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이 내린다라...
평생을 건설현장 노가다로 일하다 가신 아버지께서 하신 말씀이, "전국에 내 손으로 지은 집이 몇 채인데 내 집 한 채 없다"는 말씀이었더랬다. 아마 이 말씀과 동일한 취지의 말을 거의 대부분의 전국 노가다들이 할 것이라고 생각되는데, 그건 뭐 건설 현장 노가다나 봉제공장 시다나 별반 차이가 없을 듯. 평생을 봉제공장에서 미싱을 밟은 어머니 역시 고급진 브랜드 옷 한 벌 가져보지 못하셨으니.
집값 이야기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네.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확산되고 있는 현상이 통계적으로 확인된 것이 처음은 아니겠지만, 암튼 분위기가 좀 달라진 듯 하긴 하다. 하지만 과연 그럴지 어떨지 모르겠네. 기본적으로 "떨어진다"라는 말이 어디다가 기준을 두고 있는지를 모르겠으니.
관련기사 : 뷰스앤뉴스 - [한국갤럽] 43% "1년간 집값 내릴 것", 20% "오를 것"
도박판에서 말이지, 예를 들자면 원래 밑천으로 돈 천 만원 가지고 들어갔다 이거야. 그런데 이게 평생 올 대박이 한 큐에 오는 건지 거는 족족 판을 따서 한 1억을 벌었단 말이지. 여기서 손 털고 일어났으면 되는데, 사람 욕심이라는 게 그렇질 않다보니 이 1억을 키워 더 먹어보자는 심정이 생기는지라 버티다가 그만 밑천까지 털고 일어나야 하는 상황이 되었을 때, 이 사람은 얼마를 잃은 걸까?
실질적으로 이 사람이 잃은 돈은 천만원이지만, 이 사람이 심리적으로 주어 터진 데미지는 1억이 넘는 거다. 내 돈 1억... 이렇게 되는 거라는 거지. 집값이 거게 그렇다. 강남 어떤 아파트가 1년 사이에 몇 억이 올랐는데, 지난 연말 올 초 가격이 떨어진다고 난리를 치길래 보니 최고점 대비 0.07%였던가... 그렇다면 이 아파트는 가격이 떨어진 걸까, 아니면 오른 걸까.
기실 한국의 집값, 특히 대도시 아파트 가격이라는 건 이건 기형적이어도 너무 기형적인지라 언제 어떻게 되어도 이상할 게 하나도 없고, 한국 금융구조와 가계부채 생성의 구조를 보면 이건 일본이 거품 터졌을 때보다 더 위태한 상황처럼 보일 지경이다. 그래서 집값 떨어진다는 말은 이미 고랫적부터 나왔고, 대표저으로 선대인 같은 경우는 거의 20년을 집값 떨어진다고 광광거렸더랬고 아마 지금도 그러고 있지? 부동산에 대해서는 거의 아는 것이 없는 지경인 나조차도 언제 거품 터질지 모르니 집 안 사고 버티는 게 좋을 거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고.
하지만 개인적으로 약 10년 전부터 한국은 집값이라는 게 떨어질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현재와 같은 건설부양책에 목을 매다는 경제정책이 근본부터 뒤집어지지 않는 한 어떤 정권도 집값을 내릴 이유가 없다. 근본적으로 한국인들이 아, 이젠 집이고 뭐고 걍 다 싫고, 먹는 거나 어떻게 해결 좀 해줌 좋겄다, 이 수준 되지 않는 이상, 좀 더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집 가지고 있어봐야 짐만 된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이상 이 집값이라는 거 떨어질 가능성이 없다는 거다.
그렇다면 집을 가지고 있다는 자체가 짐이 되도록 해야 하는데, 글쎄다, 이게 땅에 대한 애착이 이렇게 강하고, 재산증식수단으로서 집이 가지고 있는 메리트가 이리 큰데 엔간한 정책 가지고서 집을 짐되게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관련기사 : 오마이 뉴스 - "바보들아 문제는 아직도 부동산이야"
기사 카피가 구린 건 어쩔 수 없지만 내용은 일독할만하다. 특히 재벌의 땅 소유와 이를 통한 이윤획득의 구조는 이게 참 너무 오래된 이야긴데다가 너무나 잘 알려진 이야기인데도 하여튼 새롭다.
뭐 이야기가 좀 새는데, 어쨌든 내가 볼 때 집값 내린다는 건 그냥 도박판에서 딴 돈 조금 빠지는 수준에 불과하다는 거. 까놓고 애초 원가에서 밑천이 빠지는 수준이 되어야 집값이 떨어진다고 난장판이 벌어져도 이해가 가는 거지, 지금처럼 가만 뒀는데도 오를 거 팍팍 오르다가 그 오른 가격 중에서 일부 빠진 걸 가지고 집값 떨어졌다고 설레발 치는 건 이건 그냥 웃기지도 않다는 거다.
그래서 말인데, 하여튼 결론적으루다가 부동산은 사회화 내지 국유화해야 한다는 거. 땅은 개인재산이 되어서는 안 되는 거다. 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