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정당에 대한 이상한 이해 - '헌법과 지방자치권'의 문제
기사 제목을 보면 기자 또는 데스크가 사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발제자의 주장을 잘못 전달해 본래의 의도를 왜곡할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아직 만들어지지도 않은 지역정당의 후보자 공천을 다시 생각('재고')하라는 건 아무래도 발제의 맥락을 잘 짚지 못해서 그랬던 거 같다.
이 토론회에서 '헌법에 나타난 지방자치'라는 주제로 의견을 낸 교수는 최근에 '헌법과 지방자치권'이라는 책을 냈고, 아마도 그 책에서 밝힌 주장을 저 자리에서 발제한 것으로 보인다.
책을 낸 저 교수는 국민과 주민, 자치행정과 위임행정의 헌법상 의의에 대해 매우 독특한 견해를 밝히는 한편, 정당에 대해서도 통상적이지 않은 생각을 보여주고 있다. 나름 학문적 연구를 토대로 제시하는 입장인만큼 그에 대한 비판 역시 학문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적절하겠지만, 그러려면 시간이 좀 필요하니 시간 좀 넉넉한 분들이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데, 아무튼 그건 다른 이야기고.
저자는 책에서 헌법이 정당은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형성하는 조직이라고 규정하고 있는만큼 '주민'의 정치적 의사를 형성하는 조직으로서 정당은 헌법적 차원에서 정당으로 볼 수 없다는 희안한 논리를 제시한다. 그러면서 지역정치에 있어서는 정당적 조직이 아니라 지역에서 '주민결사체' 같은 조직이 이를 담당하고, 이러한 조직이 공직 후보를 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독특한 아이디어를 제기한다.
이 논리대로라면, 당연히 전국정당은 지역정치에 후보를 내서는 안 되며, 지역정당은 정당이 아니니 만드는 거 자체가 위헌적이고, 따라서 만들 수도 없는 지역정당이 후보를 내니 마니 하는 건 원천 불가능하므로, 링크한 기사의 제목은 이러한 맥락이 뒤죽박죽된 것이라 추정된다.
제목에 대한 시비는 그만두고, 저자의 논리에 대해 간단히 말하자면, 우선 기본적으로 이러한 주장은 정당에 대한 통상의 이해와는 전혀 다른 것으로서, 예컨대 전국정당의 지역조직의 존재의의나 역할에 대한 이해조차 부재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주민과 국민의 이원론은 더 황당한데, 저자는 헌법의 지방자치규정이 국가사무와 지방사무를 분리하고, 국민과 주민을 분리한다는 견해를 연장해 정당의 고유 기능과 그 한계를 전국정당에서만 찾고 있다.
헌법의 규정은 기관의 지위와 그에 따른 행정절차 및 행정처분의 필요에 따라 그 사무의 유형과 권리의무의 주체를 구분한다는 것으로서, 그러므로 당연히 정치적으로 주민과 국민을 분리하여 판단해야 한다는 것을 규정한 것이 아니다.
주민과 국민은 두 이름을 가진 하나의 주체이며, 전국사안의 지역화와 지역사안의 전국화는 국가 자원의 분배를 위한 가장 중요한 절차인 정치를 통해 가능하고, 이를 위해선 주민으로서의 입장이 국민으로서의 입장과 대립하는 동시에 통합되는 과정이 필요하게 되며, 여기서 주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정당이고, 그래서 지역정당과 전국정당의 갈등과 경쟁, 연대와 연합이 이루어질 수 있는 정치환경의 조성이 필요하게 된다.
헌법의 원리 안에 이러한 동학이 포섭되어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할 때 저자와 같은 주장이 가능하다. 이것은 저자가 같은 책 안에서 '정치공동체의 심성구조'라는 나름의 사회심리학적 규정을 통해 정치공동체를 구성하고 있는 구성원들이 가져야 할 변증법적 사고를 강조하는 것과도 배치되는 입장이다.
아무튼 참 독특한 사고체계를 보여주는 견해라서 차근차근 논박을 하고 싶다만, 시간이 없어도 너무 없다. 몸도 좋지 않고. 젠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