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설명 좀...

한 때 견진성사까지 받았던 행인, 고삐리때는 카톨릭 연합동아리 활동까지 했었다는 거 아닌가. 이후 진리를 찾아 헤메던 고행의 과정....은 개코나 없었고, 그저 이런 저런 푸닥거리를 하는 와중에 기성종교와는 완전히 담을 쌓았지만.

 

그래도 그분에 대한 추억은 괜찮은 것이었다. 설날 명동성당의 사제관으로 찾아가 그분에게 떡국 한 사발에 세배돈까지 받아가던 그런 때도 있었다. 나즉하지만 뭔가 폐부를 찌르는 듯한 말씀 한마디씩을 들을 때마다 아, 나도 이렇게 살았으면... 하는 생각까지 했더랬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이분, 옛날의 그분이 아니다. 간혹 이상한 뻘타를 치실 때마다 연로하신 분들이 보이는 일반적인 보수성향, 내지는 나름 정세의 판단이겠거니 했는데, 지난 겨울 사학법 파동 과정에서 보여준 이분의 말씀과 행동은 행인을 완전히 혼란에 빠트리고야 말았다.

 

그러더니 오늘 또 이해하기 힘든 말씀을 하시는데 이분이 원래 이런 분이었는지, 아니면 뭔가 중대한 심경의 변화가 있으셨던 건지 알쏭달쏭하다. 내가 잘못 알고 있었던 거라면 그저 사람볼줄 모르는 행인의 눈탱이를 팬더로 만들어버리면 될 일이나, 그렇지 않다면 이 분을 무엇이 이렇게 만들었는지를 고민해야 할 것 같다.

 

하긴 이해 안 되는 성직자분들, 꽤 있다. 통일운동과 환경운동에는 목숨을 걸지만 자기 종교 재단에서 운영하는 병원 노동자들의 파업때는 한 마디 말씀도 없는 어떤 사제님들도 있고, 무소유 운운하면서 절간증축 위해 신도로부터 장부처리 해가며 돈 받던 승려도 계시고, 하긴 뭐 하나님 나라 운운하면서 성조기를 가슴에 품고 다니는 목사님도 있는 판이라 세상이 다 그러려니 하면 되겠지만....

 

이분은 도통 이해가 안 된다. 그만큼 기대가 많았고 경외심이 있었기 때문이었을까나... 어쨌든 참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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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7/26 20:24 2006/07/26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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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제가 처음 성당을 다니기 시작했던게 창원에 살던 시절이었고, 저분이 마산교구 출신이라는 것 때문에 꽤나 자부심을 가지고 살던 때가 있었죠.

    그런데 서울에 올라오고, 세상에 좀 더 눈을 뜬 이후엔 성당에 가는게 부담스러워지더군요. 쩝..

  2. 원래 딱 고만큼이지 않아나 싶은뎅.
    1989년으로 기억하는데 주교회의 의장으로 가장 보수적인 주교가 취임하면서 카톨릭은 보수를 향하여 무한질주를 하게 되었징. 사실 이때부터 김수환 추기경은 힘도 잃고... 그냥 이 사회의 '원로'일 뿐. 오랜 기간 그렇게 살다보니 변하는 현실과도 괴리가 생겼을지도.
    김추기경은 한국사회가 이미 충분히 민주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보는 듯. 이미 정착한 민주적 룰로 사회갈등을 해결할 수 있다 이거지... 대부분의 쁘띠들처럼.
    한나랑당대표에 대한 말은 '덕담' 수준에서 한 말, 즉 정치적 인사에 불과할 수도 있는데, 아무래도 나이가 많아서인지 적당한 표현도 못찾은 듯.

  3. 조커님은... 정말이지 댓글이 멋지시다는;;; (응? 이게 본문과 무슨 관계가;;)

  4. 예수님이 살아계셨다면 한나라당 찍으라고 하셨을까요?
    (너무 불경한 질문인가요?ㅋ^^)

  5. 예수님이 계셨다면 한나라당에 붙은 악령에게 엑소시즘을 내리셨겠지요. 그게 성공하면 꿀꿀꿀하는 자기 본 모습을 찾을텝니다.

  6. 민주노동당으로 정권교체 되어야 한다고 말해야 했는데,
    나이를 먹다 보면, 뭐 이름도 가물가물해지고, 치매기도 좀 생기고... 그런거지유..ㅎㅎ
    우리나라 원로들 참 멋지삼...ㅋㅋ

  7. 8con/ 저도... 쩝...

    말걸기/ 종교인에게 과도한 기대를 건 것은 아니지만 김수환추기경에게는 적어도 상식적인 한 마디를 기대했던 것은 사실이거등. 요즘의 실망은 왜 그 "상식적" 수준을 벗어날까 하는 의구심때문인 거고... 하긴 뭐 "상식적"이라는 기준을 누가 판단하느냐도 별개 문제지만...

    조커/ 오오... OTL...

    에밀리오/ 그쵸?? ^^;;;

    쩝/ 혁명가 예수는 아마 민주노동당 찍으라는 이야기도 하지 않았을 거 같군요. ㅡ.ㅡ+

    박노인/ 앗, 미몹의 그 박노인이신가요? 펜입니다~~~!! 언젠가 싸인 한 장만 부탁합니다. ^^

    산오리/ ㅎㅎㅎ 민주노동당으로 정권교체 되어야 한다고 말했으면 아마 지금쯤 전체 카톨릭이 빨갱이 세력으로 몰리고 있을 겁니다. 한국 교단의 책임을 맡으신 분이 절대 그런 말씀 하실리는 없겠죠.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