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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이 빛난다

하은, 한별은 아빠와 함께 집을 나서고

은별이를 준비시켜 밖으로 나왔더니

은별이가 그런다.

"와! 햇빛이다. 나 축하해주려고 햇빛이 빛난다~"

늘 그렇지만 빛나는 순간은 카메라가 없을 때 얼른 지나간다.

은별이가 다니는 마니산어린이집까지는 5킬로 정도 된다.

걷기엔 너무 시간이 많이 걸리고

통학버스는 우리집 앞에 오지않아 내가 데리러 가고 또 데려온다.

며칠 왔다갔다 했더니 내가 운전을 참 잘하는 듯 느껴진다.

 

토요일엔 12시에 하은한별의 학교에 가서 애들을 기다렸다.

역시나 그날도 내가 운전을 너무 잘하는 듯 하여 뒤 유리창에 붙여둔 '초보운전'이라는 딱지를

떼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었다.

한별이가 먼저 끝나서 차 안에서 하은이를 함께 기다리면서 내 의견을 말했더니

한별이가 글쎄... 하면서 아빠한테 물어보자고 했다.

문자를 보냈지만 답이 없어서 나는 한별에게 "엄마는 이제 더이상 초보운전자가 아니다"라고 말하고

떼라고 시켰다.

 

하은이를 태우고, 다시 은별이 유치원에 가서 은별이를 데려온 후

점심으로 김치비빔국수를 먹기로 하고 마트에 가서 국수를 샀다.

뛰어서 국수를 사오는 데 2분 정도밖에 안 걸렸는데

그새 내 차 옆에 까만색 그랜저가 정말 거짓말 안보태고 깻잎두께만큼의 거리를 두고 서있었다.

이거 참 큰일났네.

그동안 차에 자국을 남긴 사고라고 한다면

1. 코너링 연습을 하다가 북악스카이웨이 철조망에 왼쪽을 박은 것.

2. 은별이 데려다주다가 서있는 오토바이랑 부딪친 것.

3. 주차를 하다가 역시나 서있는 문대표의 뒤를 박은 것.

정도인데 세 사고 모두 보상이 필요했던 건 아니었다.

그런데....이건 좀 심각하다.

 

사이드미러를 접고 살금살금 손바닥에 땀이 배일 정도로 긴장하며 어렵사리 차를 뺐는데

뒤에 또 마트차가 물건을 내리고있었다.

일하는 아저씨들이 나를 위해 물건을 옆으로 치운 채 기다리고 있었는데

난 또 역시나 살금살금 물러나느라 그 분들을 너무나 오래 기다리게했다.

차문을 열고 "죄송합니다. 제가 초보라서..." 하고 미안한 웃음을 보낸 후

집을 향해 돌아오는데

한별이가 진지하게 말했다.

"아깐 초보 아니라며..?"

 

그래서 결국 하은이와 한별이는 다시 초보운전 딱지를 차에 붙였다.

필기시험 문제집에 나오길

'면허를 딴 후 2년동안은 '초보운전자'로 분류된다고 한다.

딱지를 다시 붙이고나니 나는 준법시민인 것같다.

 

토요일 아침엔 은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웃으면서 돌아나오다 유리문에 머리를 꽝~하고 부딪쳤다.

선생님도 깜짝 놀라고 옆에 있던 부모들도 깜짝 놀랐다.

나는 아픔보다는 창피함 때문에 괴로웠는데

얼른 은별이얼굴을 보니

'아니, 뭐 이런 황당한 일이...'와 같은 표정을 지으며

웃을 듯 말 듯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마 그 순간 은별이도 창피했을 것같다는 생각이 들어

아프지 않냐고 걱정하는 선생님께 괜찮다고 웃음을 보이며

얼른 도망쳤다.

 

이마에는 멍이 파랗고 세수할 때마다 따끔따끔 아픈데..

역시나 아픔보다는

지금까지 창피함때문에 어쩔 줄 모르겠다.

 

마침내 프린터기를 샀다.

11년동안 우리집에는 프린터가 없었다.

나는 사무실에서 프린트를 하거나

급한 건 남편에게 부탁을 하곤 했었다.

프린터가 있으니 너무너무 좋다.

숙제에 필요한 논문들을 싸그리 인쇄한 후에

열심히 보려고 한다.

(사실 짐정리 하느라 아직까지 한 자도 못봤지만.)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이 되어야지...

 

그런데...햇빛이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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