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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1.

하돌 임신한 채로 <엄마...> 작업할 때

오후 6시만 되면 어린이집에 가서 아이데려오고 밥 차려서 같이 먹고

아이 잘 때까지 같이 놀았었는데

그 때 우리 둘이서 즐겨 봤던 게 <대장금>이었다.

'오나라 오나라~'로 시작하는 그 노래에 맞춰서 세살 하늘양, 참 귀엽게도 춤을 췄었지.

 

요즘 아침에 하늘,하돌 등교 및 등원시키고 집에 오면 8시 50분 정도.

밥먹으면서 버릇처럼 TV를 켜면 그 <대장금> 재방송을 한다.

이젠 앵두가 몇년 전 그 때의 하늘이처럼 노래에 맞춰서 춤을 춘다.

반복된다는 느낌.

그래도 그 땐 작업을 하고 있었고 끝이 바로 앞에 보였었는데... ^^;

 

요 며칠 <대장금>이 끝나도, 밥을 다 먹어도 멍하니 TV를 보고 있었다.

그냥 머리나 마음이 텅 빈 상태로...그렇게 하루가 지나고나면 허탈하곤 했었는데.

어제부터 앵두가 TV 전원 끄는 법을 혼자 터득하더니 신나게 껐다 켰다 한다.

그래서 전원을 빼버렸는데...덕분에 TV를 안보게 되었다.

예전엔 버릇처럼 리모콘을 누르면 되었는데

이젠 다시 전원을 꽂아야하고 또 리모콘을 찾아야하니

적극적인 행동을 추동할만큼 TV에 대한 욕구가 큰 건 아니라서.

고마워 앵두.

 

2.

어제 오늘 컨디션이 정말 바닥이었다.

몸이 물먹은 솜처럼 푹 퍼져서 움직이는 것 자체가 싫었다.

12시 30분 부터 학교 운동장에 가서 아이들을 기다렸다가 공부방에 데려다주고

다시 4시 쯤에 어린이집에 가서 하돌이를 찾아서 마을버스 타고 공부방까지 가서

또 더 놀겠다는 아이들 기다렸다가 6시쯤에 피아노학원에 하늘이를 맡기고

하늘이 피아노 학원 끝날 때까지 놀이터에서 놀다가

하늘이 놀이터에 오면 또 놀아야한다고 해서 기다렸다가

그렇게 집에 돌아오면 7시 정도.

밥 차려서 밥 먹고 씻고 뭐 그러면 9시나 10시쯤 잠자리에 들고.

그런 생활이 벌써 두달 정도?

 

슈아가 말해주길

아이들 학교에 들어가면 일하는 엄마들 중 많은 분들이 일을 그만 둔다는데

왜 그런지 조금 이해를 하는 중이다.

더구나 복귀를 앞두고 휴가 중인 나는 더더욱 일터가 멀찍이 물러서버리는 느낌이다.

오늘 공부방에 가서 나도 모르게 "아이구 힘들어라" 라고 했더니

공부방 선생님이 오늘 특히나 힘든 날이라고 말씀해주신다.

기압이 너무 낮아서 몸이 무거울 거라고. 저혈압인 사람은 특히 더.

아하, 그렇구나. 우리 엄마가 저혈압이라서 나도 그렇지 않을까 추측도 했던 터라

갑자기 기분 문제가 아니라 몸의 문제, 기압 문제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가뿐해짐.

 

공부방 선생님이 와인 한 잔 하라고 해서

와인 한 잔 했더니 덕분에 헬렐레 해지면서 만사태평이 됨.

똑같은 일과인데도 느긋해졌다.

아이들이 지금 말고 좀 있다 밥 달라고 해서 지금 이러고 있다.

 

덕분에

덕분에

덕분에.....

하루가 색다르다.

역시 알콜은 생활의 윤활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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