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한 국회의원께서 NGO를 "기생충"이라고 했었다. 사람들이 뭐라고 하자 "기생층"이 와전된 거라고 했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기생계층"을 솎아내자고 기염을 토했다. 옛 어른들이 이르시기를 주제를 알고 꼴갑을 떨라고 했던가?? 지금 누가 누굴 솎아내자고 하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이 인간 지금 제정신일까?
이 또라이같은 소리를 아무 생각 없이 지껄인 의원의 이름은 주성영이다. NGO들의 꼴을 보기 싫어하는 이 국회의원께서는 자기 홈페이지 게시판의 이름을 "열린 게시판"이라고 붙여놓았다. 이 "열리 게시판"의 구호는 가당찮게도 "열린사회는 영원하다"였다. 그러나 이 "열린 게시판"은 지난 기생충 사건 이후 분노한 네티즌들의 글이 올라오자 이거 싹 지우고 완전 개비를 했다. 게다가 욕설,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고발하겠다는 친절한 안내까지 있었던 모양이다.
열린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다보니 국민들 뚜껑까지 열리게 하고 싶었나보다. 더 웃기는 것은 저 "열린 마당"이라고 하는 메뉴의 하위 메뉴인 "한번생각해봅시다"라는 또다른 게시판에는 "서로 다른 삶은 빠르게 공유해야한다"고 써놨다. 가관이다. 좋은 말은 다 갖다 붙여놨다. 아니 이렇게 다른 이의 삶을 인정하고자 하는 인간이 왜 뜨신 밥 먹고 쉰소리를 하고 있을까???
"젊어서 맑스주의자가 아닌 자는 바보고 늙어서까지 맑스주의자인 자는 더 바보다"라고 했던 칼 포퍼(Karl Popper)는 "열린 사회와 그 적들"이라는 저서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개개인이 개인적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사회"를 "열린 사회(open society)"라고 규정했고, 이와 반대로 집단에 의해 개인이 추동되는 사회를 "닫힌 사회(closed society)"라고 규정했다.
주성영 의원의 홈페이지 게시판들에 붙어 있는 "열린 마당, 열린 게시판, 열린 사회는 영원하다"등의 구호가 칼 포퍼의 저서 제목을 연상시키는 이유가 뭔지는 잘 모르겠다. 뭐 주의원이 칼 포퍼를 알건 모르건 간에 그건 큰 문제가 아니다. 그나저나 이렇게 열린 것을 좋아하는 의원이 어째 "열린우리당"으로 가지 않고 한나라당에 있었을까나??
기생충이 되었건 기생층이 되었건, 더 봐줘서 기생 계층이 되었건 간에 어떤 용어를 사용하더라도 이 용어에 적합한 사람은 NGO라기 보다는 그 발언을 한 본인에게 해당되는 듯 하다. 물론 시민단체의 껍데기를 뒤집어 쓰고도 시민단체 본연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짓거리 하면서 주성영 의원같은 사람 좋다고 하는 단체도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들을 기생충으로 부르거나 인위적으로 솎아낼 수는 없다. 그 안에서 끊임없는 운동을 통해 바꾸어낼 수 있을 뿐이다.
국회의원이라고 해서 아무 말이나 내뱉어도 되는 특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지 게시판에 지 욕을 하는 것을 명예훼손으로 처벌하겠다고 협박할 정신은 가지고 있으면서도, 지 스스로 고소고발의 대상이 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게다가 말로는 열린 것을 이렇게 좋아하면서도 정작 하는 짓은 시민들을 꽁꽁 묶어 두려는 짓인 걸 보면 이 사람은 지금 지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잘 모르는 위인임에 틀림없다.
칼 포퍼가 이런 말도 했다. "관용의 틀을 헤치는 자에게 관용은 필요하지 않다"
솎아내자고? 한 번 솎아내 봐라. 누가 솎아지는지는 결과가 보여줄 것이다.
기생충 의원에게 열받기는 했어도 성질 내면서 씩씩 거릴 필요는 없다. 우린 그저 한 번 웃어주면 그만인 것이다.
기생충 보면서 한 번 웃어나 보자.
기생 충(김미영-스투닷컴)... 기본이 중요하다, 기본이... 이 기본도 안 된 넘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