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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그냥 꿈이지만...

울 동네 기러기들은 올땐 무지 시끌벅적하게 온다.

어김없이 가을이 되면 찾아 와 시끄럽게 소리친다.

낯선 곳에 왔지만 새로움을 만끽하는 것 같다.

그들의 목소리와 모습에서 그런 마음을 느낄 수 있다.

나도 새벽을 가르는 그들의 소리가 너무 크지만 싫지는 않다.

정겹고 내가 사는 이곳이 이국적인 기러기의 소리로 새롭게 느껴진다.

얼마간 지내다보면 기러기들도 이 고장을 닮아 점점 조용해진다.

서로 동화되는 것이다.

그렇게 겨울을 지내다가 봄이 되어 돌아갈 땐 조용한 새가 되어 소리도 없이 가버린다.

기러기들은 본능에 충실한 동물이다.

나 왔다고 꽥꽥 소리지르고...배고프면 다가와 먹고 있는 빵도 빼앗아 간다.

그리고 아주 사회적인 동물들이다.

직접 민주주의 방식의 토론(?)을 잘 하는데...

연설을 하는 대장 기러기의 기조 발제가 끝나면 제각기 한마디씩 질러대다

다시 대장의 '꽥꽥' 소리에 찬물을 끼얹듯 조용해진다.

물썰매를 즐겨 타면서 여유를 갖고 긴 여행의 피로를 푼다.

비자도 없이 이 나라 저 나라 오가며 마음대로 사는 기러기들.

 

어떨 땐 인간들이 기러기만도 못한 삶을 영위하는 것 같다.

비자가 없인 여기서도 저기서도 꼼짝을 못하고

터잡고 10년을 살아도 쫒겨나고...

추방되고...

뭐 이러냐. 젠장

 

"기러기처럼 자유로와라!"

 

인간들도 기러기처럼 살았으면 좋겠다.

이주 노동자들이 와서 더불어 사는 것도 정겹고

살다보면 서로 인정되고 동화되고 수용하고.

내가 외국 나가 산다 해도 의심 받지 않고 쫓겨나지 않고

신원조회 당하지 않고

상호 반갑게 맞아주고 .....

서로 어우러지는 그런 세상에서 살았으면 좋겠다.

현실이 그렇지 못하니까 그냥 이건 꿈이지만.

하지만 궁극적으로 인간들이 꿈꾸는 사회는 가장 자연적인 형태에 도달하는 것이리라.

이주 노동자 미누씨의 추방을 보며... 인간들의 세상을 다시 한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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