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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걷다가 돌아와서 2 - 마지막날의 노래 (12) 2007/09/30
마지막 밤-추석날 밤은, 무주 시외버스터미널 앞에서 노숙을 했다.
육각형 경비초소같이 생긴 분위기 좋은 버스정류장에서.
정확히는 무주군을 도는 무료 셔틀버스 승객 대기실이었다. 적어도 그날밤은 아무도 찾지 않을거 같아보이는.

그곳은 창문도 있고, 미닫이 유리문으로 공간을 완전히 닫을수도 있게 되어있어서,
7시 반쯤인가 도착한 우리는 거기서 술판 수다판을 벌였다.

처음에는 갑자기 긴장이 풀어져서 여행중 가장 시끄럽고 상기된 상태로 떠들어댔다. 여행에 함께한 S의 친구 목소리가 섹시한Y 가 무주에 마침 와있어서 그이가 집에서 가져온 과일들과, 그이가 사준 두부 두모, 옥수수에 행복해하며 막걸리를 돌리니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이년 저년 미친년해대며 아구가 빠질정도로 웃어댔다.

그러다 오줌이 마려우면 주차된 버스 뒤로 가서 오줌을 누고, 다시 정류장으로 들어오다가 바닥에 드러누워 별도보고 하다보니 흥분은 막걸리와 함께 익어버리고 조근조근한 분위기로 스륵 넘어가더라. 그러다가 G가 낮에 약속했던 대로 인디언의 노래를 두곡 우리에게 가르쳐 주었다.





녹음을 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G의 목소리는 여행내내 내 기분을 달뜨게 했던거 같다. 특히 이 날 밤은.
그리고 노래를 같이 부르면서 작은 버스정류장을 울리던 다섯개의 목소리들은 정말 신비로웠다.
I의 말대로 우리가 하나하나의 행성이고 우주인것 같은 기분. 달의 기운은 차오르고, 자유로운 영혼들은 뒤섞여 울림을 만들어내.. 육각형 공간을 채우니
우주인이라도 만날거 같았어.

내가 최초의 그날, 귀찮아서 혹은 자격이 될까싶어서 재다가 선유도로 안나갔다면, 아니 I와 K가 내게도 메일을 보내주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만나지 못했겠지? 그런 생각을 하다가 사람 만나는건 참으로 신기한 일이구나 싶었다.


우리는 노래를 틈틈히 했고,
그러면서 공책에 써뒀던 시도 같이 읽었고,
그날까지의 우리의 여행에 대해서 느낌을 말로 나눠봤고,
그러는 사이 달을 보러 길건너에가기도 했고 산책을 나가 다같이 날아보기도 했다.


잠자리는 날이 습하고 공간도 문제가 있었는지 이적 잔중에 가장 습하고 좁게 자서 모두들 새벽에 한번씩 일어나긴했지만 원더풀한 밤이었다. 새벽에 S는 Y의 차를 타고 먼저 올라갔고, 나머지 넷은 6시에 일어나 짐을챙기고 대전행 버스를 타기 위해 시외버스터미널 대합실로 갔다.

오랜만에 화장실에서 양치질을 하고 세수를 했다. (양치질이래야 그냥 물묻혀서 치솔질, 세수도..)
나는 하나 남겨뒀던 가장 깨끗한 티셔츠로 갈아입고, 속옷도 갈아입고 버스에 올라탔다.
버스에 자리가 많아 각자 한자리씩 창가를 차지하고 앉아 올라갔다. 잠이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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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30 02:25 2007/09/30 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