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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쟁주간

강화 집은 길정저수지 앞에 있다.

옥상에서 낚시를 할 수 있을 정도로(좀 뻥임) 가깝다.

날씨가 좋아지자 낚시하는사람들이 많이 오는데.....주차야 할 수 있겠지만 쓰레기가 장난 아님.

모두들 떠난 자리에 수북하게 쌓여있는 쓰레기를 보면 난감할 뿐.

한 달 전쯤에 남편은 출근하고 아이들과 함께 놀다가 저수지 근처에 갔다. 

거기 수북하게 쌓여진 쓰레기 더미에 또 쓰레기 봉지 한 개를 더 올려놓길래

아저씨한테 쓰레기에 대해서 물어보니

자기들은 이용료를 내고 오기 때문에 관리소에다가 말하라고 한다.

내가 궁금했던 건 우리 집 앞 저수지는 우리 땅(정확히 말하자면 그룹홈 땅)인데

왜 관리소가 관리하냐는 거다. 나는 관리받는 걸 본 적이 한 번도 없는데.....밤에 걷으러 다니시나??

 

그룹홈 선생님들도 하시는 말씀이 주차장이야 넓으니까 쓸 수 있다손 치더라도

쓰레기는 버리지 말아야 한다는 거다.  

주차장이든 저수지든 내집처럼 쓰면서 정작 쓰레기는 막 버리고 간다.

예전에 낚시에 대한 취재를 해 본 적이 있어서 낚시에 대해 나쁜 감정은 없었는데

직접 당해보니 나쁜 감정이 무럭무럭 솟아나는 중이었다.

 

그런데 어제 아침, 아이들과 비눗방을 놀이를 하려고 주차장에 내려갔더니 낯선 차가 서있었다.

차에서 나오시는 분 보고 남편이 "낚시 하러 오셨어요?" 하고 웃으면서 말을 했는데

(정말 안부인사 차 묻는 거였다. 어투도 그렇고 표정도 그렇고)

아저씨 표정이 쌩~ 하니 들은 척도 안하는 거다.

남편이 "가실 때 쓰레기는 좀 가져가 주세요" 했더니..

그 때부터 언쟁이 시작되었다.

"왜 쓰레기 얘기를 나한테 해요? 관리소한테 해야지? 나 이용료 다 냈어요."

그래서 남편, "이용료는 낚시터 이용하는 이용료이지 쓰레기 버리라는 건 아니잖습니까?"

 

싸움의 기술에서 쪽수와 나이는 무서운 거다.

우리도 5이라는 쪽수를 갖고 있었으나 나와 아이들은 비눗방울 놀이를 해야 했고

낚시꾼들은 처음 한 명에서 시작해서 네 명으로 불어났고 남편은 그들 모두와 독고다이로 싸웠다.

놀라워라~ 남편의 전투력.

우리 쪽 쪽수가 5이긴 했으나 나머지 4는 별 도움이 못 되었을 뿐 아니라 약점으로 작용한 듯.

"저 어린 것들 키우면서 어른을 몰라본다"라든지

(아니, 나이가 벼슬인가. 나이를 먹었으면 나이값을 해야지.

이용료 냈다고 쓰레기 버리는 게 어른이 할 짓인가?)

"너 혼나볼래?"

(그렇게 말한 사람은 나이가 그다지 많지 않아보이던데

.... 남편이 눈 한 번 치켜뜨고 "뭐?"하니까

말리는 척 하면서 그 쪽 편을 들던 그 남자의 동행녀는 얼른 "아이 그냥 가세요" 하면서 유화책.)

 

어쨌든 결론은 그거다.

처음에 우리가 낚시하는 거랑 너희랑 무슨 상관있냐?

쓰레기를 버리든 말든 그건 관리소한테 얘기해야할 문제이니까 우리한테 뭐라 하지 말아라.

이렇게 나오던 사람들은

지금 당신들이 서있는 땅이 우리 땅이니 쓰레기 문제에 우리가 관여하는 게 당연하다는 말에

"여기가 당신들 땅이라면 당신들이 그렇게 행동하는 건 당연하지만

우린 당신네들 땅인지 모르고 왔으니까 그렇게 신경쓰이면 못 들어오게 울타리를 쳐라"

그래서 결론은 쉽게 났다.울타리를 치는 거다.

그래. 울타리를 치자. 땅의 소유주라는 이름으로 그 땅위의 공기와 바람과 물까지도

그 혜택을 전혀 느끼지 못하도록 하는 건 야박하다고 생각했던 그간의 생각을 바꿔서

울타리를 치자!

자연을 누리는 혜택은 그것을 아끼는 마음이 있을 때 누릴 수 있는 것이니까.

 

우리들이 요청했던 건 이용금지가 아니라 "쓰레기를 버리지 말아달라"는 거였는데

그들의 주장은 쓰레기를 버리든 말든 당신들이 상관할 바가 아니다,

우린 관리소에 돈을 내고 들어왔기 때문에 관리소에 얘기해라 입장이었고

관리소는 우리에게 "사유지는 당신들이 관리해야지"라고 말하는 상황에서

결국 울타리를 치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 되어버렸다.

 

낚시꾼 여러분들. 이제 길정저수지의 반쪽은 이용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건 당신들의 결정이었습니다.

 

2. 반전

서울집은 세 개의 건물이 나란히 서있는 골목의 세번째 건물이고  

우리 집 옆에는 절이 있다. 

총 여섯개의 주차공간이 있는데 처음 이사올 때 우리 건물에서 두 개의 주차공간을 써온 듯했다.

3월에 이사올 때만 해도 집 앞 두 칸이 늘 비어있었는데 4월이 되고 5월이 되자 

옆 건물에 이사오는 분들 중에 차를 가진 사람들이 많은 것같았다.

이제 저녁이면 빨리 들어오는 사람이 차를 세우는 시스템으로 돌변.

그러더니 5칸은 늘 세워져있는 칸으로 변해버렸다

(그 사람들은 차를 전혀 안쓰나보다. 아침에도 저녁에도 새벽에도 늘 세워져있다.)

우리 집 앞 바로 한 칸을 두고 경쟁이 이뤄지는데 그래서 남편은 늘 일찍 집에 들어온다.

차 때문에.

 

처음 복덕방 아저씨가 우리한테 말해준 바로는

거주자우선주차선이 그어져있지 않은 우리 집 앞은 사유재산이고

이용권리는 우리집에 있다고 말을 해놓은 터라

하루는 우리집 앞 자리에 세워진 차 주인에게 "여기는 사유지니까 세우지 말아달라"고 말하니

그 아저씨 말씀이 "골목 안에 내 자리 네 자리가 어디있냐?"고 해서

그런가...하고 헷갈려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우리가 일주일에 두 번 정도만 그 주차공간을 이용하기 때문에

늘 쓰지 말라고 얘기하기가 힘든 상황인 거다.

 

그런데....그렇게 되자 우리집 앞 공간은 골목 안 사람들 뿐 아니라

전혀 모르는 사람들도 와서 세우는 공간이 되어버리는 듯 했다.

급기야 목요일에는 주차금지말뚝이 다이얼자물쇠와 함께 걸어져있었다. 아니...이런!

같이 쓰자고 열어두었더니 뺏긴 꼴이 되어버렸다.

어떤 차가 세워져있나 보려고 금요일 새벽에 나가보니 여전히 비어있었다.

이렇게 찍어놓고 보니 멋진 골목이네...

담장 너머가 학교다. 하늘이 집 앞에서부터 20번 정도 엎어지면 학교다. ^^

 

일요일 아침, 강화에서 한 판 싸움을 하고

일요일 저녁, 그 곳에 자물쇠를 채운 사람과의 한 판 싸움을 준비하던 남편은

여전히 주차금지말뚝만 세워져있는 상황에서 의심되는 사람의 전화번호를 탐색해서

아마도 일전을 준비하기 위해 다시 차로 내려갔다.

 

그전에 하늘이 물었다. "아빠 또 싸우려고?"

그 대화 전에 우린 강화에서 서울로 도착해서 빈 데 아무데나 차를 세운 후에

"또 싸워야 하네? 오늘은 싸울 일이 많네?" 하는 대화를 하고 있었다.

암튼 하늘은 아빠 싸우지 마~

그러고 우린 안싸울거야~ 하고

그러다 남편이 내려갔는데...

난 그 때 밥을 차리고 있어서 보지 못했는데

하늘은 걱정되어서 밖에 나가서 아빠가 싸우나 안싸우나 보고 있었던 것같다.

 

하늘이 생중계를 했다.

"어? 아빠 절로 들어가네?"

"어? 아빠 스님이랑 얘기해"

 

나중에 알고 보니..

절에서 그 주차금지말뚝을 세워주었다 한다.

골목의 모든 땅이 다 절 땅인데 우리 집 앞 주차 공간에 다른 사람들이

외부사람들까지 와서 차를 대니까 스님께서 말뚝을 세워주시고....남편에게 비밀번호를 알려주심.

 

덕분에 평화로운 저녁을 보낼 수 있었다.

며칠 동안 우리집 앞에는 자전거, 오토바이들이 오손도손 모여있었다. 

1주일에 두 번은 차도 주차할 수 있겠지.

 

갑자기 든 생각.

우리랑 분쟁이 많았던 그 사람도 우리처럼 "말뚝을 세워? 그래 한 판 싸워보자!"하고

기다리고 있을 것같은데....

그런데 분쟁 많던 그 사람은 우리 골목 사는 사람이 아니라

다른 데 사는 우리 골목 사는 사람의 아들이라 한다.

 

아무튼 주차문제는...참 힘들어.

 

이렇게 싸움주간을 잘 끝내고 다시 즐거운 한 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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