로 찾아 온 사랑도 있었고,
우주선을 타고 온 사랑도 있었고,
깔깔깔 여행같은 사랑도 있었고,
따뜻한 물 같은 사랑도 있었고,
말없이 맥주를 건네던 사랑도 있었고,
노래같은 사랑도 있었고,
농담같은 사랑도 있었고,
부지불식간에 찾아와 있던 사랑도 있었고,
히치하이커같은 사랑도 있었고,
함께 살고 싶은 사랑도 있었고,
떠나고 싶은 사랑도 있었고,
삼켜버리고 싶은 사랑도 있었고,
시를 쓰게하는 사랑도 있었다.
참 많다.


어떻게 이렇게 만나고 헤어지고 하는걸까.
만날때가 되서 만나고,
헤어질때가 되어서 헤어진다고
생각은 하지만,
그 끝이 어떠하든,
참으로 고맙고 행복했다.


정말 오늘 그런 마음이 들게 한
당신과 당신들과 당신에게
너무나 감사한다.
여행은 이제 시작.
동행에도 작별에도 익숙해지는 나.
그리고 문득, 내가 준 상처들.
고마워요. 용서는 구하지 않을께.


목구멍까지
물이 차오르듯
사랑이 넘친다.


이런 느낌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이 되다니,
이것도 많은 순간들 중에 순간이겠지만,
너무 신기하지. 꼭 술에 취한것 처럼.


여전히 어색하지만,
그래도 용기내어
마음으로라도
당신에게 포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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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26 01:11 2007/12/26 01:11

사랑-아토포스

from 너에게독백 2007/12/12 01:20
내가 사랑하고 또 나를 매혹시키는 그 사람은 아토포스(atopos)다.

아토포스는 장소를 뜻하는 그리스어 토포스(topos)에서 유래한 말로 접두사 a는 결여, 부정을 나타낸다. 따라서 이 말은 어떤 장소에 고정될 수 없다는, 더 나아가 정체를 해아릴 수 없다는 데에서 소크라테스의 대화자들이 소크라테스에게 부여했던 명칭이다.

롤랑 바르트, 『사랑의 단상』

진은영,『순수이성비판, 이성을 법정에 세우다』에서 재인용






알 수 없는, 고정될 수 없는,
그대는 얼마나 매혹적인가.
그리고 고통스럽지만 얼마나 즐거운가.
그대는 난시청지역.
난 오늘도
지붕위에 올라가 안테나를 만저본다네.
한마디 말이 시가되고 (내마음에 주단을 깔고 , 산울림)
드르륵 요청되는 존재의 허들넘기.



허들넘기라는 표현은 적절치 않은가.







아무튼 독후감이랄까.
오랜만에 책 참 재미있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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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12 01:20 2007/12/12 01:20

사랑해야 하는 딸들

from 만화 2005/01/03 20:15

지하철에서 오랜만에 산 만화책, "사랑해야 하는 딸들-요시나가후미 作"을  비닐을 조심스럽게 뜯어 읽기 시작했다.
실은 이미 잡지에서 본것들인데, 다시 보면서 눈물을 질금 거리고 목막혀 했다.
전에 볼때는 그런 정도의 감동은 아니었는데, 아마도 단편단편 보던것이 하나로 좍 꿰어지는 점이 감정을 움직였나 보다.


하나의 단편단편이 완결된 이야기가 되고, 나름의 메시지를 갖고 그것을이 모여서 퍼즐처럼 또 하나의 이야기 아니 여러개의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만화 구성을 좋아한다.(비슷한 종류의 구성을 가진데다 굉장히 추천하고 싶은 만화라면 역시 아이카와 사토루의 푸른하늘이다.)


[사랑해야 하는 딸들]은 5개의 딸들 이야기로 엮여 있다.

중심 인물격인 유키코와 그녀의 엄마 마리의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를 통해서 다양한 여성들의 심리, 상황, 현실 , 문제들을 풀어낸다. 요시나가 후미의 탁월한 점은 감정이 과잉되지 않는 선에 그녀만의 표정을 담아낸다는데 있다. 게다가 그녀의 만화는 말이 그림에 비해 많은 편이고 그림은 정적인 편인데,그것이 또한 매우 적절하다.




1화는 30살의 유키코 - 50살의 엄마 마리 - 유키코 보다 어린 엄마의 재혼상대 켄의 이야기

2화는 여대생 타키지마 마이코 - 켄의 친구이자 민법을 강의하는 대학 시간강사 이즈미 키요타카의 이야기 (의욕가득한 민법에 나온 인물인가 의심됨..)

3화는 맑시스트 할아버지의 "사람을 차별하지 말고 평등하게 대해라" 라는 말그대로 자라 정말 누구나 평등하게 대하는 모두를 사랑하는, 혹은 사랑하지 못하는 사야코- 유키코의 대학 친구이야기

4화를 보다가는 결국 눈물이 조금 나와버렸는데..

유키코는 준이라는 남자와 결혼을 하고나서 맞벌이를 하는데도 집안 일은 여자의 책임이고 남자는 도와줄 뿐이라는 것을 생활로 조금씩 조금씩 체감 하면서, 중학교 시절을 떠올린다.
유코, 토모 유키코는 중학교때 친했는데 그중 유코라는 애는 남녀평등에 대해서 제법 어른스럽게 논하는 똑똑한 아이었고 토모도, 유키코도 유코보다는 어렸지만 생각이 잘 맞았다.
그들이 커가면서 마주하게되는 참혹하고 무거운 현실은 건조하고 압축적으로 잠깐잠깐 보여지는데, 점층에 반복의 수법을 쓰니, 괴로워질 수 밖에..
그래도 자매애랄까? 그런게 느껴져서 목이 메었다.


공무원과 민간기업 중 어느쪽이 좋은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와중 유코는 이렇게 말한다 "난 반드시 민간 기업에서 정년때 까지 일할거야. 여자한테 있어 아직 일하기 힘든 민간기업에서 노력하는 편이 나중에 일할 여자들을 위해 도움이 될테니까."

이런 유코는 꿈을 하나씩 포기하게 되고, 공무원쪽을 택하겠다던 토모도 일이 잘 풀리지 않는 와중, 시청 공무원 유키코는 남편과의 미묘한 갈등때문에 세월속에 잊혀진 그들을 기억해 내고 그들에게 엽서를 보낸다.


최종화는 딸 유키코와 엄마 마리 , 딸 마리와 엄마 마리의 엄마(할머니) 이야기다.
역시 감동적.

모두들 연결되어있다, 자매같은 친구로 엄마와 딸로 할머니와 손주로 ..
사랑하고, 미워하고, 정말 다른 개성 넘치는 딸들 이야기.



덧. 중학생 유코의 이말에도 정말 맞장구..
이젠 어떤면에선 진부한 말이지만, 그래도 맞장구.(진부하다니 슬프다)

"그치만 나도 남자라면 집안일은 부인한테 전부 떠맡길걸? 그리고 결혼해도 같이 맞벌이 하고 싶다는 여자한테 마치 마음 넓은 남자인것 처럼 이렇게 말을 하는거야.[일은해도 상관없지만 집안일은 제대로 해야 돼]라고 말이지.

-결국 여자는 싸우는 수 밖에 없는거지. 손해를 보는 쪽에서 불평을 털어 놓는수 밖에 없어. 안그럼 가정내의 남녀평등이란 절대로 성립못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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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03 20:15 2005/01/03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