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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의

선물을 선의에서 주는 물건,

정도로 이해해보자면

일방의 선의가 꼭 그대로 전달되는 것만은 아닌 듯.

사용자 삽입 이미지

 

도순이와 진이는 종을 뛰어넘어 굳건한 우정을 자랑하는데

묶여있는 도순이를 위해 

진이는 가끔 새를 잡아다준다.

진이가 야옹거리는데 소리가 이상해서 나가보면

두더지 새끼나 새를 물고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새는 자기가 먹지 않고 꼭 도순이에게 갖다 준다.

도순이가 새를 먹냐하면 또 그렇지도 않다.

도순이는 진이가 잡아다주는 것들보다는

하은이나 내가 손에 떠서 주는 걸 잘 먹는다.

심지어 그것이 밥이라도.

 

도순이와 진이가 대화를 하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진이는 도순이의 취향을 아직도 모르는 듯.

그래서 열심히 새를 잡아다 갖다주고

도순이는 받으면 그걸 땅에 묻는다.

도순이는 뼈다귀를 줘도 땅에 묻었다 먹으니

진이 입장에서는 그 행동을 근거로

"도순이는 새도 좋아한다"라고 생각하는 듯.

내가 정말 트랜스레이터가 되고 싶다니까.

도순아, 니 의사를 적절하게 밝혀야해~!

 

화요일, 금요일 강의하러 가는 대안학교는

천주교 신부님이 책임자인데

늘 수고한다면서 이런저런 선물을 주신다. 주로 먹을 것.

그리고 주로 초컬릿.

늘 감사의 말과 함께 페레로 로쉐를 비롯한 고급 초컬릿을 주시는데

처음 몇 번은 감사의 말을 드리고 함께 먹었지만

사실 나는 초컬릿 먹으면 몸에 뭐가 나는 사람.

 

그래서 저번 주에는 용기를 내어서

"신부님 사실은 제게 초컬릿 알러지같은 게 있어서

먹으면 뭐 나요"

하고 다리 보여드림.

신부님 깜짝 놀라시고.

나는 웃으면서

"하지만 제가 초컬릿을 좋아해서 열 번 참았다가 열번째 먹어요.

페레로 로쉐 특히 좋아해요.

신부님이 주셔서 하느님 뜻이라 생각하고 좋아라 맘껏 먹었어요."

하니 좋아라 하시며 서랍 깊숙히 넣어두셨던 버터구이 오징어 주심.

버터나 오징어도 내가 멀리하는 음식이긴 하지만

기쁘게 받고 크게 감사한 후 

집에 돌아와서 식구들에게 건네줌.

 

도순아, 너도 나처럼 용기를 내어 말해보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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