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를 위한 반대

껄쩍지근한 기분이다. 이래 저래 어영 부영 하다가 집회를 포기한 채 당사에 있는 지금, 이 뭔가 찝찌무리한 기분을 달래볼까 웹서핑을 하다가 결국 폭소를 터뜨리고 말았다. FTA 반대투쟁이 격렬하게 벌어지고 있던 그 시간에 종로 어귀에서는 '한미 FTA 지지' 집회가 열렸다는 거다.

 

비오는 날 어르신들이 모여 목청껏 FTA를 찬성하신다는데 그거 뭐라 할 마음은 없다. 되려 측은하기까지 하니까. 연세드신 분들, 가시는 날까지 건강하시기 바란다. 장마비에 감기라도 걸리시지 않기를 더불어 바라고. 용돈벌러 가셨다는 기사도 있던데 기왕 주는 거 좀 팍팍 쓸 일이지 이 주최측이라는 것들 씀씀가 완전 밴댕이다. 3000원이 뭐냐??

 

이분들이 집회하는 거야 그렇다손 치더라도 집회 중에 나왔다는 발언을 보면서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우리가 한미 FTA 협상에 찬성하는 것은 김정일과 김정일을 추종하는 친북좌파세력이 한미 FTA를 반대하기 때문"이란다. 이런 거창한 말씀을 하신 분은 다름 아니라 박근 한미우호협회장이라는 분으로써 기사에 따르면 UN대사까지 지내셨던 분이란다. 행인은 UN대사라고 하면 매우 뛰어난 두뇌와 학식과 국제적 관계를 조망하는 능력을 가져야 하는 줄 알았는데 뭐 그런 거는 아닌가 보다. 두개골 안쪽에 두부가 차 있어도 빽만 좋으면 할 수 있는 것이 UN 대사인줄 이제 알았다.

 

이 어르신이 하신 말씀 중에 "반대를 위한 반대, 반미 선동을 위한 반FTA"라는 주옥같은 말씀이 있더라. 이 중 "반대를 위한 반대"는 사실 자기가 하는 것인지 이분은 잘 모르고 있다. 보라. 이것이 이 분의 두개골 안쪽이 두부로 채워져 있다는 결정적 증거가 아니겠는가? 실제 반 FTA라는 것이 반미로 귀결되는 모습은 분명히 보인다. 그런데, 미군기지 반대운동이나 핵무기 반대운동이나 침략전쟁반대운동이나 FTA 반대운동이나 또는 이런 것들이 포괄되는 평화운동 같은 경우 각 운동의 귀결지점은 자연스럽게 '반미'가 된다.

 

다시 말하자면 운동의 목적은 분명 '반미'가 아닌데 운동의 결과는 당연히 '반미'가 되어버리는 거다. 아, 물론 "김정일을 추종하는 친북좌파세력"의 경우에는 처음부터 '반미'를 하는 것 맞다. 하지만 그거야 걔네들의 독특한 뇌구조에서 파생되는 색다른 운동의 양상일 뿐이고, 기본적으로 평화운동의 궁극적 귀결로서의 적대세력은 다름 아니라 "미국"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현재의 국제 정세다.

 

그런데 UN 대사씩이나 지내셨다는 이 머리 속에 두부가 꽉찬 어르신께서는 그저 미운 놈은 뭘 해도 밉다는 식의 발언을 하시면서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고 있다. 이런 어이없는 유흥을 위해 동원된 다른 어르신들, FTA가 뭔지는 몰라도 예배당 목사님이 피켓 들고 있으라면 그것이 천국가는 방법이라 철석같이 믿으시고 비까지 홀라당 맞으시며 거리에 서신다. 그나저나 궁금한 거 하나는 서경석 목사, 언제까지 예수님 팔아 가면서 애꿎은 사람들 고생시키려나... 이제 고만 할 때도 되었는데... 저러다 천국 못가면 우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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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7/12 20:47 2006/07/12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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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 두부, 그래도 먹으면 맛은 좀 있을까요?

  2. 어익후... 할 말 없네 ㅠ.ㅠ

  3. 아..어르신들...

  4. 종교를 팔아먹는 사람들 중 특히 성직자는 정말 나빠요..

  5. 두부에 대한 모욕임.... 그 훌륭한 음식을 그 속에 채울순 없지요..

  6. 썩어도 한참 썩은 두부이니 절대 드시지 마세요!!!

  7. 조커/ 헉...
    에밀리오/ ㅠㅠ
    azrael/ 사실 저기 저렇게 나오시는 어르신들 보면 안타까워요. 저분들, 그 격동의 시대를 살아나왔다는 것만으로도 후대의 보살핌을 받으셔야할 분들인데, 아직 저분들에게 편안한 세월은 오지 않은 듯 해서 말이죠...
    눈물나무/ 그런 의미에서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예수가 한편으로는 불쌍하기도 합니다....
    산오리/ 허거.... 저도 두부 정말 좋아하는데요. 죄송...
    이재유/ 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