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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기억

고1때 방학숙제가 라디오 방송에 음악을 신청하는 것이었다.

음악선생님은 매일 방송을 들으며 체크하겠다고 했고

나는 어떻게든 숙제를 하기 위해 머리를 싸매며 생각해야했다.

그 때 신청했던 <까발레리아 루스티카나> 간주곡.

오늘 아침, 무심히 틀어놓은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음악.

또 그리고...며칠 전 들은 소식.

그 시절 선생님이(음악선생님은 아니었고....수학선생님이)

우울증 때문에 자살을 하셨다는...

많은 죽음들이 그저 숫자로만 다가오다가

이렇게 가까운 죽음을 맞을 때엔 충격을 받는다.

 

주말엔 옥토끼 우주센터에 놀러갔는데

한강의 <바람이 분다, 가라>에 나오는 그 문구를

도판 중의 몇 군데에서 확인하고 그 앞에서 오래 서있었다.

최초의 빛은 얼마만큼의 밀도를 지녔길래 이리도 강렬한 건가.

 

조연출이 돌아왔고 시간에 쫓기며 작업을 하고...

그리고 아이들과 늦은 귀가를 했다.

사무실의 많은 야채를 처리하느라 고기를 구워 먹기로 했고 그래서 아이들을 데리고 사무실에 갔다.

밥도 먹고 국도 먹고 고기와 버섯도 구워먹고...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이들 음료수를 사다 사는 김에 나도 맥주 하나를 샀더니

하돌이 그런다. "그럴 줄 알았다~!"

도대체 얘는....내가 맥주를 산 건 처음인데 왜 이런 식으로 말을 하는 건지 궁금.

 

나중에 이 시간은 아이들에게 어떻게 기억될까?

언니는 내게 말했다.

우리 아이들에게는 따뜻한 기억을 남기자고.

따뜻한 기억이겠지?

그러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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