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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호 여성] 나를 지키기 위한 '허망한 싸움질'에 관하여

 

점심 때마다 찌개와 반찬을 가져다주던 은주네김밥이 오늘까지만 영업을 하고 이사를 간다고 한다.

이제 먹고 살 일이 걱정이다.

은주네 김밥이 찌개 두 개와 반찬4개 정도를 갖다 주면 우리는 밥을 해서 몇 명이든 배불리 먹을 수 있었다.

이 음식점 처럼 성의있고 맛있게 그리고 저렴한 가격으로 밥을 가져다준 데는 그동안 없었다.

발송도, 상영준비도 모두 대행업체에 넘기고 밥하기와 설거지 정도만 분담하는 상황이다.

물론 회계나 기자재관리나 회원관리 등은 각자 맡고 있긴 하지만

그렇게 공식적으로 언급되는 업무 말고 

역할분담이 명확하지 않은 자질구레한 일들을 최소화하기로 한 것이다.

 

2주일전에 인권운동사랑방에 갔었다.

10주년 기념 영상물을 만드느라 찾았던 게 2005년이던가?

아무튼 정말 오랜만에 갔는데 여전히 밥을 해먹고 있었다.

그날 사랑방 사람들과 함께 사무실의 성역할에 대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사소한 일에까지 철저해지기 위해 노력하는 활동가들이 존경스러웠다.

 

나라고 부지런한 사람은 아니지만

어쨌든 잡무에 스트레스를 받고 싶지 않아서

우리가 선택했던 것은 가능한한 맡길 수 있는 데에 맡기는 것.

그런데...밥이 걱정이다.

 

사랑방처럼 일상에 철저해지기 위해서 얼마만큼의 에너지가 필요한지를

이미 깨달아버린 나로서는 이제 아예 포기하고 말았는데...

문득 피로가 몰려오는 밤. 

 

여학교 때엔 생각했었다.

내가 연애를 한다거나 혹은 내가 결혼을 한다는 게 가능한 일일까, 라고.

사람에 대한 호감은 긴 시간동안 천천히 쌓아가지만 그 호감이 무너지는 건 항상 한순간이었다.

그래서 생각했다. 내가 사람한테 쉽게 싫증을 내는구나.....라고.

40을 코앞에 둔 지금도 여전히 그렇다.

단지 달라진 게 있다면

내가 상대방에게 그리 느끼는 것처럼 상대방 또한 나한테 그리 느낄 거라고 생각하는 정도.

이 밤에 그 누군가도 나에 대한 호감이 와르르 무너지고 있겠구나.

어쩌면 애초에 없었을 수도.

 

정말 피로한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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