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국'이라는 말 좀 함부로 쓰지 않았으면

이름따위 뭐시 중헌디 스타일로 사는 입장이긴 하다. 기본소득이면 어떻고 수당이면 어떻고 배당이면 어떠랴, 현찰 찔러 주면 고맙지.

그런데 간혹 정명(正名)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대표적인 예가 '공화국'인데, 지금은 좀 쉬고 있지만 한동안 머리 싸매고 공화국이 뭔지 헤멜 때가 있었다. 몇 년 하다가 도저히 내 깜냥으로는 힘든 거시기라고 생각하고 좀 멀리하고 있는 중인데.

꼴랑 몇 년 들여다봤던 가닥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러다보니 '공화국'이라는 말이 아무데나 막 갖다 붙여지는 걸 보면 적잖이 신경이 쓰인다. 마치 꼬딱지 파는데 이넘의 것이 나오기는 커녕 더 안쪽으로 들어갈 때 느껴지는 그런 기분이랄까.

검찰들이 마치 지들이 천상천이요 인중인인 듯 주접을 떨 때 마다 나오는 이야기가 검찰 '공화국'이라는 말이다. 법 알기를 개코딱지 정도로 아는 삼성 일가의 위세가 등등할 때마다 나오는 말이 말이 삼성 '공화국'이고.

한국 헌정사에서 '공화국'이라는 말만큼이나 좌우 양쪽에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은 말이 없는 것 같긴 하다. 우파는 '공화국'이라는 말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향기를 맡고, 좌파는 '공화국'이라는 말에서 박정희 공화당의 향수를 느끼게 되니.

그러고보면 한국에서 '정의'라는 말만큼이나 어정쩡한 취급을 당하는 말이 없다고 보는데, '공화국'은 더 심하구나. 암튼.

통상 '공화국'은 '왕정국' 내지 '전제국'에 대비되는 관념으로 파악되어왔다. 다시 말해 '공화국'은 지배자가 없는 지배가 가능한 사회, 지배함이 없이 잘 돌아가는 사회를 추구하는 사회다. 당연히 왕 1인이 통치하거나 몇몇 귀족이 지배하는 사회를 거부하는 체제다.

그런데 한국 검찰은 기본적으로 총장이라는 두목 휘하 봉건지배체제가 작동하는 곳이고, 삼성은 그냥 아예 왕정이다. 삼성재벌은 3대 세습을 자행한 족벌체제인데다가 3대 지배자가 4대에게는 세습을 하니 마니 주절거리는 게 신기한 일인냥 뉴스가 되는 집단이다.

이들에게 건성으로나마 '공화국'이라는 말을 붙일 하등의 이유가 없는 거다. 이따위 봉건독제체제를 '공화국'이라고 자꾸 불러대니 '공화국'에 대한 오해만 쌓이고, '공화국'이라는 말을 꺼내기가 참 곤혹스럽게 된다. '공화국'을 공부하는 것도 뭐 전망 없어 보이고. 가뜩이나 어려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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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11 09:33 2020/06/11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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