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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문경새재, 가은 작은방 (7) 2008/10/07
9월 15일 월

앞으로 일주일정도 장기 여행 예정인 나와 [이], [붕]의 일정이 문경 - 괴산 - 상주 - 함양- 산청이라 , 차를 가지고 내려가는 길인 [들]이 하루더 함께 여행할겸 차를 태워주기로 했다. 일단 문경으로 향했고, 거기서 걸을만한곳을 걷자 했다. 차에서 [들]이 문경새재길이 예쁘다했고 안가본 사람이 많아 그럼 한번 가보자 하고 문경새재.

음 다행히 입장료는 없어졌다. 근데 입구부터 사람이 많아 역시 관광지로세. 이런곳을 굳이 걸어야 하나. 하면서 좀 그랬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오길 잘했다 싶다. 한번 가봤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보다. 3관문까지 걷는 길을 꽤 길었고, 길도 예쁘고 무엇보다 맨발로 차 없는 곳에서 그야말로 '초록, 초록'인 곳을 걸으니 좋았다. 예정에 없었지만 좋구나. 이런것도 좋네. 조금 같이 보조를 맞추어 걸으며 떠들다가 이내 각자의 속도로 따로 또 같이 걸었다. 발바닥에 찬기운, 깔끄러움, 따가움, 부드러움, 춤추는 것같은 당신의 뒷모습. 너리너리 발바닥 바지자락. 어딘가를 바라보는 뒷모습들.

 







여러가지 생각이 머리속을 저어다녔던 것 같은데 기억 불명.
내려오는 길에 도토리묵, 두부김치를 먹고 [들]과 무슨무슨 이야기를 나름 집중해서 하며 내려왔고,
해넘어가고 가은에 도착.

가은에 귀농해서 살고 계신 [박**]씨가 참여하고 있는 "작은방"이라는 마을 공동체 공간에서 하루 자기로했다. [박**]씨가 운영하고 있는 천연염색 옷집에 들려 옷구경도 하고 차도 마셨다. 만나본 친구들에게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실제로 보니 더 매력적인 분이 었다. 음 뭐랄까 세련되기도 했고 자기만의 색이 확실해 보이기도 하고 선이 굵고 진한? 근데 안불편하고 친근한? 두렵지 않은.  그분이 입고 있는 옷이 너무 멋져서 다들 감탄을 했는데 , 바지가 좋다 하니 당장 벗어 주신다. 내가 입으니 너무 커서 매무새가 전혀 달랐지만 암튼 좋아라 얻었다. 여벌 바지를 들고 가지 않았었는데 덕분에 여행내내 그 옷으로 편하게 다녔다. 지금도 집에서 입고 있다.  같이 왔던 [들] , [반] 은 옷도 사고 , [리]도 이쁜 분홍 바지를 얻어가지고 아쉬움을 뚝뚝 흘리며 부산으로 김해로 내려갔다. [들]은 진짜 아쉬워 보였는데.. 왜 이제서야 이리 좋은데로 왔냐 하면서. 그래서인지 여행이 끝나고 계속 [들]이 생각났다.

[박**]씨가 마을에 친구분이 생일이라서 축하해주러 갈건데 같이 갈꺼냐 해서 그것도 재미있겠다 싶어 함꼐 나섰다. 무슨 공원 같은데서 만났는데, 파티자리를 생각하고 갔더니 생일이라는분 딱 한분 앉아 계서서 살짝 머슥했다. 그래도 생일 축하 해주고 술좀 먹다 보니 좀 피곤한 일도 생기도 피곤하기도 하고 해서 우리들은 슬그머니 꽁무니를 뺐다.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인 "작은방"은 상당히 쾌적한 공간이었다. 요며칠 노숙을 해서 그런게 아니라.. 나무로 직접만든 책장이며 마루며.. 부엌도 있고.. 이곳은 마을 사람들. 아이들이 서로 뭔가 공부하고 싶은게 있으면 제안하고 서로 가르쳐주고 그외의 모임들도 하고 하는데 쓰는 공간이라고 한다. 여기저기서 실험들이 이루어지고 있구나. 내가 생각하는 미래들이 이미 현재이구나 싶은게 기분이 좋더라. 술도 한잔하고 피곤도 몰려오니 금새 잠이 들었다.



그날밤 그 공원에서 엄청난 현장을 포착한 사진이나 굳이 설명하지 않겠다.

9월 16일 화

가은, 작은 방에서 6시쯤 일어났다. [생], [이] 일어나서 밥을 앉히고 두부, 콩나물을 사다가 콩나물 된장찌개, 콩나물 무침을 해서 [박**]씨를 모셔다 아침을 함께 먹는다. 아침부터 하늘재라는 곳에 가기로 했기 때문이다. 전날 [박**]씨가 하늘재에 갔다가 온천을 가면 어떻겠나는 말에 [이]가 두손을 모으며 눈을 빛내면서 "온천? 우와 나 한번도 안가봤어!"라고 의외로 호응을 생긴 계획이다. 게다가 나는 이전 여행내내 달거리 중이었기때문에 너무 씻고 싶어 완전 땡큐였고..

하늘재가 가까운 덴줄 알았는데, 차를 타고 가야 하는곳이었다. 음 또 차를 탔다. 이런.. 상당히 긴시간.. 게다가 어제 거처온 문경쪽. 이게 어찌된 일인가 좀 씁쓸해하면서 갔지만, 하늘재 좋았다. 모시풀, 여뀌등의 풀들이 염색재료라는 이야기도 듣고  사람도 없는 숲속 오솔길같은 느낌이라 마음이 막 평안해졌다. 그리고 신나기도했고. 그 생명들..





내려와서 기대하고 고대하던 온천. 난 친구들이랑 목욕탕에가서 처음으로 같이 다니는 거라 기분이 진짜 신기했다. 그 전에 사무실 엠티때 같이 온천 찜질방같은데 간적 있지만 서로 부끄러워서 데면데면 하고 마주치지 않으려 했기에;;;  암튼 다정한 느낌. 온탕에 들어갔다 냉탕에 들어갔다. 몸에 피가 순환되는 저리저리한 느낌. 노천탕에도 가보고. 다 다르게 생긴 몸들. 부드러운 느낌. 등도 밀어주고. 말랑말랑한 느낌.  냉탕에서 쏟아지는 물을 맞고 있는 뒷모습들. 아름다워. 증기 사우나 . 목매달린 사람같이 수건을 얼굴에 감싸고 서있던 사람. 사람들이 벌거벗고 증기속에 앉아 있는 풍경. 비현실적이면서 상당히 현실적인. 육체들. 그림으로 그리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잠시했다. 발갛고 부드러운 얼굴 상쾌한 느낌. 럭셔리한 여행
이구나야.


[생]은 오늘 낮에 서울로 올라가야 하기에 12시 반쯤 정리하고 나와서 점심을 먹으러 갔다.  점심 상도 완전 화려했고. 여러 나물들, 야채들을 먹고, 먹느라 정신없어 [생]의 배웅도 생략하고 보내버렸다. 그렇게 그렇게 먹고 남은 것들을 빈 통에 싸가지고 이제 짐을 메고 괴산 수진의 집으로 떠난다. 하필이면 낮 2시 뙤약볕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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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07 14:01 2008/10/07 1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