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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도 이런 일이2

하루님의 [우리에게도 이런 일이] 에 관련된 글.

 

사무실서 회의를 하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하늘이 통곡을 하며 남편에게 털어놓았다는 이야기인 즉슨

 

며칠전 받아쓰기를 하는데 하늘의 짝 남자애(1번남자애)가 하늘보고

"내 거 한 번 봐봐" 하길래 힐끗 봤는데

"너 내거 보고 썼다고 이를 거야"라고 협박하며

돈 200원을 가져오라고 했다고 한다.

하늘은 받아쓰기 잘한다. 100점 맞는 게 좋아서 열심히 연습한다.

그런데 1번 남자애 걸 안 본 건 아니기 때문에 며칠 동안 혼자 꿍꿍 앓았다고 한다.

그 며칠 동안 혼자서 얼마나 고민을 했을까?

 

사무실에서 그 전화를 받고 담임에게 전화해서 1번 남자애네 집 전화번호를 알아냈다.

우리는 3개월동안 기다렸다. 우리는 담임에게 이야기를 한 번 했었고

담임은 자신을 믿어달라고 했다. 하지만 상황은 점점 악화되는 듯했다.

1번 남자애네 전화번호를 알려달라면서 하늘이 겪은 200원 사건을 이야기하니

담임은 말하길

"그 애는 유치원때부터 도가 튼 것같다.

심지어 너 이런 식이면 학교를 못다니는 수가 있다고 말을 해도 무서워하지않는다"라며

한탄을 했다. 그 집 엄마를 만나고 싶어도 얼굴 한 번 볼 수가 없다고도 했다.

담임은 자기가 먼저 전화를 할테니 10분 후에 그집 엄마한테 전화를 하라고 했다.

 

그집 엄마의 믿음은 경이로웠다.

그 애는 유치원때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그런 일이 없었고

자기는 물론 자기 주변의 사람들도 한 번도 그런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는 거다.

그리고 3월쯤에 담임으로부터 듣기로는 "애들은 싸우면서 크는 거죠" 정도.

전후사정을 다들은 후에도 엄마라는 여자는 사과는 커녕

6월초에 사실확인을 위해 담임을 한 번 찾아뵙기로 했다고

담임에게 죄송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때부터 나는 돌아버렸던가...

이렇게 시시비비를 따지는 양상으로 가는 거였으면

3월에 했어야 했다는 후회.

2번 여자애네 엄마가 나보고 3월에 1번 남자애네 집을 찾아가자고 했을때

나는 선생님을 믿어보자고 했었다.

어제 2번 여자애의 엄마가 그런다.

"그러니까 내가 뭐랬어요? 그 때 가자니까.

 그애가 그냥 그렇게 되었겠어요? 다 부모가 그렇게 키운 거지"

 

첫아이 학교 보내기, 쉽지 않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많이 바쁘시고 신경 쓰실 일이 많을 텐데 이런 일로 신경쓰이게 해서 죄송합니다.

드릴 말씀은 어제 밤에 ㅈㄱ 엄마와 통화한 후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선생님을 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그동안 제가 선생님을 뵙고 말씀드린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같네요.


3월 초부터 하늘이가 ㅈㄱ 때문에 힘들다는 얘기를 했었습니다. 처음엔 교과서에 나오는 안 예쁜 그림 보고서 “이건 너!”라고 한다고 울먹거려서

“그런 건 네가 하지 말라고 단호하게 말해라”라고 얘기를 했었습니다.

그 후 침을 뱉고 책으로 얼굴을 때렸다는 얘기를 듣고서는 밤에 잠을 못 자기도 했습니다.

결국 주먹으로 턱을 세게 맞아서 뒷자리 애들까지 와서 달래주었다는 얘기를 듣고서 선생님께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그게 4월 9일의 일입니다. 저희 올케언니가 초등학교 교사인데 학교 들어가기 전부터 제1원칙이 선생님을 믿고 따르는 것이라고 말해주었었거든요. 하지만 5월 28일 사건(200원 사건)에 대해서 얘기를 듣고서는 그집 부모를 한 번 만나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결국 수요일 밤에 남편이 ㅈㄱ 아빠를 만났고 ㅈㄱ에게 잘 타일러서 사과를 시키겠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4월 29일(목요일) 하교 후에 하은에게 물어보니 사과 받지 못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목요일 저녁에 ㅈㄱ 엄마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제가 선생님을 뵙고자 청하는 이유는 ㅈㄱ엄마와의 대화를 통해, 이번 일에 대해서 뿐 아니라 3개월 동안의 일에 대해서 이해하는 시각차가 너무 크다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기본적으로 ㅈㄱ 엄마는 ㅈㄱ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있으시더군요. 자신도, 주변 사람 누구도 ㅈㄱ의 그런 모습은 본 적이 없었고 유치원 때부터 그런 문제는 한 번도 없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6월 초에 선생님을 뵙고 이야기를 들어봐야겠다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리고 담임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길 “그저 그런 아이들 싸움이다”라는 식으로 말씀을 하셨다더군요. 그래서 사과할 생각은 없으신 것같더라구요. 6월 초에 담임선생님을 만나서 사실확인을 하신다고 하던데 어쩌면 그 분은 하은이가 유별나다고 생각을 하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심지어 선생님께서도 그렇게 생각하시지는 않을까 하는 우울한 추측 때문에 괴롭습니다.


하늘이는 공부를 대단히 재미있어 합니다. 그리고 선생님께서 주시는 뿅뿅이와 교장선생님스티커를 받은 날은 활짝 웃으며 자랑을 합니다. 그동안 하늘이는 하교시에 짝하고 다정하게 손을 잡으면 받는 스티커를 거의 받아보지 못했답니다. ㅈㄱ이가 “나는 너 싫으니까 저리 가!”리고 말한대요. 제가 매일 하늘이를 데리러 가는데 그 얘기를 들은 후 며칠 동안 보니까 정말로 하늘이는 ㅈㄱ의 손을 잡으려는데 ㅈㄱ는 손을 뿌리치고 앞으로 빨리 뛰어가더군요. 교문 앞까지 등하교하던 시절의 일입니다.


아이들은 자라고, 자라면서 많은 성장통을 겪을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 하늘이가 겪고 있는 ‘폭력적인 상황’을 성장통이라고 이해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문제가 되었던 것은 신체적 폭력이었지만 일상적인 언어 폭력 또한 하늘에게는 자존감을 잃게 하는 요소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하늘이 자리를 바꿔주셨으면 하는 바램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남편이 선생님을 믿고 기다리자고 해서 그렇게 알고 있었습니다만 ㅈㄱ의 엄마와 통화를 해본 후, 자신감이 없어졌습니다.


선생님, 저희는 3개월동안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상황은 악화되는 듯하고 일상적인 훈육을 담당하는 어머니와 대화를 해본 지금, 하늘이 또다시 ㅈㄱ에게 시달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저는 ㅈㄱ의 엄마가 문제의 심각성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냥 유야무야 넘어가는 식이 아니라 공식적인 사과를 받기를 원합니다. 그리고 제발 ㅈㄱ가 더 이상 하늘이의 짝이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칠판이 잘 안보이고 새로운 짝과의 사귐에 따르는 어려움은 있겠지만 최소한 폭력에 대한 공포에 시달리는 상황은 없어질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짧게 쓰려고 했는데 길어졌습니다. 선생님을 뵙고 이런 저런 말씀을 나누고 싶습니다. 내일이라도 뵙고 싶지만 바자회 준비 때문에 바쁘실 것같아서 가까운 시일 내에 선생님을 뵙길 청합니다. 뵙고서 더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를 바랍니다. 바쁘신데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하지만 저는 지금 절박합니다. 남편은 제게 과민하다고 하지만 폭력을 휘두르는 남성들은 문제가 생기면 사과를 하고 잘해줬다가 또다시 폭력이 반복되는 태도를 보입니다. 하늘이가 주먹으로 얼굴을 맞아서 선생님께 말씀드렸던 4월 9일 후에도 그리고 어제도 ㅈㄱ는 하늘에게 잘해주었다고 합니다. 하늘은 어제 “ㅈㄱ이가 200원 달라고도 안했고 잘해줬어”라고 기뻐했습니다. 폭력의 희생자들은 항상 그런 식으로 희망을 갖습니다.


어제 ㅈㄱ엄마와의 통화 후 구체적인 훈육을 담당하는 엄마가 별일 아니라는 식으로 생각하는 이 상황에서 폭력의 재현은 불보듯 뻔하다는 판단을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사태의 심각성을 함께 공유하기를 바랍니다. 저는 ㅈㄱ의 부모와 ㅈㄱ이, 저희 부부와 하늘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하기를 바랍니다. 문제가 발생하면 항상 피해자가 적극적이고 가해자들은 마지못해서 움직입니다. 3개월 동안 괴롭힘을 당해왔다는 사실에 대해서 믿지 못하는 가해자의 엄마를 보면서, 기본적인 훈육을 담당하는 엄마가 그렇게 생각한다는 사실은  현재의 상황에 대해서 그다지 희망이 없다는 판단을 하게 합니다.


저희 부부는, 그리고 하늘이는 처음부터 끝까지 늘 선생님을 믿어왔습니다. 하지만 선생님, 40명 가까운 학생들을 돌보아야하는 선생님의 상황을 생각하면 하늘이의 일상은 하늘이 스스로 견뎌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희 부부는 지푸라기도 붙잡는 심정으로 믿음의 근거를 만들고 싶습니다. 그 약속이 흩어질지라도 저희는 가해자 측의 책임있는 사과와 재발방지에 대한 약속을 바랍니다. 그리고 나중에라도 꼭 자리를 바꾸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ㅈㄱ를 위해서라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8살이라 하더라도 폭력의 효용을 이미 알아버린 아이에게는 치료가 필요하고 케어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선생님께는 항상 감사를 드립니다. 하늘이가 학교를 재미있어 하는 이유는 선생님과 함께 만들어가는 수업시간이랍니다. 하늘이 일상의 평화, 두려움없는 성장통을 누릴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2008년 5월 30일  하늘이 엄마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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