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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아이도, 엄마도 함께 자란다

토요일, 남양주 송천분교와 KU시네마테크에서 상영이 있었다.

기말보고서 때문에 후기는 나중에.

상영환경이 안좋았으나 마음으로 읽어준 엄마들

많이 않은 숫자였으나 바로 앞에서 고개를 끄덕이던 시네마테크의 젊은 여성들.

그리고 은별과 조영각 형의 만담.

즐거웠던 시간들.

 

새로이 찾아낸 리뷰.

안정숙 선생님이 쓰신 거 아닐까....

원문주소 : http://blog.daum.net/hwaldongsajin/5261588

 

000 감독의 '아이들'-아이도, 엄마도 함께 자란다

 

 

<아이들>을 처음 볼 때, 관객으로서 보통 유지하던 영화와 나 사이의 거리를 유지하기 어려웠다. 나의 아이들도 감독네 하은이, 한별이, 은별이 같은 때를 보냈기 때문이다. 나도 일과 육아를 병행하던 엄마였기 때문이다. 감독이 토로했듯 준비없이 결혼하고 얼떨결에 엄마가 되었고, 엄마 자격이 없는 게 아닐까 자책하면서도 일을 포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하는 엄마라는 동질감을 기대하며 만난 <아이들>과 엄마 000는 그러나 달랐다. 그는 아이가 엄마를 절실하게 원하는 동안 아이의 곁에 머물렀다. 6년 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그는 작품활동을 접었었다. 그런 결정을 하기까지 어려운 순간들은 많았다. 다큐멘터리 감독과 엄마의 이중 역할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그는 가감없이 보여준다. 쉬면서도 아이들의 성장기록은 멈추지 않았고, 영화는 그 결실이다.

 

우리 아이들은 엄마의 부재를 겪어야 했는데, 라고 감독보다 경력이 긴, 오래된 엄마는 순간순간 자책하고 회한에 젖었다. 나와 감독의 경험을 비교하는 한편, 아이들이 태어나고 자라는 사이사이 태어난 감독의 작품들을 돌아보는 감상법은 색다른 것이었다.

 

<아이들>의 가장 큰 힘은 아이들이다. 엄마가 포착해낸 아이들의 매순간은 기적의 시간이다. 태어나고, 울고, 웃고, 눈을 맞추고, 몸을 뒤짚고, 걸음마를 떼고, (어린이집과 학교라는) 사회적 관계 속으로 들어가는 과정이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 것인지 영화는 새삼 깨닫게 만든다. 아이들이 겪는 '독립'의 고통도! "투명하고 단순하여 깊게 슬퍼하고 크게 기뻐하던" 아이들의 세계에 다양한 색채와 문양과 뼈대가 형성되어 가는 모습들도.

<아이들>은 또 엄마에서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다시 돌아오는 '여성감독'의 보행법을 보여준다. 000 감독의 육아일기는 이렇게 걷는 행복도 있단다 라고 속삭이는 여성감독의 생존기록으로 읽히기도 한다.

감독이 일과 아이들 사이에서 균형을 취하는 데 절대적 도움을 준 곳이 영화에 등장한다. 바로 어린이집이다. 제대로 된 보육정책의 필요성을 따로 강조할 필요도 없이, 소리 높일 것도 없이 보여준 것, <아이들>의 부수효과이다.

 

이상이 처음 <아이들>을 본 나의 감상이었다.

6년의 육아휴직을 한 감독이 너무나 부러워서 "이런 이런 갈등을 겪었다"는 이야기에 깊이 귀 기울이지 못했다.

그러나 두번 째로 영화를 보면서 일하는 엄마가 지나온 관문들이 눈과 마음에 들어왔다. 첫 아이 때 엄마는 일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집을 나선다. 그 결과로 나타난 아이의 분리불안. 엄마가 시야에서 벗어나면 심하게 불안해 하던 나의 큰 아이 모습이 거기 있다. 아이들이 청년이 된 지금도 그 아이들이 엄마없이 지낸 시간을 생각하면 가슴이 저릿거리는 나.

 

감독이 일을 쉬기로 한 건, 엄마와 떨어져 지낸  자신의 유년시절 때문이기도 하다. 그때의 결핍감을 내 아이에겐 물려주지 않겠다고 그는 생각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도 엄마도 '난관'을 이겨내며 성장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엄마는 일을 다시 시작한다.

 

000 감독의 가족 이야기는 언제나 솔직하다.  전작 <엄마>도 그랬다. 엄마와 아버지, 언니들에 관한 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들이 인간 내면과 여성의식과 더 크게는 우리 사회를 보여주는 것도 이 영화들의 특징이다. <엄마>처럼 <아이들>도 사회와 역사 속으로 확장되는 자전적 영화의 전범이다.

 

<엄마> 속 사회에선 사회적 육아라는 개념이 싹트고 있다. 이 대목에서 나는 다시 감독을 부러워 한다. 감독에겐 아이들을 맡길 '좋은' 어린이집이 있었다. 나의 아이들이 자라던 때엔 보육이나 탁아시설이 전무했다. "친정엄마는 영원한 식민지"라고, 아이를 친정엄마에게 맡기던 동료들이 농담처럼 말하던 시절이었다. 내겐 그럴 식민지가 없었다. 너무 멀리 있었고, 또 내가 차지할 상황도 되지 않았다.  그때 젊었던 나의 동료들, 일하는 젊은 엄마들은 육아 문제를 등한시한 선배세대 여성운동가들을 탓하기도 했었다. 000 감독이 포착한 보육, 탁아시실들은 아직도 나아가야 할 길이 멀다. '아이 키우는 동네'를 만들기 위해서.

 

무어니무어니 해도 <아이들>의 가장 빛나는 보석은 아이들이다. 첫번째 감상문에서 밝혓듯이.

아이는 웃고, 말을 배우고, 걸음마를 배우기 위해 참으로 엄청난 노력을 한다. 손에 쥔 무엇을 입까지 가져 가기까지도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나. 그런 순간을 함께 하며 젊은 엄마였던 나는 내 아이가 정말 눈부신 기적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가슴이 자주 벅차올랐다. 조금 뜸을 들이면 저 아이도, 이 아이도, 그 아이도 이런 기적이라는 깨달음이 찾아 왔다. 사람 소중하다는 것이 무엇인가를 느낄 수 있었다.

 

많이 어렵고, 부대끼면서도 행복했던 기적의 시간을 일깨워 준 <아이들>과 000 감독에게 깊이 감사하며 나는 두번 째 관람을 마쳤다.

 

아이들 My Sweet Baby
 



감독 000 Mi-rye Ryu
2010 / DV / Color+B&W / 68min

 

 

2010 제15회 부산국제영화제 
2010 제4회 서울가족영상축제 
2010 제2회 부산여성영화제
2010 제36회 서울독립영화제 / 독불장군상 수상

 

시놉시스
‘엄마’라는 이름의 미션 임파서블(Mission Impossible)?사랑스러운 ‘아이들’과의 좌충우돌, 리얼 육아 무용담!
준비 없이 결혼하고 얼떨결에 엄마가 되었다. ‘엄마’라는 불가능 해 보이는 미션을 한 차례 한 차례 완수하며 보낸 10년의 시간. ‘나에겐 모성이 부족한 걸까?’, ‘엄마 자격이 없는 게 아닐까’ 하는 자책으로 괴로워하면서도 일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 치열한 전쟁과도 같은 시간 속에서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라났고, 그런 아이들을 통해 나 또한 그만큼 성장했음을 느낀다. 결국, 이 영화는 세상에는 나 같은 엄마도 있다는 것을 쑥스럽게 고백하는 10년 간의 육아일기이자, 대한민국에서 ‘엄마’로 살아가는 모든 이들을 위한 응원가다.

 

연출의도
아이랑 함께 있다 보면 수시로 내 안에 가라앉아있는 것들을 보게 된다. 울음을 참지 못하는 그 어디쯤, 마음이 찡해지는 그 어디쯤에서 내 안에 웅크린 어린 내가 그 존재감을 알린다. 아이가 없었더라면 그냥 저냥 살아갔을 내 인생이 아이 때문에 드라마틱해졌고, 아이의 성장 드라마를 함께 쓰며 나 또한 성장해왔다. 초보 엄마로 실수를 연발하며 키웠던 하은이, 아이들이 만드는 작은 우주라고 할 수 있는 어린이집을 엿보게 해주었던 한별이, 그리고 언니 오빠와는 너무나 다른 강한 성격 때문에 세상의 모든 아이들을 다시 보게 만들었던 은별이. 이 세 아이들은 내 영화의 주인공들이자 내 인생의 연출자들이다. 이 영화는 10년동 안 아이들과 함께 써온 육아일기이자 시리즈의 끝이 궁금한 육아시트콤이다.

 

STAFF
연출/각본 000
제작 푸른영상
촬영/편집 김재영, 000
음악 윤성혜
사운드 믹싱 표용수
나레이션 000

감독약력
2004 엄마
2001 친구 - 나는행복하다 2
2000 나는 행복하다

 

-인디다큐페스티발 2011 블로그에서 http://www.sidof.org/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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