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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탕

**매일매일 작업일지 쓰기

 

작업을 하지 않고도 작업일지를 쓰는 건 온당한가.

 

오늘은 파주 9시 교육을 위해 아침 7시에 집을 나섰다.

차가 별로 없어서 너무 일찍 도착하는 거 아닌가 했는데

파주삼거리인가에서 너무 많이 막혔다.

일찍 도착하면 아이들 콘티에 코멘트를 써주려고 했는데

8시 58분 도착.

 

파주 아이들은 참 착하다. 말을 잘 듣는다.

오늘은 동아리 전일제 날이라 외부로 많이 나가서 학교가 텅 비어있었다.

가끔 아이들이 있는 교실이 있었다.

내 강의실은 인터넷이 안되어서

인터넷 되는 다른 강의실에서 촬영을 했는데

그 옆 방에 뚱뚱한 남자선생이

아이들 자습을 시켜놓고 계속 졸고 있었다.

9시부터 4시 반까지 진행되는 교육이라

그 남자 선생을 여러 번 볼 기회가 있었는데

계속 그렇게 졸다 자다 그러고 있었다.

내 강의실에 갔다가 다시 인터넷 되는 교실에 가는 동안

그 남자는 화장실에라도 다녀오는 길인지 교실로 들어가고 있었다.

남학생 둘이서 잡담을 하다가 나오는 것같은데

그 나쁜 놈이 글쎄 "니가 그러니까 공부를 못하지"라고 하는 것이었다.

천하에 나쁜 놈. 

세상엔 나쁜 놈들이 참 많다.

내가 싫어하는 인간들 중에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유형은

'자신이 왜 그 자리에 있는가'를 모르는 인간들이다.

선생이면 선생답게 아이들을 존중하고 교육을 해라.

교육자로서의 자질과 성실을 갖추지 못한 채

그저 쌀을 사기 위한 방편으로 기계적으로 출퇴근 하는 인간들은

쭉쟁이 까불듯 다 걸러내야 한다.

  

처음으로 학교 급식을 먹어보았다.

외부로 많이 나갔다고 하는데도

몇 백명의 아이들이 줄을 서있었고

그 사이에 끼어서 식판에 밥과 반찬을 받아서 먹었다.

밥을 다 먹고 잔반을 정리하는데

교직원용 급식대가 따로 있었다. 반찬 갯수가 달랐다.

아, 학교는 이런 곳인가.

하기사 우리 학교에도 교직원용 식당은 따로 있다. (하지만 식권 값이 다르다)

밥을 먹다가 식당 안을 둘러보는데 아이들이, 참, 다 예뻤다.

귀하게 태어났고 귀하게 보호받으며 그렇게 쑥쑥 자라고 있는 거다.

2014년 4월 이후 교복만 보면 눈물이 났는데 

이젠 눈물은 나진 않는다. 

다만 그 아이들도 다 이렇게 예뻤겠지 생각하면 마음이 쓰라리다.

 

5시까지로 예정되어있던 수업을 담당선생님의 권유로 30분 일찍 끝내고

작업실로 가려다가 병원을 먼저 가기로 했다.

작업실에 들렀다 가면 병원에 늦어 진료를 받지 못할 것같았다.

작업실에 꼭 가야만 했는데

어제 작업실을 나올 때 백업이 진행중이었고

19시간이 더 걸린다는 메시지가 있었서

맥북을 켜놓고 나왔기 때문이다.

 

다행히 병원에 사람이 많지 않았고

치료 받는데 따뜻한 위로를 받는 느낌.

일주일동안 일이 많았다.

송도교육 종강과 시사회를 치르느라 바빴고

서울시에서 진행하는 인권영화 상영회 프로그래밍과 섭외도 번잡했다.

가장 힘들었던 건 작은책 글쓰기.

이제 접어야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며 사흘 동안 안나가는 글을 붙들고 있어야 했다.

원래는 김종관  감독의 <최악의 하루>를 쓰려고 했지만

내가 좋아했던 예전 단편 시절의 영화와는 사뭇 달랐다.

거짓말을 잘하는 주인공 여자는 20대에 겪었던 어떤 일을 떠올리게 했고

남자감독이 그런 여성 캐릭터를 그려낸 이유가 무엇일까 정말 궁금했다. 

 

병원 치료가 끝나자마자 열심히 작업실에 갔는데

문이 잠겨있었다.

경비를 서주고 청소를 해주고 냉난방에 제한이 없는 이 건물은

쾌적하지만

그래서 이런 곤란한 경우가 생긴다.

'순찰중'이라는 메모와 전화번호가 붙어있었으나

아마도 가까이 계시진 않을 것같았고

정식 입주민도 아닌데 전화를 했다가 서로 불편해질 것같아서

그냥 돌아왔다.

 

내 방의 열쇠는 전 사용자인 사진작가한테 있다고 한다.

사진작가로부터 열쇠를 돌려받아야하는데

차일피일 미뤄졌고

지금 우편으로 열쇠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그래서 나는 오늘 허탕을 쳤다.

나는 오늘 작업실에서 백업이 끝난 하드를 집으로 가져와서

주말동안 두개의 하드에 들어있는 파일 목록을 대조하고

상황판을 만들 계획이었다.

오늘은 작업을 하나도 하지 못하고 이렇게 작업일지를 쓴다.

 

오늘 한 일

-수업

아...오늘 한 일이 수업 뿐이구나...

 

내일 할 일

-인권포럼 원고 마감

-도서관에 책 반납.

-작업실에 가서 컴퓨터 끄고 하드 가져오기

그런데 토요일도 그 건물은 문을 여나?

건물의 주인인 학자들이 다 수련회를 가서

나는 물어볼 수가 없네.....

-장기수 선생님들과 식사

-SK언니 환송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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