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에 대한 계보학적 메모

행인[기록] 에 억지로 관련이 될라면 관련될 수도 있는 글.

 

 

일반적으로 "삽"이라 하면 얇게 갈리고 둥근 타원형에 약간 뾰족한 쪽과 발로 밟을 수 있도록 약간 두텁게 말려 있는 쪽으로 이루어진 쇠붙이판과 긴 나무로 된 봉과 역시 나무나 간혹 쇠붙이를 말아 붙인 손잡이로 이루어진, 주로 땅을 파거나 흙을 뜨는데 사용되는 "연장"의 일종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삽"에도 여러 파생상품이 존재하고 사돈의 팔촌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극히 드물...진 않고 많은 사람들이 잘 알고 있으나 별로 이 분야에 대해 깊은 사고와 이해를 하려고 노력하지는 않는다. 사람들이 관심을 갖지 않은 결과, 오늘날 이러한 일반인들의 외면과 무관심을 틈타 "삽"질로 구국을 하겠다는 뻘소리를 자신감 있게 떠벌리는 삽대가리들이 존재하게 되었다.

 

이처럼 어지러운 정세 속에서, 모든 인민들이 "좌고우면"하지 않고 자신의 뜻대로 "돌격대"의 자세로 달려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긴 시간을 연구에 몰입한 후...가 아니라 아무튼 나름대로 상당한 시간과 정열을 투자하여 "삽"에 대한 계보학적 연구까지는 아니더라도 계보학적 메모정도를 작성하여 제공한다. 부디 전 세계의 인민들이 "삽"에 대한 정확한 정체를 파악한 후 그 용도에 맞게 적정한 사용을 함으로써 인류공영에 이바지하시기들 바라기는 개코나 아무튼 제 앞가림들이나 잘 하길 바란다.

 

 

 

일반적으로 "삽"이라 함은 위에서 설명했다. 아무튼 우리가 "삽"이라고 할 때는 땅도 파고 흙도 푸고 가끔 운하도 파고 뭐 그런 다용도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연장을 말하는 것이다. 당연히 공구리칠 때는 물론이려니와 기타 농사일 등에 널리 사용된다.

 

 

오삽 혹은 각삽

 

보통 삽이라고 하는 연장의 끝이 둥근 원형에 가까운 것과는 달리 이 오삽 혹은 각삽이라고 하는 것은 연장의 끝이 반대편과 마찬가지로 평평하게 되어 있다. 따라서 땅을 파는 데는 적절하지 않고 주로 흙을 떠내는 데 사용된다. 당연히 일반적인 삽보다는 많은 양의 물질을 안정적으로 담을 수 있다.

 

 

평삽

 

오삽 혹은 각삽보다 흙이 담기는 면적이 훨씬 큰 삽의 일종. 오삽 혹은 각삽을 살짝 뻥튀겨 준 것으로 생각하면 되겠다. 요즘에는 플라스틱으로 흙을 뜨는 부분을 만드는 경향이 많다. 과거 눈을 치울 때 사용하던 "너까래"의 사촌쯤 되겠다. 당빠 흙을 파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나 흙을 뜨거나 눈을 치우는 데는 요긴하게 사용된다.

 

 

부삽

 

평삽의 미니어처쯤 되겠다. 오삽 혹은 각삽이라 불리는 것의 거의 절반 정도 크기다. 땅을 파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면 되겠고, 과거엔 연탄재를 치우거나 개똥을 치우는데 매우 요긴하게 사용되었다. 삽이나 오삽(각삽) 또는 평삽보다 휴대가 간편하지만 그닥 대우를 받지는 못한다.

 

 

모종삽

 

학술적으로 분류되는 삽 중에 가장 작은 형태의 삽이다. 생긴건 일반적으로 "삽"이라고 부르는 것과 거의 같은 형태이나 그 크기가 매우 작고, 주로 화분이나 밭고랑의 모종을 심거나 옮길 때 사용하므로 모종삽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보통 자루의 길이가 30cm이상을 넘어가지 않으며, 때로는 자루를 나무로 대지 않고 걍 철판때기 하나로 본체와 자루를 겸하는 경우가 있다.

 

 

야(전)삽

 

주로 군대에서 사용하는 삽의 일종. 옛날에는 일반 삽과 모종삽의 중간 크기 정도로 생긴 형태에 만족하는 수준이었으나, 최근에는 삽대가리와 자루 부분을 접어서 휴대하기 편리하게 만들기도 하고, 그 기능성과는 별개로 디자인에도 신경을 써서 군바리들이 사용하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야(전)삽도 많이 출시되었다. 원래 이름은 야전삽이었으나 줄여서 야삽이라고 한다. 주로 국방색이나 검정색으로 시장에 나오는데, 그건 군바리용으로 제작된 관계로 위장(보호색)효과를 위해서이므로 그 외에 큰 의미는 없다.

 

 

이 정도면 삽의 직계혈족에 대한 고찰은 충분할 것으로 보이나, 실제 삽은 그 사돈의 팔촌까지 많은 방계혈족을 거느리고 있다. 이들에 대해서도 간단하게 살짜쿵 알아보기로 한다.

 

 

쟁기

 

생긴건 일반적인 삽과 거의 비슷하게 생겼으나 기장이 약간 긴데다가 결정적으로 인간의 힘(human power)이 아니라 소나 말과 같은 짐승들의 힘을 빌려 이용할 수 있다는 데에서 삽과 차별성을 갖는다. 아, 물론 소나 말 뿐만 아니라 당나귀나 노새 등의 힘을 이용하 수도 있다.

 

이 기구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짐승들에게 육체적인 고통을 전가해야 하는데, 그건 단지 해당 짐승들의 등때뤼를 회초리나 채찍으로 주어 쌔리 패는 정도의 차원이 아니라 이들의 콧구녕에 피어싱을 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암튼 이 쟁기를 짐승만 끄는 것이 아니라 인간도 끌 수 있다는 것은 과거 행인이 대가리 피도 마르지 않았던 어린 시절에 사촌형님이 걍 지가 열받아서 쟁기질을 혼자 하던 것을 봤던 기억에 근거하여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밝히는 바이다.

 

(참고로 그 사촌형님은 8살 때 80kg 쌀가마를 들고 20리를 다녔던 천하무적 장사였다. 정주영 왕회장이었냐고? 천만의 말씀이다. 그 형님 성이 '이'씨다.)

 

 

 

삽괭이

 

괭이라는 연장은 별도의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연장이다. 그런데 그 괭이 중에 '삽괭이'라는 이름의 괭이가 있는데, 사실 뭐 '삽'자 들어갈 만큼 쇠붙이 면적이 큰 것도 아니고 걍 생긴 것과 하는 역할이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삽과 비스무리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암튼 이 삽괭이에 대한 아련한 기억을 정확한 자료로 승화시키고자 포털 사이트에 "괭이"라는 검색어를 치자... 눼미, 죄다 고양이 사진만 뜨더라...

 

 

보습

 

예전에 한겨레21에서 "무기를 녹여 보습으로"라는 기사가 올라온 적이 있었는데, 항간에서는 쉬바 보습이 도대체 뭐여? 라며 항의를 하는 일도 있었더랬다. 보습은 졸라 큰 삽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생긴 것은 뾰족하게 생긴 것부터 오삽과 같이 넓데데한 것도 있다.  주로 쟁기처럼 사용하며 땅을 갈아서 흙을 돋우는데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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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의 계보학적 분석에 따라 삽의 종류를 파악했는데, 실제 이상의 분류는 걍 개나 소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여기서 이 메모가 종료된다면 이딴 '삽질'을 하기 위해 진보블로그 서버에 트래픽이나 올려놓는 닭짓이 되겠으나 본 메모의 가치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기존에 각 삽의 종류는 주로 농사나 건설을 위해 사용되는 것이라고 제한적으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본 메모는 이러한 인식을 뛰어 넘어 이러한 각종의 삽들이 일반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용처에서도 충분히 사용될 수 있음을 보여줄 것이다. 아주 간단하게.

 

역사상 중요한 분기점마다 발생했던 민중의 봉기에서 삽은 낫이나 곡괭이 등 다른 연장과 함께 유용한 저항의 도구로 사용되어 왔다는 증거가 속속 발견되고 있다...라고 할 수 있다. 멀게는 만적의 난에서부터 가까이는 동학혁명에 이르기까지 주요 민중의 봉기상황에서 이 삽이 혁명의 무기로 이용되어왔다는 가설이 충분히 가능한 것이다.

 

물론 '연장'이라는 단어가 주로 양아치들이 뒷골목에서 나와바리 쌈질 할 때 손에 손에 쥐고 나오는 사시미 등에 사용되는 용어라는 것으로 인해 '삽'이 가지고 있는 연장으로서의 효용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으나 그건 갸들 입장이고.

 

역사적으로 위정자들이 되도 않는 발상으로 삽질을 할 때, 민중들은 위정자들이 자신들의 권력유지를 위해 쥐어줬던 삽을 이용하여 위정자들을 징치하기도 했다. 예컨대 전국을 삽질공화국으로 만들기 위해 돌격대의 정신으로 무장하고 좌고우면함이 없이 대운하 정신으로 무장한 채 앞만보고 내달리며 삽질을 해야 한다고 일성을 내뱉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아니라 이명박이나 박희태같은 부류의 인간들이 캐삽질을 할 때, 인민들은 다름 아닌 바로 그 '삽'을 들고 그들의 마빡에 강력한 충격을 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삽은 단지 농경이나 건설용으로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인마살상용으로도 적절한 효용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이 메모의 결론 되겠다. 물론 행인이 여러분들에게 삽들고 나가 저 또라이들의 신체 각부위에 적절한 마찰을 가하여 제정신을 차리게 하라고 선동질하는 것은 아니다. 걍 행인은 이 삽이 '인마살상용'으로 사용될 여지가 충분하다는 것을 계보학적, 역사학적으로 고증하고자 할 뿐이다. 걍 행인은 '삽질교'가 탄생하여 개독교와 이단논쟁을 벌임으로써 21세기에 또다시 마녀사냥이 횡행하는 꼬라지를 보고싶지 않을 뿐이다.

 

이상 메모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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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16 23:43 2008/12/16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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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들의 마빡에 삽으로는 강력한 충격을 줄수 없을듯..
    곡괭이 정도는 돼아 하지 않을라나요..ㅠㅠ

  2. "가래"가 빠진 듯 하네용

  3. 산오리/ 분노게이지가 최대치까지 올라가셨군요... 실전에서는 연장불문하고 사용하시면 되겠습니다. 헉...

    fessee/ 흠... 가래... 그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