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국대전 뒤에 숨은 헌법재판소
미디어 참세상에 올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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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10월 21일, 헌재는 ‘관습헌법’이라는 생경한 개념을 들어 ‘신행정수도의건설을위한특별조치법’을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구구하게 관습헌법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언급할 생각은 없다. 그런데 아무리 들여다봐도 헌법재판소 다수의견이 결정의 근거로 성문의 헌법이 아닌 관습헌법을 들고 나온 것은 이해할 수 없다. 대한민국이 언제부터 관습법 국가였는지는 몰라도 지금까지 헌법재판소조차 관습법은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해왔고, 관습법을 근거로 결정을 내린 바가 없기 때문이다.
관습헌법을 주장하더라도 그 관습헌법이 사회 안에서 일정한 법적 구속력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어야만 이번 결정은 정당성을 얻는다. 그런데 헌재는 관습헌법으로 규정될 수 있는 근거를 엉뚱하게 역사적 사실에서 추론했다. 현재 존재하고 있는 법률이 아니라 난데없이 불문법 국가의 전통을 성문법 국가에서 살려낸 것이다. 법률적 근거가 전혀 없었던 것도 아닌데 말이다.
우리 법률 중에는 ‘서울특별시행정특례에관한법률’이라는 법이 있다. 이 법 제2조에는 “서울특별시는 정부의 직할 하에 두되, 이 법이 정하는 범위 안에서 수도로서의 특수한 지위를 가진다”고 규정되어 있다. 관습헌법임을 들어 예시하기 위해 가장 좋은 법률이 존재하고 있는데 헌재는 이 법률을 근거로 들지 않았다. 위헌을 결정한 8인의 재판관 중 김영일 재판관만 헌법 제72조의 규정을 들고 있다. 그렇다면 다수의견 7인의 재판관들은 어째서 ‘서울특별시행정특례에관한법률’을 들어 관습헌법을 이야기하지 않고, 어째서 헌법 제72조의 국민투표 규정을 들어 위헌이라고 하지 않았을까?
헌법 제72조의 규정을 들어 ‘신행정수도의건설을위한특별조치법’을 위헌으로 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재량권 일탈 내지는 남용을 증명해야 한다. 헌법 제72조는 열거된 사항 및 이에 준하는 정책에 대해 국민투표를 할 수 있음을 규정하고 있지만, 국민투표에 부의할 것을 결정하는 것은 전적으로 대통령의 재량행위이다. 이 재량행위가 위헌으로 되기 위해서는 국민투표에 부의해야할 만큼 중요한 사항을 대통령이 임의로 부정했어야만 한다.
그런데, ‘신행정수도의건설을위한특별조치법’의 경우는 국회 안에서 논의를 거쳐 이에 대한 공청회 등의 과정을 거쳤으며, 제16대 국회 273명의 국회의원 중 194명이 표결에 참여하여 이 가운데 167인의 압도적 찬성을 얻어 통과된 법률이다. 문제는 이 국회의원들이 국민으로부터 대표권을 부여받아 국민의 의사를 대신하여 입법권을 행사했다는 점이다. 따라서 법률 제정 자체가 국민의 의사를 무시하고 이루어졌다고 볼 근거가 없고, 이 법률에 따라 진행된 수도이전 사업이 대통령의 재량권 남용 내지는 일탈이라고 볼 수도 없는 것이다.
여기서 기존 존재하고 있었던 ‘서울특별시행정특례에관한법률’을 언급할 경우 헌재는 “수도=서울”이라는 관습헌법의 근거를 명확하게 밝힐 수 있었다. 그런데 헌재가 이 법률을 언급하는 순간, 수도에 관한 사항은 입법부의 의결에 의해 법률로도 결정될 수 있다는 것을 헌재 스스로가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된다. 더구나 ‘서울특별시행정특례에관한법률’을 근거로 들 경우 헌법 제72조에 의한 위헌 결정은 입법권 자체를 무시하게 되는 현상이 발생하므로 삼권분립의 원칙을 헌재가 파괴했다는 비난을 자초하게 된다.
그리하여 헌재 다수의견은 관습헌법과 더불어 헌법 제130조를 들먹인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헌재의 논리는 이거다. 불문헌법도 헌법이다. 불문헌법은 “수도=서울”이라고 한다. “수도=서울”을 고치는 것은 헌법을 개정하는 것이다. 헌법을 개정하려면 국민투표를 해야 한다. 그런데 국민투표가 없었다. 고로 ‘신행정수도의건설을위한특별조치법’은 위헌이다. 대한민국 헌법학자들 앞으로 엄청난 고생을 감수하게 생겼다. 불문헌법이라는 관념의 변경이 실정의 성문헌법 개정을 통해 이루어져야한다는 이 놀라운 논리를 어떻게 법적으로 해석할 것인지 말 그대로 귀추가 주목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정황을 살펴보면 이번 결정은 다수의견의 재판관들이 사전에 ‘신행정수도의건설을위한특별조치법’을 위헌이라고 결정해 놓고, 이 결정을 위한 이론구성을 진행한 것이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입법권에 대한 개입의 소지를 최소한으로 줄여서 차후에 돌아올 정치적 부담을 없애는 한편 자신들의 정치적 입장을 위배하지 않는 방법을 연구한 것이다. 그 결과 국가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최고규범인 헌법은 경국대전에 그 자리를 내어주게 되었다. 21세기의 법률구조는 이렇게 15세기의 지배를 받게 된다.
15세기 조선의 법전에 의해 입법권을 박탈당한 한나라당 의원은 만세를 부르고 있다. 매우 희귀한 족속들임에 틀림없다. 이들의 두뇌용적이 조류 이하라는 사실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이정도일 줄이야 미처 몰랐을 것이다. 헌재가 말하길 “니들은 국회의원이 아니야!”라고 하는데 만세를 부르는 국회의원들. 헌재가 말하길 “니들이 한 짓은 국민의 의사를 대변한 것이 아니야!”라고 하는데 만세를 부르는 국회의원들.
이것들은 지들 스스로가 국회의원의 자격이 없다는 사실에 감격한 것일까? 또는 지들이 국민들의 의사를 허구한 날 배신해왔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일까? 감격에 겨워서? 쪽팔림을 수습하기 위해 사과성명을 내는 것을 보면 지들이 생각해도 마냥 만세만 부르고 있을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는 있나보다. ‘신행정수도의건설을위한특별조치법’ 통과될 때 한나라당 의원들은 273명 국회의석 중 150석을 차지하고 있었다. 사실 이 법, 한나라당이 통과시킨 거나 다름이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만세를 부르고 난리다. 이 정도 되면 정신감정이 필요한 수준이다.
이번 결정을 통해 우리는 소중한 것을 잃게 되었다. 민주화투쟁의 결과물이었던 헌법재판소가 그 기능을 상실했다는 것이다. 주권자의 의사를 명확히 밝히는 것을 의무로 삼아야할 헌법재판소가 되려 주권자를 무시하고 주권을 독점해버렸다는 것, 이것이 이번 결정의 핵심이다. 신행정수도 이전사업은 그 자체로 근본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정부여당이 추진했던 이번 사업은 국토균형발전이나 수도권 과밀화 해소 등과는 별반 관계가 없는 일이었다. 그저 정치권의 이해득실만이 그 안에 놓여있었을 뿐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정당성을 획득하는 것은 아니다. 정치권의 이해득실에 따라 결정된 이번 사업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은 차치하더라도, 경국대전 뒤로 숨어 홀로 주권자의 역할을 독점해버린 헌법재판소의 자세는 민주화를 위해 흘렸던 소중한 피들을 배신하는 행위였다. 더불어 이번 결정으로 헌법재판소는 차제에 자신들이 서 있는 기반까지도 뒤흔들게 될 것이다
대한민국은 조선왕조의 법통을 이어받아....
이런 조항이 헌법 몇조에 있는 거 아니가요?ㅋㅋㅋ
관습헌법에 의하면 대한민국 헌법 제1조 제1항은 "대한민국은 헌재공화국이다"라고 되어 있으며, 제2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헌재에게 있으며 모든 권력은 헌재로부터 나온다"라고 되어 있답니다... 믿거나 말거나 말이죠...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