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헌마445 판결에 대한 비판
11월 24일에는 녹색당이 2019년 4월 제기한 헌법소원심판청구의 결과가 나왔다. 당사자성이 인정되지 않은 부분은 각하였고, 본안 정당법 제18조 규정에 대한 판다는 기각이었다. 법률의 규정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다수의 견해였다.
이번 2019헌마445 판결은 아직 판결문 전부가 올라오질 않아서 결정요지만을 볼 수밖에는 없다. 그래도 대충 보면, 헌법재판관 다수는 헌법이 보장하는 정당 설립의 자유와 정당 활동의 자유에 대해 깊이 있는 이해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백보 양보하여 정당체계에 대한 이해는 논외로 하더라도 선거 평등의 원칙이라든가 정치적 비례성의 원칙 같은 것에 대한 이해 역시 얕다고 판단된다.
다수의견은 광역당부(시도당)가 각 1,000명 이상의 당원을 가지도록 법정한 것이 침해의 최소성을 위반하지 않으며 법익의 균형성을 깨는 것도 아니라고 판단한다. 즉 이 규정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지 않아 정당 설립의 자유와 정당 활동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그러나 재판관 다수의 이러한 판단에는 이 1,000명이라는 하한이 어떤 기준에 의한 것인지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다. 이것은 유사한 판례였던 2004헌마246에 대한 헌재의 판단과 아무런 차이가 없다. 당시에도 헌재는 1,000명이라는 당원 하한이 어떤 기준에서 헌법의 원리에 부합하는지에 대해선 말한 바가 없다. 다만, 정당법 상 1,000명을 규정한 것은 정당의 개념표지를 구현하기 위한 합리적인 제한으로써 헌법적으로 정당화된다고 판단했다.
구 판례도 그렇고 이번 판례도 그렇고, 정당의 개념표지가 당원의 수로 확인되어야 한다는 것이 어떻게 헌법이 보장하는 정당 설립의 자유 및 활동의 자유에 부합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거기다가 도대체 1,000명이라는 당원 수 하한의 근거는 무엇인가?
특히 이러한 헌재의 판단은 민주주의의 내실을 위해서는 정치적 비례성을 충족해야 한다는 정치적 평등의 원칙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다. 선거법을 이야기할 때마다 항상 나오는 문제 중 하나가 바로 표의 등가성이다. 한국의 선거가 이 표의 등가성을 제대로 충족하지 못하다보니 과잉대표와 과소대표의 문제가 계속 남게 되고, 그래서 헌재 역시 표의 등가성을 선거법이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 지속적으로 지적해온 바가 있다. 여기서 표의 등가성의 문제는 당연히 정치적 평등의 원칙이라는 헌법의 대명제를 충족하느냐의 문제였다.
이처럼 선거시기 표의 등가성을 중요시 여기는 헌재가 정작 정당의 설립과 활동에 있어서는 비례성의 문제, 정치적 발언력의 등가성 문제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정당 설립에 있어 굳이 시도당을 5개 이상 둬야 한다는 규정도 문제이지만, 거기에 더해 각 시도당이 1,000명 이상의 당원을 맞춰야 한다는 하한을 둔 것은 현재 전국 16개 광역단위의 인구비례를 보더라도 그 기준이 무엇인지를 알 수가 없다.
이 규정에 따르면 인구가 가장 적은 시도를 기준으로 1,000명의 당원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 된다. 현재 16개 시도 중 가장 인구가 적은 곳은 세종시로 인구 약 27~8만 명 정도다. 정당법의 규정대로라면 세종시를 기준으로 1,000명 이상의 당원을 두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여기서 그게 쉽냐 어렵냐의 문제가 생긴다. 상대적으로 경기도는 물경 1,300만이 넘는 인구가 있고, 서울도 980만 가까운 인구가 있다. 하한 1,000명의 당원을 만드는 게 세종시보다는 경기와 서울이 훨씬 수월하게 된다.
보수 양당이야 전국에 깔린 네트워크를 이용하면 어느 시도에서든 1,000명 이상 당원을 확보하는 게 어렵지 않겠지만, 군소정당이나 신생정당의 경우에는 이러한 규정에 상당한 제한을 받게 된다. 상대적으로 인구가 많은 곳에서는 시도당을 만들기가 수월해지지만, 인구가 적은 곳에서는 시도당을 만들기 어려워진다.
이런 현상이 가상의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도 확인된다. 예를 들어 대한민국 대표 위성정당 중 하나인 길오소득당...아니 기본소득당의 경우, 이들이 시도당을 건설하고 있는 곳은 5~6곳에 불과한데, 서울시, 경기도, 인천시, 광주시, 부산시, 그리고 전남 정도다. 인구가 가장 많은 시도에서는 다 시도당이 있으나 제주나 세종, 울산처럼 인구가 적은 지역에는 아예 시도당 준비기구조차 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른 군소정당이라고 해서 사정은 다를 바가 없고, 이런 상황이다보니 창당을 고려하는 신생정당들 역시 인구가 많은 시도를 중심으로 창당계획을 세울 수밖에 없다. 지역정당을 표방하지만 결국은 5개 광역시도당을 만들어서 전국정당 방식의 연합당 형태로 운영하겠다는 최근의 '서울당' 또한 서울 외에 광역정당 후보지로 광주, 전북, 전남, 경기를 들고 있다. 호남 중심 당을 만들려고 하는 내심이 보이긴 하지만, 역시 인구가 가장 적은 지역은 논외가 되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인구가 적은 곳의 다양한 이해관계는 다양한 정당에 의해 고루 투사되지 못한 채 기껏해야 보수 양당에 의해 점유될 뿐이다. 이렇게 되면 헌재가 말하는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해야 한다는 정당의 개념표지"는 말 그대로 '국민'의 의사가 아니라 보수양당에 의해 걸러진 보수양당의 의사에 국한될 뿐이고, 그렇다면 이것이 과연 헌재가 말하는 정당의 개념표지에 부합하는 것인지 의문이다.
비례성을 맞추자면 아무런 기준 없이 1,000명 이상이라고 할 게 아니라 인구 몇 명당 1,000명이라고 하는 게 맞지만 이러한 방편에 대해 헌재는 단 한 번도 헌법적 기준이 이래야 한다는 걸 내세운 적이 없다. 그냥 법이 있는데, 그 법이 상당히 합리적으로 만들어졌으니 합헌이라는 희안한 논리로 일관하고 있다. 그러한 태도가 이번 2019헌마445 판결에서도 그대로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판결문 전부가 공개되면 또 세밀히 검토해야겠지만 결정요지만을 보면 그러하다.
이번 판결의 소수의견이 내 견해와 비슷한 의견을 낸 것 같다. 당원수를 법정하는 것이 일정하게 타당하더라도, 그 기준은 "신생정당이나 군소정당의 진입과 활동이 어렵지 않도록 당원의 수를 상대적으로 정하는 것이 정당설립의 자유와 복수정당제를 규정한 헌법 제8조 제1항의 취지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그 외 소수의견은 법정당원수 조항의 위헌성을 여러 측면에서 부각하고 있다.
어쨌든 9인 재판관 중 6인이 합헌이라고 하면서 내세운 논리는 현재 계류 중인 지역정당 관련 헌법소원심판청구들에 상당히 부정적인 결론이 나오지 않을까라는 전망을 가지게 한다. 이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헌법현실이 헌재의 기존 판결과 더이상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뿐이다. 즉 지역정당을 무수하게 만드는 것이 헌재의 인식을 바꿀 수 있는 가장 힘 있는 방법이다.
그런 차원에서라도 지역정당 운동이 좀 더 활발해져야 하고, 더 많은 지역정당을 창당할 수 있도록 움직여야 한다. 그래서 많이 움직여야 하는데... 아,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