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전직 사무관의 '폭로' 분석

* 각종 언론보도, 칼럼, SNS의 견해 등을 요약 정리함 - 따로 출전을 정리하진 않음

1. 사실관계

- 신 전 사무관이현재까지 폭로한 주제는 (i) 정부가 KT&G 대표이사 및 서울신문 사장을 교체하려 압력을 넣었고, (ii) 2017년 말에 1조원 규모 국채 매입(바이백)을 갑자기 취소하여 시장을 혼란케 하였다는 것

- (i)의 경우, KT&G 대표이사는 정부의 압력여부와 관계 없이 연임하였고, 서울신문은 사장교체

- KT&G의 주식지분 중 7.5%는 IBK기업은행인데, IBK기업은행의 대주주는 기재부. 주주가 대표이사의 인선에 개입하는 건 당연

- 서울신문의 주식 지분 중 34%는 기재부가 보유. 대주주가 사장인선에 개입하는 것 자체는 가능. 그러나 언론사의 경영진구성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음

- (ii)의 경우, 1조원 규모 국채를 갚는 방안이 갑작스레 취소되고 오히려 4조 규모의 국채발행이 논의됨. 결국 국채 1조 채무청산도 물 건너 가고 4조 규모 신규국채발행도 무산

- 전직 사무관은 이 사건들과 관련해 정부가 기업과 언론사에 부당한 인사개입을 시도했고, 국채상환취소로 인하여 시장에 혼란을 야기했음을 공익적 차원에서 폭로하는 것이라 주장

2. 인사개입문제의 건

- 인사개입은 법리적으로 하자가 있다고 하기 어려움: 주주의 권한행사의 한계를 어디까지로 할 것인가의 문제. 이 건에 대해 실질적으로 주주인 정부가 과도하게 권한을 행사해 낙하산 인사를 강행하려 한 것인지는 의문.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세금을 동원해 대주주가 된 정부가 주주로서의 권한을 행사하지 않고 있는, 혹은 주식회사의 이해관계에 종속되어 권한을 실질적으로 양도하는 현행 태도가 적절한지를 검토해야 할 것.

- 다만, 언론사 대표의 교체에 정부가 압력을 행사하는 것이 단지 주주의 권한행사 차원에서 그치는 문제인지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 언론사의 기조와 방향을 친정부적으로 유도하기 위한 작업이 되지 않으면서 동시에 부적절한 대표의 인선을 대주주로서 정부가 방지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는 고려가 있어야 할 것

3. 국채상환 및 발행의 건

- 기실 이 건을 논하기 위해 먼저 이루어져야 할 판단은 기재부의 역할 및 재정정책의 기준임. 국채발행은 한국은행이 이자율 정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에서 국가의 경제조정 효과를 가져오는 정부행위. 기본적으로는 정부가 경제정책을 수행함에 있어 긴축재정인지 또는 확대재정인지 판단하는 것은 정부의 정무적 판단에 맡겨짐

- 2017년 11월에 예정되었던 국채상환은 재정건전화정책의 방편으로 확보된 세수를 이용해 국채를 상환함으로써 국가채무를 정산하는 것인데, 당시 상황에서 이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판단필요

- 시기적 판단 (i) 2017년 11월은 박근혜 탄핵 이후 조기대선을 통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불과 반 년 지난 시점 (ii) 국채상환의 기획은 이미 전임 정부에서 준비되었던 것 (iii) 국채상환 방침이 설정된 이유는 박근혜 정부가 각종 비과세 항목 축소(10대 대기업 실효세율이 약 2.1% 상승한 효과) 및 담뱃세 인상 등을 통해 초과세수가 발생

- 구정부와 신정부의 차이: 구정부는 막대한 초과세수를 거두었음에도 정작 수입에 따른 지출, 즉 재정집행에 대해서는 소극적 태도-보수이념에 따른 작은 정부 견지(혹은 정부가 진짜 뭘 할지 몰라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으로 일관한...)

- 반면 신정부는 재정확대를 하지 않을 수 없는 공약을 제시하면서 등장: 따라서 구정부와는 전혀 다르게 막대한 재정소요가 불가피한 상황

- 이러한 상황에서 국채상환은커녕 오히려 국채를 신규발행하는 것을 검토할 수밖에 없는 입장

- 그런데 오히려 문제는 확대재정이 필요한 정책을 추진하면서도 현정부 역시 일부 국채상환을 하였으며, 2019년 경제계획 및 이후 장기계획을 보더라도 구정부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긴축재정정책으로 돌아서는 것이 아닌지 의문스러울 정도(일부 경제학자에 따르면, 2018년 정부예산결산을 분석해본 결과 이미 문재인 정부는 긴축재정을 수행하고 있다고도)

- 국가회계에 관해서는 전문적 지식이 부족하므로, 사실관계만을 정리하고 간단하게 의견을 붙이자면, 이번 건에서 국채상환이 갑자기 취소되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국가 전체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공익을 현저히 침해했다고 볼 수 있는지는 의문. 직접적인 피해는 국채를 보유한 자들일텐데, 실제 국가보증을 통해 나라가 망하지 않는 한 손해를 볼 가능성이 거의 없는 국채를 보유하고 있다가 잠깐 취소소동이 일어났다고 한들 국채보유자들이 얼마나 큰 손해를 입었는지는 모르겠고

- 양극화의 극복이나 복지의 확대 등 당면 현안의 문제를 타개할 여러 정책수행에 있어 재정소요는 상당한 정도로 확대될 필요성이 있기에, 재정건전성을 빙자한 긴축재정은 부당하다고 여기는 입장에서 오히려 문제는 겉다르고 속다른 현 정부의 태도를 비판할 일이지 국채상환취소소동을 정권차원의 문제라고 비화하는데는 동의하기가 곤란

4. 공익제보의 문제: 과연 공익제보인가? - 현행 공익신고자 보호법을 근거로(이건 뭐 내 분야니...)

- 공익신고자보호법에 따른 정의를 일별하자

- 공익 : 국민의 건강과 안전, 환경, 소비자의 이익, 공정한 경쟁 및 이에 준하는 공공의 이익

- 공익침해행위 : 공익을 침해하는 행위로서 법 별표 등에 규정

- 공익신고 : 공익침해행위가 발생하였고나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사실을 신고, 진정, 제보, 고소, 고발 또는 수사단서제공

- 공익신고자 : 공익신고를 한 사람

- 공익신고처 : (i) 공익침해행위를 하는 사람이나 기관 단체 기업 등의 대표자 또는 사용자, (ii) 공익침해행위에 대한 지도 감독 규제 또는 조사 등의 권한을 가진 행정기관이나 감독기관 (iii) 수사기관 (iv) 위원회 (v)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국회의원, 유관 공사 공단 등 공공단체)

- 우선, 이 사안은 공익신고자보호법 상 공익신고인가? : 국채보유자의 (기대)이익을 침해했거나, 시장경쟁의 훼손 또는 이에 상당하는 어떤 공익의 침해가 있어야 하는데, 없다. 없어... 여기서 이미 삑사리지만 그래도 좀 더 검토해보자.

- 공익신고행위가 있었는가? : 전직 사무관은 유튜브에서 '폭로'를 했다. 법률상 신고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 물론 신고의 행위를 법률의 규정에 한정하여 협소하게 해석하는 것은 문제가 있고, 이후 신고의 요건을 갖추었다고 볼 여지가 있으므로 큰 문제는 아니지만, 어쨌든 초기 유튜브에 올린 건 그걸로 공익신고를 했다고 하긴 어렵다.

- 관련하여 유튜브는 공익신고처가 아니다...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비판이 그래서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이후 자유한국당이 달려들어 소속 각 의원들이 이 문제를 거론함으로써 신고처의 요건을 사후에 갖추었다고 볼 수도 있겠다.

- 이런저런 과정을 볼 때, 기실 전직 사무관이 유튜브에 사건을 터트린 건 그 자체로 공익신고라고 하기 어렵다. 정리하자면, 공익신고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사건 자체가 공익을 침해한 것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 그런 고로, 결국 이 전직 사무관을 공익신고자라고 보는 건 타당하지 않다. 이 경우 전직 사무관은 공익신고자 보호법에 의한 보호를 받기 보다는 자유한국당에 의하여 정치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을 뿐이고, 도리어 기재부가 검찰고발을 진행했으니 앞으로 피의자가 될 확률이 100%에 육박한다.

5. 공익신고자보호법의 문제

- 전에도 어딘가에서 그런 이야기를 했지만, 이 법은 굉장히 도덕윤리적이다. 법문의 규정보다도 법 자체가 풍기는 아우라가 그렇다. 이 법에 따르면 공익신고, 공익제보는 윤리적이고 도덕적인 사람이 하는 거다. 그리고 그 사람은 공익침해행위에 연루되지 않아야 하고 연루를 거부했어야 한다. 다시 말하면 이 법은 양심적으로 공익침해를 고발하되 그 침해행위를 비판 감시 견제하는 위치에 있었던 사람을 보호하는 법이지, 공익침해행위에 일정하게 가담하고 있다가 어떤 사정(딱히 양심에 따른 것이 아니라 이해관계에 따른 것일 수도 있는)에 의해 사건을 드러낸 사람들을 보호하는 법이 아니다.

- 이번 건도 그런데, 전직 사무관이 자신은 마치 당 사건에는 아무런 연루가 없으며 오히려 이를 견제하다가 양심에 따라 사건을 신고한 것처럼 스탠스를 취하면서 윤리적 측면에서 정당성을 확보하려 한다. 이 건이 그토록 심대한 공익침해행위였다면 바로 그 때 문제제기를 하고 공익신고를 했어야 하는데, 여지껏 묵혀뒀다가 자신의 연루 정도는 탈색시키고 이야기하는 건 법의 기본적인 취지하고도 맞지 않다. 그런데도 자신을 자꾸 공익신고자로 자리매김하는 건 이 법이 그렇게 해야 보호받을 수 있게 해놨기 때문이다.

- 향후 '공익신고'가 아니라 '내부고발'의 취지를 더 강하게 살리는 법제가 필요하다. 애초 그렇게 만들었어야 할 것을 못만들어서 이렇게 되었으니...

* 시사 따라잡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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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03 12:28 2019/01/03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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