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게시물에서 찾기분류 전체보기

기념사업회 직원명의 성명서 내려다 직원반발로 무산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최근 논란에 강력 대처하기로 방향을 정하고 직원 명의로 성명서를 발표하려다 직원들 반대로 불발로 그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민주화운동 관련 단체들에서는 “기념사업회가 사태해결 의지가 없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시민의신문 

<시민의신문>이 단독 입수한 ‘현 상황에 대한 우리의 입장’ 초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기념사업회에 대한 문제제기에 대한 입장을 밝힌 부분이다. 성명서 초안은 “최근 기념사업회에서 근무했던 일부 인사들로 인해 사업회의 사업이 진실과 다르게 과장 왜곡되고 있다”며 기념사업회에 대한 문제제기를 근거없는 공격으로 치부했다.

성명서 초안은 “지난해 11월에 이들이 제기한 문제에 대해 그 사실여부를 규명하기 위한 내부감사를 시행한 바 있다”며 “그 결과 이들이 주장하는 구체적인 내용들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우리는 이들이 주장하는 임원진의 도덕성 등에 대해서 의심하지 않는다”며 함세웅 이사장과 문국주 상임이사를 지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특히 이들은 “더 이상 사실을 왜곡 과장하지 말길 바라며 이러한 행위가 계속될 경우 모든 방법을 동원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임을 밝혀 둔다. 아울러 사업회와 관련한 시위와 왜곡 과장된 내용을 담은 문건의 유포는 중단되어야 한다”고 주장해 송무호 전 본부장과 최상천 전 관장을 비난했다.

이 성명서 초안은 이와 함께 “사업회에 깊은 관심을 보여준 제 단체와 인사들에게도 당부드린다”며 “우리 사업회 직원들은 현 사태를 스스로 해결해 나갈 것이며 이 과정을 애정을 갖고 지켜봐 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시민의신문 

성명서 초안 뒷부분에는 의견수렴란이 별첨으로 돼 있다. 팀별로 팀장이 성명서 초안에 대한 찬성과 반대, 수정의견을 제시하도록 했다. 기념사업회 직원 대부분은 성명서 초안에 반대의사를 밝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제보자에 따르면 직원 명의 성명서 발표 시도는 이미 지난달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지난달 22일 열린 기념사업회 이사회에서는 최근 안팎의 문제제기에 대해 강력히 대처하라는 요구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기념사업회 앞에서 지난달 13일부터 농성을 계속하고 있는 송무호 전 본부장에게 “고소하겠다”며 말다툼을 벌이는 등 눈에 띄는 대처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지난달 27일과 28일에는 2차에 걸쳐 전직원회의가 있었다. 첫날은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했지만 28일 회의에서 권 아무개 직원이 직원 명의로 성명서를 발표하자는 제안을 했고 그와 다른 직원 2명으로 초안작성팀을 만들었다. 이들은 지난 3월 2일 오전 11시경부터 팀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달라며 기념사업회 팀장들에게 초안서 한 부씩을 전달했다. 팀장들에게만 한 부씩 전달한 것은 외부유출을 꺼렸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초안서에 대해 직원들 대부분이 반대의사를 밝히면서 성명서 채택은 유야무야됐다.

기념사업회는 직원 명의 성명서가 무산된 것과 무관하게 기념사업회를 둘러싼 문제제기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민주화운동 관련 단체들의 비판이 빗발치고 있다. 박희영 민주화운동정신계승국민연대 사무처장은 “내부 문제니까 외부에선 개입하지 말라고 하는 발상 자체가 황당하다”며 “과거 3자개입 금지같은 사고방식”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잘못은 잘못으로 인정하고 다시 시작하면 되는 건데 왜 이렇게 갈등을 증폭시키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송 전 본부장은 “직원들로 하여금 그런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하게끔 하려는 사고방식 자체가 민주화운동사업회의 본질을 역설적으로 말해준다”며 “임원진의 사고방식이 가엾게 느껴진다”고 밝혔다.

성명서 초안에 대해 양금식 기념사업회 홍보팀장은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려고 만든 문건일 뿐"이라며 "외부에 발표하려는 목적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현 상황에 대한 우리의 입장

우리 직원 일동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이하 사업회)가 선배 민주화운동가들의 희생과 헌신으로 이룩된 것임을 인식하고, 나아가 그 뒤를 잇는 역사적인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는 자부심과 책임감을 갖고 임해왔다.
최근 기념사업회에서 근무했던 일부 인사들로 인해 사업회의 사업이 진실과 다르게 과장 왜곡되고 있다. 이들에 의해 전파되고 있는 문건 등은 언론 정당 뿐만 아니라 사회단체에까지 파급되면서 사업회는 지금 심각한 위기에 당면해 있다. 이들에 의해 존폐문제까지 거론되는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하며 이에 대한 우리 직원 일동의 입장을 밝힌다.

1. 우리는 지난해 11월에 이들이 제기한 문제에 대해 그 사실여부를 규명하기 위한 내부감사를 시행한 바 있다. 그 결과 이들이 주장하는 구체적인 내용들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확인했으며 우리는 이들이 주장하는 임원진의 도덕성 등에 대해서 의심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 사업회에 밀접한 관계에 있는 제 단체 및 인사들에게 까지 사실과 다른 내용들이 유포되고 확산되면서 우리는 더 이상 이 사태를 방관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더 이상 사실을 왜곡 과장하지 말길 바라며 이러한 행위가 계속될 경우 모든 방법을 동원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임을 밝혀 둔다. 아울러 사업회와 관련한 시위와 왜곡 과장된 내용을 담은 문건의 유포는 중단되어야 할 것이다.

2. 이번 사태와 관련하여 사업회 내의 조직운영이나 사업설정 및 추진 등에 있어서 오해와 편견이 없도록 내부를 점검하고 조직운영의 시스템을 재정비하는 일정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사업을 설정함에 있어서 객관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것이다.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서도 공정하고 투명한 과정과 절차에 문제가 없었는지가 점검되어야 하고, 이사회 등을 통해서 감독 관리도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사회전반에 사업회가 재인식될 수 있도록 모두가 노력할 것임을 밝혀둔다. 이를 위해 관련단체 및 인사들과의 교류도 더욱 활발히 할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사업회 내부의 안전망과 외부와의 검증 등을 통해 사업회만의 조직이 아니라 사회전반에 기반을 확보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로 거듭날 것을 다시 한번 다짐한다.

3. 또한 현 사태와 관련하여 사업회에 깊은 관심을 보여준 제 단체와 인사들에게도 당부드린다. 우리 사업회 직원들은 현 사태를 스스로 해결해 나갈 것이며 이 과정을 애정을 갖고 지켜봐 주기를 바란다.

2006년 3월 2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직원 일동

2006년 3월 6일 오후 15시 20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quot;지금은 진보 재구성 병목 지점&quot;

오는 3월 23일부터 25일까지 서울 대방동 여성플라자에서 열리는 한국사회포럼2006을 맞아 <시민의신문>과 한국사회포럼 조직위원회는 공동기획 ‘미리 보는 한국사회포럼’ 좌담을 4회에 걸쳐 마련했다. 한국사회포럼에서 토론할 주제 가운데 선정한 이 주제들은 한국시민사회운동의 지평을 넓히고 고민을 나누는 자리를 통해 ‘운동의 소통’을 꾀하자는 의도로 기획했다. 그 첫 순서로 지난 23일 열린 ‘한국의 사회운동 위기인가’는 한국사회운동이 위기인지, 위기라면 원인은 무엇인지, 대안은 무엇인지를 진단한다. /편집자주

1회. 한국 사회운동은 위기인가
2회. 사회운동과 진보정당의 관계설정, 어떻게 볼 것인가
3회. 반(反)운동을 말한다: 뉴라이트와 신보수주의 비판
4회. 사회운동 내부 민주주의를 말한다

일시: 2월 23일 2시
장소: 시민의신문 회의실

사회: 조희연 한국사회포럼 집행위원장

참석자:
유영주 참세상 편집국장
김어진 다함께 활동가
이태호 참여연대 정책실장
이원재 문화연대 공동사무처장









조희연 한국사회포럼 집행위원장.
양계탁기자
조희연 한국사회포럼 집행위원장.

△조희연: 시민사회운동진영에서 위기라는 말이 상당히 회자되고 있다. ‘뉴라이트’의 반발, 민주노총 선거를 둘러싼 잡음 등을 접하면서 대중들 사이에서도 위기에 대한 인식이 있는 것 같다. 오늘은 위기인가 아닌가에서 시작해 위기라면 무엇이 원인인가, 그리고 사회운동이 자기역할을 다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가를 논의했으면 한다. 먼저 현재 한국 사회운동의 객관적 상황을 점검해보자.

△유영주: 노동운동의 우기라는 말은 많이 하지만 사회운동의 위기라는 용어는 약간 낯설다. 노동운동 위기 논쟁은 물론 10여년 전부터 있었다. 최근 다시 일고 있는 노동운동 위기론은 오히려 자본 쪽에서 제기하는 부분이 크다. 노동운동을 바라보는 자본이나 사용자 등 지배계급이 노동운동을 위기로 주장하면서 왜곡된 진단을 내리는 경향이 있다. 사회운동 위기론이 사회운동 ‘주체의 위기’인가 아니면 담론지형이나 전망과 관련한 ‘내용의 위기’인가를 구분해야 한다.

△김어진: 노동운동을 포함해 사회운동 전체를 놓고 볼 때 위기는 맞다. 하지만 그것을 운동의 에너지가 소모된 것과 동일시하는 건 잘못이라고 본다. 내가 보기엔 ‘지도력의 위기’라는 측면이 더 크다. 주위를 둘러보자. 3월 19일은 이라크전쟁반대집회에서 보듯 국제주의적 반전운동같은 새로운 운동이 출현하고 있다. 양극화에 대항하는 새로운 운동과 급진적인 운동이 성장하고 있다. 내가 보기에 운동은 여전히 강력하고 강력해지고 있다. 운동의 위기가 아니라 ‘지도력의 위기’라는 게 내 입장이다. 주체적 노력이 형성된다면 위기는 해결가능하다고 본다.

이원재 문화연대 공동사무처장.
양계탁기자
이원재 문화연대 공동사무처장.

△이원재: 위기로 치면 사실 언제나 위기였다. 내가 관심을 갖는 건 담론이 갖는 효과가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최근 진보진영의 위기담론은 운동에 대한 욕망을 반영한다. 최근 나오는 위기담론을 통해 욕망에 주목해야 한다. 그것은 바로 변화 속에서 어떻게 운동을 변화시켜 갈 것인가에 대한 욕망이다. 위기론이 맞느냐 아니냐가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긍정적인 방향으로 물꼬를 틀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욕망을 전략적으로 잘 담론으로 이끌고 실천과 접목시키는 게 필요하다. 어쨌든 체감온도는 저마다 다르겠지만 사회변화에 대응하는 것이나 운동가 재생산에서 위기는 분명히 있다.

주체의 위기? 내용의 위기? 동력의 위기?

△이태호: 솔직히 나 자신은 요즘 혼란스럽다. 확실히 나는 위기라고 할 수 있다. 사회운동 전체로 보더라도 위기는 위기다. ‘동력의 위기’는 아니라고 보지만 그것도 의심은 해봐야 한다. 단순히 변화하는 현실에 적응하지 못해서 생기는 위기가 아니라 한국사회가 겪는 위기와 밀접하게 연관된다. 민주화 이후 20년 가까이 지났다. 많은 일이 일어났다. 분단체제도 흔들리고 세계적으로 탈냉전이 확산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대테러전쟁과 신자유주의도 기승을 부린다. 이런 흐름들에 한국 시민사회는 얼마나 준비가 돼 있는가. 모순이 있다고 운동이 성장하는 게 아니다. 모순이 있고 준비가 있을 때 운동이 성장한다. 지금 사회운동이 겪는 위기는 분명히 전환기에 나타나는 위기인 건 분명하다. 전환기를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가라는 점에서 동력과 전망에서 위기를 겪고 있다고 본다.  

유영주 참세상 편집국장.
양계탁기자
유영주 참세상 편집국장.

△유영주: 87년 이후 한국이 민주주의를 이룩하는데 가장 크게 이바지한 세력 중 하나가 이태호 실장같은 자유주의자들이다. 자유주의자들이 가지고 있던 비전과 전망의 대부분은 실현됐다고 본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가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급속히 결탁하면서 자유주의자들은 가치혼란에 빠져 좀처럼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자유주의 활동가들에게는 분명 위기이다. 정책이나 지도력, 전망 모두에서 위기를 겪고 있는 것이라 본다.

△이태호: 일정부분 동의한다. 자유주의 비전의 문제는 분명히 있다. 하지만 위기는 자유주의 진보주의 보수주의처럼 우리가 생각했던 구획들 모두에 걸쳐 있다. 단순히 자유주의만 위기라고 볼 순 없다. 각각의 내용들에서 건설적인 대안이 안 나오거나 나오더라도 동력을 얻지 못하기 때문에 위기다. 자유주의는 그렇다 치더라도 다른 급진적 전망에선 어떤 비전을 제시하고 있는가. 그 전망들이 대중들에게 얼마나 호응을 얻고 있는가. 운동이 운동이고자 한다면 사회적 논쟁의 중심에 서 있으면서 사람들을 의제로 끌어들여야 한다. 그런데 지금 시민사회운동은 그 힘을 잃고 있다. 그러다보니까 오히려 ‘뉴라이트’는 구심력을 강화하는 반면 개혁세력의 의제는 계속 주변으로 밀리고 있다.

△조희연: 운동의 위기를 어떤 개념으로 정리할 것인가. 나는 ‘전환적 위기’라는 표현을 즐겨 쓴다. 두 측면이 있다. 하나는 87년 체제에서 이른바 시민운동으로 상징되는 중도자유주의적 개혁운동이 제기한 의제가 하나씩 실현되면서 나타나는 의제고갈, 다시 말해 ‘성공에 따른 위기’다. 다른 하나는 신자유주의, 양극화 등 새로운 도전에 대응해 기존 운동들이 충분히 새로운 응전질서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데서 나오는 진통이다. 민주화를 선도했던 것이 중도자유주의적 개혁운동이기 때문에 위기가 그쪽에서 많이 보이긴 한다. 하지만 새로운 조건에서 나오는 진통의 위기도 분명히 존재한다.

이태호 참여연대 정책실장.
양계탁기자
이태호 참여연대 정책실장.

△이태호: 썩 성공적이지는 않지만 탈냉전 이후 전세계적으로 진보를 재구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세계사회포럼을 보더라도 여전히 고민은 진행형이다. 한국사회도 마찬가지다. 북핵·북한인권·대테러전쟁 등을 예로 든다면 한국 진보세력의 비전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답이 명료하지 않다. ‘자유주의냐 진보주의냐’가 문제가 아니다. 지금은 진보를 재구성해야 하는 병목지점이다. 그리고 대중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다르게 움직이고 있다.

전략부족이 아니라 소통부족이 위기

△유영주: 정책의제적 측면과 주체의 측면에서 위기를 봐야 한다. 먼저 정책의제적 측면에서 현재 우리사회가 어떤 모순을 안고 있는가를 냉정하게 봐야 한다. 대표적으로 모순은 노동유연화, 양극화, 제국주의와 전쟁, 남북문제다. 이들 모순에 대해 사회운동이 새로운 비전과 전망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면에서 ‘정책의제의 위기’라고 본다.

△이태호: ‘재생산 위기’ 즉 ‘동력 위기’도 분명히 짚어야 한다. 대학사회는 갈수록 탈정치화되고 빠른 속도로 신자유주의에 포섭되고 있다. 자라나는 세대들이 건강한 시민교육을 받고 있지도 못하다. 지역사회는 더 심각하다. 풀뿌리 보수주의가 갈수록 위력을 떨치고 운동단체들은 상근자 구하기도 힘들다. 그런 면에서 보면 우리가 위기를 느낄만한 객관적 상황은 존재한다.

△이원재: 재생산에서 위기는 분명히 있다. 고령화도 운동진영이 고민해야 할 지점이다. 직업운동으로 바뀌면서 생기는 현상이라고 본다. 그 속에서 전문화, 의사소통문제, 운영 문제 등이 생겨난다. 또 하나 지적하고 싶은 것은 최근 몇 년 사이에 연대활동을 부담스러워 하는 경향이 있다. 운동사회의 소수자들은 주도하는 단체에 대한 비판의식이 강해지고 후자는 일방적 책임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다. 불행히도 자기정체성을 찾아가면서 차이와 연대를 모색하는 게 아니라 제각각 조각나고 고립되는 방식으로 가고 있다.

김어진 다함께 활동가.
양계탁기자
김어진 다함께 활동가.

△김어진: 대학사회를 보면 대학생들이 탈정치화된다는 말이 일면 맞다. 하지만 그들이 받는 억압과 스트레스가 굉장히 심하다. 운동 주체들이 계기를 잘 만들면 얼마든지 분출할 수 있다고 본다. 재생산 구조를 위기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에 대한 반감을 시민사회단체가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 가령 환경단체가 내는 월간지 광고가 에너지기업 광고로 가득차 있는 역설이 존해한다. 줄어드는 회원수는 그런 부분과 연관되는 것도 있지 않을까.

△유영주: 주체 동력이 위기의식을 느낄 수 있고 분명 위기를 느낄만한 약점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회운동 위기, 노동운동 위기’라고 하는 것은 조심스럽게 봐야 한다. 노동운동을 위기라고 먼저 얘기한 사람들은 노동운동가들이 아니다. 친자본 이데올로기로 무장한 이론가들이었다. 노동운동을 낡은 유산으로 몰아붙이기 위한 공격이다. 분명 운동이 어려움은 겪고 있다. 아까 얘기한 네 가지 의제와 관련한 위기는 주체가 대안을 못 내놓기 때문이 아니라 지배계급이 겪는 위기를 표현한 것이다. 나는 그 네가지 위기의 책임을 사회운동이 져야 한다고 생각지 않는다. 위기의 핵심주체는 지배세력이다. 주체의 위기와 ‘사회운동을 호명하는 사람들의 위기’를 구분해야 한다.

△조희연: 정책, 동력, 지도력, 주체 등 다양한 측면에서 위기론을 거론했다. 운동의 동력이 넓어지는데 운동이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진단도 있었고 운동의 저변이 약해지고 있다는 관점도 있다. 이른바 위기적 상황에 대해 시민운동, 민중운동의 차이가 있는 것 같다. 각 부문별로 느끼는 위기의 원인에 대해 말해보자.

△유영주: 내가 바라보는 위기는 ‘주체의 위기’라는 측면과 ‘누가 호명하는가’를 전제로 한다. 사실 87년 이후 사회운동이 동원할 수 있는 의제는 대부분 동원했다. 2004년에는 4대 개혁입법이라는 법제도적 방식까지 동원했다. 상당 부분 실현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신자유주의와 관련한 우리사회의 위기에 의제를 동원하지 못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주체의 위기’라는 것이다. 민중운동은 분명 ‘주체의 위기’다. 신자유주의를 반대해야 한다는 얘기는 많이 하는데 그걸 극복하기 위한 담론은 매우 유치하다. 현실진단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고 고백할 수밖에 없다. 시민운동에 대해 말한다면 나는 솔직히 시민운동이 신자유주의에 대응하려는 의지가 별로 없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태호: 비전 혹은 이념은 현실을 엮어 내지 않으면 가치가 없다. 시민운동은 쟁점을 따라가다 보니 일에 치였고 종합적으로 성찰하는 데 게을렀다. 그건 반성해야 한다. 하지만 시민운동과 민중운동 모두 ‘컨텐츠’라는 면에서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진보건 자유주의건 87년 이후 한국사회를 어떻게 바꾸자 하는 구상들이 마무리되고 있는 지금 개혁의제 컨텐츠를 누가 제공하고 있는가. 내가 보기엔 잘 안나온다. 양극화반대, 노동유연성 반대라는 구호는 그 자체로는 컨텐츠로서 의미가 없다.

비정규직법안을 예로 들어보자. 사회운동은 비정규직 문제를 종합적으로 제기하지 못하고 있다. 운동 일반의 책임이 있다. 과거 국가인권위법 제정을 보면 법안이 모자라느냐 남느냐는 중요 쟁점이 아니었다. 중요한 건 그걸 둘러싼 사회적 기획이다. 결국 운동의 위기는 기획 부족에서 나온다.

△유영주: 솔직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 사회적 의제설정에 게을렀다고 했는데 그 원인이 무엇인가. 활동을 게을리 하는 건 아니다. 새롭게 제기되는 쟁점에 대해 대응을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령 비정규직법안 문제에서 핵심은 노동유연화이다. 나는 비정규직 문제의 대안은 법안을 잘 만드는 게 아니라 비정규직을 없애는 것이라고 본다. 비정규직법안이 나오지 않도록 비정규직법안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우리 대안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몇몇 시민사회단체들의 절충안은 비정규직 입장에선 노동유연화를 받아들이라고 말하는 것과 다름없다.

△이태호: 이념은 현실과 만나야 비전이 된다. 이념과 현실 사이에서 어떤 일감을 찾느냐. 참여연대는 그걸 찾아서 나름대로 열심히 일해 왔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우리가 게을렀다는 것은 그걸 엮어내는 전체적인 논의, 그리고 다같이 논의하는 것에서 부족했다는 것이다. 고민들을 통합적인 사회적 대안으로 만들어야 한다. 개혁세력도 다양하게 분화되고 있다. 그건 순기능이다. 분화를 모아내는 게 중요하다.

△조희연: 근본적이고 전면적인 공간에서 어느 수준에서 타협할 것인가가 핵심이라고 본다. 근본적이고 전면적인 극복으로만 환원할 수는 없는 지점이 있다.

△김어진: 쟁점을 종합적으로 엮지 못했다는 것과 컨텐츠 부족을 지적한 이태호 실장 말에 동의는 않지만 이해는 한다. 컨텐츠가 부족하다고 말하는데 과연 어떤 컨텐츠냐고 물어보고 싶다. 세계사회포럼을 봐도 쟁점이 너무 많다. 그런 운동들을 어떻게 엮어서 어떻게 전략적으로 풍성하게 할 것인가, 어떤 힘을 모으고 어떻게 연결망을 구축할 것인가에서 시민운동이 미진했던 것은 사실이다. 민중운동과 시민운동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게 시급하다. 하지만 그것은 ‘근본적 반대’를 통한 방식이어야 한다. 비정규직에 관해서는 근본적 입장이 가장 구체적인 입장이다.

민중운동, 시민운동 구별짓기는 허상

△이원재: 노골적으로 말하면 ‘전략 부족’이 아니라 ‘전략에 대한 소통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전략은 다를 수 있지만 소통이 안되니까 역할 분담이 안 되는 것이다. 거기서 불신이 싹트고 첨예한 쟁점에 대해 운동 진영 차원에서 이해수준이 낮아진다. 거기서 위기가 싹튼다. 분화가 문제가 아니라 배타성이 문제다. 운동주체들 간에도 논쟁이 없다. 그러니까 사회적 비전이나 대안이 안 나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시민·민중운동 분류는 아무런 실체가 없다. 한국에 도대체 근본주의자가 얼마나 있느냐. 민중·시민운동 모두 제도개혁운동을 한다. 그 중에서도 민중운동이 가장 많이 한다.

△유영주: 소통부재는 정확한 지적이다. 시민·민중운동 구분이 옛 잣대라는 지적도 귀담아 들어야 한다. 변명하자면 좌파가 대안없이 반○○ 식으로 환원론으로만 접근하는 건 아니다. 비정규직법안의 대안은 비정규직 입법을 안 하는 것이다. 기업도시법 독소조항을 문제 삼는 게 아니라 기업도시법 입법을 막는 게 대안이다. 좌파가 반대하는 건 환원론이 아니다. 컨텐츠에 대해 말한다면 기본 지형을 반자본으로 두는지 여부가 대단히 중요하다. 다시 말하지만 시민운동은 열심히 한다. 하지만 그건 과거 민주화 의제에서 열심히 할 뿐이다. 대안을 말하는 전제는 반자본의 지평을 넓히느냐 아니냐에 있다.

△이태호: 가장 중요한 제도개혁 싸움을 하는 건 민주노총이다. 이런 운동들을 신자유주의 반대라는 맥락에서 접근하자고 하지만 제도개혁은 결국 개량이고 타협의 문제다. 오히려 시민운동의 위기는 이해관계자가 뚜렷한 상황에서 시민운동의 역할이 없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불가피하게 통과해야 할 개량의 지점, 제도개혁의 지점이 있다. 앞으로 한동안 제도개혁 쟁점이 한국사회를 이끌 것이다. 민중운동은 이 문제에 대해 개량을 어떻게 현명하게 다룰 것인가라는 고민에 봉착할 것이다. 개량을 대하는 태도가 너무 비현실적이다. 시민운동은 여러 주제의 운동이다. 그 주제에서 민주주의를 급진화하고 내용을 풍부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 지금까지는 법제도개선에만 신경쓴 면이 있었다. 양자가 그런 점에서 수렴해야 한다고 본다.

△조희연: 반자본주의 입장이라 하더라도 다양한 당면의제를 개발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고 본다. 민주주의를 급진적으로 확장해야 한다는 게 내 입장이다. 그런 의미에서 제도개혁을 급진적으로 포착해야 한다. 제도개혁을 하지만 반제도적 급진적 정신도 있어야 한다.

△김어진: 대중투쟁을 활성화시키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이 딱히 없다. 정부를 협상테이블로 끌어어려면 대중투쟁을 해야 한다. '2중대‘ 표현까지 들어가면서 지금까지 얻은 게 과연 무엇인가도 이제는 고민해야 한다. 자본주의의 위기, 우리가 개량을 위한 투쟁이 승리하기 위해서도 상당히 급진적인 방식을 동원해야 하는 시기라고 본다.

△이원재: 제도개혁운동의 제도화, 이권화 경향에 대한 반성과 비판이 필요하다. 주체가 제도화되는 것과 내용을 구체화하는 것을 혼동해선 안 된다. 구체적인 내용을 담지 못하는 것이 문제고 주체의 실행능력이 빈곤한 것이 문제다. 다른 측면에서 반자본주의 운동은 실체화가 필요하다. 반세계화운동집회·시위를 빼고 일상적인 차원에서 운동을 했는가. 구체적이고 일상적인 실천이 없는 상징투쟁은 위험하다. 반자본주의 운동이 대안은 맞지만 그게 필요한 것은 일상적 삶 속에서 이뤄지는 공공성 투쟁이어야 한다. 그게 안되면 실패할 것이다.

△이태호: 참여연대는 내부에 진보를 재구성하는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움직임과 권력감시 역할을 더 강화하자는 움직임이 있다. 사회운동에서도 두 가지 축이 있다고 본다. 분화전문화라는 욕망과 아직 해명되지 않은 것에 대해 대안을 만들자는 욕망. 이 두 욕망을 조화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정리=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2006년 2월 27일 오후 13시 42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시민의신문 제 638호 6면에 게재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이메일 보낸 죄로 직원 직위해제

이미 언론에 공개된 성명서 파일을 첨부해 외부인사에게 이메일을 보낸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직원 2명이 각각 서면경고와 직위해제라는 징계를 당한 것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이메일 교환이라는 사적영역을 징계한 것은 프라이버시권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에 대해 기념사업회 측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최상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사료관장.
이정민기자

최상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사료관장.

12월 5일 최상천 전 기념사업회 사료관장 겸 연구소장이 발표한 기념사업회 비판 성명서를 2명이 외부 지인들에게 메일로 보낸 것이 사건의 발단이었다. 은 아무개 과장은 5.18 관련 단체에 있는 한 친구에게 한 줄 정도 메시지와 함께 첨부파일을 보냈다. 그 메일이 돌고 돌다 기념사업회까지 되돌아온 것이다. 은 과장은 서면경고를 받았다.

더 큰 문제는 직위해제를 당한 양경희 사료수집팀장이었다. 그는 12월 5일 20명 정도에게 기념사업회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쓰면서 성명서를 첨부했다. 그 메일들은 지인들을 통해 퍼졌고 문 아무개 기념사업회 상임이사도 그 메일을 받게 됐다. 문 이사는 지난해 12월 22일 양 팀장을 불러 직위해제를 구두로 통보했다. 양 팀장은 26일 ‘인사규정 제31조에 따라 귀하를 26일자로 직위해제한다’는 직위해제 통보서를 전달받았으며 “그날 사내게시판 공지사항에는 ‘기념사업회를 비방하는 내용의 메일을 고의로 외부인에게 발송한 행위’라고 나왔다”고 밝혔다.

양 팀장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는 직위해제조치에 대해 내용증명을 1월 12일 함세웅 이사장에게 보냈다. 그는 ‘직위해제 조치에 대한 사유 및 근거조항 확인 요구서’에서 “직위해제 사유를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근거를 제시할 것과 본인의 직위해제 조치가 징계인지 일방적인 인사권행사인지 근거조항과 함께 밝힐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양금식 기념사업회 홍보팀장은 “사업회에 대한 정확하지 못한 정보를 대량으로 밖으로 뺏다”며 “언론에 공개한 내용을 전달한 역할은 조직의 입장에서 정당한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징계 수준에 차이가 나는 것은 한 사람에게만 메일을 보낸 것과 수십명에게 보낸 것에서 나온 차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조치가 의사소통을 막을 우려가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양 팀장은 “직원들 모두 산전수전 겪은 사람들”이라며 “그들이 잘 판단하겠지만 내가 보기에 아직까진 그럴 가능성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심재봉화백

양경희 팀장은 지난 19일에도 ‘인사권은 고무줄이 아닙니다’란 글을 내부게시판에 올리는 등 항의를 계속했다. 지난 24일 기념사업회는 양경희 팀장에 대해 ‘내부 화합분위기를 저해하는 글을 계속 게재할 경우 내부 인트라넷 접근권을 차단하고 게시한 글을 전부 삭제하겠다’고 공식 통보했다.

정보인권운동가들은 프라이버시권 침해를 우려했다. 김영홍 함께하는시민행동 정보인권국장은 “공적이익이 더 크다면 징계사안이 될 수도 있겠지만 기밀사항도 아닌데 징계를 한 것은 지나치다”며 “서신교환을 징계한 것은 사적영역을 공적영역으로 바꿔버린 것으로 서신교환이라는 기본권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직위해제에 관한 조항인 인사규정 제31조는 △직무수행능력이 부족하거나 근무성적이 극히 불량한 자 또는 근무태도가 심히 불성실한 자 △징계의결 요구 중인 자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자 등에 대해 ‘임용권자는 직위를 부여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직위해제되면 모든 업무에서 손을 놓게 되고 월급의 70%만 받는다. 인사규정 제27조는 ‘직위해제된 후 6개월이 경과되어도 보직을 받지 못했을 경우’ 당연면직된다고 밝히고 있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2006년 1월 26일 오후 19시 5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시민의신문 제 634호 7면에 게재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기념사업회 직원 보궐선거 지원 진실게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직원이 지난해 10.26 보궐선거에 출마한 여당 실세 후보의 선거운동을 보름 동안이나 도왔던 것으로 뒤늦게 밝혀져 도덕성 논란이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11일 동안이나 무단으로 결근했는데도 기념사업회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며 12월이 돼서야 당사자의 사표를 수리하는 것으로 마무리지었다. 특히 일부에서는 선거운동 지원을 기념사업회 임원들이 지시했다는 주장도 제기해 파문이 일고 있다.

※ 사진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웹사이트로부터 캡쳐한 것이며, 기사 내용 중 특정사실과 관련없습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 사진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웹사이트로부터 캡쳐한 것이며, 기사 내용 중 특정사실과 관련없습니다.

최상천 전 기념사업회 사료관장 겸 연구소장은 지난 24일 함세웅 기념사업회 이사장과 문 아무개 상임이사를 선거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 그는 “함 이사장과 문 상임이사는 지난해 10.26 보궐선거에서 L 열린우리당 후보의 선거운동을 지원하기 위해 박 아무개 당시 기념관건립팀장을 15일(10.12~10.26) 동안 비공식적으로 파견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기념사업회측은 “개인이 무단으로 한 것이며 지시 주장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이와 관련 박 팀장은 “할 얘기가 없다”며 취재요청을 거부했다.

최 교수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11일 부서장회의에서 문 이사는 “L 후보가 선거운동기간 동안 박 팀장을 보내달라고 요구한다. 예산 문제로 신세도 졌으니 보내주려고 한다. 그런데 선거운동기간의 근태 처리가 쉽지 않다. 출장으로 처리하기도 그렇고 휴가로 처리하는 것도 곤란하다. 어떻게 처리하면 좋겠나?”라고 물었다. 이날 퇴근 무렵 박 팀장은 진단서를 제출하면서 송무호 당시 기념사업본부장에게 병가를 요청했다. 송 본부장은 “박 팀장에게 문 이사가 시킨 일이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대답했다”며 “문 이사 결정사항으로 판단하고 병가 처리 문서에 결재했다”고 증언했다. 함 이사장과 문 이사가 선거운동 지원을 ‘지시’했다는 주장인 셈이다.

송 본부장은 그날 저녁 “박 팀장 병가처리 문제가 아주 심각한 문제라고 판단하고 최상천 당시 사료관장과 상의했다”고 말했으며 최 관장은 “그 다음날 주례 팀장회의 직전 당시 이 아무개 당시 총무팀장이 함 이사장에게 ‘박 팀장 문제 처리했습니다’라고 보고하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주장했다. 최 관장은 “팀장회의 직후 이사장에게 병가 조치 철회를 강력하게 요구했다”며 “이후 함 이사장은 총무팀장을 불러 병가조치를 취소했다”고 밝혔다.

박 팀장은 10월 12일부터 26일까지 보름 동안 L 선거운동본부에서 선거운동을 했으며 27일에 출근했다. 기념사업회는 이 기간 동안 기념사업회에서는 박 팀장에게 선거운동 중지를 명하거나 출근을 요구하는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았다. 11월 10일 경에야 송 본부장은 총 15일 중에 11근무일에 대해 ‘2일 휴가 9일 결근’으로 처리했다. 최 관장은 “문 이사는 문제가 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박 팀장에게 사표를 요구했다”며 “박 팀장에게 직접 들었다”고 주장한다. 그는 “박 팀장은 사표를 제출한 상태에서 매일 출근하면서 이사장의 처분을 기다렸다”며 “내가 기념사업회를 비판하는 성명을 12월 5일 발표하자 문 이사는 박 팀장에게 재차 사표를 요구했고 12월 8일 경 사표를 수리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기념사업회 공식입장은 전혀 다르다. 양금식 기념사업회 홍보팀장은 먼저 10월 11일 부분과 관련해서는 “박 팀장이 L 후보와 친분이 두터워 도의상 선거운동을 도와줘야겠다고 먼저 윗선에 보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어느 조직이나 사전논의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지 않느냐. 이에 대해 토론하는 것과 공식결정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며 송 전 관장의 주장을 일축했다. 그는 “병가신청서를 제출하고 선거운동을 하러 갔지만 총무팀에서 인정이 안됐고 결근처리한다고 본인에게 통보했고 실제 그렇게 처리했고 무단결근에 대해서는 급여에서 불이익을 줬다”며 “기념사업회 차원에서 파견했다는 것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양 팀장은 “기념사업회 직원은 공무원신분이 아니기 때문에 개인자격으로 업무에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정당가입과 선거운동을 할 자유가 있다”며 “결재도 받지 않고 무단결근한 부분에 대해 자기가 책임을 진 것이고 그래서 사표를 썼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념사업회에 짐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가려면 개인 차원으로 가도록 한 것”이라며 “내일모레면 나이가 50인 사람을 누가 말리겠느냐”고 주장했다. “기념사업회가 도의적 책임은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 양 팀장은 “사업회에서 가서 도와주라고 했다면 얘기가 다르겠지만 사업회가 어떤 도의적 책임을 지겠느냐”고 답했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2006년 1월 26일 오후 19시 4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시민의신문 제 634호 6면에 게재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비민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이하 사업회)의 비민주적 운영을 둘러싼 잡음이 계속 일고 있다. 지난해 12월 최상천 전 사료관장 겸 연구소장이 사업회를 비판하는 성명서를 내면서 외부에 드러나기 시작한 사업회의 문제는 송무호 전 기념사업본부 본부장 등 3명이 중징계를 당하고 민주화운동정신계승국민연대가 긴급회의를 여는 등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다.

양계탁기자
기념사업회 건물 1층에 위치한 민주화운동 상징 조각상.

갈등의 이면에는 사업회의 정체성을 둘러싼 이견과 내부 비민주성에 대한 일부의 반발이 자리잡고 있다. ‘기념’이냐 ‘계승’이냐를 둘러싼 새롭지 않은 논쟁이 지금도 계속되는 것은 사업회가 여전히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대다수 직원들은 ‘기념’에 일부 직원들은 ‘계승’에 무게중심을 둔다. 쉽지 않은 갈등요소다. 하지만 더 큰 논란은 “정체성을 둘러싼 갈등을 대화와 토론으로 풀 수 있는 내부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주장에서 보듯 민주성 부분으로 모아진다. 그러나 기념사업회측은 “일부의 음해성 문제제기일 뿐”이라며 “언급할 필요도 못 느낀다”고 반박한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사업회 직원 김 아무개씨는 “많은 한계에도 불구하고 민주화운동의 분명한 성과인 만큼 사업회의 문제는 단순한 내부 문제로 돌릴 수 없다”며 “시민사회 모든 구성원의 관심 사안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내부 민주성 확보를 위해서는 우선 상층임원 중심의 의사결정과정을 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씨는 “상임이사가 예산수립과 집행 모두를 장악하고 있어서 제도적으로 상층 임원 중심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런 구조로는 민주주의의 핵심인 아래로부터의 기획과 시민사회와의 접촉, 건의와 토론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사업회는 문국주 상임이사가 예산 집행을 담당하는 사무처장을 겸직하고 있고, 예산수립을 담당하는 기획실은 상임이사 직속이다.

내부에서는 기념사업회가 건강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외부 민주진영의 단체들과 교류를 확대해야 한다는 내부 목소리도 나온다. 송무호 전 기념사업회 본부장은 “기념사업회 법에 민주화운동을 계승발전해야 한다는 조항도 있는 만큼 민주화운동의 실질적 내용을 갖춰기 위한 지금의 운동에 당연히 기여해야한다”고 말했다. 양경희 사료수집팀장도 “기념은 항상 현재적 의미에서 재해석해야하는 만큼 현재의 운동과 무관할 수 없다”며 “기념사업회는 기념과 계승의 경계선에 있는 만큼 어느 한쪽과의 긴장의 끈을 놓치면 안된다”고 말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사업회의 생각도 다르지 않다. 양금식 팀장은 “관계문제를 두고 논의가 많았지만 지금에 와서는 어느 정도 정리가 되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며 민주화운동단체와 사업회의 역할분담을 통해 상생하고 발전하는 모델을 찾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국진ㆍ정영일 기자 globalngo@ngotimes.net

2006년 1월 26일 오후 19시 2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시민의신문 제 634호 1면에 게재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3.69단계 거치면 참여연대와 소통

3.69단계를 거치면 전국에 있는 257개 시민단체가 참여연대의 의사를 전달받을 수 있다. 3.92단계를 거치면 전국에 있는 257개 시민단체가 경실련의 의사를 전달받을 수 있다. 함께하는시민행동은 평균 4.44단계, 녹색연합은 4.14단계, YMCA는 3.88단계, 여성연합은 평균 5.13단계만에 257개 단체에 연결됐다.

최근 3개월간 실제 연대활동을 했다고 밝힌 공조연결망을 기준으로 최단경로거리를 분석했다. 참여연대를 예로 들면 1단계는 참여연대와 관계를 맺었던 단체들이다. 이 단체들은 다시 다른 단체와 2단계 관계를 맺고 있다. 각 연결망의 ‘허브’단체가 모두 몇 단계만에 자신의 의사를 전달할 수 있는지를 파악하는 개념이 ‘거리 중심도’이다. 그 중 최단단계 만에 얼마나 많은 단체에 연결되는가를 ‘최단경로거리’라고 부른다.

최단경로거리를 계산하는 두 가지 방식
① 누군가가 나를 선택한 관계만을 "관계"로 보는 것.
② 상대가 나를 선택했든 아니면 내가 상대를 선택했든 상관 없이 어느 방향이라도 관계가 있으면 무조건 관계가 있다고 보는 것.


①의 방식으로 분석한 것. 경실련은 1단계에서는 가장 높지만, 2단계 이후 증가폭이 미미. 녹색연합의 경우 1단계에서 가장 낮지만 2단계 이후 급격히 증가.
시민의신문 

①의 방식으로 분석한 것. 경실련은 1단계에서는 가장 높지만, 2단계 이후 증가폭이 미미. 녹색연합의 경우 1단계에서 가장 낮지만 2단계 이후 급격히 증가.


②의 방식으로 분석한 것이다.
시민의신문 
②의 방식으로 분석한 것이다.

※ 둘 중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결과는 많이 달라진다.
최단경로거리를 계산하는 데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하나는 “상대가 자신을 선택했든 자신이 상대를 선택했든 상관없이 어느 방향이라도 관계가 있으면 무조건 관계가 있다고 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누군가가 자신을 선택한 관계만을 ‘관계’로 보는 것”이다. 둘 중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결과는 많이 달라진다.

먼저 첫째 방식을 기준으로 할 경우 참여연대는 평균 3.69단계만에 257개 시민단체에 연결됐다. 가장 먼 경우 10단계가 걸렸다. 1단계에 참여연대와 연결된 단체는 16개였으며 2단계 51개, 3단계 68개 단체와 연결됐다. 경실련은 평균 3.92단계만에 257개 단체에 연결됐다. 가장 먼 경우 11단계가 소요됐다. 1단계는 18개, 2단계는 26개, 3단계는 60개 단체와 연결됐다. 함께하는시민행동은 평균 4.44단계만에 257개 시민단체에 연결됐으며 가장 먼 경우 11단계가 소요됐다. 녹색연합은 4.14단계만에 257개 단체에 연결됐으며 YMCA는 3.88단계만에 257개 단체에, 여성연합은 평균 5.13단계만에 257개 단체에 연결됐다.

두 번째 방식을 기준으로 할 경우 참여연대는 1단계는 13개 단체, 2단계는 26개 단체, 3단계는 3개 단체가 연결됐다. 평균 1.72단계만에 42개 시민단체에 연결된 셈이다. 경실련은 1단계에 17개, 2단계에 5개, 3단계에 1개 단체와 연결돼 평균 1.36단계만에 24개 단체에 연결됐다. 녹색연합은 1단계에 6개, 2단계에 31개, 3단계에 9개 단체와 연결됐으며 평균 2.02단계만에 46개 단체에 연결됐다. 시민행동은 1단계에 5개, 2단계에 4개, 3단계에 1개가 연결돼 평균 1.45단계만에 10개 단체에 연결됐다. 여성연합은 1단계 6개, 2단계 4개, 3단계 1개로 평균 1.42단계만에 11개 단체와 연결됐다.

1단계에서 가장 높은 단체는 경실련이었다. 하지만 경실련은 2단계 이후 증가폭이 미미했다. 반면 녹색연합은 1단계에선 낮지만 2단계 이후 급증하는 양상으로 나타나 경실련과 대조를 보였다. 참여연대도 녹색연합과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2006년 1월 16일 오전 9시 30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시민의신문 제 632호 8면에 게재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참여연대와 경실련은 무엇이 다른가

한국 시민단체는 ‘허브’구실을 하는 극소수 단체와 지역이나 분야에서 ‘주변부’에서만 활동하는 단체들로 분절돼 있다. ‘허브’ 단체조차도 보다 개방적인 '참여연대 유형'과 상대적으로 폐쇄적인 ‘경실련 유형’으로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드러났다. 참여연대와 녹색연합이 전자, 경실련과 여성연합이 후자의 특성을 보인다. 양자는 경쟁력 측면에서 장단점이 있다. 전자는 폭넓은 연결망을 통해 인지도를 높일 수 있고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후자는 밀도높은 연결망을 유지하면서 자기혁신과 대안제시를 계속할 수 있다. 폐쇄적 연결망은 ‘분파적’이라는 뜻이 아니다.

참여연대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이 두 단체는 한국 시민단체를 상징하는 단체로 회자되는 단체들이다. <시민의신문>과 장덕진 서울대 교수, 은수미 박사(노동연구원 연구위원)가 ‘시민단체연결망’을 분석한 결과 참여연대와 경실련은 상당한 차이를 나타냈다.

장덕진 서울대 교수가 게임이론에 입각해 제시한 참여연대와 경실련의 차이. 마을(시민사회) 한복판에 참여연대와 경실련 주유소(허브단체)가 있다고 가정할 때 마을 오른편(보수성향)보다 왼편(진보성향)에서 대중교통 이용자(시민단체에 무관심)들이 마이카족(시민단체 활동 참여)으로 바뀌면서 시민단체지형도가 참여연대에 유리하게 형성됐다. 경실련 주유소는 마을 오른편에
시민의신문 

장덕진 서울대 교수가 게임이론에 입각해 제시한 참여연대와 경실련의 차이. 마을(시민사회) 한복판에 참여연대와 경실련 주유소(허브단체)가 있다고 가정할 때 마을 오른편(보수성향)보다 왼편(진보성향)에서 대중교통 이용자(시민단체에 무관심)들이 마이카족(시민단체 활동 참여)으로 바뀌면서 시민단체지형도가 참여연대에 유리하게 형성됐다. 경실련 주유소는 마을 오른편에 사는 1/3만을 상대로 영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마을 왼쪽 끝에 있는 고객들은 참여연대 주유소가 너무 멀어지는 문제가 있다. 새로운 주유소가 생긴다면 마을 왼쪽 끝과 참여연대 주유소의 중간에 생겨야 한다. 경실련 주유소는 마을 오른편에 사는 사람들을 마이카족으로 변화시키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지금보다 조금 더 오른쪽으로 이전하는 것도 고려해 봄직 하다.

분석 결과 참여연대는 진보와 중도로부터 모두 선택받고 있지만 진보성향 시민단체들은 경실련을 외면한다. 상대적으로 조직연령이 젊은 단체들은 경실련을 별로 선택하지 않았다. 한국 시민단체는 이념적으로는 진보, 시대적으로는 87~97년 설립, 지역적으로는 서울이 중심에 있다. 경실련을 선택한 단체들은 이 세가지 면에서 모두 벗어나 있다. 따라서 1단계에서 경실련을 선택한 단체들이 17개로, 참여연대를 선택한 13개 단체보다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2단계에서는 경실련의 파급효과가 현저하게 줄어드는 것이다.

참여연대만 선택한 단체들은 경실련만 선택한 단체들에 비해 비공식·공식·공조·평가 연결망 모두에서 지위(Status)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한국 시민단체 사이에서 높은 지위에 있는 단체들이 참여연대를 선택한 것이다. 참여연대와 경실련으로부터 1단계 떨어져 잇는 단체들의 성향을 비교해 보면 참여연대만을 선택하는 단체들의 이념적 성향이 더 진보적이었다. 구체적으로 참여연대만을 선택하는 단체들은 진보에서 중도에 걸쳐 있는 반면 경실련만 선택하거나 두 단체를 모두 선택하는 단체들은 중도 단체들이다.

신생조직일수록 참여연대를 선택하는 경향을 보였다. 경실련만 선택한 단체들은 절반이 1987년 이전에 설립된 단체들이었으며 특히 87년에서 97년 사이에 설립된 단체들은 경실련을 선택하지 않았다. 참여연대만 선택한 단체의 80%가 서울에 있는 단체들이며 경실련만 선택한 단체들은 호남>서울=강원에 걸쳐 퍼져 있었다. 회원 수가 가장 많고 연간 예산이 훨씬 많으며 조직연령이 가장 오랜 단체들은 참여연대와 경실련을 모두 선택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분석은 경로거리 1단계에서 참여연대만 선택한 단체와 경실련만 선택한 단체, 둘 다 선택한 단체, 2단계에서 참여연대만 선택한 단체만 선택한 단체와 경실련으로만 연결된 단체를 구분한 다음 그 단체들의 특징을 속성변수를 중심으로 확인했다. 1단계에서 참여연대만 선택한 단체는 13개였으며 2단계에서 참여연대로만 연결되는 단체는 26개였다. 1단계에서 경실련만 선택한 단체는 17개였으며 2단계에서 경실련으로만 연결되는 단체는 5개였다. 참여연대와 경실련을 모두 선택한 단체는 1단계에서 3개, 2단계에서는 4개였다.

장 교수는 이번 분석결과를 바탕으로 경실련의 향후 전략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조금 더 진보적으로 이동하거나 오히려 보수 입장을 강화함으로써 ‘합리적 보수’ 단체의 핵으로 떠오르는 두가지 방안이 있을 것”이라고 제시했다. 장 교수는 이어 “이념·지역·시대적으로 다양한 허브가 필요하다는 결론의 연장선에서 보면 후자가 더 적절해 보인다”고 주장했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시민-노동운동 연대 시급"
시민단체연결망분석 참여한 은수미 박사

은수미 박사.
시민의신문 
은수미 박사.

참여연대와 경실련의 차이는 어디에서 올까. 은수미 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하나의 조직이 생성발전하는 과정에서 정체성이나 활동양식 등이 과거의 경험에 의존하게 되는 일종의 경로의존성(path dependence) 효과가 아닌가 싶다”고 지적한다.

경실련은 좌파적, 급진적 성격에 대응하는 새로운 운동을 하겠다는 기치를 내걸고 1989년 설립됐다. 새로운 운동이라는 것은 당시로서는 보수적인 성격이었다. 참여연대는 1994년 출범하면서 “진보적인 시민운동”을 표방했다. 참여연대가 생기면서 참여연대와 경실련이라는 형태로 상호 상이한 관계를 형성했다. 은 박사는 “1997년 당시에는 참여연대를 매개로 하지 않으면 경실련과 노동조직간 연계가 전혀 없었다”며 참여연대가 이후 점차 진보에서 중도 쪽으로 활동이 이동했다고 분석한다.

은 박사에 따르면 IMF 경제위기 이후 사회적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2000년 이후에 중도좌파 성향의 시민단체가 우세해졌다. “상대적으로 보수적 성격을 가진 경실련은 축소되고 경쟁력이 떨어지게 된다. 노동조직과 근거리 관계를 유지하던 참여연대는 점차 시민조직 쪽으로 옮아가고 경실련은 그대로 있었다. 사회양극화를 반영하면서 형성되는 시민조직의 자원을 참여연대가 흡수했지만 경실련은 그렇지 못했다.”

은 박사는 장 교수가 제시한 경실련의 활동전략에 대해 동의하면서 “참여연대도 일정하게 선택을 해야 할 시기가 오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지적한다. “시민운동에서 진보성향과 참여연대의 연관관계가 점점 멀어지고 있다. 비정규직, 차상위계층과 빈민층, 여성, 이주노동자, 장애인 등 광범위하게 발생하는 문제들을 해결하고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 내려면 참여연대가 노동운동과 적극적으로 연계를 맺거나 혹은 ‘그렇지 않고 있는 자원을 내적으로 활성화시키는 방식’을 더 강화해야 한다.”

은 박사는 “현재로서는 비정규직, 사회적양극화를 매개로 노동운동과 적극적인 연계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울산건설플랜트 투쟁이나 순천 현대하이스코 투쟁에서 보듯 지역단위에선 시민운동 조직이 노동진영과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며 자신의 주장을 다시 강조한다. 그는 이어 “최근 몰락하는 중산층, 재벌문제, 사회건강성과 합리성 쪽으로 비중을 뒀던 참여연대로서는 상당한 정책선회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2006년 1월 16일 오전 9시 28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시민의신문 제 632호 8면에 게재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네트워크 전문가가 본 한국시민단체 연결망

“한국 시민단체들은 아직까지 제대로 된 네트워크가 성숙하지 않았습니다. 끼리끼리 노는 것보다도 혼자 노는 양상이지요. 시민단체 연결망의 주변부로 갈수록 다른 단체와 연계를 강화하려는 노력을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해야 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시민단체 연결망은 상당히 이원화돼 있습니다. 네트워크 효과가 나타나는 몇 개 단체와 전혀 그렇지 않은 대부분 단체라는 전혀 다른 두 매커니즘이 작동하고 있습니다. 그건 결국 발휘할 수도 있는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을 말하지요. 특히 지역단체로 갈수록 고립돼 있거나 같은 지역에 있는 단체와 최소한의 관계만 갖고 있는 경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네트워크 전문가 장덕진 교수.
시민의신문 
네트워크 전문가 장덕진 교수.

<시민의신문>과 ‘시민단체연결망분석’을 같이 한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시민단체 연결망에서 나타나는 가장 큰 특징을 ‘조각난 네트워크’로 표현했다. 그는 “17대 국회의원들은 386운동권, 6·3세대, 긴급조치세대 등 6개 그룹을 중심으로 하나의 덩어리로 연결되지만 시민단체는 무려 44개 그룹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이와 함께 “시민단체 네트워크는 몇 단계를 거치든 서로 연결되는 단체는 80%정도이고 나머지 20% 정도는 고립돼 있다”며 “그 20%는 말 그대로 ‘혼자 노는’ 양상”이라고 지적했다.

‘조각난 네트워크’라는 양상은 시민단체 연결망이 얼마나 취약한가를 보여주는 단초가 된다. 그는 “글로벌 허브 몇 개를 빼버리면 연결망 자체가 붕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한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참여연대, 경실련, 환경연합 등 중심에 있는 몇 개 단체가 동시에 문을 닫는다고 가정합시다. 그럴 경우 시민단체들은 고립된 섬이 돼 버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중심이 되는 발전소 몇 곳이 가동을 멈추면서 그 영향이 미국 동부 전역에 미쳤던 2003년 8월 미국 동부지역 정전사태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는 겁니다.”

취약한 연결망을 보여주는 또 다른 특징은 바로 ‘서울 중심’에 있다. 참여연대, 경실련, 환경연합, 시민행동, YMCA 등을 ‘허브’ 단체, 즉 일상적으로 시민운동의 중심에 있는 단체로 지목한 장 교수는 “학술적으로 볼 때 허브에는 글로벌 허브와 로컬 허브가 있다”며 “시민단체에서는 글로벌 허브는 있어도 로컬 허브는 없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서울 이외 지역에서, 그리고 다양한 분야에서 허브가 많이 생기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하면서 “허브가 없는 것보다는 허브가 있는 게 좋다”고 밝혔다. 중심에 있는 단체라도 없으면 시민단체가 파편화되고 시민사회 전반이 발휘할 수 있는 역량이 지금보다 훨씬 줄어들게 되기 때문이다.

지역별 연결망
대부분 지역의 단체들이 연결망에서 대단히 분절돼 있어 '조각난 네트워크'의 특징을 보여준다.
부산지역 연결망.
시민의신문 
부산지역 연결망.
인천지역 연결망.
시민의신문 
인천지역 연결망.
광주지역 연결망.
시민의신문 
광주지역 연결망.
대구지역 연결망.
시민의신문 
대구지역 연결망.
참여연대, 경실련, 녹색연합, 여성연합, 시민행동, YMCA를 제외한 연결망.
시민의신문 
참여연대, 경실련, 녹색연합, 여성연합, 시민행동, YMCA를 제외한 연결망.

문제는 시민단체 연결망을 하나로 이어주는 단체가 극소수에 불과하면 특정한 사안에 대해 특정 단체의 입장이 전체를 좌우하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데 있다. 장 교수는 이를 미일무역편중현상에 비유하기도 했다. 장 교수는 “지금 상태가 계속되면 다양한 민주주의 활성화라는 시민사회의 본래 목표를 잃어버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정 단체, 특정 그룹의 의견이 시민사회 전체 의견을 왜곡할 가능성이 있는 구조입니다. 그걸 막으려면 가능하면 현재 중심이 되는 단체와 다른 이념성향, 다른 세대, 다른 지역 뭐든 간에 다른 특성을 가진 단체들이 허브로 많이 생겨야 한는 것입니다. 그게 시민사회 역동성을 유지하면서 위험을 방지하는 효과를 가져 올 것입니다.”

장 교수는 여기에 더해 한 가지를 더 지목한다. 그는 “한국에서 서울 중심이 나타나는 것은 어쩔 수 없겠지만 그런 분절이 서울과 지방 사이에만 있는 게 아니라 단체설립연도에 따른 차이도 있다”고 지적했다. “YMCA나 흥사단처럼 역사가 상대적으로 깊은 단체들이 규모는 제일 크지만 80년대 이후 생긴 단체들과 단절이 있어 보인다”는 것이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2006년 1월 6일 오후 17시 40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시민의신문 제 631호 9면에 게재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어떤 활동전략이 '허브'시민단체 만드나

네트워크에는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네트워크와 폐쇄적인 네트워크가 있다. 폐쇄적인 네트워크는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여 자기들끼리만 관계 밀도가 높고 특정한 이익을 대변한다.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네트워크는 비슷한 단체들끼리 모이는 것 보다는 다양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데 주력한다. 서로 다른 단체들끼리 모인다면 서로 다른 정보와 자원을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 낸다. 성격이 다른 단체와 연계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려는 의식적인 노력을 일정기간 이상 지속해야 한다. 그런 과정을 통해 ‘허브’ 단체가 탄생한다.

시민단체 연결망분석에서 가장 눈에 띄는 단체는 바로 함께하는시민행동이다. 상대적으로 역사가 길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연결망 중심에 자리잡은 시민행동은 불과 2년 전만 해도 스스로 “우리는 ‘등 단체’”라고 불렀다. 언론이 주요단체 몇 곳을 열거한 다음 ‘등 몇 개 단체’로 표현하면서 유래한 ‘등 단체’는 통상 사회적으로 주목을 별로 못 받는 단체를 가리킨다. 어떤 점들이 시민행동을 ‘등 단체’에서 ‘허브 단체’로 만들었을까. 시민행동의 활동전략은 여타 시민단체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참여연대와 협력적인 관계를 설정하고 있는 점”을 시민행동의 연결망에서 눈여겨 볼 점으로 꼽았다. “새롭게 부상하는 조직이나 사람이 기존 허브와 협력적인 관계를 맺는 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대부분은 경쟁관계로 설정하지요. 그럴 경우 경쟁에서 이기더라도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시너지 효과를 잘 활용하는 경우는 기존 ‘허브’를 인정하면서 기존 ‘허브’가 하지 못했던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드는 것을 고민합니다.” 정선애 시민행동 정책실장은 장 교수의 지적에 동의하면서 “그것이 바로 시민행동이 추구하는 방식”이라고 말한다.

1999년 창립한 시민행동은 초기부터 예산감시운동을 통해 부문, 성향, 지역과 상관없이 다양한 단체들과 관계를 맺었다. 특히 “단체 이름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일을 하는가를 중요하게 보면서 어떤 단체와도 경쟁관계를 구축하지 않으려 한 점”이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성인지적 예산’이라는 매개를 통해 여성운동단체들과 협력관계를 구축하면서 양자 모두 발전하는 전략을 구사한 것에서 보듯 시민행동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한 셈이다.

“지도부를 자임하거나 주도하려고 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구성원들이 단체 설립 당시부터 확고하게 갖고 있었습니다. 역할로 기여하겠다는 생각이 강했죠. 이름이 날 일이 있거나 성과가 날 일이 있거나 했을 때 같이 하는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것을 의식했습니다. ‘등 단체’가 되는 것을 기꺼이 받아들였습니다.”

다른 단체가 하지 않거나 별반 주목하지 않았던 예산감시운동과 정보인권운동을 시민행동의 주력활동으로 벌인 것은 시민행동의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하승창 시민행동 사무처장은 “우리가 참여연대와 똑같이 할 필요가 있겠느냐”며 “비슷한 활동을 하는 것보다는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내는 게 더 좋다고 본다”고 말한다.

시민행동 연결망
함께하는시민행동은 예산감시운동과 정보인권운동을 중심으로 성향,분야,지역 등에 구애받지 않고 연결망을 구축하는 활동전략을 구사한다. 특히 예산감시운동과 정보인권운동은 여타 단체에서 미진한 활동분야라는 점에서 독자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구실을 한다.


시민행동 비공식 연결망.
시민의신문 
시민행동 비공식 연결망.
시민행동 공식연결망.
시민의신문 
시민행동 공식연결망.
시민행동 공조연결망.
시민의신문 
시민행동 공조연결망.
시민행동 평가연결망.
시민의신문 
시민행동 평가연결망.

“몸 대주기 연대운동은 안 한다”

시민행동은 연대운동에만 주력하는 단체가 아니다. 이름만 빌려주는 연대운동은 배제하고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연대운동은 적극적으로 나선다. 하 처장은 “시민행동을 처음 만들 때 기존 연대운동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며 “결국 한 단체가 다 하는 그런 운동은 단체간 민주주의에도 좋지 않으니 하지 말자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시민행동은 “하 처장의 친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참여하는 연대체 하나를 빼고는” 언론개혁을 주제로 한 연대운동에 전혀 참여하지 않는다. 참여하더라도 특별히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역량이 없다고 스스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 처장은 “당장엔 욕먹을지 몰라도 결국엔 그게 전체운동에도 더 좋다”고 자신한다.

정 실장은 “근본적으로는 전술전략 차원에서 파워게임하듯이 연대가 이뤄지는 것은 결코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 힘들다”며 “자꾸 그렇게 하다보면 그 방식에 의존하는 경향만 강화되는 방향으로 가게 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단체간 네트워크는 구체적이고 분명한 사안별 네트워크가 돼야 한다”며 “참여하는 단체와 사람들이 사안에 대한 관심과 열정 때문에 자기 역할을 만들어 내는 연대운동”을 주장했다. 그는 “이라크 파병반대운동을 위해 수백개 단체가 모이는 것 보다 몇몇 단체가 벌였던 피스몹이 더 의미있다고 봤다”며 “자유롭게 모인 사람들이 피스몹을 위해 기획을 같이 하고 시간을 내고 열정을 보탰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는 “그렇지 않으면 창조적 에너지를 구체적으로 드러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하 처장은 “영향력 있는 단체, 큰 단체를 생각하지 않는다. 시민행동은 몇 등이 되겠다는 생각이 처음부터 없었다”고 강조한다. 그는 “우리가 잘하고, 해보고 싶은 활동을 중심으로 나름대로 성과를 내는 운동을 해보고자 했다”며 “그게 결국은 시민운동가가 운동을 하는 이유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하 처장은 “처음에는 시민행동이라는 이름이 언론에 덜 나오는 걸 불만스러워 하는 분위기도 있었지만 그게 나중에는 발전에 도움이 더 많이 되었다”고 말한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2006년 1월 6일 오후 17시 39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시민의신문 제 631호 9면에 게재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시민단체 연결망 &quot;중도 중심&quot;

시민의신문은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및 은수미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과 함께 한국 운동단체의 일반적 특징과 사회연결망(Social Network Analysis: SNA)을 파악하기 위해 단체 내용 분석과 전화인터뷰 등 양적 분석을 실시했다. 이번 조사는 한국 시민사회 운동 사상 처음으로 실시된 것이다. 이를 통해 한국 시민사회 단체의 정체성을 파악하고 지역별 분포도와 회원수, 예산 등을 한눈에 알아 볼 수 있었다. /편집자주

서울집중 현상 심각

한국 시민사회 단체는 서울에 편중돼 설립 운영돼 있고 ‘중도’ 성향의 운동 양상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실질적으로 운동을 이끌고 있는 실무 책임자들은 대부분 40대들로 분석됐다. 회원수가 가장 많은 단체는 사랑의장기운동본부이며 집행 예산이 가장 많은 단체는 서울 YMCA 인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대학교

이같은 결과는 시민의신문이 전국 시민사회운동단체를 양적 분석 한 것이다. 이번 조사는 지난 1900년대 초반부터 2000년까지 100년 동안의 설립된 시민단체들의 지역별 분포, 이념성향, 활동분야, 회원수, 연 예산, 대표 연령과 학력, 실무 책임자 연령과 학력, 정기 간행물 발행 여부 등을 조사 분석한 것이다.

●단체 지역별 분포=전국 시민단체를 지역별로 분류해 할 경우 서울(74곳, 33.5 %), 강원(20곳, 9.0%), 광주(16곳, 7.2%), 인천(15곳, 6.8%), 전남(15곳, 6.8%), 충남(15곳, 6.8%), 대구(12곳, 5.4%), 전북(10곳, 4.5%) 등이다.

이를 도 단위로 분석 할 경우, 서울(74곳, 33.5 %), 호남지역(41곳, 18.6%), 경남지역(29곳, 13.1%), 충청지역(28곳,12.7%), 강원지역(20곳, 9.0%), 제주지역(3곳, 1.4%) 등이다.

지역별 이념 성향은 전체적으로 약간 진보적인 색채를 띠고 있었으며 서울은 극우를 제외한 진보와 보수 전 영역에 걸쳐 있고, 강원은 약간 우익 성향을 보였다. 

서울대학교

설립시기별 설립 목적을 87년 이전(1단계)과 87년 97년 사이(2단계), 97년 이후(3단계)로 나눠 분석 했을 경우 1단계 시기에는 시민사회 일반단체가, 2단계에는 환경ㆍ지역 자치ㆍ빈민ㆍ여성 단체들이 설립됐다. 3단계에는 시민사회 일반과 지역 자치/빈민 단체ㆍ환경ㆍ문화 등 다양한 시민단체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념성향=전국 시민단체들의 이념성향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131명(59.3%)은 자신의 단체가 중도라고 응답했다. 진보 성향에 가깝다고 응답한 사람은 80명(36.2%)이며 극좌는 3명(1.4%)이었고, 극우는 7명 (3.2%)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설립연도별로 이념성향을 분석해 보면, 국가가 위기에 처한 시기에 시민단체들의 성향이 중도에서 진보성향을 띤 단체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예를들면 3ㆍ1 운동이 일어난 시기인 1910년대와 1920년에는 진보적인 성향의 단체들이 생겨났고, 5ㆍ18 민주화운동이 일어난 시기인 1970년대와 1980년대 설립된 단체들도 진보적인 성향을 보이는 단체들이 설립됐다.

설립시대별 이념 성향은 87년 이전(1단계)에 설립된 단체들의 이념 성향은 ‘중도’, 87년과 97년 사이(2단계)에 설립된 단체 이념 성향은 중도와 진보의 ‘중간’, 97년 이후(3단계) 설립된 단체들도 중도와 진보의 ‘중간’적인 이념 성향을 갖고 단체를 설립 한 것으로 분석된다.

활동분야별 이념성향을 분석해 보면, 노동ㆍ농어민과 온라인 단체는 진보적인 성향을, 종교단체는 ‘중도’ 성향을 보였으며 나머지 활동 시민단체들은 ‘중도’와 ‘진보’ 중간 단계 인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대학교

●활동분야와 회원수 및 예산=1900년부터 2000년까지 10년 단위로 나눠 분석 할 경우, 1990년대(111곳, 50.2%), 2000년대(27곳, 12.2%), 1980년대(23곳, 10.4%) 순이었다. 지난 1910년대와 1950년대에는 각각 1개의 시민단체만 설립됐다. 

2005년 기준으로 시민사회 일반(37곳, 16.7%) 단체가 가장 많이 활동을 하고 있으며 지역자치(25곳, 11.3%), 환경일반(24곳, 10.9%), 여성(20곳, 9.0%) 순이었다. 나머지 단체들은 활동분야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0% 미만이었다.

사랑의장기증운동본부가 회원수가 가장 많으며 대한불교청년회, YMCA, 민예총, 원청, 소비자시민모임, 서울 YMCA 순으로 나타났다. 이를 제외한 대부분의 단체들은 1만 명 내외의 회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가장 작은 시민단체는 충청도 지역에 위치한 단체이며 회원수는 37명이다. 가장 많은 회원수는 서울지역에 위치한 장기기증본부로 약 20만 명이다.

지역별 평균 회원수는 서울이 가장 많았고, 경기, 호남, 경남 순으로 나타났다.

설립연도별 회원수는 1920년대 가장 많은 평균 회원수를 보였으며 1964년, 1988년, 1992년 순으로 분석됐다. 이를 10년 단위로 살펴보면 1900년 초반에 8만5천여 명의 회원수가 최고였고, 1940년대 가장 적은 회원 분포도를 보였다.

특히 1960년 이후 단체 회원수가 완만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어 이에 대한 단체들의 대책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87년 이전(1단계)과 87년~97년(2단계) 및 97년 이후(3단계) 등으로 나눠 회원수를 분류 했을 때도 마찬가지 결과가 나온다. 특히 1단계에서 2단계로 넘어가는 시기에 시민단체 회원수가 급격히 줄었다. 활동 분야별 평균 회원수는 사회서비스 1만 6천여 명, 시민사회 일반 1만2천여 명, 문화 9천여 명, 노동ㆍ농어민 8천여 명 순이었다.

연간예산은 서울 YMCA가 가장 많고 장애권익문제연구소, 책읽는사회, YMCA, 지구촌나눔운동 순으로 분석됐다. 이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단체들은 10억원 내외의 예산으로 1년 살림을 하고 있다. 가장 적은 예산은 960만원, 가장 많은 예산은 200억원의 예산을 집행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특이한 사항은 회원수와 연간예산은 큰 상관관계를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예를 들면 연 예산이 가장 많은 서울 YMCA는 가장 회원수가 많은 사랑의장기증운동본부의 30% 정도 회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념성향과 연간예산을 분석했을 때, 예산 상위 단체들(서울 YMCA,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책읽는 사회)은 대부분 중도 성향을 표방하고 관련 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무자수와 연간예산을 함께 조사해 보면, 서울 YMCA가 실무자수와 연간예산이 가장 많은 단체이다.

● 대표와 실무책임자 및 정기간행물= 대표 연령은 40대 후반과 50대 후반이 가장 많았다. 단체대표가 없는 경우가 136곳(61.5%)으로 가장 많았고, 28곳(12.7%)의 단체들은 두 명의 공동대표를 두고 있었으며, 27곳(12.2%)의 단체들은 한명의 대표를 두고 있었다.

서울대학교

실무 대표자들의 나이는 1960년대와 1970년대 사이에 출생한 30대 중반에서 40대 초반이 시민단체 실무책임을 맡고 있으며 실질적으로 시민운동을 이끌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실무자수는 최대 400명에서 1명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120여 곳의 단체들은 20여명 내외의 실무자들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지역별 실무대표자 연령은 강원(37세), 경기(41세), 경남(45세), 광주(39세), 대구(37세), 대전(51세), 부산(43세), 서울(46세), 울산(40세), 인천(41세), 전남(41세), 전북(39세), 제주(37세), 충남(36.5세), 충북(46세) 등이다. 지역별 실무자수는 서울 27명, 경기 12명, 충청 6.5명, 제주 6명, 호남지역과 경남지역 5.5명, 강원 4.5명 순이다.

특히 90년이후 설립된 단체들은 정기간행물 발행을 통해 단체의 정체성과 활동 내역을 알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제위기를 겪은 뒤 정기간행물 발행이 급증했다.

김춘효ㆍ강국진 기자  monica@ngotimes.net

2006년 1월 2일 오전 9시 6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