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성애가 멈추는 자리

말걸기님의 [어이가 없어서 한 마디 해줬다.] 에 관련된 글.

갈수록 가관이다. 민주노동당 홈페이지 당원게시판은 난데 없이 육아권과 조직론이 충돌하고 있다. 심재옥 최고위원의 발언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발생한 이 논쟁은 점입가경의 경지로 달려가고 있다.

 

논쟁의 주제 자체는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다. 한 쪽에서는 "진보적 가치"를 지향하는 진보정당에서 자신들이 주장하는 그 가치의 구체적 실현을 먼저 보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른 한 쪽에서는 엄혹한 시기 조직적 철의 규율이 필요한 때에 개인사정을 앞세워 운동에 찬물을 끼얹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기풍이라고 주장한다.

 

개인적으로 후자의 주장에 대해서는 다분히 냉소적이다. 21세기 벽두 대한민국에서 쏘비에트 혁명기의 삶을 살고 있는 이 철의 투사들은 생활속의 진보적 가치를 지엽적인 것으로 판단한다. 솔직히 이런 분들에게 권하고 싶은 이야기는, 차라리 진보정당 하지 말고 어디 가서 금괴수송열차를 탈취하여 그걸 밑천으로 무기구입하고 게릴라전이라도 펼치라는 것이다. 아니면 니들이 지도부 하던가. 하면서 수퍼맨의 기상을 한 번 보여 주던가...

 

당게의 논쟁에 몇 번이고 개입하고자 하다가도 막상 손이 가지 않는 것은 이 논쟁에 뭔가가 빠졌다는 느낌 때문이다. 즉, 그러한 상황에 처한 당사자의 입장에서 시의 적절한 논의가 나오지 않고 있다는 거다. 비록 사건의 당사자인 심재옥 최고위원이 자신의 입장에 대해 글을 올렸으나 그 때부터 논의는 오히려 조직론에 대한 입장차이로 변질되어가고 있다. 거기서 내 얘기를 올려 봐야 똑같이 겉도는 이야기만 반복될 것으로 여겨진다.

 

진보 블로거들 중에는 현재 유아를 키우는 사람도 있고, 보육때문에 고생을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면서 투쟁의 현장에 뛰어드는 사람도 있고, 중첩되는 문제로 인해 가슴아픈 고뇌를 하는 분도 있을 거다. 사실 이런 사람들이 살아 있는 이야기를 당게에 올렸으면 싶은데...

 

이 논의는 점점 정파간 대립으로 달려가고 있다. 가관인 것이 과연 이 논의가 좌파 우파의 정체성 논의의 주제가 될 수 있는 정도인가 하는 것인데, 이게 가만 보면 입장을 가지고 글을 쓰는 사람들이 자기 정치지향에 따라 어느 한 쪽으로 쏠려 있다는 게 문제다.

 

관념적인 논쟁이 계속 된다. "내가 아는 누구는... 어쩌구 저쩌구..."하는 과정에서 배가 산으로 가고 있다. 정말 살아 있는 이야기,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그런 이야기를 당게에서 볼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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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27 01:25 2006/09/27 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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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racked from
    • At 2006/09/27 06:00

    행인의 [모성애가 멈추는 자리] 에 관련된 글. 당게 들여다보다가 아주 질려버렸다. 그래서 결국 질렀다. 죈좡...

  1. 공감, 백배!!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얘기좀 하면서 살고 싶소!
    그것이 되지 않는 이상, 좌절 밖에는...OTL....

  2. 또다시 행인의 방명록엔 문제가 생긴듯...새글 표시가 안보이네요? 새글에 대한 확인을 벌써 한것이라면 문제가 없지만...

  3. 꼬라지는 짜증 지대로이긴 한데... 이 논의를 통해 '정체성'이 끌려 나오는게 일면 맞지 않나 싶기도 해요. 그따위! '정체성'들이랑 말섞기 싫지만요.

  4. 멒/ 방명록 확인 했3 ^^
    당게에 진보블로거들이 조직적으로 쏟아져 들어가 쌈질 좀 했으면 시포요....

    re/ 문제는 그렇게 후진 정체성을 드러내면서도 그걸 선진적이라고 착각하는 거죠. 이런 돌팅들을 어떻게 다스려줘야할지 고민이랍니다. ㅠㅠ

  5. 헛..이런일이..그나저나 역시 심최고는 쵝오!!

  6. azrael/ 괭이도 쵝오~! 에요~! ^^

  7. 잘 모르는 부분에 대해서는 이야기 할 수 없지만... 옛날 빨치산 투쟁하던 분들 조차도 생활과 생존은 혁명의 전제조건이라고 했다는데.. 안타깝군요 ㅠ.ㅠ

  8. 영웅주의 + 맑시즘을 이종 교배하려고 - 혹은 지향하려는 분들이 여전히 많다는 것에 ... on_ ... 이것도 영화 [슈퍼맨 리턴즈]의 영향탓인지 ... 쩝 ... ...

  9. 에밀리오/ 맞아요. 녹슬은 해방구라는 소설을 보면 그들의 치열했던 고민에 놀랄 때가 많습니다. 우린 지금 그 수준만도 못한지도 모르죠.

    손윤/ 그런 분들 뇌를 한 번 봤으면 좋겠어요. 도대체 어떻게 생겨먹었는지...