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키워드
2008년을 정리하면서 올 한 해를 돌이켜 볼 때 중요한 단서가 될 키워드들을 간추려 보았다. 킬링타임용이므로 큰 의미는 없다. 사이버모욕죄가 도입되는 순간 이 블로그 문을 닫아야 할 거다. 그 전에 걍 욕질이나 풍성하게 해보기 위한 단초로 정리한 것 뿐이다.
1. 남대문
아주 걍 폭삭 무너져 내려버렸다. 올 초에. 그리고 나선 뭐 국민성금으로 지으니 마니 하면서 씨도 안 먹힐 소리를 대통령이라는 자가 한 적이 있다. 쥐랄 쌈을 싸쳐드실 발언에 경악하여 포스팅까지 한 바 있으나, 이 꼬라지 볼 것을 두려워 하여 진즉에 열반해버리신 남대문님의 경외로운 선견지명이 부러울 뿐이다.
2. 어린쥐
이경숙 위원장의 '어린쥐' 발언은 사실 이 정부가 정한 방향이 어느쪽인지를 알려준 심오한 복선이었다. 물리적으로는 전국을 파헤치고, 정신적으로는 전 국민의 머리 속을 파헤치는 것이 이 정부의 노선이었던 거다. 아이들의 머리속에 어린쥐를 비롯한 다양한 쥐들을 집어 넣고, 일제고사로 줄을 세운 후 잘 키운 쥐들만 선별하고 나머지 쥐들은 폐기하는 아름다운 신세계.
3. 삽질
하냐 마냐 말이 오락 가락 할 때, 많은 사람들이 행인에게 물었다. 설마 이렇게까지 반대하는데 이명박이 대운하를 하겠느냐고. 미래에 대한 예측이라고는 오늘 저녁에 반찬이 뭘까조차 때려맞추지 못하는 실력의 행인은, 그러나 이 부분에서만큼은 자신있게 이야기한 바가 있다. 당연히 이명박은 대운하를 진행할 거라고. 왜냐하면 이 신임 청기왓집 주인장은 할 줄 아는 게 삽질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방 소규모 건축업자나 하면 딱 맞을 위인이 대통령씩이나 해먹고 앉아 있지만, 아는 게 그거 밖에 없으니 주구장창 쥐쉑처럼 눈치코치 보면서 삽질을 해댈 거라는 것은 행인뿐만이 아니라 왠만큼 건설경기 부양을 위해 인력시장을 오락가락 해봤던 사람은 누구나 다 예측할 수 있었으리라.
그나저나 "삽으로 흥한 자 삽으로 망하리라"는 말씀이 성경에도 있다는데, 이 인간은 어디까지 말아먹고 튈려고 그러는지 알 수가 없다.
4. 촛불
집단지성이라는 둥 새로운 시민사회의 시발이라는 둥 엄청난 찬사의 이면에서, 애들이 씨잘데기없이 공부하기 싫으니까 쏟아져 나왔다는 둥 좌빨들의 사주를 받은 애기엄마들이 애들을 볼모로 혁명운동을 했다는 둥 씨도 먹히지 않을 비난이 동시에 쏟아져 나왔던 사건이었다. 그 평가는 어찌되었든 간에, 이명박이 청와대 뒷산에 올라가 일렁이는 촛불을 보고 잠시나마 반성 비스무리한 것까지도 했더라는 것을 보면 이 사건이 크긴 컸던 모양이다. 아무튼 촛불은 2008년을 이야기하면서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라는 점은 분명하다.
5. 오해
청기왓집 주인장의 별명은 참으로 다양하다. 2메가, 쥐박이, 글로벌호구, 불도저... 거기다가 아름다운 호(號)까지 붙었으니 이름하여 '오해 이명박'. 이 아좌쒸는 엿바닥이 삽으로 되어있는지 말만 하면 삑사리에 존재 자체가 삽질이다. 해서 바빠진 것은 청와대 대변인. 대통령은 혓바닥 삽질하고 대변인은 맨날 "그건 오해구용"하면서 변명이나 하고 자빠졌고. 1년 내내 이 짓거리를 하다보니 명박이 헛소리를 들은 다음에 꼭 이동관의 해설을 청취해야 대통령의 진의가 읽혀지는 비효율이 전국을 덮어버렸다. 효율을 위해 전봇대까지 뽑아버린 대통령이 그거 말고는 전부 비효율의 극치를 달리고 있는데, 이거 이래서 어디 중소건설업체 CEO라도 맡길 수 있겠나? 그런 수준의 인간이 정치씩이나 하고 앉았으니 2009년도 안절부절이다.
6. 배후
정말 오랜만에 들어보는 단어로다. 배후. 촛불들고 나온 중고생의 배후는 누군가? 전교조? 유모차 끌고 나온 엄마들의 배후는? 이건 도통 감이 잡히질 않고. 예비군복 입고 쏟아져 나온 예비군 부대의 배후는? 국방부 장관? 이넘 쉑을 걍... 갑자기 조직적으로 참가하면서 집회시위의 진면목을 보여주겠다고 설치더니 80년대식 의장님 옹립식 스타일의 시위를 선보였던 전대협 베테랑들의 배후는? 장군님?
사실 나도 궁금해 죽겄는데, 그놈의 배후를 이잡듯이 뒤지고 다녔을 국정원부터 떡찰, 견찰들은 아직도 속시원하게 그 배후를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하긴 그렇게 쉽게 잡히면 그게 배후겠냐만은 더 웃기는 것은 KBS 앞에서 LPG 가스통 들고 설치거나 심지어 공기총까지 들고나와 난장을 부렸던 "애국단체"들에 대해선 어떤 넘들도 배후가 어쩌지 저쩌니 하는 말을 한 적이 없다는 거다. 그 배후가 청와대라는 것을 세상이 다 알고 있기 때문에 새삼스럽게 밝힐 필요가 없었던 걸까?
7. 사이버모욕죄
유명 연예인이 자살을 하고난 후 갑자기 청정이눠뉏을 주장하면서 한나라당의 율사출신 의원들이 사이버모욕죄를 신설해야 한다고 난장을 부렸다. 차라리 "제발 온라인에서 우리 욕 좀 그만해 주세용"하며 선처를 부탁했다면 애교로 봐주기라도 하지. 이건 아예 키보드에서 손가락들을 다 치워버리겠다고 선전포고를 하는 거라니. 이런 수준의 인간들이 의원직을 해처먹고 있으니 국회의사당 안에 워햄머가 날라다니고 소화기가 춤을 추는 거다.
8. 명박산성
컨테이너박스가 진지구축의 재료로 얼마나 요긴하게 쓰이는가를 보여준 대표적 사례. 물론 이름은 명박산성이라고 하나 그 기원은 과거 노무현정권 당시 아펙행사장 방어를 위해 컨테이너박스를 쌓았던 원천기술에 의거한다. 즉 무현산성이 있었기에 탄생한 것이 명박산성. 암튼 기술의 전수를 통해 광화문 네거리에 웅장하게 들어섰던 명박산성. 대화와 타협을 거부하는 이 정권의 실상을 유감없이 보여준 기념비적인 상징물이었다.
9. 공영방송
KBS사장인선을 시발로 해서 YTN사장, 방통위 위원장 등 인선관련 문제로 불거지게 된 공영방송 시비. 게다가 광우병 방송을 했던 MBC 피디수첩 탄압과 YTN 노조원 해고, 방송법 개정안 등 언론을 둘러싼 시비가 끊임없이 계속되었다. 명박과 인촌은 방송만 장악하면 까이꺼 우매한 중생들을 죄다 말 잘 듣는 양순한 신민들로 개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나보다. 참 단순무식한 인간들이다. 얘들을 어떻게 때찌 해줘야 할까나...
10. 리만브라더스
이명박과 강만수를 합쳐 부르는 말이 되어버린 '리만브라더스'. 아무튼 조어를 만들어내는 능력들을 보면 한국사람들 머리가 보통 머리는 아닌듯 하다. 어쨌거나, 오늘날 이 사회를 이렇게 아비규환으로 만들어 놓은 이 두 사람의 행보를 보면 이건 거의 "덤앤더머"수준이다. 가장 최근의 예를 보자면, 강남 투기지역 해제와 관련된 문제를 놓고, 하루는 명박이가 전 사회에 끼어있는 거품을 빼야한다고 기염을 놓는 순간, 딴 자리에서 만수는 강남 투기지역 해제 등 부동산에 거품 끼워넣는 소리만 하고 자빠져 있었다. 대통령과 경제수장이 지들 꼴리는 대로 놀고 자빠진 동안에 이곳 저곳에선 억억소리가 쏟아져 나온다. 아닌 말로 이 돌대가리들이 짱구를 굴리다가 어느날 불현듯 이거 함 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유레카를 외치면서 책상머리를 '탁'하고 치는 순간 '억'하고 자빠지는 국민들이 한 둘이 아니라는 거다.
기타 등등 졸라 많은 키워드들이 있지만 시간관계상 오늘은 요기서 끝을 맺기로 한다. 나머지 키워드들에 대해선 다음 기회에 정리를 하긴 개코나 그럴 시간도 없고, 혹시 뭐 추가로 덧붙이고 싶은 분들이 계시다면 트랙백 걸어주심 좋겠다.
어찌되었든 쥐의 해가 가고 있다. 워낙 음력으로 달수를 세는 통에 아직 새해가 되려면 한 달이 더 남았으나, 쥐의 해 다음에 올 소의 해에는 어떤 다이나믹한 일들이 한국사회에서 벌어질지 기대가 된다기 보다는 제발 좀 걍 아무 일도 없었으면 싶다. 아니 명박이가 걍 아무 일도 하지 않았음 싶다. 진짜 하루에도 몇 번씩 신발을 벗어서 싸대기를 패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단 말이다...
APEC때 부산경찰청장은 어청수였다지요...
산성의 장인은 바로 어청수입니다
ㅋㅋ 올해는 '쥐'박이가 사고 치는 해였다면, 내년에는 '소'가 뒷걸음 치다가 그랬더라도 지대로 '쥐' 밟는 해가되길 바래봅니다.
지나가다/ 어청수 전공이 건축이었나봐요. ㅎㅎ
foract/ 기왕 밟는 거 회생불가능하게 밟았으면 싶네요. ㅎㅎ
이 꼬라지 볼 것을 두려워 하여 진즉에 열반해버리신 남대문님의 경외로운 선견지명이 부러울 뿐이다.-> 남대문님의 선견지명에 감탄 할 뿐이어요.
부지런하삼. 지난 일년이 한 삼십년은 된거 가트요.
bat/ 거듭 감탄할 뿐입니다.
schua/ 글게요. 저는 지난 일년 동안 20년은 젊어진 기분이에요. 20년 전에 느꼈던 감정들을 착실하게 느끼며 살고 있거덩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