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은 사라지고 손가락만 남게 된 어떤 분란을 보며
어떤 조직 내부의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애초 발단이 된 어떤 주장에는 사실관계에 대한 약간의 오류가 있기는 했다. 그러나 그 오류가 주장 전체의 맥락을 해칠만한 것은 아니었고, 추후 교정되어도 무방한 부분이었다.
그런데 상황은 점점 이상하게 변하면서 사실관계에 관련된 사람과 그 사람이 관계한 사건에 대한 논란이 특정한 '-이즘'과 결부되기 시작했다. 해당 조직은 화들짝 놀라 발단이 된 어떤 주장을 없던 일로 만들려고 했다. 하지만 이러한 태도는 되려 불을 붙였고, 이젠 '-이즘'에 따라 상호간 사상검증을 하는 단계로까지 올라갔다. 그러다가 결국 이 논란은 수준 높은 담론으로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기껏해야 집토끼 vs 산토끼, 굴러온 돌 vs 박힌 돌 따위의 대결구조로 귀결되어 간다.
본질적 내용은 간데 없어지고 상황은 점점 엉뚱한 방향으로 치닫게 되자 발단이 된 어떤 주장을 없던 일로 하려던 조직은 애써 입을 다물고 있었다. 어쩌면 그 조직의 리더들은 이런 저런 말썽이 있다가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잠잠해지지 않을까 기대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록 상황은 더욱 악화일로를 걷게 되었다. 그러자 부랴부랴 이도 저도 아닌, 뭔가 무슨 말을 하고는 있는데 그게 뭔 말인지 도통 모를 말을 하면서 논란을 종결지으려 했다.
더 웃기는 건 저 집토끼 vs 산토끼, 굴러온 돌 vs 박힌 돌의 대결구조가 교묘하게 조립되었다는 거다. 우선, 저 조직에 들어가고자 안달복달하면서 원래 있던 조직의 여러 사람을 힘들게 만들었던 자들이 저 조직에 들어가기 위한 명분으로 내세웠던 것은 저 조직의 우경화를 막겠다는 것이었다. 이번 사태로 보건데 그들의 목적은 앞으로도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다.
다음으로, 저 분란의 한가운데에는 예전에 있던 조직에서도 똑같은 식으로 갈등을 조장하고 분탕질을 쳤던 자들이 똑같은 짓으로 똑같은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을 유심히 보아야 한다. 이 전문 트러블메이커들은 주로 온라인에 서식하면서 특출한 이간질 신공을 시전한다. 더불어 이들은 논란이 되고 있는 어떤 '-이즘'에 대하여 심각할 정도로 적대적인 입장에 있지만 스스로는 결코 그 어떤 '-이즘'에 대하여 적대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정말로 안타까운 사실은 나 자신이 저 엉망진창인 상황을 국외자의 입장에서 바라볼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그래도 한 때 같이 했고, 앞으로 언제 같이 할지 모르는 사람들이 저렇게 무너져 가는 게 서글프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