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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일기

2007/01/28 22:28

어디로 갈까...

무작정 고속도로로 들어섰는데,

그곳에 이르렀다.

 

지난해 종배형 추모식날 가족들과 동지들이 사온 진짜 꽃 가짜 꽃이 넘쳐나는 바람에

형 옆에 꽂지 못하고 차에 싣고 다니던 노오란 가짜 꽃다발 네 묶음.

 

반년 지난 꽃다발에 흙이며 먼지가 탔어도 뽑아내지 않고,

새 꽃을 두 묶음씩 형 양 옆에 두었다.  꽃병이 가득한게 탐스럽다.

 

용케도 일요일인데도 추모식이 없는 날이었던지, 공원이 한산하다.

혼자 공원을 찾은 게 여러차례인데도,

오늘에야 다른 동지들을 둘러본다.

처음에는 형의 비석만 유난히 검고 번들거리는 탓에

참 최근 일인듯 착각하고 살았는데, 어느덧 8년째 접어들었다.

이제야 색 바랜 비석들은 얼마나 오랜 세월을 여기 서 있었을까 되짚어본다.

또 최근 몇 해동안 부쩍 늘어난 새 비석들...

 

공원에서 내려오는 길...

아! 나서고 싶지 않구나...

이 길을 나서 세상 속으로 들어가고 싶지 않다.

내 것이었던 적도 있는데,

이제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이 세상...

남의 집에 얹혀사는 듯한 기분.

언제쯤 가뿐하게 떨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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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28 22:28 2007/01/28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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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레임

2006/11/28 01:03

새로운 것에 대한 기대, 설레임을 잃은 지 오래됐다.

어디를 가든, 누구를 만나든, 흥... 다 그렇지 뭐~

왜 이렇게 재미없게 살아왔을까.

 

눈 앞에 익어가는 돼지갈비,

또는 촌스러운 초록 빛을 띤 소주 따위만이 나에게 기대감을 주는 것들이었다.

 

그렇지만,

나도 이제 기대할 게 많아졌다.

곧 떠나는 여행에서 난 무엇을 보게 될까.

여행을 다녀오면 난 달라질까.

또, 이제 난 어떤 흥미로운 일을 하게 될까.

그리고, 난 앞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희망을 주며 살까... 등등등

 

저 속세가 아닌 듯한 하늘과 산...

저 곳이 나를 씼어줬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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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1/28 01:03 2006/11/28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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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 알림

2006/11/26 21:44

나 = 엄마, 나 지금 집에 내려가고 있어.

엄마 = 언제 올라갈건데?

나 = 내일아침 일찍.

엄마= 그럴거면 왜 오냐.

나 = 할 이야기도 있고.

 

화순.

엄마 = 할 얘기가 뭔데?

나 = 이따...

엄마 = 사무실에 먼 일 있냐?

나 = (머쓱한 웃음)

엄마 = 그만뒀냐?

나 = 응

엄마 = ...

 

잠시 후.

엄마 = 야, 니네 오빠 노는 거 지겹지도 않냐?

나 = 난 일하는 게 지겨워. 노는 건 오빤데 왜 내가 노는 게 지겨워?

엄마 = 그럼 뭐할건데?

나 = 놀거야.

엄마 = 음. 다음달에 의료보험료 내라고 청구서 날라오겠구나...

 

잠시 후.

엄마 = 근데, 왜 그만뒀냐?

나 = 일하기 싫어서, 10년이나 다녔잖아. 나 놀래.

엄마 = 짤렸구나.

나 = (버럭) 하여튼 엄마는!

엄마 = ...

 

돌이켜보면 잘한 거 하나도 없는데,

우리들은 왜 늘 엄마한테 이렇게 당당한걸까?

벌컥 성내고, 금새 후회하면서도

엄마한테는 왜 그렇게 함부로 하게 될까...

그만뒀다는 이야기 하려고 천리길 달려온 것으로

내가 여~엉 싸가지 없는 딸은 아니라고 위안한다...

근데, 엄마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도 좀 바꿔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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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1/26 21:44 2006/11/26 21:44
Posted by 흐린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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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2006/11/21 18:04

술... 이게 참 문제다.

최근 술을 먹고 사고를 많이 친다.

 

전국노동자대회 전야제 때는 전야제 시작하자마자 퍼대기 시작해서,

두시간 만에 나의 정신은 오간데 없이 사라지고 육신만 살아서

좀비처럼 곳곳을 돌아다녔나보다.

결국, 목격자 증언에 따르면 난 여의도광장 시멘트 바닥에 수직으로 고꾸라졌단다.

다음날 아침 난 미간, 콧등, 입술에 일직선으로 난 상처를 발견했고,

획 돌아가 삐뚫어진 안경을 발견했다.

 

어제는 급기야 음주운전을 했다.

아침에 일어나 설핏 주차장이 꽉 차서 도로가에 차를 둔 기억이 나서

후다닥 내려갔더니, 이미 '주차위반' 딱지가 붙은 뒤였다.

음주운전한 벌이라 생각하니, 그닥 억울하진 않았다.

다른 사람이든 나든 다치지 않고 집에서 눈 뜬 것에 감사해야지...

 

술, 만 열일곱살 이후 꾸준히 무척 많이 마셔온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부쩍 심하게 마시고, 마시면 취하고, 취하면 사고치고...

게다가 요즘은 밥을 거의 안먹으니...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할 것이다...

 

내가 먹어치워 없애는 소주의 양만큼

내 기억력도 함께 해치워지는 것 같다.

 

'다르게 살기' 목록에 '술'을 대하는 방식도 포함시켜야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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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1/21 18:04 2006/11/21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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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이 아빠

2006/11/21 17:53

일요일, 지원이 아빠한테 다녀왔다.

동지들이랑 벽제 용미리 제2묘지에 갔다.

지원이 아빠가 거기에 있다.

가로 세로 20cm나 될까말까 하는 정사각형 서랍 속에 그가 있다.

서랍 앞에는 지원이 아빠가 제법 폼 잡고 찍은 사진과, 조그마한 화관이 걸려있다.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그곳은 숫자가 참 중요하다.

2000년 그 형을 화장한 뒤

2001년 첫 해 그 형을 찾아갈 때는 한참 헤맸다.

1묘지에서 한참 헤매다가 2묘지를 찾아냈다.

그 다음엔 몇층인지, 몇 호실인지 따위...

지원이 아빠를 찾아갈 때는 '숫자'를 잘 외워둬야 한다.

 

맨 앞에 붙어있는 숫자, 1962. ~ 2000.

이걸 보더니 한 선배가 느닷없이 이렇게 말한다.

"쟤는 안 죽었어도 됐는데..."

마치 바로 옆에 있는 사람한테 하듯 "넌 오늘 안와도 됐는데..."라는 말처럼 한다.

우리가 어이없어 웃자 그 형이 덧붙였다.

"사람 생각이 구름 같은건데, 한 순간에 잘못 생각한거지..."라고 한다.

 

그렇다. 지원이 아빠는 스스로 목을 맸다.

그 순간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모르겠다. 하긴 내가 어찌 아랴...

 

그냥, "사람 생각이 구름같다"는 말을 떠 올리며,

나의 생각이 행동에 미치기 전에 다시 한번 더듬어보는 수 밖에...

 

그 이쁘디 이쁜 지원이는 내년에 벌써 중학교에 간단다.

우리는 돈을 걷어 지원이 교복을 사주기로 했다.

얼마나 더 이뻐졌을까...

지원이와 해우 커가는 걸 보는 지원이 엄마 마음은 또 얼마나 무거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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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1/21 17:53 2006/11/21 17:53
Posted by 흐린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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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

2006/11/18 01:57

깔끔하게 끝난 것일까?

잘한 것일까?

너무 늦은걸까?

좀 더 기다렸어야 할까?

울 엄마아빠 의료보험은 어떻게 하지?

뭐 먹고 살지?

다른 동지들한테 뭐라고 하지?

미안해서 어쩌지?

이제 뭐하지?

그래서 난 이제 아무것도 아닌가?

 

아니야 아니야.

잘했어.

참 잘했어! 흐린날...

 

난 사리분별 총총하게 하는 활동가가 될거야.

난 동지를 존중할 줄 아는 인간적인 활동가가 될테야.

난 궂은 일 마다않는 성실한 활동가가 되야지.

난 일처리 잘 하는 똑똑한 활동가도 되고 싶어.

난 다른 동지들에게 관대한 넉넉한 활동가가 되겠어.

그리고 난, 이제 맑아질거야.

성품도, 눈빛도, 마음씨도 맑고 투명한.. 그런 '사람'이 되고 말겠어.

 

근데, 또 운다...

그래, 앞으로는 울기도 잘하는...

구지 억지로 이 앙당물지 않고, 눈물이 나올 때는 그냥 울어버리는,

솔직한 활동가가 되는 것도 괜찮을 거야....

 

그러면 꽤 괜찮은 사람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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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1/18 01:57 2006/11/18 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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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빠지는 꿈

2006/11/14 15:51

물 속에 툭 떨어졌다.

물은 맑았다.

난 헤엄칠 줄 모른다.

물에 빠져서 발버둥 쳐봤자라는 이야기를 들은 생각이 났다.

난 온 몸의 힘을 빼고 편안해졌다.

그러자 내 몸이 물 저 깊은 곳으로 하염없이 떨어졌다.

끝없이 떨어지면서 생각했다.

온 몸의 힘을 빼고 편안하게 있지만, 내가 물 위로 떠오르지는 않는구나.

누가 날 구해주기 전에는 난 살아날 수 없구나.

 

깨어나서 아득하지만 뚜렷하게 기억나는 꿈.

꿈해몽 싸이트를 찾아보니, 과히 좋은 꿈은 아니다.

 

네이버 꿈해몽에 따르면~

 

"재수가 없고 본의 아니게 피해와 손실 및 곤란 등을 겪는 재난이 발생하게 될 징조"

 

특히 빠진 물이 '강물'일 경우

"물의 흐름은 일의 전개 양상이나 전체적인 일의 기세와 모양 등을 의미하게 됩니다. 한편 이러한 물의 흐름 중 안정적이고 큰 흐름을 보이는 강물의 모습은 어떤 상황이나 일에 대해 만반의 준비가 필요한 상황임을 말해줍니다. 즉 일이 만만하거나 사소한 것이 아니라 어떤 큰 흐름과 장중한 움직임을 가지고 진행이 되어 가며 큰 대세를 거스를 수 없는 것임을 알려주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얕은 꾀나 준비로는 일이 진행이 되지 않으며 그 상황에서 닥칠 수 있는 모든 가변 상황을 예측하고 대비하여 그에 따른 세심한 계획과 준비가 필요함을 의미하고 있는 것입니다. 일에 대한 모든 각도에서의 준비와 대책이 필요함을 예고해주고 있는 꿈이라 하겠습니다."

 

흐흠...

요즘은 개꿈을 자주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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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1/14 15:51 2006/11/14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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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노동자대회

2006/11/13 17:29

전국노동자대회에 가지 않은 건 올해가 처음이다.

1998년에도, 1999년에도 전야제 때 만취하여 '개'가 되었지만,

담날 아침에는 정신 수습하고 전국노동자대회에 갔었는데,

올해는 전야제 때 '개'가 돼서,

전국노동자대회 시작하던 시간에 난, 집으로 돌아왔다.

 

하는 일 없이 맞은 세번째 전국노동자대회였다.

2004년에는 안식휴가 중이었다.

2005년에는 사직한 이후였다.

2006년, 올해는 휴가중이었다.

 

전국노동자대회에 가기 싫어지는 날이 오리라고는 생각 못했는데,

1989년 이후 기억을 더듬으면 얼핏 기억나는 추억이 매년 한 두개씩은 있는 전국노동자대회였는데,

올해는 전야제가 끝나기도 전에 내 필름은 날아가 버렸고,

전국노동자대회 무대가 어찌 생겼는지도 모른다.

 

남은 건 내 얼굴에 상처뿐...

 

큰일났다. 데모질조차 재미가 없어지니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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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1/13 17:29 2006/11/13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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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지부?

2006/10/28 02:53

아주아주 후련할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정말로, 후련하진 않았다.

그렇다고 많이 섭섭하지도 않았지만...

꽤 섭섭했다.

다리에 힘이 풀려서, 1층 계단으로 내려가는 데 다리가 후들거렸다.

 

아 놔~

참말 지랄같다.

그리고, 배가 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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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28 02:53 2006/10/28 0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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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7시. 지금 일어날까 말까.

아침 7시반. 아침밥을 먹을까 말까.

출근길 자유로. 오늘따라 저 멀리 산자락까지 선명하게 보이는데,

이 길 끝까지 가볼까 말까.

9시반 사무실. 책상 위에 놓은 휴가원을 낼까 말까.

일을 좀 해볼까 말까.

낮12시. 점심은 뭘 먹을까.

점심 먹은 김에 낮술을 할까 말까.

낮술 한 김에 오후도 땡땡이를 칠까 말까.

오후. 휴가원을 낼까 사직서를 낼까.

지금 당장 차를 타고 어디로 갈까 말까.

어디로 갈까.

저녁6시. 집으로 갈까 저녁을 먹고갈까.

저녁을 누구랑 먹을까.

오늘 약속, 갈까 말까.

저녁밥 먹으며, 술도 한잔 할까 말까.

저녁9시 집. 청소를 할까 말까.

빨래를 할까 말까.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할까 말까.

자정. 술을 마실까 말까.

새벽2시. 책을 계속 볼까 잘까.

새벽4시. 알람을 몇시에 맞출까.

내일은 휴가원을 낼까, 사직서를 낼까. 계속 다닐까.

아침 7시. 지금 일어날까 말까.

게다가 주말이면, 산책을 할까 말까.

어디를 가볼까 말까.

시골집에 전화를 할까 말까.

갑자기 울리는 전화, 받을까 말까.

머리를 자를까 볶을까 말까.

누군가한테 전화를 할까 말까.

이젠 뭘 할까.

난 뭘 할 수 있을까.

난 하고싶은게 있을까 없을까.

난 살고 싶은걸까 죽고 싶은걸까.

계속 산다면, 뭘 하고 살까.

 

무언가를 결정하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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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23 10:48 2006/10/23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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