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늙으면 좀 추할듯...

아직까지는 장유유서라는, 약간은 가부장틱 하면서 은근 마초틱한 가치관을, 그래도 어느정도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행인, 그래서 언제나 어르신들에게는 최대한 깎듯한 자세를 취하려고 노력한다. 예절이라고 하면 장안에서 손꼽힐만한 예절을 갖춘 행인인지라, 그 어르신이 하염없는 인덕을 갖추고 계신 분이던 세간에 속칭 꼴 무슨 통이라고 불리우는 분들이던 간에 일단 지킬 예를 다하고 있다.

 

물론 행인의 성격상 인덕이고 꼴 무슨 통이고 간에 인간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짓거리를 하시면 예의고 나발이고 화장실에 다 처넣게 되긴 한다만, 어쨌던 그런 최악의 경우는 지금까지 다섯 손가락도 채 못채울 정도로 극히 드문 일이다.

 

암튼 그런 차원에서, 웬만하면 노인공경을 위한 자세를 저버리지 않는 행인이다보니, 세간에 꼴 무슨 통으로 널리 알려진 어르신들의 글 역시, 항상 뭔가 줏어먹을 건덕지라도 섞여 있을까 하여 세세히 살펴보는 편이다. 당연히 이런 분들의 글을 보면서 재삼 다짐하는 것은 늙더라도 이렇게 늙으면 안 되겠다는 반면교사랄까.

 

언제나 그렇지만, 오늘도 몇 분들의 말씀 한자락씩들을 보면서, 이렇게 늙는 것이 참 추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깊이 해본다.

 

우선 첫 빠따로 등장하실 분은 역시나 갑제옹 되시겠다. 오세훈의 역작 광화문 광장에 대한 비호감은 행인이나 이분이나 마찬가지인데, 이분은 행인과는 많이 다른 대안을 가지고 계신다. 이분의 대안은 바로

 

"광화문 광장을 李承晩(이승만) 광장으로 바꾸자~!"

 

아메리카에서 신적인 취급을 받고 있는 '건국의 아버지'들에게 반한 갑제옹께서는 그동안 박정희 신화만들기와 더불어 꾸준히 이승만 국부만들기 작업을 해오신 터다. 이 와중에 서울시장 오세훈이 그야말로 광장세계의 듣보잡으로 만들어버린 광화문 광장을 건국의 아버지에게 바쳐야 한다는 놀라운 발언을 하신다. 여기에 옵션으로 테헤란로를 트루먼로로, 김포공항이나 인천공항 중 하나를 박정희 공항으로 명명하자는 기상천외한 발언까지 덤으로 얹어 놓는다. 아직 의학적으로 치매증상이 오지 않았다는 전제 하에 바라볼 때, 이분이 맨정신으로 이런 소리를 하신다는 건데, 그렇다면 그 맨정신 자체가 상당히 꼴갑스럽다고 볼 수밖에 없다.

 

다음 등장하실 분은 간만에 모습을 보이시는 시스템 클럽의 좌장 지만원 박사 되시겠다. 그동안 뻥구라닷컴에 별반 코멘트를 할 일이 없을 정도로 글빨이 떨어지신 통에, 꼴 무슨 통 계열에서 이분이 이제 한 물 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으나 웬걸, 아직 살아있음을 보여주는 글 하나 올리셨다.

 

"법만 알고 사회 모르는 헌법재판관들"

 

제목만 보면 행인과 거의 같은 수준으로 헌재 재판관들을 바라보고 있는 듯이 보인다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분은 헌법 재판관들이 뭘 하는 사람들인지조차 모르면서 이따위 글질을 하고 계신다. 야간집회 헌법불합치결정을 보고 분개하여 올린 글인데, 지만원박사는 언제나 그렇듯이 법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 원리에 대해선 아무것도 이야기하지 않으면서 상황이 어쩌구 저쩌구 하는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만 늘어놓고 앉아 있다.

 

역시나 이 자리에 빠질 수 없는 분은 김흥국과 더불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코털 김동길 할배 되시겠다. 이명박 정권 들어서면서 급속하게 인지도를 넓혀가고 있는 이분은 YS와 쌍벽을 이루는 뻘소리로 행인을 즐겁게 해주시는 장본인이시다. 간만에 들어가본 이분의 홈페이지에 최근 눈에 띄는 글 하나가 올라와 있었는데, 그 제목은 다름 아니라

 

"정운찬을 변호함"

 

졸지에 정운찬은 백두산에 칼을 갈던 남이장군 및 고산 윤선도와 급기야 충무공 이순신에까지 비견되면서, 정운찬의 불법행위를 지적하는 사람들을 남이, 윤선도, 이순신을 모략했던 사람들로 격하시켜주신다. 이명박이 화끈하게 정운찬을 밀어줘야 한다는 결론이야 뻔데기만큼 뻔한 결론이라고 하더라도 거기에 또 난데없이 김문수가 등장해서 훌륭한 인물로 극찬을 받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김동길 할배의 논리추론 수준이 허본좌를 밴치마킹하려는 것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하지만 같은 횡설수설이라고 하더라도 허본좌하고는 비교를 할 수 없으니 애저녁에 수준차이가 나도 너무 나긴 한다.

 

오늘 "이렇게 늙으면 좀 추할듯" 보이는 분들의 휘날래를 장식할 분은 다름 아닌 김지하 한량 되시겠다. 이외수가 뜨니까 자기도 좀 떠볼라고 그러는지, 오적 쓸 때와 비스무리한 언어용법을 사용하면서 조선 찌라시에 희한한 칼럼 하나 올렸다. 그 취지는 김동길 할배의 글과 비스무리 한데,

 

"천만원짜리 개망신"

 

"X같아서 얼굴을 돌린 것 뿐"이라며 자신이 초야에 묻힌 이유를 대면서, 칼럼에서 이 "X"라는 말을 절대 지우지 말아달라고 부탁하고 있는데, 정황상 이 "X"가 들어갈 자리에 분명 다른 말이 들어가 있었으나 조판편집을 하면서 "X"로 바뀌었나보다. 문맥을 보면 이 "X"는 아마도 좆이거나 개거나 하는 상스러운 말이 들어가 있었을 터이다. 이런 "X"같은 말을 하시면서, 이런 말이 나돌아야  "네오 르네상스" 시대가 도래한다는 시적인 표현을 사용하시기도 한다.

 

정운찬과 스코필드의 에피소드를 들이대며 정운찬의 곤조를 찬양하는 김지하는 은근슬쩍 몇 십년 전에 정운찬의 곤조를 높이 평가했던 스코필드와 자기 자신을 동렬에 올려놓고 있다. 이거 돌아가신 이분의 장모께서 보시면 뭐라고 하실라나...

 

암튼 이분들의 글을 예의범절을 갖춰 주욱 읽어본 소감은 역시나 거듭, 이렇게 늙으면 안 되겠다는 다짐으로 귀결된다. 늙어도 좀 멋있게 늙을 필요가 있겠다. 아무리 극보수라고 분류가 되더라도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참 멋있지 않은가? 꼴 무슨 통 소리를 들으시는 분들이 클린트 이스트우드처럼 늙기를 바라는 건 이미 늦어버린 일이고, 나라도 좀 추하지 않게 늙어가야겠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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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27 00:11 2009/09/27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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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갑제,만원 글은 짜증나서 못볼 것 같고 코털 글은 아무리 후져도 허본좌 벤치마킹이라니 함 볼만 하려나 싶어 링크를 클릭했습니다만... 눈 버렸습니다. 눈알을 통째로 소독하고 싶군요. 제 결론은, 이렇게 늙기도 참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겁니다.

    • 그래서 천만다행입니다. 저렇게 늙는 것이 쉽기까지 하면 얼마나 절망적이었겠어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