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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어

한별이가 바지 고무줄을 끼워달라고 했다.

옷핀에 고무줄을 묶고 

바지에 구멍을 낸 후에 

한 치 한 치 밀어가며

한 바퀴를 다 돌았는데...

고무줄의 시작점과 닿지 않는다.

들어간 구멍하고 나오는 구멍이

서로 레이어가 달라...

 

오래 전에 <전설의 고향>을 봤다.

신인배우들이 어설픈 연기를 했던

이상한 줄거리의 재미없는 에피소드였는데

마지막 장면만 기억난다.

먼저 죽은 아내를 만나기 위해

남편은 자결을 한다.

죽은 남편의 시신에서

영혼인 남편이 쓱~ 일어나서

옆에 있는 아내를 부르는데

아내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다.

영혼의 세계가 단일한 층위로 이뤄지지 않은 거다.

재미없는 줄거리의 끄트머리 그 장면에서

나는 영원히 외로울 두 사람의 영혼을 생각하며

잠시 슬펐다.

 

레이어가 달라 만나지 못한 한별의 바지 고무줄은

칼로 한 막을 잘라서

서로 만나게 했다.

끝.

 

노력해야한다.

행복해지기 위해 힘껏 노력해야한다.

오랜만에 <연애시대>

 

http://youtu.be/Sow6VUDYo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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