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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의 대화

지내 놓고 보니, 나름 세미나에 가서 영화도 보고 아직은 어색해도 사람들과 더 얘기도 많이 해 볼 맘에... 과외도 미뤄 두고 일정 준비를 했었던 것이라, 좀 아깝긴 했다.

 

그러나 정작 오늘이 되자, 나는 무한귀차니즘이라든가 대선 후 꿀꿀함, 만 가지고도 설명이 안 되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집 밖에 한 발짝도 나가지 않아 버렸다. 심지어 요즘 저녁마다 다시 아프기 시작한 발목을 물리치료하러 갈까 한, 집 근처 병원에도.

 

나 자신과의 대화가 많이 부족해서, 그(나 자신)를 버려두거나, 내 바깥의 담론을 받아들일 여유가 없다고 느꼈다. 그런데...... 나와의 대화가 사실 무섭다는 거라, 필요함은 알겠는데, 다른 외부 활동도 피하고, 멍석 다 깔아 놓고, 정작 못 하겠는 거다.

 

오히려 (한참 전인) 출판사 다닐 적에, 일기도 더 많이 쓰고, 나 자신도 더 돌아보고, 생각도 더 많이 했는지도 몰라, 그러나, 그렇다고 지금은 또 그렇게 화닥 어딘가에 뛰어들지도 못하겠고, 시간은 자꾸 가고......

 

이런 느낌은 회사 다닐 때도 마찬가지, 학교 다닐 때도 역시 그랬지만, 자꾸만 '길을 잃었다' 또는 '내가 여기서 왜 이러고 있지' 하는 낯섦, 이거 자꾸 왜 생기는 걸까?

 

어제는 하루 종일 대선 방송을 보아, 이명박도 나름 귀여운 데도 있는 인간이긴 하다는 것을, 또는 정치적 무력감을 새삼, '적극적 세뇌' 당하기도 하였다. 의도한 건 아니었고, 어느 정도는 예상한 것이었지만, 그러나 참, TV 무섭다는 생각도, 역시. 아 또 그리고, 어제 처음 본, 같은 과 한 학번 위였던, 어느새 기자 된 이의 보도 화면도.

 

내가 가는 것이 길이라고, 과연 '직업을 갖지 않기로' 분기탱천하던 마음이 언제까지 버티며 이야기할 것인가? 안정 지향,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무모함을 자꾸만 덮어.

 

겨울은 아직도 한참, 길게 남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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