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교도소 수용자 사망과 법무부

부산교도소에 구금되어 있던 수용자의 잇달은 사망은 워낙 큰 이슈들이 많아서인지 유야무야 묻혔다. 이대로 잊혀지는가 싶더니 경향신문에 오창익 인권연대사무국장이 칼럼을 실어 사건을 환기하고 있다. 별다른 이의는 없는 칼럼이다. 하지만 이렇게 교도행정이 반인권적이라는 점만 강조하고 넘어가기에는 모자라다. 현상의 배경에는 문제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가 도사리고 있다.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지만 교정이나 출입국관리는 실제 해당 분야의 특수성과 전문성이라는 것이 담보되어야 한다. 특히 인권의 보장이라는 막중한 사명이 행정 전반에 동시에 작동해야만 하는 분야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러한 중책을 감당해야 할 주요 직책에 있는 사람들이 과연 그만한 역량을 갖춘 사람들일지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교도행정이든 출입국관리행정이든 반인권적 법무행정이 발생하는 원인은 법무부의 구성 자체에서 기인한다.


현행 대통령령인 "법무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에 따르면 법무부는 주요 하부조직으로 법무실, 검찰국, 범죄예방정책국, 인권국, 교정본부 및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를 설치하고 있다. 여기에 대변인과 감찰관을 별도로 두고 있다. 그런데 각 조직은 해당 분야의 특수성과 전문성이라는 것과는 별개로 오로지 검찰이 장악하고 있다.


법무부 기획조정실장은 검사가 담당한다(직제 제5조 제2항). 법무실의 실장과 법무심의관은 검사가 임명된다(제9조 제2항). 검찰국 국장은 당연히(!) 검사가 한다(제10조 제1항). 범죄예방정책국의 국장 역시 검사다(제11조). 인권국의 국장은 검사 또는 고위공무원단(제11조의2 제1항), 교정본부의 본부장은 검사 또는 고위공무원단(제12조),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의 본부장은 검사 또는 고위공무원단(제13조)으로 구성된다. 법무연수원의 직제는 거의 검찰 독식이다(직제 제3장).


법무부의 외청으로 검찰청이 따로 존재한다. 행자부의 외청으로 경찰청이 있는 것과 구조상으로는 유사하다. 그런데 행자부는 경찰이 독식하고 있는 구조가 아니다. 반면 법무부는 검찰이 완전히 장악하고 있다. 법무부 내에 검찰국이 따로 있는 수준이다. 실질적으로 법무부는 검찰부다. 한국의 검찰은 법무기획에서부터 범죄예방, 교정, 출입국관리, 하다못해 인권분야까지 손에 걸치지 않은 법무행정분야가 없다. 거기다 법무부 감찰관 역시 검사다(제4조의3 제1항).


수사권과 기소권 등을 독점하는 것은 물론이려니와 이처럼 법무행정 전반을 검찰조직이 장악하고 있는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한국 검찰의 능력이 신출귀몰에 가까워 법무와 관련한 어떠한 사안도 출중하게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이렇게 되는 걸까? 사실상 국정원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분야의 정보를 독점하고 있는 검찰이 법무행정을 비롯해 청와대의 인사실무를 좌지우지하고 죄 있고 없음까지 내부적 관계형성을 통해 결정하는 현실이 오히려 당연한 거 아닌가?


지난 헌정사에서 법무부장관을 역임한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검찰출신 아닌 사람을 손에 꼽을 정도다. 직무대행체제를 제외하고 박근혜정권까지 64대에 걸친 법무부 장관이 있었는데, 그 중에 검찰조직을 거치지 않은 사람은 10명 남짓이고, 그나마 유신정권이 무르익어가던 1976년 제26대 이선중 법무부장관 이래로 지금까지 40년 동안 검찰출신이 아닌 사람은 3명에 불과하다(44대 안우만, 55대 강금실, 57대 천정배).


지난 떡검사건에서부터 현재의 검찰게이트에 이르기까지 밖으로는 정권에 부역하면서 안으로는 그들만의 이너서클을 만들어왔던 검찰에 대한 비판이 들끓고 있다. 권력의 주구를 마다하지 않고 인권에 대한 감수성은 남의 이야기로 치부하고 있는 현재의 검찰 조직은 그 구성원 중 제정신 박힌 구성원이 있더라도 제 신조껏 일을 할 수 없도록 만들고 만다. 그래서 공수처 설치를 비롯한 조직적 차원의 개혁안은 물론 수사권과 기소권에 대한 문제도 제기된다. 잔가지 다 쳐내고 알맹이만 뽑아보자면 각 비판의 골자는 더 이상 검찰을 믿을 수 없다는 거다. 하지만 의외로 법무부 직제에 관한 비판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오늘날 검찰 개혁은 몇 가지 지엽적 조치를 통해 가능한 수준이 아니다. 말 그대로 검찰조직 자체를 해체에 가까운 정도로 뒤집어 엎어야 할 정도다. 그와 동시에 검찰이 자기 조직의 재생산도구로 만들어버린 법무부 역시 획기적인 변혁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고서 이루어지는 각종 개혁안이라는 건 도로아미타불이 될 운명이다. 왜냐하면, 해체수준에 이르지 못한 검찰조직은 그들이 해방이후 지금까지 쌓아놨던 정보와 권력을 총동원해서 그 알량한 개혁을 뼈도 못추스리게 부수어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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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01 21:09 2016/09/01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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