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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

상한 마음은 가위눌림하고 비슷하다.

 

고3때 자주, 정말 지나치게 자주 가위에 눌렸었는데

그때마다 손가락 하나만, 꼭 하나만 까딱, 움직이면 되었는데

그 까딱을 못해서....밤마다 죽을 듯이 괴로웠다.

죽을 힘을 다해 손가락을 까딱, 했는데 그래서 가위에서 깨어났는데 알고 보면 여전히 같은 상태...

그런 상태를 무한반복하다가 겨우 깨어나고, 다시 잠을 청하다가 또 반복하고.....

고3과 20대 중반에 나는 하루 밤에도 열번이 넘게 가위에 눌린 채로

손가락 하나만, 제발 손가락 하나만..... 하며 무한반복의 공포를 체험하곤 했었다.

 

마음이 상했을 땐 공지영의 책에서 배운 주문을 외운다.

"이제 그만! 여기서 빠져나가자. 더 재미있는 일이 너를 기다리고 있을거야"

그런데 그렇게 주문을 외우고 빠져나갔다 싶으면

어느새 마음은, 생각은 다시 그 상태를 반복하고 있는 거다.

안개 때문에 한 치 앞이 보이지 않은 길을 엉금엉금 기어오면서

주문을 수 십 번은 외운 것같다.

자, 제발 이제 그만...여기서 빠져 나가자. 더 재미있는 일이 너를 기다리고 있다니깐~

 

재미있는 일은 많이 있지.

'다큐멘터리의 새로운 역사'와 '진짜 눈물의 공포'와 '백수생활백서'를 빌렸다.

'백수생활백서'는 박민규스러움을 예상했는데 전혀 다른 분위기였고 그래서 의외였고....

그리고 작가가(혹은 주인공이) 엄청나게 많은 책들의 문장 일부를 옮겨두어서

'읽지 않고도 읽은 척하기'에 유용한 책일 것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다른 두 권은 도판이 많아서 그 내용이 무척 궁금.

다만 '다큐멘터리의 새로운 역사'는 깨알같은 글씨와 만만찮은 두께 덕분에

대출기간 안에 다 읽을 수 있을 것인가 의문이 들었고

'진짜 눈물의 공포'는..... 예전에 문장 하나를 찾고 싶어서 참고 읽었던 '사랑과 증오의 도착들'처럼

이해할 수 있을까, 지금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걱정되긴 한다.

그래도...찾고 싶은 문장이 있으니까

문장 하나 찾으려고 책 읽는 일도 사뭇 새롭긴 하거든. 

 

내일은 오랜만에 사무실에 간다.

여러 군데에 여러 작품의 지원서를 냈는데

딱 하나만 통과했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앞날을 예비할 때다.

 

글을 쓰다보니 빠져나온 것같다.

꿈도 없는 깊은 잠을 푹 자고 나면

재미있는 일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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