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이 봉이냐?
행인의 [그게 다 이유가 있다] 에 관련된 글.
주민번호 문제가 불거지자 정통부, 보다 강력한 대책을 강구한다고 한다. 망법 등을 개정해서 인터넷상에서 주민등록번호 대신 사용할 수 있는 대체수단을 내놓거나 법률에 특정되어있지 않은 인터넷 상의 신원확인과정에서 주민등록번호를 사용할 수 없도록 하겠다는 안을 내놓고 있단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제기가 있다. 약방의 감초처럼 나오는 이야기. 그럼 청소년의 성인인증은 어떻게 할 거냐? 이런 문제제기다. 청소년 성인인증이 되지 않을 경우 청소년들이 불법사이트나 음란사이트에 무한접속하여 정신건강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는 이 아름다운 걱정은 그러나 행인이 보기엔 매우 아름 드러운 걱정이다.
주민등록번호 도용사태가 사회적인 논란거리로 부상하게 된 계기는 게임사이트의 아이템 현찰거래와 관련이 깊다. 그러나 이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어디 게임사이트만 그런 일이 있었겠는가? 호기심 많은 청소년(이라고는 하지만 성인으로 분류되는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다)들이 보고 싶은데 볼 수 없는 이상하고 아름다운 도깨비나라의 일들이 얼마나 궁금했겠는가? 그 중 하나가 음란사이트. 음란사이트는 예외 없이 성인인증하고 들어가게 되어 있거나 회원제 운영되는 경우가 허다한데, 궁금증의 유혹을 이기지 못한 청소년들 우째야 쓸까??
결국 집안 식구들 주민등록번호를 때리거나 P2P 사이트에서 주민등록번호 교환하거나 기타등등 수다한 방법을 동원하여 사이트에 들어가고야 만다. 주민등록번호 구하는 것이 어디 보통 쉬운 일이어야 말이지... 난리가 아니다. 주민등록번호 성인인증이 청소년들을 악의 구렁텅이에서 건져올리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청소년들을 개인정보침해사범으로 만들고 있는 거다.
성인인증을 통해 청소년들을 보호할 수 있다는 이 순진무구한 발상이 완전 개뻥이라는 점을 인정하지 않는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 주민등록번호든 뭐든 뭔가를 동원해 신원확인을 반드시 하고자 하는 욕구를 뿌리칠 방법이 없다. 회원제가 필요한 사이트에서는 개별적인 방법을 동원해 인증작업을 할 수 있고, 거래가 필요한 곳에서는 어차피 신용카드나 현금결재 등의 방법을 통해 지들 할 일 다 할 수 있다. 뭐가 문젠가?
애들이 음란사이트 붙들고 앉아 그 질풍노도의 시기를 방구석이나 피씨방 구석에서 보낼 것이라고 걱정하시는 어르신들, 솔직히 걱정도 팔자다. 여러분들은 한 때 그런 거에 대해 궁금하지 않으셨나? 게중에는 간혹 실제 보고 싶은 거 보면서 큰 분 전혀 없나? 요즘 애들은 인터넷으로 보는 그런 거, 어디선가 비디오로 또는 찌라시로 힐끔힐끔 보면서 크신 분들이 아예 없단 말인가? 세운상가에서 "야, 좋은 거 있어"하는 삐끼의 유혹에 넘어가 전원일기 녹화된 테이프를 혹시나 하고 계속 돌려보던 중학교 동창넘과 같은 슬픈 기억을 가지신 분들이 전혀 없단 말인가? 그거 살 때 성인인증하고 사셨나? 그리고 어언 세월이 흘러 십수년에서 수십년이 흐른 지금 여러분들, 밤이고 낮이고 입에 침 질질 흘려가며 야시시한 그림만 찾아 거리를 방황하시나? 인터넷을 후비고 다니시나?
솔직히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청소년 보호 운운하시는 어르신들 보면 죄송천만하게도 욕부터 나온다. 간혹 그런 기사 본다. 한국 사람들 책 졸라리 안 읽는다 어쩌구... 사실 한참 책읽을 나이가 청소년 시기다. 호기심도 많고 궁금한 것도 많고 그래서 많은 지식을 참구하고 많은 경험을 쌓아볼 수 있는 시기가 그 때이다. 그런데 우리 청소년들, 뭔가 교과서나 참고서 이외에 다른 것을 들고 있는 순간, 그때부터 관리대상종목이 된다. "이 쉑, 그딴 거 읽어봐야 수능에 문제도 안 나와~!" 어쩌구 하는 것은 그래도 아직 관심이 남아 있을 때의 멘트. 이해와 관용의 수준을 넘어서면 혹시 이 쉑이 양아치짓 하면서 돌아다니는 거 아닌가 하는 의심을 받기 시작한다. 이런 청소년들을 위해 청소년보호위원회고 교육자고 뭐고 청소년을 보호하자고 난리 굿을 하는 집단에서 뭘 해줬는가? 정치집단들은 허구헌날 정쟁에 청소년들 이용하고, 학교에서는 오직 대학공부하는 기계로 청소년들을 조립하고, 공장 등 작업장에서는 청소년들을 노예취급하고 이거 이상 뭐 해줬나?
그러면서 음란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성인인증을 해야한단다. 한마디 해주자면 어르신들, 너무 쉽게 청소년 보호하려 하신다. 좀 더 적나라하게 말하면 공으로 거저먹겠단다, 청소년 보호. 성인인증이라는 아주 간단한 방법을 이용해서 돈도 안 들이고 시간도 안 들이고 지들 발품도 팔지 않으면서 청소년 보호했다는 생색은 마음껏 낼 수 있는 그런 편안함에 죽을 때까지 안주하고자 하는 이 심뽀. 사실 이걸 두고 거지본색이라고 한다.
청소년 보호를 위해 주민등록번호 필요하다는 소리는 죄송스럽지만 '개소리'다. 애들이 이상 야리한 사이트에 들어가더라도 그게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 왜 문제인지를 보다 솔직하게 가르치는 것이 낫다. 그걸 가르치기 위해서는 그 분야에서 교육을 담당할 수 있는 사람들을 육성해내는데 돈과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애들 대학에 목매달지 않고도 충분히 살 수 있는 환경 만들기 위한 노력부터 해주셨으면 한다. 쥐뿔이나 "교육정상화"라는 것이 맨날 대학 어떻게 쉽게 갈 것인가에 종착되는 이런 논의구조에서 무슨 얼어죽을 청소년 보호씩이나 떠들고 쥐랄들인가, 쥐랄들이...
청소년은 '노땅' 또는 '꼰대'들의 봉이 아니다. 바로 조금 앞서 세상을 산 어르신들의 자화상인 동시에 미래다. 아니 바로 자기 자신들이다. 그렇다면 괜히 누구 위하는 척 하지 말고 자기 자신에게 좀 더 솔직해지자. 자기 자신을 만년 '봉'으로 만드는 짓 하면 그게 바로 노망이다.
청소년은 '노땅' 또는 '꼰대'들의 봉이 아니다. 다만 돈을 벌수 있는 상대 일뿐이다. 돈을 벌어야 사람답게 살아 갈 수있는 현실에선 그저 그들도 돈을 벌수 있는 하나의 객체일 뿐이여--- 아이 좋아라^^
choyul/ 청소년이 돈벌이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있는 현실이 참 얼척없습니다. ㅎㅎ
근데 그 얼척 없는 어르신들은 구체적으로 누구일까요!!! 좀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나요?*^^*... 갑자기 적기가 생각이 나네요ㅎㅎ...
청소년보호위원회, 정보통신윤리위원회, 무슨무슨 학부모회 등의 '어르신들'이 있구요, 정보통신부와 문화관광부에서도 이런 이야기 하고 있구요, 일부 전문가(법학자, 사회학자, 무슨 학자, 무슨 학자...)들도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이름을 말하라고 하신 것은 아니시겠죠? ^^;;;
구구절절 옳으신 말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