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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17

우리 별이.

2010년 이맘때 강화에 처음 왔을 때

전 거주자가 남겨두고 간 개의 이름이 별이다.

저수지에 버려졌던 개라고 했다.

2011년 즈음에 집을 나갔다가 한 달만에 들어왔는데

미용이 되어있어서

"별아, 이발하고 온거니?" 하고 웃었었는데.

 

별이는 목줄을 하지 않았지만

어디 멀리 가지 않고 늘 마당에서 놀았다.

산책하는 사람들을 따라다니곤 해서

동네사람들, 산책객들이 많이 아꼈다.

 

별이가 안보이기 시작했을 때

몇일은 그냥 기다렸는데

집에 돌아오지 않는 날이 점점 길어지자

별이를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산책을 하는 중년 부부가 있었는데

지난 여름, 별이를 보고

"얘 우리 집에까지 따라온 적 있었어요"

하면서 "저기 파란 지붕이 우리 집이예요"  했었다.

그분들이 그 때 가리켰던 방향을 보면서도

파란지붕을 찾지 못했지만

마치 찾은 듯이 "네~ 저기가 댁이군요" 했었는데

그 때 확실히 알아둘 걸.

 

남편과 함께 그 분들이 가리켰던 방향으로 가서 동네를 도는데

파란지붕이 참 많았다.

그리고 대부분은 공장이었다.

허탕을 치고 돌아온지 며칠 후

그 부부가 집앞을 지나가고 있어서 얼른 뛰어가서 별이 얘길를 했더니

"누가 데려갔나봐요. 그애는 멀리 가는 애가 아니잖아요" 했다.

 

별이는 작고 똑똑하고 사랑스러워서

집안에서 키우고 싶다는 말을 몇 번 했지만

남편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래, 어딘가 누군가의 집 실내에서 별이는 사랑받고 있겠지

그러다가 저번처럼 미용하고 나타나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했었다.

 

오늘 아침에 벨이 울려서 나가보니

윗집 할머니가 놀러오셨다.

할머니랑 차를 마시며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배웅해드리면서

우리 개가 집에 안 들어와요 했더니

응 죽었어.

하셨다.

깜짝 놀라서 "죽었어요?" 했더니

삼밭에 놓은 쥐약을 먹고

뒷집 개는 저 앞에서 죽었고

이집 개는 우리 밭에 죽어있어. 한 달도 넘었어

했다.

 

할머니 가신 후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서 별이의 죽음을 알렸다.

혼자서 죽음을 수습할 자신이 없었다.

오후에 남편이 오고

남편과 함께 할머니 밭에 가서 별이를 데려왔다.

한달 동안 차가운 땅에서 많이 외로웠겠다.

땅이 얼어서 묻지 못하고 상자에 담아두었다.

따뜻한 봄이 오면 마당에 묻어주기로 했다. 

 

내가 너무 슬퍼하자 아들이 말했다.

"엄마, 그래도 우리가 볼 수 있어서 다행이야"

그래 별아, 천지간 낯선 곳에서

거두는 이 없이 그냥 스러지지 않아서 다행이다.

늘 우리를 사랑해줘서 정말 고마워.

니 사랑에 늘 행복했단다...

 

mp3가 나가고

수업에서 민원이 들어왔고(아...태극기부대 노인들은 정말 너무 힘들다...)

인천센터 강사에 지원했다가 낙방을 했으며

별이가 죽었다.

이럴 때일수록 정신을 바짝 차려야한다.

세계는 물질이고 합법칙적으로 움직이는 곳이다.

절대로 운명이라든지, 운라든지, 그런 생각은 하지 말아야한다.

다짐하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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