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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 집

사무실에서는 책과 인터넷을 하지 않기.

이렇게 써놓고서 노력을 하는 중이긴 한데

그래도 버릇처럼 자꾸 활자에 눈이 가서

아예 집에 책을 두고 다닌다.

그러다보니 미야베 미유키의 책같은 것이 집에 있는 날은

집에 일찍 가고 싶어진다. 이렇게 좋은 방법이...ㅋㅋ

 

인터넷에 관해서라면

인터넷을 하지 않기 위해 내 책상 위의 컴은 켜지 않고 일거리들만 쭉 늘어놓고 앉아있는데

가끔 다른 책상의 컴퓨터 앞에 무의식에 가까운 상태에서 앉아있다가

나도 모르게 까페의 글들을 읽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는 '남의 책상은 앉지도, 돌아보지도 말자'라는 경구를 하나 더 써넣어야할 것같다.

 

종강파티를 위해 학생들에게 <위대한 침묵>을 보자고 바람을 넣었으나

예매하러 가보니 인터넷 표는 매진되어 있어서 그냥 포기하였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상영장에 1시간 일찍 가보니 표가 있었다.

1회 상영시간 10시 30분, 이른 시간인데도 구름처럼 몰려드는 사람들.

맨 앞자리에 앉아있었던 나는 상영 짬짬이 뒤를 돌아보았는데...

그 많은 사람들이 진지하게 스크린을 응시하는 장면에 살짝 감동.

사람이 많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렇게 진지하게 숨을 죽인 채로 스크린을 응시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부러움.

찾아가는 상영회를 하다 보면 가끔 가슴이 미어진다.

화질이나 음질이 안좋은 내 영화 탓도 있지만

잡담을 하거나 전화를 받는 모습을 보노라면 정말....가슴이 미어진다.

한 컷 한 컷, 한 마디 한 마디를 기도하는 심정으로 붙였단 말입니다.

한 마디라도 놓치지않겠다는 심정으로 봐주시면 안되겠습니까..

 

하지만 극장은 다르다.

극장은 마음을 먹고 찾아온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다.

상영장까지 찾아오는 그 마음에서 이미 준비는 시작된다.

블록버스터를 볼 때에도 핸드폰을 끄는 건 공인된 예의이다.

모든 이의 눈과 마음이 하나가 되어 내 영화가 상영되는 스크린을 본다는 것.

그건 모든 감독들의 꿈일 거다.

"마범의 공간에서 함께 울고 웃으며 집단적 정서의 매혹에 빠져드는 것."

그걸 위해서 영화를 만드는 거다. 그걸 위해서 또 극장을 찾는 거고.

며칠 전 결혼식장에서 만난 이피디에게 "나는 절대 개봉은 안할거다!"라고 선언했는데

이 시간, 다시 철회. 이피디가 개봉하고 싶어할 마음이 생길 영화를 정성껏 만들어야지.

 

그렇게 <위대한 침묵>을 보고 나와서 

서랍 안에 넣어두었던 성경을 꺼내고 남편 차에 있었던 묵주를 받아서 함께 모아두었다. 

매일 기도하면서 작업을 하리라 다짐하며.

나에겐 작업이 기도다, 라고 생각하며.

 

오늘의 옮겨 적기

 

그것이야말로 전에 작은선생님이 말씀하신 시대가 변한다는 것은 아닐까.

그것을 위해 우사는 기억하고 있어야만 한다. 모든 것을.

지금 느끼는 마음 그대로 기억하고, 품고, 야무지게 살아야 한다.

우사는 생각한다. 아사기 가에도 틀림없이 나와 똑같이 느끼고 있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러자 구름 위의 존재인 아사기 가 사람들이 갑자기 친근하게도 여겨진다.

 

언젠가는 반드시, 전부 밝히도록 하자.

더 이상 아무도 비밀 때문에 괴롭히고 괴로워하지 않는 세상으로 만들자.

비밀 속에서 사람의 목숨이 사라지는 일이 없는 세상으로.

그렇게 맹세하고 있는 '누군가'가 여기에도, 저기에도, 곳곳에 있을 것이다.

                                           -외딴집. 하. 240

 

뱃사람들은 별을 올려다보고 진로를 정한다.

신관은 별을 읽어 길흉을 점친다. 

여자와 아이들은 별에 소원을 빈다. 

지상에서 깨끗하게 죽은 사람은 하늘 위로 올라가 별이 된다고 한다.

그러나 아무리 무수하게 넘쳐난다 해도 별로 하늘을 메울 수 없다.

별과 별 사이에는 어떤 빛도 비치지 않는 어둠이 있다.

 

와타베는 깨달았다. 나라는 하찭은 사람의 삶은 그런 틈 사이에 있었던 것이다.

아무도 알아채지 못하고, 형태를 이루지도 못하고,

사람들이 어떤 소원도 빌지 않는 별과 별 사이의 어둠에, 내 운명이 그려져 있다. 

그렇다면 이것이 내가 바라는 바다.         -313면.

 

머릿수를 믿고 일을 벌일 때 사람의 마음은 빛을 잃는다  -34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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