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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민과 교육

하돌의 소풍날이라 일찍부터 서둘러 모두가 함께 집을 나섰다.

평소에는 학생 하늘만 먼저 집을 나서고

하돌과 앵두는 9시에서 9시 30분 사이에 집을 나선다.

하늘 1학년 때엔 하늘을 데려다줘야해서 모두둘 같이 움직였다.

오랜만에 수위 아저씨(정확한 호칭을 잘 모르겠다)를 만났다.

처음 나는 그 분이 손주를 데려다주는 할아버지인 줄 알았다.

항상 따뜻한 표정으로 아이들을 바라보시기 때문이다.

오늘, 오랜만에 아저씨를 뵙고 인사를 드리니 아저씨가 등에 업힌 앵두를 보시고는

"아이구 참 많이 컸구나~"하고 흐뭇해 하셨다.

그 시간은 3초도 안 걸렸다.

 

그런데 그 잠깐 사이에 하늘은 가는 엄마와 동생을 본다고 교문을 등지고 있었고

교문 안에서는 중형차가 나오고 있었다.

수위 아저씨 옆에 선 정복입은 남자가 짜증섞인 목소리로 "야야야!" 소리를 쳤다.

하늘은 당황하며 얼른 교문 안으로 들어갔다.

수위 아저씨도 당황하여 얼른 차에게 수신호를 보내셨다.

학교가 공사중이라 등교길 교문 앞은 항상 붐빈다.

괜히 아저씨께 미안했다. 3초의 나눔 때문에 방해가 되어버린 것이다.

정복입은 아저씨가 미웠다. 그 사람은 경찰인 것같았다.

하늘 말로는 김수철 사건 때문에 요 며칠동안 경찰이 교문앞에 서있다고 한다.

한참을 걷다가 뒤돌아보니 수위아저씨는 바쁘게 움직이고 계셨고

경찰은 가만히 서서 수위아저씨를 보고 있었다. 교문을 보는 것인가?

아무튼 문 앞에서 문 안을 보고 있었다. 궁금해졌다. 왜 서있는 걸까? 언제까지 서있을 건가?

마치 수위 아저씨를 감시하는 태세로. 자기는 하는 일 하나도 없이 손 놓고 구경하면서.

 

녹색평론 110호에 조영선선생님이 쓰신 글 제목이다.

글은 이계삼 선생님이 쓴 <영혼없는 사회의 교육>에 대한 서평이다.

글을 읽다보면 이계삼선생님의 책도 읽고 싶어진다.

이계삼선생님의 연민은 "쯧쯧, 가엾게시리...."하는 식의 연민과는 다르다.

"대추리 들판에만 가면 '적'이 되어 군인들에게 잡혀가야하는 대추리에서

우연히 무사히 빠져나온 나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과 잡혀간 사람들의 뒷모습을 바라봐야하는 '연민'

비정규 장투 사업장 동지들의 상황 뿐 아니라 마음까지 보듬는 '연민'"

경찰에게 끌려가면서 "아기 좀 보여줘"라고 부탁하던 <당신과 나의 전쟁>에 나오는

젊은 아빠에 대한 '연민'

'연민'이란 "에그에그 불쌍해~"하며 혀를 끌끌 차는 그런 마음은 아닐 것이다.

무언가... 내 마음 속에 있는 또다른 내가 스르르 일어서는 느낌.

또는 당신이 내 마음 안에 스르륵 들어오는 느낌. 그런 느낌.

 

주말마다 강화엘 간다.

4살, 7살, 10살 세 아이를 데리고 간다.

예전엔 5호선을 타고 송정에 가서 버스를 탔지만

송정에서 타는 버스엔 자리가 없어서 2주 전부터는 신촌으로 간다.

2호선은 항상 붐빈다. 우리가 가는 길이 젊음의 거리여서인지 젊은이가 많다.

그리고 그 젊은이들은 절대로 자리를 양보하지 않는다.

드물게 자리를 양보해주는 사람들은 아주머니들이나 노인들이다.

나는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젊은이들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다.

그냥 그렇다는 것이다.

 앉을 자리 뿐 아니라 선 자리도 빽빽한 그 지하철 안에서

아이들은 비틀거리며 서있어야 한다.

신기한 건 앉아있는 청년들 중에 아이에게 눈을 맞추며 미소를 보내는 이도 있다는 사실.

옆자리의 연인과 "귀엽다~"하면서 내 아이에게 장난을 치기도 한다.

그런데 그 뿐이다. 나는 그게 더 놀랍다.

노약자에게는 자리를 양보해야 하지만 내가 피곤해서 앉아있고 싶을 때의 그 외면,

그런 거 없이 전철 안은 자유롭고 편안한, '먼저 온 사람이 앉는 세상' 일 뿐이다.

 

사람으로 빽빽한 전철 안에서 세 아이의 손을 잡고 우왕좌왕하는 내가 불쌍해서

(이건 정말 "에그에그 불쌍해~" 딱 이런 마음이다)

이번에 새로이 개발한 노선은 5524를 타고 롯데백화점 앞에 가서 153을 타는 거다.

그러면 신촌 시외버스터미널앞에 바로 선다.

자리에 앉아가서 다행이었지만...지난 금요일 오후, 내리기 직전에 앵두가 토했다.

손으로 급히 받긴 했지만 냄새가 났을 것이다. 그 날 그 버스를 탔던 분들께는 죄송....

 

난 요즘 젊은이...이런 말 할 자격도 없고 그런 말 하고 싶지도 않다.

단지 경희대, 인천, 연세대....에서 '패륜을 일으켰다'는 뉴스를 보다보면

연민이라는 것을 키울 틈이 없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다른 나이, 다른 성별, 다른 직업이라 하더라도...

그래, 당신들이 어쩌면 그 직업을 하찮게 생각할 수는 있더라도

모두가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잊은 건 아닐까 하는 생각.

당신 안의 또다른 당신이 스르르 움직일 수도 있고

타인의 모습이 스르르 자기 안에 들어올 수도 있는

그런 연민, 은 우리가 모두 '같은 사람'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같은 사람이기 때문에.

 

오늘 아침 정복의 경찰관을 보면서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김수철 사건 때문에 억지로 파견되어서 학교 앞 일이 시덥잖게 생각될지 모르겠지만

어차피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서 파견된 거라면

수위아저씨와 함께 몸을 좀 움직이면 안되나?

머리 하얀 아저씨가 수신호 하랴 아이들 챙기랴 바쁠 때

그렇게 뒷짐지지 말고, 마네킹처럼 서있지말고 함께 좀 도우면 안되냐는 거다.

경찰과 수위는 하는 일이 달라서?

어차피 당신은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파견된 거 아닌가?

그 이른 아침에, 아이들로 빽빽한 등교길에서

제2의 김수철로 보이는 사람을 찾느라 그렇게 가만히 서있는 건가?

 

무엇보다 아이한테 "야야야~" 하고 짜증을 섞어 외치는 건 절대 안됨.

"야야야~"그 어투는 <니모를 찾아서> 마지막 부분에

도시에서 바다로 나가는 하수관 위, 구멍에서 새어나오는 쓰레기들을 먹고 사는 시궁창 게가

자기 구역 지키려고 외쳤던 그 말투거든.

타인에 대한 연민을 배울 수 있었으면.

그리고 교육이 그것을 가능하게 했으면.

너무 큰 꿈일까...

 

지역아동센터에 대해서 살펴보는데...

4대강 사업은 정말 문제구나.

모든 게 다 이명박때문이야.

http://blog.ohmynews.com/peoplepower/314084

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1006/h2010061021290624370.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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