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한국적"인 수상소감발표장면
문통이 '기생충'을 "가장 한국적인 이야기"라고 하는 통에 참으로 먹먹한 심정으로 오후 한나절을 보냈는다. 괜히 그랬네. 어차피 이 드라마는 결국 "가장 한국적인" 어떤 사실을 드러내게 되어 있었는데.
한국일보: [SNS눈] "기생충다운 결말" 이미경 수상소감에 갑론을박
기사를 보니 어떤 트위터리안이 "영화보다 더한 블랙코미디"라고 이 사건을 꼬집었더라. 결국 한국에서 천만 관객을 동원하고, 미국의 '로컬' 영화제인 아카데미에서 상을 받기 위한 물밑작업을 수행한 건 배급사 CJ였는데, 막판 수상소감장을 장식함으로써 '기생충'의 성공이 "가장 한국적인" 자본주의 프로그램의 결과물임을 과시한다.
더 가관인 건 마지막에 이미경 부회장이 감사를 보낸 사람은 그의 동생 이재현. 수백억대 회사자금을 유용하고 수백억대 조세포탈을 한 혐의로 실형까지 받았던 그의 동생을 호명한 이유는 뭘까. 저 반지하와 최고급저택의 간극이 보여준 한국의 현실이 문통의 말처럼 "가장 한국적인 이야기"였다면, CJ부회장 이미경의 수상소감발표장면 역시 "가장 한국적인 이야기"의 다른 버전이다.
스크린을 독식하고 세계 유수의 상을 수집하는 지상의 대저택 아래에는 내 걸 스크린 하나 못찾아 발만 구르다가 잊혀져 가는 수많은 반지하의 눈물들이 흐르고 있다. 이 어찌 "가장 한국적인 이야기"가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