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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2

한국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들과 교육을 하고 있다. 

내가 영어를 잘하는 건 아닌데

그런데 어찌어찌 한다.

오늘은 중국어를 주로 쓰는 사람들과 수업을 했다.

마지막 수업이었다.

그 후의 수업은 러시아어를 주로 쓰는 사람들과 하는 거였는데

첫번째와 두번째 사이에 3시간이 비었다.

점심도 먹어야해서 어쩔까 하다가 인디아식당을 검색해보았는데

첫번째 교육장에서 10분만 가는 가면 되는 곳에 인도식당이 있었다.

네비에 나오는대로 가봤더니 차를 세울 수 있는 곳이 아니라서

근처의 공용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걸어갔다.

공용주차장 바로 뒤에는 나무가 몇그루 있었고

그 그늘 아래 많은 사람들이, 주로 남자들이

장기같은 걸 두고 있었다.

한글보다는 다른 언어가 많은 간판이 있는 길을 걸어서

카카오맵을 보며 인도식당을 찾아갔다.

참 이상하게 '카카오맵' 걷기를 사용하면  9분이 걸린다고 나오는 길을

카카오네비를 썼더니 2분밖에 안걸림.

늘 궁금해. 그 길찾기의 로직은.

 

라씨는 진하고 신선했고

난은 따뜻하게 바삭였으며

커리는 달콤했다.

몇년 전 김포의 인도식당에 갔을 때

가게에서 파는 난,  그리고 오뚜기 카레 데운 걸 먹으면서

사실 다 먹지도 못한 채 나온 후로는

송도의 스와갓인디아에만 가끔 갔다. 화려하고 고급스럽고....그리고 비싼 곳.

오늘 간 식당은 외양으로는 김포랑 비슷해서 살짝 불안했다.

불안했지만 훌륭했다. 값도 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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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먹고

그 거리를 한참 걸었다.

인도네시아 식당이 많았고

가끔 태국 식당도 있었다.

거리에 한국어는 드물게 들렸고

다양한 언어들이 들리는 거리를

느리게 걸으며 가게들을 구경했다.

그래도 시간은 많이 남아있어서

다시 한 번 더 돌고

너무 더워서 차를 타고 두번째 교육장으로 갔다.

 

아주 오래전 인도에 갔었지.

노년기 지형이라서 푹신했던 그 땅을

혼자 오래오래 걸었다.

그 때 나는 익숙하지 않은 영어로 말을 해야 했고

영어로 된 수업을 들어야했고

영어로 된 리포트를 제출해야 했다.

 

인도에서의 첫날

식당에서 달러를  받지 않는다고 해서 당황하고 있을 때

Sharib Ali를 만났다.

그는 루피화를 내주었고

나는 다음날 그 돈을 갚았지만

그런 우연 때문에 내게는 그가 각별해졌다.

아무 일도 없었지.

그냥 그가 마리화나를 가진 것같다고 친구들은 말했고

나도 하나 얻어볼까 했지만 달라고 말은 못했다.

밤이면 게스트하우스를 채우던 음악들.

나는 혼자 가만히 방에 앉아서 글을 쓰곤 했다.

그 때, 나는 나뭇잎들이 쌓이고 쌓여서 푹신해진 땅,

그 땅을 딛는 내 발을 찍었었지.

그게 벌써 7년 전이야......

 

2.

소설가 오정희에게 사람들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남편이 너무 착해서

삶이 너무 안온해서

오정희는 글쓰기 힘들거야....

나는 요즘 다르게 생각한다.

삶이 안온하니 글을 쓸 수 있는 게 아닐까.

보드라운 솜털같은 감각들

작은 바람도 느낄 수 있는 얇은 막

 

그런 것들이 다 뭉개져버린 것같다.

아침 일찍 집을 나서서 교육을 하고

지친 몸으로 집에 돌아와 씻고 잔다.

자잘한 마음 근육들은 다 뭉개져버렸으며

내 안에서 솟아나는 말들을 그냥 흘려보낸 게

몇개월째인지 모르겠다.

 

뭔가를 쓰는 게

뭔가를 말하는 게 

구차하고 뻔뻔하게 느껴진다.

그나마 다행인 건

뭔가를 먹는 게

뻔뻔하다고 느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슬프다고 외롭다고 힘들다고 그걸 다 느끼면 안된다.

해야할 일이 있고

감당해야할 생명들이 있으니

나는 꾸역꾸역 내 일을 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살기 위해서는

뭉개진 상태가 더 낫다.

 

인도에서 만났던 식당들만큼 소박하고(사실은 덜 깔끔하고)

그 곳에서 먹었던 것들만큼 맛이 좋았던 곳에서

그리고 국적을 알 수없는 간판들 구경을 하며 돌아다니면서

2012년을 떠올렸다.

내 삶에 다시 그런 시간이 깃들 수 있을까.

2019년 강화. 이 곳의 시간들은 내게 너무 잔인하다. 

 

아무려면 어때

그렇게 하루가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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