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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본 미남자둘

한 남자는 키가 훌쩍 커서 백 구십 센티미터는 되어 보였다.

색깔이 바랜 보라색 털모자를 쓰고 있었고 헐렁한 검정 스웨터를 입었다.

호리호리한 몸매에 긴 얼굴, 그러니까 뭐든 다 길어보이는 인상, 손가락도 길 것 같고, 그렇다고 무턱대고 예민섬세하기만 한 얼굴은 아닌데, 순정만화과의 극단으로 쏠릴 뻔한 분위기를 잡아주는 것은 나이 같다.

젊게 봐야 삼십대 후반. 마흔이 넘었다고 해도 그럴 법해보이는 연륜이 이 사람의 경우 매력 포인트 몇십점을 가산해주는 것 같다.

고개를 끄덕이며 주로 듣는다. 목소리는 분명 보드럽고 감미로울 것 같아.

 

옆의 남자도 어디서 빠지지않을 얼굴이지만, 키 큰 남자에 비해 약간 간이 덜 된 느낌이다.

조금 키가 작고, 조금 살집이 있고, 조금 더 젊어보인다.

주로 말을 하고 있고, 눈이 크고 눈빛이 강하다.

 

 

멀리서도 그들은 큰 키 때문에 눈에 띄었다.

내가 서있는 방향으로 그들이 걸어오고 있는 사이, 점점 더 눈을 돌릴 수 없었다.

시선을 끌어잡는 무언가 다른 공기가 있었다.

 

둘은 팔짱을 끼고 있었다.

삼십대 후반, 마흔의 두 (미)남자가 팔짱을 끼고 서로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걷고 있는 그 모습은 아찔할 정도로 고혹적이었다.

여기가 빠리의 거리라면 그렇게나 아찔하지는 않았을 지도..

 

그 둘이 내 곁을 스쳐지나가는 순간, 나는 내가 특별한 사람이 된 것 같았다.

살짝 꽃 냄새와 벌꿀 냄새가 가미된 고농도 순수자연 신선 공기가 대기엔 가득하고, 햇볕은 항상 골든 옐로우이며, 비는 나무와 풀을 어루만져 항상 진초록이고, 사람들은 사랑한다. 항상 서로 사랑한다.

 

내가 잠깐 천사를 본 것이었다고 해도 그럴 법 했다.

 

사람들은 왜 남자와 남자, 여자와 여자의 사랑을 갈라놓으려 했던 걸까.

그것이 가장 아름다와, 너무 고혹적이라, 세상이 너무나 평화로와져서 악마질을 한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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