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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8/02/23
    우리 규민이 첫 이 뺐어요.(3)
    이유
  2. 2008/02/16
    그들의 대단히 현명한 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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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2008/02/14
    우드스탁 그 아저씨와 그 아줌마(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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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2008/02/05
    가슴칠 일이 하나 있는데....(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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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2008/02/05
    고양이 보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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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규민이 첫 이 뺐어요.

 

저도 그렇고 남편도 그렇고 당사자 규민이도 그렇고 몹시 떨리고 떨렸습니다.

 

사실 규민이는 이 빠지는 일=진짜 큰 언니가 되는 일,이란 생각을 하고 있었던 듯, 언제 이 빠지냐고 종종 묻고 굳건히 박혀있는 이를 흔들린다고 주장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다 막상 진짜로 이가 흔들리고 그리고 드디어 뺄 때가 되니, 몸을 뒤로 빼더군요.

 

첫니인 만큼 엄마가 빼주겠다고 나서자, 당사자인 규민이도 용기를 내어 입을 벌리는데, 남편은 3미터 쯤 뒤에서 이불 뒤집어 쓰고, 소리를 빽 지릅니다(인성이가 보면 무식하다 했겠습니다.).

"아~~ 하지마, 하지마, 선생님한테 해달라고 해, 선생님한테 해달라고 해."

 

아무튼 작은 보석같은 이가 빠졌습니다. 규민이는 그것을 보석상자에 넣었구요. (제대로 지붕만 있으면 제대로 올려보고도 싶었는데..) 주위어른들은 케익을 마련하고 촛불을 켜서 축하해주었습니다.

 

진심으로 축하하는 마음과 동시에 내심 어느새 이렇게 커버렸는가 서운합니다.

영화처럼 규민이가 엄마 나 책 읽어줘,하고 걸어오는 장면 있고 컷, 하더니 그 다음엔 스무살된 여인이 긴 머리 휘날리며 고개를 돌리고 엄마,하면서 웃고 있는 장면 나올까 겁납니다.

 

유치를 뺀다는 것을 발도르프 교육에서는 성장의 큰 획으로 본답니다.

저 옛날, 아가가 아장아장 걸으며 '순이도 밥 먹는대.'하고 입을 딱 벌리고, '순이도 학교갈래.'하고 가방을 들고 나서다가, '나도 밥 먹을래, 나도 학교 갈래,'하며 '나'라는 말을 쓰기 시작하는 그 순간도 아이에게는 혁명같은 일이라고 합니다.

 

발도르프 교육론에서는 인생을 7년 주기로 나눈다고 하는데(이런 이론은 이곳저곳에서 들어본 것 같아요. 전에 돌멩이가 국선도에서도 비슷한 얘기를 한다고 하던데.. 실제로 제 인생을 돌이켜봐도 7년 비스꾸리한 주기로 전환이 되었던 것 같아요.), 첫 7년, 0세부터 7세까지는 몸을 만드는 일이 가장 중요한 과업의 시기라고 합니다. 그래서 자기 몸 안에서 가장 단단한 것을 스스로 내보내고 그만한 단단한 것을 스스로 만들어 내는 유치를 갈고 영구치를 내는 일을, 아이가 몸을 만드는 과업을 어느 정도 완성했음을 알리는 것이라고 봅니다.

 

이 때부터 아이는 지적 작업을 시작해도 가능하다고 해석합니다. 그 전에 머리로 이해하고 받아들여야하는 지적 작업은 아이의 몸을 만드는 과업에 방해가 되고, 결국 충실한 몸을 만들지 못하게 된다고 우려합니다.

(아이에게 현대생활방식이 주는 여러가지 예민한 요소들이 급격하게 늘면서 아이의 유치가는 시기가 무지 빨라졌다고 하더라고요. 이것에 대한 연구는 또 다르게 진행돼야겠지요.)

 

..등의 이야기를 발도르프 교육론을 공부하면서 들은 풍월인데, 사실 7년 주기에서도 느꼈듯이, 굳이 발도르프가 아니더라도 인생을 곰곰히 살펴보면 무엇이든 적절한 시기와 단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생각을 엉치 밑 쯤에서 갖고 있던 차에 발도르프 교육론이란 것이 맞장구를 쳐주는 것 같았습니다.

 

발도르프 교육론에서의 핵심은 성장 단계에 맞춘 교육인데, 이때 성장이란 인간 보편적 성장과 개개인 특별한 성장을 다 말합니다.

 

그리고 저는 이것이 현대 교육이 인간과 인생을 망치고 있는 바로 그 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경쟁, 혹은 경쟁력이 핵심인 현대 교육에서는 남들보다 더 잘 하기 위해서 남들보다 더 빨리 합니다.

그 과정에서 인간의 성장이니 개개인의 성장이니 하는 것은????? 실종?????

 

사람은 (아이가 아니라 인생 전반을 보아서) 그 시기에 맞는 것을 결국 받아들이고 느끼고 깨닫게 되기 마련인 것 같습니다. 내 속에서 아직 내 것이 아닌 것을 주변에서 던져주어 받게 되면 그것은 내 겉의 헛개비로만 남습니다. 인생은 결국 살다살다보며 내내 그것들을 풀어내고 품어내고 치루는 과정 같습니다.

 

우리 학교 아이들을 수업시간에 만나면서, 저는 종종 이런 느낌을 받는답니다.

"아, 이 아이들은 지금 그들의 인생 전면을 가지고 여기에 있구나."

 

학교에 다녔던 그 무수한 나날들, 그 시절에 나도 내 인생 전면을 가지고 순간순간을 살았다면...이런 생각이 들면서 우리 학교 아이들이 무지 부럽습니다.

 

헤..결국 우리 학교 자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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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대단히 현명한 습관

 헤로도토스에 따르면 바빌로니아의 결혼 풍습은 독창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이를 본받을 만한 것이라고 권장했다. 결혼 적령기에 접어든 처녀들은 일정한 날 시장에 모인다. 집행자의 호령에 따라 처녀들이 한 사람씩 일어나면 경매가 시작된다. 가장 아름다운 처녀가 맨 처음 경매로 낙찰된다. 물론 그녀에게 대부분의 돈이 몰린다. 그 다음 두번째로 예쁜 처녀가 경매에 부쳐지고 순차적으로 가장 못생긴 처녀까지 순서가 돌아간다. 경매에서 거둬들인 돈은 한데 모아 못생긴 처녀를 낙찰받은 남자들에게 돌아간다. 처녀가 못생겼을수록 그 처녀의 남편이 될 남자는 더 많은 돈을 받는다. 헤로도토스는 "이런 방법으로 못생기고 장애를 가진 처녀들도 결혼할 수 있도록 해준다"고 분명히 전하고 있다. 헤로도토스는 이에 대해 [역사]1권195장에서 '그들의 대단히 현명한 습과'이라는 말로 끝맺고 있다.

 

           - 인류문명의 시원을 찾아서, 옛날 사람들은 이렇게 살았다. (이바르 리스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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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드스탁 그 아저씨와 그 아줌마

정독도서관의 유리문을 밀고 들어서다 난 움찔했다.

 

근 10년만에 본 얼굴이지만, 첫눈에 그 아저씨를 알아봤는데, 이유는 내가 그 사람을 잘 알았던 것이 아니고, 그 아저씨가 워낙에 얼굴 팔릴 짓을 하였기 때문이다.

 

근 10년 전 즈음에 신촌의 술집 우드스탁 토요일밤.

 

 11시도 되기 전에 그 아저씨는 이 테이블 저 테이블 사이사이를 누비며 춤을 추었다. 전자기타소리가 바쁜 곡을 배경으로 전자기타줄을 바쁘게 흔드는 흉내를 내는 손가락짓과 이 다리 저다리 번갈아 구십도 각도로 들어올리느라 껑충껑충 뛰고 그에 맞춰 고개도 산란하게 좌우로 흔들며..  얼추 쉰 쯤 되지 않았을까,당시에.

그걸 매주마다 몇 년을 보았으니 그 얼굴이 잊히나.

 

가끔 안녕하세요.도 했었고, 맥주잔도 부딪혔던 것 같은데(술김에), 그렇다고 10년 쯤 지난 지금 태연하게 안녕하세요,를 할 수는 없는 사이다. 나는 모르는 척 모드로 돌아서려는데, 내가 움찔하는 것을 정통으로 목격한 이 아저씨는 니가 날 안다면 나도 널 알텐데, 넌 누구냐,는 듯 내가 얼굴을 돌리려는 걸 용납하지 않았다.

 

뭐라고 해야하나.. 우드스탁에서 뵈었잖아요... 요즘도 다니세요?

 

 

펭귄 아줌마도 있었다.

그녀도 역시 우드스탁에 매주 홀연히 술 먹으러 와서는 술김이 오르면 발그레한 얼굴로 스르르 일어나, 땅딸한 키 볼록한 배와 어울리는 짧은 스텝을 앞으로 내밀었다 다시 제자리로 빼었다하는 춤을 추었다. 얼추 마흔중반 쯤 되지 않았을까,했다.

 

그 아줌마와는 안녕하세요,를 가끔 했던가. 맥주잔도 부딪혔던가...

난 갑자기 머리 속에서 그 계산을 하였다. 아줌만 별명도 펭귄이었고, 난 불쌍하다고 느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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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칠 일이 하나 있는데....

반찬은 김치찌개 한 냄비 놓은 게 전부인데도 밥을 양푼으로 퍼다놓고 먹기 시작하였다.

 

엄마네 김치찌개는 어찌 멸치국물만으로 끓여도 이렇게 다냐.

 

그거 멸치만 넣은 거 아냐. 동태대가리도 넣었다야.

 

웬 동태대가리?

 

시장길 여고 후배가 언니 이거 가져가, 언니 줄려고 남들이 대가리 안 넣어준다고 뭐라 하는 걸 다 무시 하고 꼭꼭 싸놨는데. 이거 가져가.하고 날 그렇게 주고 싶어해.

 

왜 그래?

 

내가 지나가다 야쿠르트 한 병도 주고, 엄마 있을 때 엄마 드리라고 음료수 하나 사다주고,하니까 날 언니언니하면서 좋아하네. 사람들 다 나 좋아해. 영화사(엄마 다니는 절)에서도 다 나만 보면 좋아서 우리집에 놀러오고 싶어하고, 뭐든 주고 싶어하고 그런다니까.

 

그러게, 내가 봐도 엄마는 누구든 좋아할만한 양반이다. 그 나이 되도록 욕심 없고 헛치레없고 바보처럼.

그런데 아빠만은 그런 엄마를 인정하지 않는다.

세상이 다 인정하지 않는대도 서로 인정해야할 관계라면 부모와 자식이고 부부이더라. 그게 결국 인간살이더만, 그런 의미에서 우리 아빠, 그 고집 좀 이젠 꺽으시면 좋을텐데 여자 앞에서는 반드시 대접을 받아야한다.

 

사실 알고보면 아빠는 엄마에게 가장 의지하고 있다.

내가 봐도 알겠다.

내가 어렸을 때부터 엄마가 외출하는 걸 무지 싫어했었는데, 난 그게 그냥 꼴통 가부장이라 그런 건 줄 알았었다. 어쩌면 내가 어렸고 두 양반이 젊었을 땐 그래서 였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지금 아빠는 집에 엄마가 없으면 날개 떨어진 수탉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 곧 죽어도 붉은 벼슬을 곧추 세우는 폼을 하고 있지만, 여지없이 느껴진다. 그래서 엄마가 어딘가로 놀러간다,하면 아빠는 대리전쟁을 한다.

 

며칠전엔 엄마가 즐겨듣는 라디오 불교 방송의 어떤 프로의 공개녹화를 들으러 간다고 했단다.

토요일 오후였다.

처음에 우리 아빠는 스스로도 개선되려 마음 먹었고 그걸 보이려했는지..

당신 밖에서 밥 사먹는 거 싫어하니까 고구마 좀 싸가져가서 출출하면 먹지그래. 그게 냄새도 안 나고 좋아.했단다.

나가기 한 시간 여 전.  엄마, 안방에서 신문 펼쳐놓고 보고있는데 아빠가 난데없이 청소기를 들고 들어와 청소를 시작하며 딴 데가서 신문 펼쳐보라고 빽 고함을...

어이없는 우리 엄마, 어차피 한 시간 후면 나 외출할 건데 이왕 청소할 것 그때 아무도 없을 때 청소하면 편하잖아?(그게 원래 주부들이 일하는 방식 아닌가)

아침밥먹고 무슨 일을 했다고 지금 큰소리야.라는 아빠의 대꾸.

이런 식이다.

결국 엄마 혼자 외출을 앞두고 아빠는 불안불안.. 자신의 불만을 그러나 솔직하게 말도 못 하고 대리전쟁을 시작한다.

 

엄마는 내가 동태대가리 김치찌개와 밥 한 양푼을 먹는 동안 아빠 흉을 내차 봤다.

딸래미한테 아빠 흉 보는 게 마음 편한 엄마에게 나도 정성껏 대꾸. 맞장구를 쳤다.

 

우리는 그렇게 같이 아빠 흉을 본다.

 

그런데 지금 엄마 눈에 눈물이 그렁하다.

지금 속에 있는 얘기는.......

 

가슴 칠 일이 하나 있는데.. 이 얘길 내가 누구한테 하겠니.. 아고, 너한테 또 이 말하면 너도 가슴 아플텐데..

얼마전에 어린이집에서 빨개벗겨 벌 세운 선생 얘기 나왔었잖아. 그걸 보더니 나쁜놈들,나쁜놈들 그러더라. 늬 아빠가. 그런데 생각나? 우택이에게 그랬었잖아. 어렸을때. 너 기억나? 그래서 내가 눈물만 뚝뚝 흘리고 반성할 사람은 우리야.그말만 하고 말았어.

 

지금 속에 있는 얘기는 역시 동생 얘기였다.

그래도 엄마는 이제 그런 짤막짤막한 얘기를 입 밖으로 꺼낼 수 있다.

그리고 나도 엄마 앞에서 동생 얘기로 눈물을 흘릴 수 있다.

 

올해로 동생 11주기가 된다. 벌써.

2월3일은 그 아이의 생일이었다.

나는 걔가 죽은 후 몇년 동안은 생일날에 생크림케잌을 사가지고 그 아이 뼛가루를 뿌렸던 산에 갔었다.

그런데 생일은 산 사람에게이고, 죽은이에게는 제일인것이지..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나 여전히 생일날이면 무언가를 해주고 싶다.

생일날에 어떤 선물이 좋을까,가 더 어울리는 나이인 것이다. 걔는 여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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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보은

 

십대 여자 주인공이 미야자키 하야오의 취향인가보다.라고 말하면 취향이란 말이 오해를 주겠군. 그럼 그의 만화관이라고 해야하나... 평범한 여자아이의 특별한 모험, 여자아이는 평범하지만, 사실 모든 평범한 십대 여자아이의 속에는 보석이 반짝인다.

 

고양이의 보은을 몇 번 비디오로 빌려보다 디비디로 아예 사버렸다.

 

특히 좋은 부분; 엄마와 하루는 그렇게 딱 둘이 살고 있는 것 같은데, 때로는 하루가 엄마를 보살펴주는 관계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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