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따뚜이

어차피 오바마의 머리속에 들어갔다가 나온 것이 아닌 이상, 오바마가 이명박에게 루즈벨트의 뉴딜과 관련된 책 두 권을 준 의미가 무엇이고, 기자회견 말미에 이란을 언급하며 표현의 자유를 강도높혀 옹호한 의미가 무엇이며, 공항영접이 허접했던 이유가 뭔지 등등을 다 알 수는 없다.

해석이 다양할 수 있다는 것은 어떤 발언이나 행위가 가지는 함의가 매우 깊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그 발언이나 행위가 그닥 별 거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입장들 간의 대립이 심각할 정도로 팽배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원론적으로는 그런데, 적어도 정부나 "해당언론사"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이명박이 오바마에게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거나, 한미 FTA에 대해 완벽한 합의를 보았다거나, 혹은 이명박의 녹색뉴딜이 오바마로 하여금 깊은 관심을 갖도록 했다거나 하는 식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건지는 아주 의심스럽다.

정부와 "해당언론사"에 비해, 이명박 방미 중에 일어난 일련의 에피소드들에 대해 온라인을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는 해석들은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문제를 분석한다. 예컨대, 오바마가 평화적 시위를 폭력으로 진압하는 것에 대해 명확히 반대한다고 발언한 것은, 비록 '이란'에 대한 것이라는 전제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이명박이 있는 자리에서 그 발언이 이루어졌음을 보건데, 사실은 이명박에게 "너 들으라고 하는 소리"였다는 식이다.

굳이 오바마가 이명박에게 대놓고 한 소리가 아니었다고 할지라도, 한국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부차원의 폭력적 시위진압에 대해선 수차 재론을 반복하더라도 모자란 부분이 있다. 개별 사건에 대한 판단은 둘째 치더라도, 집회시위에 대처하는 공권력의 위력행사방식이 시시때때로 달라지는 이유는 뭘까?

무슨 구국결사대니 뭐니 하는 조직이 대한문 앞에서 가스총을 발사했다. 현장에서 한 기자가 경찰들에게 왜 저들의 행위를 저지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이 경찰의 대답은 "못 들었다"는 것. 뭘? 가스총 쏘는 소리. 세발이나 쐈다는데 못들었단다. 청각기능에 이상이 생긴 것일 수도 있으나, 공교롭게도 그 자리에 모여있던 경찰이 전의경 포함해서 최소 수십명이 넘었는데, 급작스럽게 그 순간만 집단적으로 청각장애가 일어났다는 것에 대해선 뭐라고 판단해야 하나?

오세훈이 봉투 돌린 것에 대해 민주당이 지적하자 이에 불만을 품은 재향군인회 노병들께서 다시 노구를 이끌고 민주당 돌격작전을 감행했다. 이 과정에서 칼이 등장했다. 누구 하나 쑤셔야겠다는 이 사무라이의 분신을 제지한 것은 경찰이 아니라 돌격작전에 동참했던 전우들. 당연히 경찰들은 칼을 꺼내들었는지도 몰랐던 것이고.

연전에 방송사 앞에서 가스통을 던져가며 이분들이 난리를 부렸을 때, 경찰은 이를 묵인했고, 정부는 오히려 지원금까지 내려줬다. 물론 입장을 달리하는 세력, 저들의 용어를 빌리자면, 좌빨세력들인 각급 시민단체에 대해선 집회참가했다는 이유로 지원금 다 잘라버리고 있지만.

이명박의 글로벌 호구짓에 대해선 최상의 국빈대접이니 지랄이니 하면서 난리 굿을 하는 "해당언론사들"은 언제나 집회시위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보여왔더랬다. 죽봉이니 죽창이니 하는 단어를 대문짝만하게 뚜껑에다 박아놓고 폭력세력 엄단이니 뭐니 하면서 다 때려잡으라고 성토를 해왔던 이 "해당언론사들"은, 그러나 노병들의 가스통 시위와 가스총 위협발사 및 칼부림에 대해선 일체 함구 중이다.

쌍용차 회생에 1조면 떡을 친다는데, 왜 하는지도 모르면서 추진하는 4대강 까뒤집기에 몇 십조를 처박아 대는 이 정권에 대해 항의하는 집회시위가 경찰들이 특공대 3단봉까지 동원해 주어 밟으면 그칠 거라고 생각하고 있을까? 그 와중에 물병이라도 던지면 폭력시위로 몰아부치면 되고. 그러게 작년 KBS앞 가스통 집회 이후 집회시위 하려면 최소한 LPG 탱크로리라도 하나 탈취해서 달려들어야 한다니까... 그러면 폭력집회라고 하지 않을텐데 말야...

세상이 이런 식으로만 돌아가면야 도대체 불안해서 살 수가 없겠지만, 그래도 내내 내일이면 뭔가 있으려나 궁금해지는 건 사람들의 인식변화가 눈에 보이고 있다는 것 때문. 불과 2년 전 연말만 해도, "차라리 명박이가 되면 뭐 좀 되지 않겠나?"라고 했던 부류들조차 "이거 뭐 끌어내리던지..." 이러는 현상이 늘어가고 있다. 내 주변만 그런가?

최소한, 이명박이 꼬치구이 구워가며 아세안 정상들 먹여주고 있는 사진 기사 밑에 "라따뚜이"라는 덧글을 올리는 궁극의 무한센스들이 있다는 거, 이건 긍정적으로 보아야만 한다. 사실 불과 20년 정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한국의 민주주의에서 이명박처럼 온리 삽질개발유전자로 생체구조를 완성한 인류가 정치질 하는 것도 100퍼센트 불가해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라따뚜이"라는 한 마디로 사안의 본질을 꿰뚫어버리는 사람들이 있는 한, 앞으로 20년 후는 기대할만 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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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17 19:17 2009/06/17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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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ㅋㅋㅋ 아놔... 라따뚜이... ㅋㅋㅋ

  2. 그래도 라따뚜이는 청결하게 요리하잖아요. 우리 사장님은 이건 뭐-_-;; 전과 14 경력이라 그런지 때를 밀어도 더티하게 느껴진다는 ㅇㅅㅇ

  3. 공식전과만 14개지, 이것저것 다 캐보면 왠지 천문학적인 숫자가 나올것 같다는..ㅋㅋㅋ

  4. 배용준이 비공개로 청와대 다녀왔었다는 기사에 달린 추천수1위 댓글이: 여보~ 용준씨 댁에 인터넷 놔드려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