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게이트, 이 조직은 해체가 답

여느 때보다 검찰개혁이 뜨거운 화두가 되고 있다. 최근 불거진 사건들의 한 가운데에 검찰이 끼어 있기 때문이다. 몇몇 검사들의 문제가 아니라 검찰이라는 조직 자체의 문제다. 사건의 면면을 살펴보면 가관도 이런 가관이 없다. 도박에 빠져 남들은 평생을 가도 꿈도 못 꿀 돈을 도박장에 갖다 바친 사건에서 비롯된 일이 일파만파로 확장되었다. <네이처퍼블릭> 대표 정운호가 형량을 면제 또는 감경받기 위해 브로커를 끼고 변호사를 선임했다는 건 그럴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수임료가 문제가 되면서 선임된 변호사 중 홍만표, 최유정 등 변호사들의 이름이 언급되기 시작했고, 급기야 개싸움에 가까운 물어뜯기가 발생했다. 이 난장판이 롯데그룹 수사의 한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러더니 이번엔 진경준 전 검사장이 자기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1백억대가 넘는 주식거래이익을 보았다는 게 밝혀진다. 게임업체인 넥슨과 연루된 이 사건에서 진경준은 수익률 2960%라는 실적을 올린 것이 드러났다. 그 외에 대한항공을 통해 처남회사에 용역을 몰아준 사실도 드러났다. 20년 전에 4000원 웃돈 붙여 열차표를 받던 암표상을 처벌했던 전력이 있는 ‘원칙주의자’의 진면목이 이렇게 폭로되었다. 한편 현직 청와대 정부수석인 우병우가 진경준과 연결되는데, 넥슨을 이용해 처가소유의 부동산을 거래하면서 부당이득을 취했다. 거기 더해 효성일가고발사건에도 개입해 상당한 수임료를 거두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특히 가족회사 하나 차려놓고 법인 재산을 유용한 내막도 드러났다.

애초 이러한 사건들이 드러났을 때, ‘정운호 게이트’니 ‘홍만표 게이트’니 하는 사건명이 돌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 사건들이 가지고 있는 특징은 이들 사건들에 대하여 ‘검찰 게이트’라고 명명하는 것이 더욱 명확함을 보여준다. 각 사건의 당사자들은 과거 검사였을 때 혹은 검사직에서 물러난 후에도 검찰에 영향력을 행사하여 각종 사건을 무혐의로 처리하거나 형량을 감경받도록 주선한 행위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요컨대 이들의 사례는 단순히 탈선한 몇몇 검사의 일탈로 인해 발생한 사건들이 아니라 검찰조직 전체가 구조적으로 이러한 폐단을 일으킬 수밖에 없는 상태에서 발생한 사건들이었다.

각 사건을 종횡으로 엮어보면 막장드라마도 이런 끝판왕 차원의 막장드라마가 있을 수 없을 지경이다. 검사가 가지고 있어야 할 최후의 자존심마저도 내팽개친 파렴치의 극치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지금 따질 것은 사건의 앞뒤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이 사건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이다. 기실 이러한 문제의식 때문에 현재 검찰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은 것이다.

사실 검찰이 이렇게 조직적으로 망조가 든 것은 그들에게 무소불위의 권력이 주어져 있기 때문이다. 견제 받지 않는 권력은 썩는다는 경구가 이렇게 적절한 경우도 드물다. 그 내용을 다 꺼내보는 건 나중에 시간 남아 돌 때 해보기로 하고, 이처럼 막강한 권력은 이제 견제의 수준을 넘어 해체가 답이다. 현재 나오고 있는 검찰개혁안, 예를 들면 비위행위 검사의 변호사자격 박탈,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검찰총장 임기보장 등이 그러한 내용 중 일부다. 조금 더 나가면 수사권 박탈까지도 나온다. 하지만 이 정도 수준에서 멈출 일은 아니다.

경찰의 수사권 독립에 더불어 중요한 것은 법무부의 재설계다. 현재 법무부는 그냥 검찰조직 그 자체다. 법무부와 그 소속직제에 따르면 일부 부서장의 자격에 여지를 두고 있지만 마음만 먹으면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죄다 검사로 채울 수도 있다. 행정자치부를 경찰이 장악하고 있다면 아마도 난리가 났을 터인데, 어째 법무부를 검찰천하로 만든 것에 대해선 이야기들이 없는지 이상할 정도다.

검찰은 수사보강지시에 관한 권한 및 공소유지권한만 가지고 있으면 될 일이다. 이런 전제에 비추어 차제에 검찰을 법원의 소속으로 돌리는 것도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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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09 20:26 2016/08/09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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