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제자리

 

 

내가 늙고 더 현명해지면

 

내 눈으로 볼 수 있는 한
내게 다가오는 그림자가 있습니다
내 뒤에 남겨진 이들 모두
당신이 항상 내 가장 깊은 생각까지도
나눈 사이였음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어디를 가도 당신은 따라오죠

 

내가 늙고 조금 더 현명해져 세상을 깨닫게 되면
아팠던 말들도 더 이상 큰 의미가 없고
가을 바람처럼 내 곁을 스쳐 지나갈 거예요
시간까지도 희미해진 언젠가에
사람들이 당신을 알았냐고 내게 물어오면
나는 웃으면서 말하겠죠. 내 친구 중의 하나였다고
그리고 슬픔이 내 눈가에서 사라질 거예요

 

내가 늙고 조금 더 현명해지면

내가 눈을 뜨고 볼수 있는 한
내게 다가오는 그림자가 있습니다
내 뒤에 남겨진 이들 모두
당신이 항상 내 가장 힘들었던 시간까지도
나눈 사이였음을 알아주었으면 합니다
내가 떠날 때도 난 당신을 그리워할 거예요

 

내가 늙고 조금 더 현명해지면
나를 뒤흔들었던 그 힘든 말들도
가을 바람처럼 날 스치고 지나가겠죠
시간까지도 희미해진 어느 날에
사람들이 당신에게 날 아냐고 물어오면
당신은 내 친구였단 사실을 기억하세요
마지막 순간이 내 눈 앞에 펼쳐지고
내가 늙고 좀 더 현명해지면

내가 세상을 볼 수 있는 한

 

As far as my eyes can see
There are shadows approaching me
And to those I left behind
I wanted you to Know
You've always shared my deepest thoughts
You follow where I go

And oh when I'm old and wise
Bitter words mean little to me
Autumn Winds will blow right through me
And someday in the mist of time
When they asked me if I knew you
I'd smile and say you were a friend of mine
And the sadness would be lifted from my eyes
Oh when I'm old and wise

As far as my eyes can see
There are shadows surrounding me
And to those I leave behind
I want you all to know
You've always shared my darkest hours
I'll miss you when I go

And oh, when I'm old and wise
Heavy words that tossed and blew me
Like Autumn winds will blow right through me
And someday in the mist of time
When they ask you if you knew me
Remember that you were a friend of mine
As the final curtain falls before my eyes
Oh when I'm old and wise

As far as my eyes can see

 

그리고 제자리...

 

한동안 허청거렸다는 느낌.

허청거리는 느낌이 싫지만은 않아서

어스름 저녁빛을 배경으로 사람들 사이를 혼자 걷는 나의 모습이 연상된다.

 

우울의 늪에 빠진 선배와, 관계가 헝클어져버린 동료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을 했으나

나의 고민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저 각자 풀어야할 인생의 숙제가 있는 것이고

거기에 개입한다고 해서 좋아질 것은 하나도 없다는 것을 발견했을 뿐.

내 일은 내가, 당신 일은 당신이

그래서 당신이 나의 기대에 따라 이 세상을 살아가지 않는다해서 서운해할 필요는 전혀 없는 거다.

 

우울의 늪에 빠진 선배에 대해서는

솔직히 그가 외로움에 지쳐 자살이라도 할까 봐 심히 걱정하고 고민했으나

나라는 사람의 존재가 도움은 커녕 혼란만 준다는 사실을 알았고

동료는...글쎄 그 사람도 자기 세계가 있다는 것.

함께 한다거나 통한다는 느낌은 같은 시공간에 머무는 순간에만 유효하다는 것.

동료는 동료일 뿐 일을 넘어서 소통하기에는 나의 세계가 얄팍하다는 것.

그런 사실들이 겨울바람만큼이나 차갑게 다가왔을 뿐.

 

무엇보다 벌써 밤이 되어 나는 집으로 돌아와야했다. 

 집으로 돌아와보니

 아이들의 얼굴은 겨울바람에 거칠어져있었고

 남편 또한 쉽지 않은 상황에 놓인 채 내게 물었다.

 "나는 힘들다 말하면 안된다고 생각해?"

 아니. 당연히 괜찮아.

 

지난 화요일. 포럼참가를 위해 남편과 함께 시청으로 가는데

라디오에서 좋아하는 노래가 흘러나왔고 마침 밖에는 눈이 포근하게 내리고 있었다.

너무 좋아서 이 순간을 기억해야겠다고 말하니 조용하던 남편이 말한다.

"부부는 전생에 원수가 만난다는데 우리는 어떤 원수였을까?"

서로에게 빚진 게 많아서 평생 은혜를 갚으며 살아가야할 관계.

 

이제 나는 허청거림에서 고즈넉한 상태로 변하고

모든 사람들과의 사이에 얇은 막 하나씩을 친다.

집에 돌아오기 전까지 완벽하게 혼자인 채

열심히 노동하리라.

나를 둘러싼 얇은 막 안에 말랑말랑한 젤리를 채워

상처받지도 않고 흔들리지도 않으며

그렇게 땅만 보며 가리라.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