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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 사진을 찍는 분들을 위해 ①(7)
    말걸기
  2. 2008/05/21
    이명박을 고양시장으로!(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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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2008/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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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2008/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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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2008/05/15
    글 쓰기 어렵네(3)
    말걸기
  8. 2008/05/03
    (10)
    말걸기

디지털 사진을 찍는 분들을 위해 ①

 

말걸기[]에 관련된 꽤나 지겨울 수 있는 글이나 나름 쓸만한 정보를 담은 글.

 

 

많은 분들이 디지털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이 글은 그분들 중 누군가를 위해 정리한 정보입니다. 많은 분들은 여기에 정리한 내용을 무시하고 디지털 사진을 찍습니다. 당연하게도 이 내용을 무시하고 디지털 사진을 찍어도 상관없습니다. 많은 분들이 사용하는 카메라는 여기의 내용을 충족시킬 수 있는 기능이 없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보다 더 좋은 화질의 사진을 찍어야 할 목적과 이유가 있다면 이 글은 도움이 될 겁니다.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그래서 쉽게 쓰려고 애썼는데 그게 쉽지 않았습니다. 긴 글을 읽고 의문이 생긴다면 바로바로 덧글, 트랙백을 달아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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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 사진의 계조1)와 노출2)

 

1) 계조(gradation) : 사진 화상에서 농도가 가장 짙은 부분에서 가장 옅은 유효농도부까지의 농도 이행단계.

2)노출(exposure) = 빛 쬐기 : 사진촬영 시 필름(또는 CCD 등 감광재료)이 감광하는 데 가장 적합한 광량(光量)을 필름(또는 CCD 등 감광재료)에 비추는 조작.

 

디지털 사진의 계조와 노출에 대해서 얘기하기 전에 '비'라는 제목으로 공개된 사진 중 하나를 다시 봅시다.

 

ⓐ 최종 이미지 (ⓑ에 비하면 엄청나게 풍부한 계조를 지닌 이미지)

 

이 사진은 비가 내리는 가운데 북한산 자락에서 105mm 망원 렌즈로 촬영한 디지털 사진입니다. 비가 올 때 산 위에서 멀리 내려다 보는 도시의 전경을 사진에 담으면 자동적으로 이렇게 밝은 영역과 어두운 영역을 골고루 표현할 수 있을까요? 콘트라스트가 엄청나게 강한 필름이나 CCD가 있다면야 모를까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이 디지털 사진의 '원본 데이터'는 아래에 가깝습니다.

 

ⓑ 원본 데이터에 가까운 이미지. (어딜 봐도 계조가 풍부하지 못한 이미지 / ⓑ 자체는 원본 데이터가 아니라 8bit JPG 이미지임에 주의)

 

뿌옇게 보이는군요. 어두운 영역은 없고 밝은 영역으로만 이루어져 있으니 형체를 알아보기도 힘들 정도입니다. 만약 노출을 더 어둡게 했다면 아마도 전체적으로 중간 회색톤으로 이루어져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어느 것이나 '계조'가 풍부하지 못한 것이지요. 그럼 왜 밝은 영역으로만 이루어지도록 찍었을까요? 이 또한 노출 결정에서는 상당히 중요한 점이니 뒤에서 설명하겠습니다.

 

ⓑ에 가까운 디지털 데이터가 나름 풍성한 계조를 지닌 ⓐ의 이미지로 되는 과정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이 과정과 함께 디지털 사진의 노출을 결정하는 방법도 설명하겠습니다.

 

 

1. 디지털 사진이 찍히는 과정과 파일 포맷

 

 

디지털 사진이 찍히는 과정

 

필름에 해당하는 디지털 카메라의 이미지 센서인 CCD(CMOS)에 빛을 쬐 주면, CCD의 각 픽셀에 도달한 빛의 세기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변환됩니다. 그 다음에 노이즈를 제거하고 컬러 값을 계산하는 등의 조작을 거쳐 이미지 파일을 만듭니다.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빛 → CCD(CMOS) → A/D 컨버터 → 디지털 데이터 → 컬러 값 계산 등 → 디지털 이미지

 

연속적인 자연의 빛이 디지털로 변환된다는 것은 불연속적으로 기록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그 불연속적인 단계를 몇 단계로 두느냐에 따라 화질이 달라집니다. 빛의 세기를 표현하는 단계가 많을수록 표현되는 색의 수도 많고 계조도 풍부할 것입니다. 그 단계는 디지털답게 2의 승수로 나타냅니다.

 

8 bit 이미지는 2의 8승인 256단계로 기록을 하고, 12 bit 이미지는 2의 12승인 4,096 단계로 기록을 합니다. 8 bit에서는 완전한 검정을 0, 하양을 255로 해서 그 사이에 254 개의 회색의 단계를 둔다는 뜻입니다.

 

8 bit : 256 단계의 계조

12 bit : 4,096 단계의 계조

 

② 디지털 사진의 포맷

 

디지털 카메라는 주로 JPG 포맷이나 RAW 포맷으로 찍습니다. 렌즈를 교환할 수 있는 DSLR은 RAW 포맷을 지원합니다. 일명 '똑딱이'라 불리는 컴팩트 디카 중에는 RAW 포맷을 지원하는 기종도 있고 그렇지 않은 기종도 있습니다.  RAW 포맷으로 사진을 찍으면 데이터에 니콘은 NEF, 캐논은 CRW라는 확장자가 붙습니다.

 

그럼 JPG와 RAW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첫째, 쉽게 말씀드리자면 JPG는 '디지털 이미지'이고 RAW는 '디지털 데이터'입니다. 디지털 이미지는 각 픽셀마다 빛의 삼원색인 R(red), G(green), B(blue)의 값이 정해져 있습니다. 그러니까 JPG는 각 픽셀마다 RGB값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RAW는 그렇지 않습니다. RAW는 각 픽셀의 컬러 값을 계산하기 이전이므로 RAW는 각 픽셀에 빛의 세기만을 기록하고 있을 뿐입니다. JPG와 RAW의 두번째 차이는 bit 수입니다. JPG는 8 bit, RAW는 12 bit(또는 14 bit)입니다.

 

JPG : 디지털 이미지 / 8 bit

RAW : 디지털 데이터 / 12 또는 14 bit

 

그럼 여기까지의 결론은 바로 이것입니다. 컬러 값 계산 등을 거치지 않은 디지털 데이터인 RAW 포맷으로 사진을 찍는 것이 풍부한 계조를 갖는 좋은 화질의 이미지를 얻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입니다.

 

작은 카메라보다는 좋은 소프트웨어가 설치된 컴퓨터가 컬러 값 계산 등 디지털 데이터를 디지털 이미지로 변환하는 과정을 잘 수행할 것입니다. 카메라는 ⓑ에 가까운 디지털 데이터를 ⓐ이 이미지로 변환할 능력이 없습니다. 물론 카메라는 자동으로 해 주고 컴퓨터의 소프트웨어는 사람이 조작해야 합니다.

 

(좋은 화질의 이미지를 얻는 조건은 CCD의 능력에도 달려 있습니다. 당연히 고가의 카메라의 CCD가 좋겠지만 최근에는 '똑딱이'의 CCD 성능도 많이 좋아지고 있으니 무조건 고가의 카메라에 집착할 이유는 없으며 자신이 필요로 하는 수준의 화질을 얻을 수 있는 카메라만 있으면 되겠지요. 어쨌든 여기서는 CCD 능력은 물리적인 요소니 설명 않겠습니다.)

 

 

2. ⓑ에 가까운 원본 데이터를 ⓐ로 만드는 과정

 

 

① 디지털 데이터를 디지털 이미지로

 

디지털 데이터를 디지털 이미지로 변환하는 소프트웨어는 디지털 카메라에 내장되어 있을 것입니다. 이 소프트웨어는, 사용자가 설정한 카메라의 옵션을 적용해서 자동으로 디지털 이미지인 JPG를 생성할 것입니다. 그 옵션이라면 화이트 밸런스, 역광 모드, 색상, 계조 따위 등이 있습니다.

 

컴퓨터에서 사람이 조작하는 소프트웨어로는 포토샵의 플러그인인 Camera RAW, Ligthroom, Capture NX, C1pro 등 다양합니다. RAW 파일 포맷은 아직 세계 표준이 없어서 카메라마다 RAW 파일의 성격이 조금씩 다른 데다가 이를 다루는 소프트웨어도 조금씩 다릅니다. 같은 RAW 파일이라도 소프트웨어에 따라서는 색감과 계조가 달리 연산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최종 생성되는 디지털 이미지는 조정하는 사람이 결정하는 것이므로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RAW 편집 소프트웨어라면 별 문제는 없습니다.

 

여기서는 포토샵의 플러그인인 Camera RAW를 사용해서 디지털 이미지를 생성하는 과정을 보여드리겠습니다.

 

② Camera RAW로 원본데이터를 ⓐ로 만드는 과정 : RAW 편집

 

먼저 원본 데이터를 Camara RAW로 열었을 때의 화면을 봅시다.

 

ⓒ 원본데이터를 Camera RAW에서 열었을 때의 화면

 

왼쪽에는 이미지가 보이는데 이것은 현재의 디지털 데이터인 RAW 파일을 그대로 디지털 이미지로 변환한다면 생성될 이미지를 보여줍니다. 오른쪽에 많은 바들이 있어서 뭔가 조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디지털 사진에서 가장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맨 오른쪽 위의 히스토그램입니다.

 

ⓓ ⓒ의 히스토그램

 

히스토그램을 보면 그래프가 오르쪽으로 쏠려 있는 것이 보일 것입니다. 왼쪽은 어두운 영역을 오른쪽은 밝은 영역을 표시한다는 게 한 눈에 들어옵니다. 그럼, 밝은 영역으로 쏠린 계조를 어두운 영역에서부터 밝은 영역까지 펼치기 위해 우선 '노출(exposure)' 값부터 조절하겠습니다.

 

ⓔ ⓒ를 -2stop 어둡게 조절 (1stop 어둡다는 건 빛의 양이 절반으로 줄었다는 뜻)

 

오른쪽 바에 'exposure'라는 바가 있는데 이것이 '-2'가 되도록 왼쪽으로 옮겼습니다. 그랬더니 ⓔ처럼 전체적으로 중간 회색으로 변합니다. '-2'가 의미하는 바는 빛의 양을 4배 줄였다는 뜻입니다. 노출 시간을 1/4로 줄였거나 조리개를 조여서 빛의 양을 1/4로 줄인 것과 비슷합니다.

 

ⓕ ⓔ의 히스토그램

 

이제 히스토그램이 중간으로 몰렸습니다. 다음은 'Tone Curve'를 조작함으로써 그래프가 양쪽으로 펼쳐지도록 하겠습니다.

 

ⓖ ⓔ의 '톤 커브'를 조절한 결과

 

톤 커브를 조절해서 ⓔ에서 상대적으로 밝은 영역은 더 밝게, 상대적으로 어두운 영역은 더 어둡게 만들었습니다. 형태가 보일 정도로 콘트라스트가 강해지고 계조도 많이 풍부해졌습니다.

 

ⓗ ⓖ의 히스토그램

 

이는 히스토그램으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래프가 밝은 영역과 어두운 영역에 걸쳐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칼라를 흑백으로 전환하고 콘트라스트도 좀 더 강하게 하고 선명하게 만드는 조작을 했더니 다음관 같아졌습니다. 흑백으로 전환한 이유는 한 가지입니다. 흐린날 색이 칙칙해서 그렇게 한 것입니다(뒤집으면 색을 제대로 못 만들겠다는 뜻입니다).

 

ⓘ ⓖ를 흑백전환, 콘트라스트, 선명하게 하기 등 조절

 

ⓙ ⓘ의 히스토그램

 

ⓘ를 보니 ⓐ와 거의 똑같습니다. 히스토그램을 보니 쫙 펼쳐졌군요. 그런데 이것은 아직 RAW 파일 상태로 디지털 이미지는 아닙니다. ⓘ의 오른쪽 아래 'Open Image' 버튼을 눌러 포토샵에서 JPG로 저장을 한 이미지가 ⓐ입니다. 모든 RAW 파일 편집 소프트웨어는 디지털 데이터를 JPG나 TIFF 파일로 저장할 수 있습니다.

 

③ 만약 JPG로 촬영했다면?

 

만약 애초에 JPG로 촬영해다면 ⓐ처럼 계조가 어두운 영역에서부터 밝은 영역까지 골고루 퍼져 있는 이미지로 만들 수는 없을까요? 당연히 있습니다.

 

그런데 RAW로 촬영해서 RAW 편집 소프트웨어도 조정한 후 이미지로 전환한 경우와 JPG로 촬영해서 포토샵과 같은 이미지 편집 소프트웨어로 조정한 이미지의 화질에는 큰 차이가 발생합니다. 전자는 자연스러운 계조를 띠는 반면 후자는 거친 계조로 이미지가 볼품이 없어집니다.

 

두 이미지를 한 번에 비교하기 위해 ⓐ도 다시 보여드리겠습니다.

 

ⓐ RAW로 촬영한 후 Camera RAW에서 계조 조정 후 JPG로 전환한 이미지

 

ⓚ JPG인 ⓑ를 포토샵에서 계조 보정한 이미지

 

ⓐ보다는 ⓚ가 확실히 거칩니다. ⓚ의 노이즈는 형태를 뭉개기까지 합니다. 한 눈에도 ⓚ는 만족스럽지 못한 이미지입니다.

 

두 이미지를 포토샵에서 보여주는 각각의 히스토그램을 보겠습니다.

 

  

ⓛ 왼쪽은 ⓐ의 히스토그램, 오른쪽은 ⓚ의 히스토그램

 

왼쪽 히스토그램이 오른쪽보다 확실히 부드러운 그래프를 보여줍니다. 오른쪽 히스토그램은 툭툭 끊어지는 듯한데 이는 이미지의 계조가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걸 표로 보여줍니다. 아마도 실력 있는 사람이라면 ⓚ보다는 좋은 이미지를 만들었겠지만 한계는 명확합니다.

 

④ RAW(12bit)에서 편집하면 이미지의 화질이 유지되는 이유

 

ⓚ의 히스토그램이 이렇게 된 이유는, 밝은 쪽으로만 몰려 있던 픽셀들을 어두운 쪽으로도 왕창 늘이면서 빈공간이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8bit JPG 이미지인 ⓑ는 256단계의 밝기 중 약 1/3 가량의 밝은 회색 단계로만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를 250단계가 넘는 회색으로 펼친 게 ⓚ입니다. 자연스럽게 펼쳐질 리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12bit RAW로 촬영해도 전체 계조의 1/3밖에 사용하는 것이니 이를 전체 계조인 4,096으로 펼치면 이것도 당연히 자연스럽게 펼쳐질 수 없는 것 아닐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모든 출력(카메라 LCD, 컴퓨터 모니터, 프린터 등)이 8bit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최종 이미지는 4,096단계가 아니고 256단계라는 것입니다. 전체 단계의 1/3 밖에 없는 12bit RAW라고 해도 8bit인 256단계의 계조로 표현하기에는 무리가 없는 것입니다. 주욱 들여도 메워지는 것이지요.

 

카메라 LCD, 컴퓨터 모니터, 프린터 등 모든 이미지 출력은 8bit

 

만약에 애초의 12bit RAW 데이터가 4,096 단계를 골고루 가졌다면 최종 이미지를 생성하고자 할 때 더 많은 가능성이 있을 것입니다. 밝은 영역의 계조를 더욱 강조할 수도 있고 어두운 영역의 계조를 더욱 강조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사실 ⓐ가 더욱 세밀하게 계조를 갖지 못한 이유는 촬영 당시의 조건 때문에 밝기가 한쪽으로 쏠려 찍혔기 때문입니다. 특히 어두운 부분의 건물들이 자기만의 질감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3. 디지털 사진의 노출

 

 

① 히스토그램에 담긴 의미

 

이제까지 12bit RAW로 촬영했다면 계조 조정의 폭이 넓어진다는 사실을 설명했습니다. 그럼 12bit RAW로 촬영한다면 어둡게 찍거나 밝게 찍거나 적정한 밝기로 찍거나 상관없이 나중에 컴퓨터로 조절하면 좋은 화질의 이미지를 얻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 원본 데이터의 히스토그램

 

원본 데이터의 히스토그램을 보면 가장 밝은 쪽으로 그래프가 몰려 있습니다. 이렇게 촬영한 이유는, 어두운 영역보다 밝은 영역이 더 많은 색정보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히스토그램의 오른쪽(밝은 영역)이 왼쪽(어두운 영역)보다 많은 색정보를 지님

 

어두운 곳에서 조명없이 촬영해야 하거나 빠른 셔터속도를 확보하기 위해 어둡게 찍을 때가 있습니다. 왼쪽으로 쏠린 그래프를 오른쪽으로 옮기면 색이 자연스럽지 못하거나 노이즈가 발생하거나 하는 등 이미지의 질이 떨어집니다. 다음에 기회에 제대로 보여드리겠습니다.

 

또 하나 위 히스토그램을 보면 양쪽 위에 '▲'이 있습니다. 왼쪽은 어둡기의 경계이고 오른쪽은 밝기의 경계를 뜻합니다. 모든 필름이나 CCD는 감광할 수 있는 빛의 밝기 영역이 있습니다. 이를 벗어나서 너무 어둡거나 밝으면 감광을 못합니다.

 

만약 너무 어두워서 색정보를 기록하지 못했다면 왼쪽 위가 '△'로, 너무 밝아서 색정보를 기록하지 못했다면 오른쪽 위가 '△'로 변합니다. ⓓ는 색정보를 잃지 않는 범위에서 가장 밝게 찍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모든 RAW  편집 프로그램은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RAW 파일의 상태를 보여줍니다. 모든 디지털 카메라도 히스토그램을 볼 수 있는 옵션이 있고 너무 밝아서 색정보가 없다는 것을 알리는 기능이 있기도 합니다. 이 기능이 없다면 히스토그램만으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언덕처럼 생긴 그래프가 절단되어 있는지만 확인하면 됩니다.

 

② 디지털 사진의 노출

 

디지털 사진에서 노출을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는 사진을 찍는 파일 포맷에 따라서 달라집니다. 8bit JPG 포맷으로 찍을 때와 12bit(14bit) RAW 포맷으로 찍을 때가 다릅니다.

 

JPG : 자신이 원하는 최종 이미지의 밝기에 맞추어

RAW : 색정보가 기록되지 않는 영역이 없는 한에서 가장 밝게

 

히스토그램의 오른쪽, 즉 밝은 영역의 색정보가 많으니 JPG로 찍을 때도 색정보가 기록되지 않는 영역이 없는 한에서 가장 밝게 찍으면 되는 것 아닐까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8bit인 JPG는 이미지 편집 프로그램에서 밝기 조절 등을 하면 할수록 이미지에 손상이 가해집니다.

 

JPG는 디지털 이미지로서 각 픽셀에 RGB 정보를 담고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밝기 조절 등은 이 RGB 정보를 바꾸는 것을 의미합니다. 색정보를 자꾸 바꾸다 보면 자연스럽지 못한 이미지가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JPG는 최종 이미지의 밝기에 맞추어 찍어야 손상 없는 수준에서 살짝 조작을 해주어 좋은 이미지를 최종적으로 얻게 됩니다.

 

RAW 파일은 JPG와 달리 각 픽셀에 RGB 값을 갖기 이전이므로 RAW 파일 편집 프로그램에서는 이미지 손상이 거의 없습니다. 따라서 최대한 많은 색정보를 기록하기 위해서 색정보가 기록되지 않는 영역이 없는 한에서 가장 밝에 찍는 것이 좋습니다.

 

디지털 사진은 촬영 직후에 카메라에서 히스토그램을 확인함으로써 적절한 노출로 촬영되었는지 평가할 수 있습니다(그러나 노출도 중요하지만 대상에 집중해야 할 순간까지 빼앗겨서는 안되겠지요).

 

"디지털 사진은 어둡게 찍어야 한다"는 말은 잘못된 정보

 

여러분들 중에, 특히 DSLR로 사진을 찍으시는 분들 중에는 디지털 사진은 어둡게 찍으라는 얘기를 들어보신 분들이 있을 겁니다. 카메라에는 자체 노출계가 있어서 찍고자 하는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가장 적절한 노출값(셔터스피드는 얼마, 조리개는 얼마)를 알려줍니다. 그런데 노출계가 알려주는 노출값보다 어둡게(셔터스피드를 줄인다거나 조리개를 더 닫는다거나) 찍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이 말을 정확한 정보가 아닙니다. CCD가 필름보다 아주 밝은 영역의 계조를 기록하는 데에 약점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밝은 영역의 정보를 담기 위해서 언제나 어둡게 찍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를 만들기 위해서 ⓑ처럼 아주 밝게 찍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어둡게 찍었을 때 최종 이미지를 생성하기 위해 밝게 조작하면 화질이 떨어집니다. 특히 어두운 영역의 질감이 살아나지 않는 등 좋은 이미지를 만들지 못하게 됩니다.

 

 

4. 언제나 RAW로 찍는 게 좋을까?

 

 

RAW로 촬영을 하게 되면 풍부한 계조를 표현하기에 유리하다는 점을 보여 드렸습니다. 그럼 언제나 RAW로 찍는 게 좋을까요? 아닙니다. 사정에 따라서 다릅니다.

 

우선은 RAW 촬영을 지원하지 않는 컴팩트 디카가 부지기수인데 무조건 RAW로 찍는 게 좋다면 컴팩트 디카 만드는 회사는 다 사기꾼이 되겠지요. 실제로도 JPG 촬영만으로 많은 만족감을 얻고 있습니다. 만족스런 사진은 최상의 화질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따라서 디지털 사진을 RAW로 찍어야만 하는 이유는 없습니다.

 

또한 많은 광고 사진가, 웨딩 촬영자 등 사진 상품을 찍는 사람들이 RAW가 아닌 JPG로 사진을 촬영합니다. RAW로 촬영을 하게 되면 컬러 값 연산 등과 디지털 이미지로의 변환을 직접해야 하는데 이는 시간을 잡아 먹는 과정입니다. 상품 하나를 생산하는 데에 시간을 줄이는 게 돈을 버는 것이지요.

 

그리고 무엇보다 실력있는 사진가들은 사진 촬영을 위해 빛을 조절할 줄 압니다. 조명 장치를 활용해서 애초에 풍부한 계조를 만들어내는 것이지요. 너무 밝거나 어두워서 색정보를 기록하지 못하는 영역이 없으면서도 밝은 영역부터 어두운 영역까지 골고루 분포하도록 촬영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촬영할 수 있다면 JPG로 촬영해도 무방합니다. 어차피 출력은 8bit이니까요.

 

RAW로 찍게 되면 별도의 RAW 편집기가 있어야 합니다. 또한 12bit 이상의 파일을 처리해야 하므로 컴퓨터의 성능도 좋아야 합니다. 지금으로써는 램이 최소한 2GB는 되어야 하겠더군요. 비디오 카드로 좋아야 하구요. 이는 모두 별도의 비용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사진을 찍는 모든 사람들은 찍는 목적이 있습니다. 쉽게 쉽게 찍어서 간단한 기록을 블로그나 카페에 남기고자 사진을 찍는다면 RAW로 찍을 이유도 없으며 RAW를 지원하는 고가의 카메라는 더더욱 필요 없습니다.

 

만약 최상의 화질을 필요로 한다면 당연히 RAW로 찍어야 하겠지요. 노출값에 주의하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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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공부를 하면 그만큼 나누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작성했습니다. 요즘 말걸기가 공부하는 게 이런 것이죠. 혹시 잘못된 정보를 발견했다면 알려주세요. 지식은 공유해야죠. ㅎㅎ.

 

 

이명박을 고양시장으로!

 

"이명박을 고양시장으로?

대통령 되어서는 사고만 치는 사람이 기초자치단체장 된다고 사고 안 치겠냐?

말도 안 되는 소리 작작해라!"

 

라고 해도 할 말 없다. 그런데 진짜 이명박이 당장 대통령 그만 두고 고양시장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가끔씩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솟구친다.

 

우선 대통령 그만두면 미국산 쇠고기나 대운하 등 몇 가지 문제는 해결의 여지가 있지 않은가. 그것만으로도 지금과 비교해서는 당분간은 상황이 나아진다고 할 수 있다. 그럼 대통령 그만두고 말 일이지 고양시장은 왠 뻘소리일까만 사정은 이렇다.

 

요즘 고양시가 하는 짓 보면 이명박보다 나은 게 없다. 상가 상인들 장사 안 된다고 수십억 들여서 노점상을 싹 쓸어버렸는데, 그 돈을 노점상들 소득 파악하는 데에 쓰면 여럿 좋은 것 아닌가 싶다. 어차피 돈 별로 못 버는 저소득 노점상들이야 면세 대상일 뿐만 아니라 상가 상인들 수입을 얼마나 줄이겠냐. 돈 꽤 버는 탈세 온상 노점상들은 조져서 세금 물어야 할 대상이니 소득 파악하면 좋잖아. 이 기회에 상가 상인들도 함께 조져서 탈세 못하게 할 수 있잖아. 얼마나 좋아. 이런 좋은 일을 상가 상인들 로비 때문에 안 하고 애꿎은 노점상들만 밟아버리는 아주 무식한 짓을 고양시가 했다. 여기까지는 이명박과 다를 게 없겠구나.

 

이왕 별 재수 없는 것들이 기초단체장 할 거면 차라리 이명박이 나을 것 같은 점은 바로 '버스' 문제다.

 

고양시에 등록된 노선 버스를 타 보았는가? 이런 길거리 개똥만도 못한 대중교통은 아마 구미시에나 있을 것 같다. 구미시 버스로 말할 것 같으면, 시내를 시속 100Km로 주행하며 노인이나 몸이 불편한 사람은 승하차 시간이 걸린다는 이유로 아예 태우지도 않고 승객이 많은 구간은 돈 많이 내야 하는 좌석버스 노선만 있고 온갖 기록 조작에 시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노선변경도 사장 맘대로 한다. 끝내 주지 않는가?

 

이 악명 높은 구미시 버스만큼은 아니지만 고양시 버스들도 장난 아니다. 난폭 운전에 승객 생까고 안 태우기는 기본이고 불친절도 하늘을 찌른다. 중앙차로가 만들어지면서 버스길이 구불구불해졌는데 이 길을 마구 달리면 몸이 오른쪽으로 쏠렸다 왼쪽으로 쏠린다. 서 있는 사람들은 팔뚝 굵어진다. 썅!

 

서울에서 고양시 곳곳에 들어오는 버스들이 늦게까지 있으니 고양시 대중교통 상황이 괜찮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사 와서 살아보니 고양시 안에서 버스 타고 다니기란 정말 괴롭다. 뱅글뱅글 돌거나 비싼 광역버스 타야 하고 등등 노선이 비합리적이다.

 

이명박이 고양시장 되면 버스 하나는 처리하지 않을까 싶다. 어디 땅 파고 싶은 데 찾기는 하겠지만 지금 고양시도 여기 저기 땅 파고 있으니 크게 다를 것도 없겠다. 이명박이 서울시장을 거치면서 서울시 버스는 많은 변화를 겪었다. 노선도 정리되었지만 그 중 단연 돋보이는 건 버스기사들의 운전 행태가 달라졌다는 점이다. 아직도 가끔은 운전 이상하게 하는 버스기사들이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이는 이명박이 서울시장할 때 서울시내버스업체들을 갈군 결과라는 얘기가 있다. 버스업체를 돈으로 지원하면서 운전기사 급여나 복지에 약간의 향상을 요구했고 이에 항의하는 업체들을 혼내기 위해서 양대노총 출신을 시에서 고용해 감독토록 했단다.

 

난폭 운전과 승차 거부 등 버스운행에 문제가 있다면 운전기사들이 인간에 대한 예의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기업이 서비스 정신을 저 멀리 '안드로메다'에 보내버린 이유가 더 클 것이다. 노선 합리화와 인간적 서비스를 위해서는 나름 '강력한 리더쉽'이 필요하고, 과거 행적으로 보아 이명박이 이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 이 글은 '이명박 유용론'이 아니라 '고양시 버스 개똥론'이다.

 

 

세상에 이런 일이

 

참으로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세상에나 이런 일이 벌어졌다.

 

 

말걸기가 25분만에 반찬 다섯 가지를 마련해서 저녁밥을 먹었다.

 

 

겔뱅 말걸기는 지난 2년 간 주부랍시고 빈둥거리기 일쑤라 수련이 부족해 언제나 비효율적으로 집안일을 해왔다. 파란꼬리는 대충대충 설렁설렁 해도 후딱후딱 뭔가 하는데 말걸기는 그게 안되더랬다.

 

그런데... 너무너무 배가 고파서 가스 렌지 세 개를 동시에 돌리는 정말 이례적인 개인기를 보였던 것이다.

 

 

월요일 하루 종일 밖에서 공부하면 화요일엔 늦잠을 잔다. 요즘 아토피가 심해서 한의원에 다니는데 화요일과 금요일마다 간다. 일어나서 어영부여 밥차려 먹고 집안 정리하고 빨래를 삶으니 벌써 병원 갈 시간. 별로 한 것도 없이 시간은 잘 간다. 이게 말걸기식 저효율 가사노동.

 

병원 진료가 끝나니 저녁 시간. 배가 고파지는데 유혹이 한 가득이다. 병원 동네서부터 차 타고 집에 오는 내내 '뭐든 먹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지나는 곳마다 '방앗간'이었다. 하지만 돈 쓰는 것도 아깝고 한의원에서 가리라는 음식도 많아 사 먹을 수가 없었다. 얼른 집에 가서 밥 해먹는 수밖에.

 

집에 오니 하다만 빨래와 설거지 거리가 눈에 들어왔다. 바닥도 닦아야 하겠고. 배고프니 밥부터 먹을까 했지만 밥을 먹으면 분명 퍼져서 TV나 보다가 '내일 하지 뭐' 할 게 분명했다. 그래서 설거지, 빨래, 청소, 밥을 했는데 이것도 순 말걸기식 비효율의 절정이었다. 해는 지고 어두워졌다.

 

디지게 배가 고팠다. 대충 먹어 치울까 하다가,

 

"하루에 설거지, 빨래, 청소를 다 했는데 대충 먹을 수는 없어! 이것 때문에 하고 싶은 몇 가지는 하지도 못했단 말야. 말걸기는 잘 먹을 권리가 있어! "

 

하며 당장 해먹을 수 있는 반찬들을 만들어댔다. 다섯 가지에 25분 걸렸다. 그 다섯 가지가 뭐냐면... 밝힐 수 없다. 남들은 다 그 정도나 그보다 더 많이 할 텐데 쪽팔리게시리... 어쨌든 주부 3년차만에 벌어진 놀라운 일임에는 분명하다.

 

 

갑자기

 

갑자기 하고 싶은 일이 많아졌다.

오늘 당장 하고 싶을 일.

 

하지만 오늘 이 모두를 할 수는 없다.

그래서 뭐 할까 고민만 하다가 오늘을 보낼 가능성이 커졌다.

 

잠들면서 '에휴~ 말걸기가 그렇지, 뭐' 하는 건 아닐지...

 

 

잡힐 듯 말 듯

 

지난 토요일 파란꼬리와 호수공원엘 다녀왔다.

 

서울 시내 로댕갤러리에서 김아타 개인전을 보고 나왔는데 날이 너무 좋아 그냥 집에 들어가기는 아쉬웠다. 광우병에 열을 내시는 분들 모이는 청계광장이나 가 볼까 하다가 그 시간까지 기다리기도 막막한 데다가 피곤해서 그냥 일산 와서 놀았다.

 

호수공원의 호수를 헤엄쳐 다니는 물고기들을 지켜보다가 사진을 찰칵.

 

 

 

 

 

 

 

 

잡힐 듯 말 듯.

파란꼬리의 손 그림자가 일품이다.

 

 

예술 맞다

 

호치랑님의 [김홍석 마초예술가의 국제갤러리 & 창녀 찾기 퍼포먼스] 에 관련된 글.

 

 

말걸기가 세상에 말을 걸지 않은 지가 참으로 오래도 되었나 보다. 이렇게 시끄러운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한참 후에나 알게 되었다.


 

호치랑님의 위 글에 "사람을 그 자리에서 완전히 소외시킨, 왕따시킨 행위를 예술이라는 말로 과연 표현해야 될까"라는 문구가 있다. 이러한 생각은 글의 여러 곳에서 반복된다. 호치랑님이 쓴 이 문구의 가장 주요한 뜻은 "예술 한답시고 그 따위 짓 하지 말라"로 이해했다. 이 뜻은 받아들일 수 있으므로 말걸기가 위 글에 대한 다른 견해를 말하고자 하는 건 아니다.

 

다만, 위 문구가 김홍석이 자신의 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에서 행한 오프닝 퍼포먼스가 '예술'이 아니라는 뜻도 가진 듯하여, 이 때문에 예술, 도덕, 아름다움, 그리고 '아트 월드(Art World-전문가 집단, 카르텔)'에 대해서 하고 싶은 말이 생겼다.

 

 

사람들은 대체로 예술이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아름답지 못한 것은 예술로 인정하지 않기도 한다. 또한 예술은 통념을 거스르기도 한다는 걸 알면서도 '악의적'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도 한다. 어느 정도 도덕적 관념을 지니고 있다고 여긴다. 도덕적이지 않은 것이 아름답게 보이기는 어렵다. 그래서 아름답지 않거나 악의적이면 예술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도덕과 아름다움의 관계는 복잡하다. 사람들은 이 둘이 항상 함께 있다고 보지는 않지만 깊은 관련이 있다고 여긴다. 아름답지만 도덕적이지 못하거나 도덕적이지만 아름답지 못한 사물, 상황, 행위를 당연히 구별하지만 이 둘이 제대로 결합이 되면 '예술적'이라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경향.

 

역사적으로 인류의 예술은 아름다움을 지녀왔다. 하지만 아름다움을 위한 예술의 역사는 짧다. 예술은 언제나 목적이 있었는데 아름다움이 궁극의 목적인 적은 예술의 역사에 비하면 짧다. 아름다움이 예술의 궁극적 목적이라는 이해는 근대 서양의 산물이었고 이 관념이 (최소한) 한국 대중이 예술을 이해하는 근간인 것은 분명하다. 이 관념은 아름답다는 것은 도덕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범위에 있다는 것도 포함한다.

 

그러나 현대 예술의 목적은, 특히 아트 월드의 목적은 '남이 못하는 것 하기'에 가깝다. 이른바 작가의 창조성은 이것으로 발휘된다. 작가들은 "저걸 어떻게 했지?", "저런 생각을 어떻게 했지?"하는 감탄을 노린다. 심지어는 남들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아무도 하지 않는 너무 평범한 것을 수행한다. 이것이 아트 월드의 예술이자 이 시대의 예술이다. 인정하든 안 하든 말이다.

 

아트 월드는 작가, 비평가, 기획자, 컬렉터들의 세계이다. 이들이 사실상 무엇이 '예술 작품'인지를 결정한다. 대중들은 아름다움과 도덕적 허용에 관심을 두는 사이에 아트 월드는 (이것들을 완전히 무시하지는 않지만) 다른 데에 관심을 쏟는다(그 중 하나는 돈이겠지만 여기서는 제껴두자). 즉, '남들 못하는 것 하기.'

 

그러다 보니 극악한 도전정신이 발휘되어 도덕, 인권도 가차없이 파괴하는 심성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한편, 시대와 사회마다 인간에 대한 예의의 기준을 갖고 있고 이 중에는 부당한 기준도 있다. 예술은 이에 도전해서 그 부당한 기준을 철폐하는 데에 일조하기도 한다. 결국 역사적으로 볼 때나 현대의 상황에서 볼 때 예술 작품이 지닌 가치관은 도덕적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예술 작품, 예술 행위를 평가할 때 도덕, 특히 도덕적인 아름다움을 핵심 기준으로 삼으면 혼란에 빠진다. 이게 예술인지 아닌지 구별부터 해야 할 상황이 생기는 것이다.

 

 

말걸기는 김홍석의 포퍼먼스가 예술 행위라고 받아들인다. 김홍석은 아트 월드의 일원인 미대교수이다. 얼마나 영향력 있는 구성원인지는 모르겠으나 그 정도 이력이면 만만치 않은 사람일 것이다. 김홍석이 아트 월드의 일원이기 때문만은 아니지만 그의 이번 퍼포먼스가 예술 행위일 수밖에 없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그가 아트 월드의 일원이기 때문이다.

 

김홍석의 이번 퍼포먼스는 대단히 비도덕적이다. 사람들의 상식은 이렇다. 나쁜 짓을 비판하거나 비난할 때 그 똑같은 짓을 하면 도덕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 돈의 신(神)이 창궐하는 시대에 사람들이 '창녀'를 찾아서 낙인 찍는 행위를 비판하기 위해 '창녀 낙인 찍기'를 돈으로 유혹하는 건 도덕적으로 용인될 수 없다. 이게 상식이다.

 

그런데 김홍석이 이걸 몰랐을까? 이것이 도덕적으로 용인될 수 없는 행위라는 통념과 상식을 파괴하기 위해서 '예술적 행위', 퍼포먼스를 한 것이다. 퍼포먼스에 참여하게 되는 관람자의 비도적적 행위와 이를 부추긴 자신이 비도덕적 행위, 그 두겹의 모순을 보이는 꽤 수준 있는 예술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김홍석은 당연히 비난을 예상했을 것이고(그 크기나 범위는 예상치 못했을 수도 있다) 그것도 자신이 행한 예술의 일환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김홍석이 끝까지 이 비도덕적인 행위가 예술임을 주장할 수 있는 근거는 어디에 있을까? 그 보다 그 행위가 이 시대에는 예술일 수밖에 없는 객관적 근거는 어디에 있을까? 김홍석은 대학교수이고 자신의 작품 전시가 열리고 있는 유명 갤러리에서 행한 퍼포먼스라는 데에 있다. 만약 대학교수도 아닌 김홍석이 돈을 왕창 후원 받아서 룸살롱이 즐비한 유흥가에 가서 이 퍼포먼스를 했다면 예술이 되었을까? 김홍석이 비도덕적인 예술을 갤러리에서 보였다는 건, 한편으로는 그에게 '안전망'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결국 말걸기가 하고 싶은 말은 이것이다. 예술 작품이란 게 도덕적이거나 도덕적인 아름다음을 지녔을 것이란 관념을 버리면 예술의 세계가 더 잘 보이게 된다. 그래서 비도덕적인, 반인권적인 예술 작품이나 예술 행위를 한 작가를 더 집요하게 도덕적으로 심판할 수 있다.

 

사람들이 "예술 같지도 않은 엉터리 예술 하지 말라"고 얘기하면 작가는 "예술인데"라고 당당하게 도덕적 비난을 피해가려 것이다. 예술도 비도덕적일 수 있고 따라서 그 예술을 행한 작가가 마땅히 져야 할 응분의 대가를 지도록 하려면 예술에 대한 통념을 버릴 필요가 있다.

 

"네가 한 게 예술 맞아. 근데 예술도 책임을 져야 하거든."

 

말걸기는 이게 아트 월드의 오만함을 흔들기 위한 기본적인 태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글 쓰기 어렵네

 

이 블로그에는 두 개의 글이 숨어 있다.

쓰다만 글들.

 

 

하나는 디지털 사진의 노출과 계조에 대한 글이다.

쉽게 설명하는 글로 쓰고 싶은데 어렵게 써진다.

복잡한 내용을 단순하고 명쾌하게 정리해야 하는데 잘 안 된다.

며칠째 쓰고 있다.

 

또 하나는 김홍석의 '창녀 찾기 퍼포먼스'와 관련한 글이다.

이 사건에 대한 글도 아니고 그에 대한 응징 액션에 대한 글도 아니다.

그냥 예술을 바라보는 보통의 태도에 대한 글인데,

글의 전개가 잘 풀리지 않는다.

 

 

요즘 수다를 떨지 않아서 그런지 하고 싶은 말이 정리가 안 된다.

 

 

 

북한산 자락에 올라 비 내리는 서울 풍경을 담았다.

 

 

 

 

 

 

 

 

역광으로 빛나는 비에 젖은 지붕들이 인상적이다.

그것이 눈에 들어와 찍게 된 사진들이다.

 

이 사진들의 낮은 해상력은 당연히 비 때문일 것이다.

또한 원근감이 깊은 것도 비 때문일 것이다.

 

이 사진들이 흑백인 이유는 오로지 색을 만들 수 없었기 때문이다.

흑백이 된 이상 다양한 회색 톤들로 이루어져야 하지만 질감이 잘 드러나지 않아 만족스럽지 못하다.

 

이 사진들을 촬영한 원본 RAW 파일은 이렇게 콘트라스트가 강하지 않다.

그건 당연하다.

사진의 의도는 촬영 당시만으로 완성될 수 없다.

그래서 흑백 프린트를 해 볼 수 없다는 것 아쉬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