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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4월에서 5월사이

2009년 4월에서 5월사이

1. 어제 친구 부부가 자전거 여행을 떠났다. 1년동안 유럽곳곳, 아시아 곳곳을 돌아다닐 계획이란다.
결혼을 가장 늦게 할것 같았던 그 친구는 우리중 가장 먼저 결혼을 했고, 결혼을 하면 금새 2세를 낳
을것 같았지만 일과 사랑에 빠져 두 사람은 결혼 후에도 각자의 일에 숨막힐 듯 달려왔다. 어느새 주
변 친구들은 애덜을 낳고 살게 되었고, 그들은 아이 대신 새로운 삶, 그러니까 자전거 유랑을 시작한
것이다. 무척이나 겁이 많고 새로운것을 두려워 할 것 같은 사람이었으나 사실은 그렇지 않았고, 모험
과는 별로 맞을 것 같지 않았으나 굉장히 모험적으로 살았고, 대충대충 대강대강 할 것 같았으나
그는 꽤나 치밀한 사람이었다. 아마도 그의 짝꿍 나무의 꼼꼼함이 어느새 그에게 스며들었는지도 모르
겠다. 여하튼 한동안 마치 내가 여행을 가는 것처럼 마음도 부산했고, 순간순간 밀려오는 흥분에
설레였다. 이들의 새로운 여행.. 나이 마흔에 오는 새로운 유랑을 무척이나 축하해주고 싶고, 벌써부터
그들의 여행 후기를 듣고싶어 귀와 가슴이 간질간질하다.

2. 동네에 사는 친구네 집이 불이났다. 작년에 결혼하고 올 3월에 아기를 낳았는데, 누전으로 추정되는
불이 난 것이다. 사람만 무사하고 모든게 싸그리 타버렸다. 남자는 폐허속에서 살아남은 것들을 찾아보
았고, 그의 마음도 온통 새까맣게 탄듯 한참동안 오래도록 울었다고 한다. 겉으로는 의연한척 하지만
꽤나 마음 고생을 했는지 얼굴이 반쪽이 된것이 안쓰럽기까지 하다. 남자와 여자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고  다짐을 하지만 가슴 한구석에 생겨버리 텅빈 공간은 시간이라는 쓰고도 아픈 약밖에는
없는 것 같다. 남자와 여자는 "그동안 너무 많은 것들을 가지고 산것 같아. 이번기회에 정말 가질것,
필요한것만 가지고살아야지."한다. 스스로를 달래려는 그말에 그래, 그게 정답이야라고 맞장구 치는
것이 너무 쉽게 하는 말 같아 살짝쿵 조심스러워졌다. 폐허가 된 터전. 하지만 그들도 모르고 나도
모르고 누구도 모르는 그들이 만나게 될 또다른 삶과 터전이 어쩜 그들의 삶에 반전을 일으키지 않
을까 기대해본다. 그리고 가슴으로 기도한다. 화이팅^^

3. 아랫마을 친한 언니부부가 베트남에 가게되었다. 우리부부와는 띠동갑이상의 나이차가 나지만
특유의 젊은 감각 때문일까? 이래저래 참 편하고 재밌는 분들이다. 사실 이름만 들어도 아는 사람
은 다 알만한 그런분이지만 돈, 명예 심지어 가족까지 뒤로한채 새로운 자아찾기를 했다고 해야할까?
가끔은 황당한 논쟁을 하기도 하지만, 그녀의 넉넉한 인심과 아저씨의 후덕한 마음씀은 시골생활의
단조로움을 적셔주는 단비같기도 했다. 가끔 도시에 다녀오면 잊지않고 치킨이랑 맥주를 사가지고
와서는 우리부부를 초대해주신다. 몇일전에는 우렁각시처럼 모 햄버거 프랜차이즈에서 사온 햄버거
두개를 마루에 살포시 두고가는 쌘스까지 보여주신다. 어떤 인연의 실타래가 이분들과 이어진걸까?
나이 쉰에 온라인 게임 대항해 시대를 주름잡질 않나, 가끔은 게임머니를 팔아서 술과 담배를 사기
도 하고 여하튼 독특하다. 농사는 거의 낙제에 가깝지만 아저씨의 성격때문인지 마을에서도 잘지내고
급기야 올해는 새마을지도자도 맡기도했다. 허나.. 이분들이 갑자기 베트남에 가게 되는 아쉬움이~~ㅜ.ㅜ
워낙 도시에 살때 잘나가던 사람들이라 여기저기 일을 청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그걸 다 마다하고
은둔+신선+게으름+가난 뭐 이런것들로 수년을 채운 이분들에게 베트남 행은 새로운 삶의 여행이기
도 하고 어찌보면 진정한 유목의 자세이기도 한것 같다. 돈 때문이 아니라, 기회가 생겼으니 한번
다른나라에 살아볼까 하신다. 2년간 새롭게 진출한 회사를 책임지는 역할이라는.. 들어도 잘모르지만
여튼 재밌을것 같다. 아저씨왈, 돈벌면 4륜구동 짜리 트럭이랑, 100만원짜리 기타 사가지고 돌아
올꺼란다. ㅋㅋ 멋지다. 그 덕에 우린 올겨울 베트남 구경가게 생겼다.

4. 나와 최교는 선유를 만났고, 얼마나 달라지게 될지 모르는 우리의 인생이지만 여튼 자식이 생기면
서 이런저런 지각변동을 겪고 있다. 물론 엄청 큰건 아니지만 이전하고는 많이 다른 그런 느낌이다.
내가 모르던 세상을 만나고 있고, 반성도 되고 기대도 되는 그런 삶을 만나는 시기임에는 틀림없는것
같다. 선유.. 참 예쁘다. 아가의 웃음에 머리는 텅빌정도로 단조로와 지긴 하나 지금은 그걸 기뻐하며
행복해하며 보내라는 때로 알고 그렇게 보내려 한다.

5. 동네 친한 언니가 여섯째를 가졌다. 세째도 아니고, 네째도아니고, 다섯째도 아니고, 여섯째다.
그소식을 들은 순간 언니가 너무나도 경이로왔다. 언젠가 언니가 난 결혼하고 지금까지 아이만 낳은
것 같아 하며 살짝 우울해했던 기억이 스쳐지나갔다. 지금도 그럴까? 싶었는데 주변의 지지와 언니
스스로 현실을 많이 긍정하려 노력하는 것 같았다. 여튼 이 언니는 나만 보면 "내가 수진씨랑 같이
학부모가 되야한다니."하며 한숨도 쉬었다 웃기도 했다 하지만 그럴때마다 언니~~ 같이 잘 키워요^^
으쌰~~ 웃음을 대빵만큼 날려준다. 언니는 여섯아이의 엄마가 될것이고 단지 한명을 키우는 나로써는
명암도 못내미는 시추에이션.. 여튼 고맙다. 선유친구들이 언니로 인해 1명더 늘어 3명이 되었다..ㅋㅋ

6. 삶은 나이와는 무관하다는걸 요즘 내주변과 날 보며 느낀다. 동시대 비슷한 공간에 살고 있는 사람들
이지만 그 모양은 제각각이다. 나를 비롯 이들의 공통점은 새로운 인생의 여정을 시작했다는 거...
설레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고, 신이나기도 하고, 부담되기도 하며, 한숨이 흘러나오기도 하지만
그래서 더 웃게도 되는 그런 순간들... 올해가 지나고 내년 이맘때쯤 이들은 어떤 모습일지 사뭇 궁금해
진다. 조급해하지 않고, 슬슬~~ 그리고 천천히 흐르는대로 살아가자하고 다시금 맘을 먹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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