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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설겆이 하면서는 라디오가 제격.

씨디를 고르는 것도 설겆이 전초 행위로서는 너무 과하다.

그저 전원만 켜면 주절주절 떠들기 시작하는 라디오가 최고의 설겆이 친구.

 

나는 10시에 <김갑수의 아름다운 당신에게>부터 11시 <신지혜의 영화음악> 씨비에스 고정, 12시 이후엔 케이비에스 클라식 에프엠 (12시 클라식 방송에는 한국 근대 소설가나 시인의 인생 이야기를 들려줌), 한동안 이 시간의 설겆이를 양도받은 남편은 그냥 이비에스만 냅다 틀어놓는 쪽이라함. 한영애가 진행하는 음악시간이 끝나면 무슨 교육상담이 있고(상담프로그램은 은근히 중독성이 있는 거 같음), 또 무슨 (방송대) 강의 같은 것이 있고, 그거 끝나면 어떤 음악하는 사람이 게스트를 한 명 초청해서 마구 수다를 떠는 프로가 있는 것 같고(왕수다판), 또 소설가 한강의 오디오북 어쩌구하는 프로(한강 목소리 너무 깜).. 이걸 그냥 다 듣는다고 한다(그의 의외의 느긋함?).

 

 

어제는 11시 쯤 내가 설겆이를 하고 있었는데, 라디오 주파수가 도무지 잘 맞지 않아 그 잡음을 피하려고 어디 잡히는 데 아무데만 나와라하고 있었다.

에프 알 데이빗의 <워즈>가 잡혔다. 음, 뭐 들어줄만 하지. 옛날 생각도 나고.

노래가 끝나고 마이크를 잡은 사람은, 김기덕.

이 양반 장수한다.

사랑사는 사람에게 고백을 하려는데 말이 안나온다, 이런 노래가 워즙니다.

여전히 김기덕식 강의를 하고 있었다.

그러더니 하는 말,

한국인이 좋아하는 팝송 4*위, 스모키의 리빙 넥스트 도어 투 엘리스!!!!

이러고 있는 거다.

아니, 김기덕 식 강의가 문제가 아니라,  한국인이 좋아하는 팝송이란 오백년 묵은 챠트를 아직도!!!!!

 

그는 이 챠트만 벌써 몇년째 하고 있는 것일까.

몇년 째 거기서 거기 팝송을 틀면서 몇년 째 똑같은 썰을 풀고있는 저 대단한 집념.

엘리스네 집에 어느날 리무진이 들어갔어요. 죽었다는 거죠. 사랑하는 엘리스가 죽었다는 겁니다. 이런 노랩니다, 이게.

하면서 이어지는 비지스의 할러데이.

...정말 이 노래를 틀어달라고 했는지, 스콜피언스의 할러데이를 틀어달라고 했는지는 확인할 수가 없습니다. 거기에 있었던 경찰이 아닌 다음에야 그걸 어떻게 확인하겠습니까. 근데 그냥 비지스의 할러데이를 틀어줬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이노래가 히트가 되었습니다.

 

오늘은 41위까지만, 내일은 40위부터..

 

김기덕의 저 마구리가 먹혀드는 방송계란 나로선 알 수 없지.

그 나물에 그 반찬도 도가 있지, 이십년전에 끓인 국 한 냄비를 물만 더 붓고 내내 계속 끓여내놓고 있는 저 뚝심은 무얼까.

사람이란 원래 무슨 챠트 씨리즈를 좋아하는 본능을 갖고 있는 것인지도..

나도 베스트 어쩌구하는 거 좋아하잖아?

아무튼 김기덕에게는 두손 두발 다 들었다.

언제까지 하는지 한 번 보자.

이왕지사 내년에도 십년후에도 이십년후에도 계속 하시길.

그렇게 되면 오호, 한국인이 좋아하는 팝송 챠트계에 독보적인 기록이 되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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