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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

오늘 포럼 때 어떤 이야기를 했는데

너무 솔직한 탓에 누군가 마음이 상했을 것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 사람도 나름 공격적이었기 때문에 샘샘이긴 하지만

불필요한 감정을 낭비했다. 후회된다.

나는 문제다.

항상 일을 먼저 벌인 다음에 나중에 이렇게 늦은 밤이 되어서야 후회를 한다.

시간을 다시 되돌리면 좋겠다 싶지만 그건 그냥 바람일 뿐이고

솔직하다기 보다는 너무 얄팍한 인간이 바로 나 아닌가 싶다.

 

이런 식의 후회는 많다.

지난 주 목요일에 라디오 녹음을 위해 kbs를 가는데

휠체어 타신 분들이 행진을 하려고 하고 있고

경찰들이 앞 뒤로 꽉 막고 있었다.

난 행인같아 보였는지(행인 맞잖아.....) 그냥 보내주었다.

 

경찰이 앞뒤로 꽉 막고 있는 그 공간 안에 두 명의 여성과 한 명의 휠체어장애인이 서있었다.

그런데 경찰 한 사람이 막말을 하고 있었다.

내가 들은 것만 해도 지집애가. 뭐 이런 식이었다.

여성들은 당당하고 또렷하게 잘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도대체가 먹히는 상황이 아니었던 거다.

나는 그 경찰 바로 뒤에 서있었다.

시위대는 아스팔트에 서있었고 전경들은 앞 뒤로 막고 있었으며

막말하는 경찰은(좀 높은 사람인 듯) 화단 위에 서서 내려보며 말을 하고 있었다.

나는 그 사람 바로 뒤에 있었던 거다.

그 사람 하는 말이 너무 재수없어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데 할 말을 못찾고 

나는 녹음시간에 쫓겨 그 자리를 떠났다.

 

밤이 되어서야 나는 다시 그 장면을 떠올리며 혼자 이렇게 중얼거렸다.

"경찰아저씨, 당신은 공무 집행중인데 왜 그렇게 감정적으로 말씀을 하십니까?

 당신의 직업 때문에 길을 막고 있는 건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시위대에게 그런 식으로 사적인 감정을 노출하는 건 적절하지않은 행동이 아니지 않습니까?"

만약 경찰이 당신 누구야? 하고 물으면

"저는 시민입니다" 

이렇게 말했어야 한다고 혼자서 막 후회를 하는 것이다.

 

나는 내 감정을 드러내는 데에는 너무 즉자적이고

상황에 적절한 행동을 하는 데에는 너무 굼뜨다.

좀 지혜로워지고 싶은데 언제 그렇게 될까....

 

요즘 좋아지는 가수.

공식 홈페이지 가서 살펴보니 

바비킴이 예전에 닥터레게의 구성원이었다는 놀라운 사실.

닥터 레게의 노래는 20대 때 학원 다니며 출퇴근 길에 자주 들었었는데

 

노래, 그리고 향수.

기분 전환을 위한 좋은 도구들. 

 

나는 밤마다 새벽까지 책을 읽었다. 눈이 아파오고 온몸의 힘이 빠질 때까지, 책을 읽다 보면, 때때로 책이 내 얼굴로 뿜어내는 빛이 너무나 강렬하고 현란해서, 나의 영혼과 책상 앞에 앉아있는 몸이 녹아 없어지고, 나를 나로 만들어주는 모든 것이 책이 뿜어내는 빛과 함께 없어지는 것같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그럴 때면, 나는 그 빛이 나를 삼키면서 점점 더 팽창해가는 것을 상상했다. -오르한 파묵, 새로운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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